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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스포츠) 길고 굵게 이런저런 소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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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8-05 02:20:18

 

 

 노병은 죽지 않는다. 그래서 사라지지 않길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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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올드 보이들이 본인들의 시대를 미화하는 거 인간적으로 이해해줄 수 있는 일이다만, 동시에 그 모습이 처량해 보이기도 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버나드 홉킨스처럼 근래 2014년 나이 49세까지 라이트헤비급 왕좌를 지킨 선수가 ‘요즘 헤비급 인재 풀과 그 경쟁력은 대단히 낮다. 타이슨 퓨리고 앤서니 조슈아고 지금 마이크 타이슨이 현 헤비급 챔피언들과 대결을 펼친다면, 저 올드 보이가 챔피언이 될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고 얘기하면 그 말을 듣는 느낌이 달라지긴 한다. 현 챔피언들이 최전성기를 맞이하던 시기에 본인도 챔피언이었고, 게다가 쉰 바라보는 시점까지 챔피언 자리를 유지했기 때문. 분명 버나드 홉킨스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을 게다. 90년대 이전이었다면, 그 나이에 챔피언이 될 수 없었단 사실을.

 여기서 잠깐, 은퇴한지 한참 됐지만 조지 포먼처럼 요즘 선수들의 기량을 인정하는 레전드들도 얼마든지 있으니 앞선 내용을 말한 이유에 대해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한편 현 헤비급 챔피언 중 한 명인 앤서니 조슈아는 ‘요즘 선수들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전설들의 주장을 존중은 하지만, 스포츠 과학은 발전했고, 헤비급 선수들은 빠른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더 커지고 더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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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버나드 홉킨스의 현 헤비급 선수들에 대한 디스 그리고 마이크 타이슨의 경쟁력에 대한 미화를 참이라 봐선 안 된다. 버나드는 마이크 타이슨, 오스카 델 라 호야, 에반더 홀리필드 등 올드 보이들의 귀환 타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속내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올드 보이들의 귀환은 일어나선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 흐름은 비즈니스적인 목적을 위해 순탄하게 이어질 것이다. 이 흐름에 기꺼이 동참하려는 이들은 자신들의 프라임타임을 생각하고 쉽게 접근해선 안 될 일이다. 난 운동을 오래 쉰 적이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20대, 30대, 40대, 50대 초반까지도 링 안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링 위를 10년 이상 떠났던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맞상대로는 같은 나이대의 은퇴한 선수를 찾고, 혹시라도 현역에 있으며 동시에 경쟁력 있는 선수와 맞붙는 만용을 부리지 말란 것이다. 또 주최측에겐 복귀하는 선수들이 운동을 오래 쉬었고 나이도 많이 먹었단 사실을 염두에 두고, 경기 중 KO가 일어나는 상황을 막는 등 올드 보이들의 안전에 많은 신경을 써야한단 말을 전하고 싶다. 이건 쇼이다. 아주 좆같은 쇼이고, 난 이딴 흐름에 동참할 만큼 멍청하지 않다. 당신들이 링 위에 서는 한, 당신들이 쌓은 레거시는 스스로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현재 진행형으로 돌변한단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 평생을 다 바쳐 쌓아올린 레거시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조심하시길.’ 

 

 

 히카르두 카카를 추억하며


2-1. ‘카카가 2010 남아공 월드컵에 부상을 달고 출전하지만 않았다면, 월드컵 출전을 포기한 채 치료를 받고 클럽 커리어를 이어나갔다면...’ 축구 선수에 대한 내 애정을 표현한 마지막 선수가 카카이기에 아주 가끔 이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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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선 생각이 현실이 됐다면, 아마도 축구사에 아로새겨진 현대 축구의 이상향, 티키타카를 통한 공격축구의 완성은 이뤄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펩이 구상하고 메시가 앞장섰으며 사비와 이니에스타가 서포트한 저 위대했던 바르셀로나가 수집한 트로피의 상당수가 레알 마드리드의 몫으로 돌아갔을 테니 말이다. 홀로 부스터를 달고 적진을 향해 뛰어 들어가던, 바르셀로나의 정신적 지주이자 S급 센터백 푸욜 정도는 어깨빵으로 날려버릴 수 있던, 그러니까 어떤 수비수들을 상대로도 터프한 몸싸움이 가능하고, 축구 역사상 최고 수준의 속도를 자랑하던 슈퍼 엘리트 10번이 최전성기 호날두와 함께 했을 테니 말이다. 화무십일홍처럼 꺾일 거였다면, 차라리 남아공 월드컵이라도 우승을 했다면 그 아쉬움이 적었을 것이다. 

 

 2-2. 이제 웬만한 축구 마니아들도 잊고 있는 사실이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둥가의 브라질호는 2014 대표팀과 함께 역대 최악의 선수 댑스를 갖고서도, 무려 당시 스페인보다 더 솔리드한 우승후보란 평가를 받았다. 당시 둥가호의 전략/전술은 대단히 단순했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전력을 가졌지만, 슈퍼 10번을 보유한 팀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수가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해 지난 86 월드컵 당시 마라도나를 품은 카를로스 빌라르도가 그 정답을 제시했다. 감독 자신은 2/3중 수비망을 촘촘히 세우고 수비진 완성에 집중한다. 공격은 슈퍼 플레이메이커에게 일임, 최소한의 인원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뽑아내게끔 한다. 천재를 통한 득점이 나오기 전까지 실점 특히 선취골 헌납 상황을 어떻게 해서든 막아내는 게 중요했다. 선취골을 헌납하는 순간 동점골을 만들기 위해 공격에 참여하는 숫자를 늘려야만 하는 바, 팀 간 전력차가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기 때문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맡았던 알레한드로 사베야 감독이 앞선 빌라르도의 전략과 전술을 차용한 바 있다. 공격은 메시에게 일임을 했다. 사베야가 해야만 했던 일은 메시가 공격 루트를 뚫기 전까지 어떤 상대를 만나도 선취골을 헌납하지 않을, 터프하고도 견고한 수비진 구축이었다. 마찬가지로 2010 남아공 월드컵 브라질 대표팀을 맡았던 둥가는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던 카카에게 공격 작업을 일임했다.

-----------카카--------------

--펠리페 멜루----------엘라누--

-------질베르투 실바-----------

 당대 최강 수준의 GK 그리고 포백 라인 앞에 전성기는 지났지만 여전히 좋은 수비력을 보여주던 질베르투 실바를 세웠다.

 공격 연계작업도 꽤나 잘하고 수비력도 준수했으며 많이 뛰어다니기까지 한 펠리페 멜루가 실바의 주된 파트너였다.

 갈라타사이의 엘라누는 본래 공격형 미드필더로 뛸 때 그 재능을 최대한 펼칠 수 있는 자원이었지만, 둥가 감독은 공격 작업에 집중할 미드필더 둘을 스타팅 라인업에 세우길 원치 않았다. 실제 엘라누는 중원 미드필더로서 사용해도 나쁘지 않은 자원이었다. 그래서 둥가는 엘라누에게 공격적 역할을 줄이고 수비적 역할을 늘리길 주문했다. 엘라누는 감독의 기대에 100% 부응했다. 역할로 보자면 엘라누는 카카의 주된 파트너이기도 했다. 카카가 온 더 볼 상황에서 상대 수비진을 깨부수고, 엘라누는 날카로운 데드볼 처리 능력을 통해 지원하는 방식. 데드볼 상황에서 엘라누가 직접 득점을 노리는 경우는 많지 않았는데, 실제 그 능력이 그리 뛰어난 것은 아녔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상황에서 동료들을 활용하는 능력은 확실한 1류였는데, 특히 그의 발을 떠나 동료의 머리를 향하는 프리킥-코너킥 장면이 대단히 위협적이었다. 2007-2010년 사이, 클래식한 최전방 공격수 루이스 파비아누의 득점력이 대단히 높아졌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엘라누의 존재였다. 

 

 2-3. 2010 월드컵 8강 네덜란드전에서 일방적으로 상대 수비진을 파괴하고 선취득점까지 이뤄낸 브라질이 왜 패배를 당했던 것일까?

 1. 엘라누가 대 코트디부아르전에서 부상을 입고 사라졌다. 그 자리를 채운 선수는 어딘가 나사가 하나씩 빠진 하미레스와 밥티스타였다. 브라질의 주된 득점 루트 중 하나였던 데드볼 상황이 엘라누의 부재로 인해 완전히 힘을 잃게 된다. 이는 특히 파비아누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했다. 2010 월드컵을 앞두고 가뜩이나 컨디션이 다운된 파비아누였다. 여기서 노릴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득점 루트는 데드볼 상황을 이용하는 것이었는데, 데드볼 스페셜리스트의 예기치 못한 부재와 함께 파비아누의 공중볼 경합을 통한 득점력이 봉인되고 말았던 것.

 2. 당시 브라질 주전 라인업을 보자. 재능은 확실하지만 멘탈이 불안정한 선수가 둘이나 있다. 네덜란드전에서 이 둘은 힘을 합쳐 브라질을 천국으로 보냈다가, 이내 힘을 합쳐 아군에게 지옥불을 선사했다.

 호비뉴는 2010 월드컵을 앞두고 여전히 좋은 재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뭐가 그리 불만인지 소속 클럽과의 연이은 마찰로 인해 고향을 오가며 시간을 낭비하는 중이었다. 네이마르가 4년만 일찍 태어났어도, 둥가가 호비뉴를 선발 라인업으로 세울 일은 없었을 것이다. 호비뉴는 동료의 치명적 실책으로 인해 동점을 헌납하게 된 순간부터 흥분해 날뛰기 시작한다.

 결국 브라질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일등공신 펠리페 멜루. 자신의 어이없는 실수 두 번으로 상대에게 두 골을 헌납하자, 레드카드로 화답하며 불세출의 병신이 됐다. 유벤투스에서 뛰는 모습을 보면서도 느낀 바이지만, 마인드 컨트롤만 성숙했다면 필시 당대를 호령한 중원 미드필더/수비형 미드필더가 됐을 것이다. 

 

 2-4. 브라질을 뺀다면, 2010 월드컵에 참여한 모든 팀 중 코트디부아르를 속된 말로 데리고 놀 수 있는 팀이 스페인을 제외하고 단 한 팀이라도 있었을까? 개인적인 확신이다만, 당시 스페인은 중원은 완벽하게 지배할지언정 파이널 서드에서의 득점력 빈곤으로 인해 혹시라도 선취득점을 내줄까 살얼음판을 걸었을 공산이 크다. 여기서 생각할 대목은 스페인과 달리 브라질의 스쿼드가 코트디부아르를 압도할 수 있는 수준이었냐는 것이다. 이게 당시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카카의 힘과 영향력을 방증하는 대목이라 하겠다.

 

 

 역사상 최강의 대표팀 1970 펠레의 브라질 

 3. 1970 월드컵 4강 브라질 v 우루과이의 맞대결. 이 경기는 브라질 입장에서 마라카낭의 비극을 위한 설욕의 성격을 띄고 있었다. 전반 추반부터 중반까지 브라질 선수들의 몸이 얼어있었던 이유이다. 잦은 실수로 인해 우루과이에 선취골을 헌납한 이유이다. 선취골을 맞고 정신이 번쩍 든 브라질은 전반 중반 이후 기어를 서서히 올리기 시작한다.

후반전을 알리는 휘슬이 불었을 때, 전성기 끝무렵(당시 축구 선수들의 에이지 커브는 오늘날 선수들에 비해 5년 정도가 빨랐다)의 황제는 전반전을 일부러 버린 양 급작스레 피치를 올렸고, 골 사냥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다. 브라질의 두 번째 득점 장면은 개인적으로 매우 사랑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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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펜시브 서드 지역에서 자이르지뉴가 우루과이의 실책을 놓치지 않고 가로채기에 성공->가로채기 이후 드리블을 통해 하프라인 근처로 온 후 펠레에게 패스하고 전방으로 침투->펠레가 노 룩 원터치 패스로 토스탕에게 패스->황제의 패스를 받은 토스탕은 공을 차분하게 키핑한 채 직선으로 전력질주를 이어가던 자이르지뉴에게 킬러 패스->자이르지뉴는 속도와 몸싸움으로 우루과이 수비수를 완전히 압도하고, 슈팅 그리고 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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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마무리 직전, 마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미완성 작품들과 같은 펠레의 저 대범한 노터치 슈팅 장면이 연출된다. 사실 스코어를 3:1로 앞서지 않았다면, 브라질의 결승전 진출이 99.9% 확정되지 않았다면, 황제는 마지막 순간 아크로바틱한 슈팅 장면을 굳이 연출하지 않았을 것이다. 확실한 득점을 노렸을 테니 말이다. 결국 그러했기 때문에 펠레는 불멸의 작품을 하나 만들어보고자 욕심을 부렸고, 그 순간 천재성을 마음껏 발산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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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수공장에서 탱크를 최대한 빠르게 또 많이 생산했듯, 챔피언 재원도 빠르게 또 많이 찍어내다

 4. 평창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15세의 자기토바가 

17세에 사실상 은퇴를 하게 됐다. 자기토바는 자신의 수많았던 선배들처럼 신체변화-점프 사망 코스를 밟았다. 점프가 낮아지기 전에, 그러니까 ‘신체변화가 이뤄지기 전에 난도 높은 점프를 익히게끔 하고 그 점프들을 전략적으로 배치, 최대한의 점수를 따낸다’라는 현 러시아 피겨 스케이터 육성 방식을 가장 잘 보여준 사례다.

 후반부에 점프를 뛰면 가점을 받는 룰을 이용, 모든 점프를 후반부에 몰아넣어 올림픽 기간 내내 격렬한 논쟁을 이끌어냈던 자기토바의 공연은 이제 역사에 남게 됐다.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도 목표를 완수해낸 T-34의 퇴역이다. 새로운 T-34를 맞이할 차례다.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comm&wr_id=20135750&sca=%EC%B0%A8%ED%95%9C%EC%9E%94&sfl=wr_name%2C1&stx=AXL18&sop=and&spt=-1034633&scrap_m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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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BA는 오늘도 열일  

 지난 크리스마스 매치 중 LA 더비에서 사용된 앵글이다. ESPN의 야심찬 도전이었지만, 반응은 좋지 못했다. 축구 경기나 미식축구 경기 등 넓은 공간에서 많은 선수들이 뛰어다니는 스포츠의 경우 이미 익숙한 앵글이기도 하다. 아예 수십 미터 위 천장에 스파이더 캠을 달아 거대한 스타디움 전체의 조감도를 잡아내기까지 하는 종목들이니, 장면을 담아내는 카메라 앵글에 있어서 그 사용 범위와 관련한 상상력의 끝을 달릴 수 있다고 하겠다. 반대로 좁은 코트에서 경기가 벌어지고, 인원은 소수이지만 2미터가 넘는 거대한 덩어리들이 엉겨 붙은 채 전력질주로 코트를 정신없이 오가는 농구에선 카메라 앵글의 사용과 관련한 자유도가 제한이 되기 마련이다. 고정된 앵글로도 속도감이 충분히 느껴지는 농구 경기 아니던가. 그런데 카메라 앵글까지 공을 지닌 선수와 같이 움직인 것이고, ‘속도감이 과하게 느껴진다’란 불만이 속출했던 건 지금에 와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였다. 선수들의 자리 변화가 심한 스포츠이기도 한 터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란 목소리도 커졌다. 여기에 어지러움 호소까지.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현재, 코로나 시대에 시청자들에게 보다 멋지며 재밌는 경기 장면을 전달하기 위해 NBA측에서 플로어에 레일을 깔고 그 위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이를 통해 시즌 티켓이 너무 비싸 엄두도 내지 못하던 VIP석, 바로 맨 앞자리에서 경기를 보면 어떤 느낌일까를 시청자들이 간접 체험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코트 반대편 선수들 그리고 공의 움직임을 카메라와 가까운 쪽 선수들이 가리는 경우가 생각보다 잦게 생긴단 단점이 있지만, 근거리 선수들의 움직임과 그 공의 움직임을 현존하는 어떤 앵글보다 생생히 전달할 수 있단 장점도 분명하다. 앞선 ESPN의 경우와 달리, 이번 카메라 앵글 실험은 시청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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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장 웨일리 v 로즈 나마유나스의 매치업이 수면 위로

 

 6. 로즈 나마유나스 v 제시카 안드라지의 2차전을 다시 보며 찾아낸 문제점인데, 나마유나스가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나마유나스 측의 전략 실패가 분명히 있었단 것이다. 나마유나스의 유려한 복싱 스킬(엄밀히 말하면 킥복싱)은 여성부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서브미션 기술이 떨어지냐. 아니다. 수준급의 서브미션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체력이 속된 말로 조루 수준인지라 봉인하고 있을 뿐. 내 친한 친구가 ‘체력도 저래 약한 친구가 체인 스모커인 것은 분명 큰 문제’라 말했고, 나도 이 의견에 동의하는 바다. 지금까지 안 끊었는데, 체력 강화를 위해 갑자기 끊을 수 있을까? 아니 그 필요성을 느끼기나 할까? :-/

 나마유나스의 리치는 165.1cm이고 안드라지의 리치는 157.4cm이다. 동체급이라 하기엔 리치 차이가 상당하다. 신장 차이도 큰데, 로즈의 키는 165.1cm이고, 제시카의 키는 157cm이다. 압도적인 복싱 스킬 차이를 염두에 둘 때 나마유나스의 기본 전략은 신장과 리치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어야 했다. 아웃복싱 스타일로 포인트를 누적하란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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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1라운드와 2라운드에선 그런 경기 운영을 펼쳤다. 안드라지는 아무런 해법도 찾지 못했다.

 3라운드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3라운드에 접어들자 로즈 측에서 맞불 작전을 냈다. 가뜩이나 체력이 약한 나마유나스임을 염두에 두면 결코 있어선 안 될 최악의 수였다. 최고 수준의 태클 방어 능력을 보유한 나마유나스가 안드라지의 태클에 무너질 정도로 체력적 한계에 봉착했음에도 그녀의 코너에서 단호한 요구를 한 것.

 안드라지와 나마유나스의 상대적 강점과 약점을 각각 살펴보자. 우선 안드라지. 강점 1. 파워 2. 체력 3. 맷집. 약점 1. 리치 2. 복싱 스킬 3. 그라운드 기술. 다음은 나마유나스 차례다. 강점 1. 리치 2. 복싱 스킬 3. 그라운드 관련 기술. 약점 1. 체력 2. 맷집 3. 파워.

 3라운드 나마유나스 측의 맞불 전략을 생각해보자면, 안드라지의 장점과 로즈의 단점이 필연적으로 만나게 된다. 3라운드에서 나마유나스의 얼굴 반쪽이 피투성이가 됐던 이유다. 사실 이렇게 될 이유는 단 하나도 없었다. 그녀에게 3라운드까지 버텨낼 체력이 없단 거 누구나 다 알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1, 2라운드보다 더 자신의 높이와 리치를 충분히 활용했어야만 했다. 극단적인 아웃복싱을 통해 점수를 쌓았어야만 했는데, 도대체 뭔 생각으로 맞불을 놓다가 두들겨 맞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안드라지의 평범한 스트레이트에도 두 다리가 잠시 풀리는 실로 아찔한 장면까지도 연출하면서 말이다. 불굴의 장 웨일리를 상대하려면 위기의 순간이 오기 마련이고, 한 수 아래의 선수를 상대로 3라운드조차 버티지 못하면 5라운드 경기를 염두에 둬야만 하는 챔피언과의 경기에서 승산이 없을 거라 봤기 때문일까.  

 

 *. 여러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복귀를 선택한 나마유나스를 열렬히 환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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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8-05 02:29:12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카카는 전성기시절 놀라움이었죠...

WR
2020-08-06 00:57:43

카카는 제가 꿈꾸던 10번의 모습을 정말 많이 보여준 선수랍니다. ㅜ-ㅜ 

2020-08-05 02:49:24

RJJ가 헨리 암스트롱의 의지를 이어 미들급에서 헤비급까지 정복하고 타이슨과 레녹스 루이스를 대전료 1억$ 제시하고 한창 부르던 시절 비합도 이에 자극을 받아 WBA 헤비급 챔피언 올렉 마스카에프에게 도전하니 마니 하던 때가 있었죠 물론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WR
2020-08-06 00:59:34

사실 전 타이슨의 자선 매치 상대가 홀리필드일 거라 예상했습니다. 금전적으로 파산에 몰린 홀리필드이기도 하기에, 설욕전이란 그림을 그려본다면 타이슨에게, 은행잔고를 염두에 둔다면 홀리필드에게, 그러니까 두 양반 모두의 이해관계를 충족시켜주지 않나 싶었으니까요. 

2020-08-05 12:32:32

이번에도 어김없이 재밌고 흥미로운 글 감사합니다. 잘봤습니당~

WR
2020-08-06 01:00:05

에이, 어김없긴요. 장문의 글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0-08-05 14:21:30

 좋은글 재미나게 잘읽었습니다~^^역시 axl님~재미집니다 ㅎ특히 축구얘기가 재미나네요

WR
2020-08-06 01:00:42

아무래도 제가 가장 사랑하고 가장 오래,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한 스포츠가 축구라 그런가 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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