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싼샤댐에 대해 알아보자.

상반기에 아낀 연차를 삼일간(월~수) 냈습니다. 그런데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계속 비만 주야장천 내리네요. 원래 3일간 서울랜드니, 역사박물관이니, 현대자동차전시관이니 하는 여러가지 그럴듯한 계획은 있었습니다. 장맛비에 처맞기 전까진... ㅠㅠ

현실은 4일간 어영부영 방콕 후 휴가 마지막 날인 오늘 어린이집에 딸을 데려다주고 17년 된 서민5호기 대수술을 위해 서비스센터에 입고시켰는데, 원래 네시간 소요된다던 작업이 두 배는 더 걸려서 저녁 6시는 되어야 한다네요. 서비스센터 고객 휴게실에 죽치고 앉아 황금(?) 같은 휴가 마지막 날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집사람은 이 기회에 차라도 바꾸자고 성환데, 지금은 곤란하니 조금 더 기다려달라고 했습니다. (돈도 없으면서 쓸데없이 씀씀이만 커가지고 적당한 차도 아닌 벤츠 어쩌고 하길래 그냥 일축해버릴 수밖에요. 휴~)

하도 비가 와서 뉴스를 보다 싼샤댐 관련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댐의 최고 수위가 175미터인데 약 10미터 남았다며, 이미 수십만의 수해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하더라고요. 사진을 보니 어마어마한 크기의 댐이더군요. 만들 때부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으로 말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혹자는 세계 최대 댐이라고 하는데, 어찌나 큰지 이 댐 때문에 지구 자전 속도를 늦추고 자전축이 약 2cm 틀어진다는 NASA의 계산 결과도 있다는 글도 보았습니다. 그래서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도대체 댐이 얼마나 커봤자 그저 건축물과 이로 인해 고인 물일 뿐인데, 댐 주변 생태계에 대한 영향을 넘어서 지구 운동에 물리적인 변화까지 줄 수 있는지 믿기지 않더라고요. 우즈베키스탄에 위치한 세계에서 4번째로 큰 호수인 아랄해의 경우 50년 전만 해도 남한 면적의 2/3 정도나 되었는데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현재는 1/10로 쪼그라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자전축이 바뀌거나 했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거든요. 그래서 한 번 알아봤습니다. 남아도는 게 시간이라.... ㅜㅜ

1. 싼샤댐(三峡大坝, Three Gorge Dam): 세 개의 협곡 댐이라고 우리말로는 삼협댐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1994년 공사가 시작돼 2009년 완공됐는데. 높이는 185m, 댐 길이는 2,309m, 너비는 135m이며, 저수지의 길이는 무려 600km인데 공사에 사용된 콘크리트의 총량이 2,800만㎥로, 만약 2m 높이로 벽을 쌓는다면 지구의 적도를 한 바퀴 둘러쌀 수 있는 양이라고 합니다. 최대 저수량은 393억톤, 최고 수위는 175m, 총 시설용량은 1,820만kW, 연간 발전량은 847억kW로 세계 최대 용량의 에너지를 발전합니다. 싼샤댐의 세계 최대 댐이라는 타이틀은 수력발전량 기준이며, 저수량이나 댐 높이, 길이 등의 기준으로는 이보다 더 큰 댐이 있다고는 합니다.

2. 최대 저수량: 393억톤

댐이 지구의 운동에 영향을 미치려면 중량에 의한 것일 텐데 싼샤댐 최대 저수량 393억톤이 얼마나 큰지 우리나라 댐과 비교해보았습니다.

우리나라 댐 자료는 수자원공사 홈페이지에서 나와 있는 전국 47개 댐의 유효 저수량을 모두 합하면 약 102억톤, 최대 저수량 기준으로는 평화의 댐 등 평소 저수량이 거의 없는 댐의 최대 수량까지를 다 더해도 187억톤 가량 나옵니다. 그러니까 싼샤댐의 최대 저수량은 한국에 있는 모든 댐의 최대 저수량을 합한 양의 두 배가 넘는 셈입니다. 확실히 대륙 스케일이죠. 싼샤댐 유효저수량은 자료 확인을 할 수 없었습니다만 유효 저수량으로 놓고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평화의 댐 등 홍수조절용 댐은 다 빠질테니 격차가 더 벌어질 겁니다.

3. 댐 크기에 대한 다양한 비교.

이처럼 싼샤댐이 무지막지하게 큰 댐인 건 알겠고, 그러면 이 괴물이 과연 지구의 자전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가 제가 궁금한 것이었습니다.

다음부터 나오는 수치는 구글링해서 받은 결과이고 어떻게 이 수치가 산출되었는지는 필요하시면 직접 검색이 가능할 겁니다.

지구의 무게는 5,972,000,000,000,000,000,000,000톤입니다.

지구에 있는 민물과 바닷물의 합계는 1,400,000,000,000,000,000톤입니다. (지구 무게 대비 0.000000234%)

이 물 중 바닷물이 98.5%인 1,379,000,000,000,000,000톤이고 민물은 2.5%인 21,000,00,000,000,000톤입니다.

민물 중 68.8%가 남북극 및 빙하 등의 영구 얼음 형태로 14,455,220,000,000,000톤이고 지하수가 30.8%로 6,461,840,000,000,00톤입니다. 그리고 강과 바다에는 고작 0.3%인 62,940,000,000,000톤이 있고 나머지 민물의 0.1%가 대기중에 수증기의 형태로 존재하는데 이게 20,000,000,000,000,000톤입니다. 즉, 싼샤댐 최대 저수량의 약 509배의 물이 대기 중에 구름과 수증기로 항상 떠다닌다는 소리인거죠.

싼샤댐의 무게는 댐 자체의 무게와 담고 있는 물의 무게의 합입니다. 댐 자체의 무게는 타설한 콘크리트의 무게로 계산해보자면 28,000,000제곱미터x2.4톤=67,200,000톤입니다. 여기에 390억톤의 물을 더하면 39,367,200,000톤입니다. 댐 자체의 무게는 최대 저수량의 물 무게의 0.17%에 지나지 않는군요.

싼샤댐과 싼샤댐 물의 합은 지구 무게의 0.0000000000006592%입니다. 너무 작아서 감이 오질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타이타닉호와 비교해보겠습니다.

타이타닉 호의 무게는 46,328톤입니다. 그램으로 환산하면 46,328,000,000g입니다. 만약 타이타닉 호가 지구라면 싼샤댐과 싼샤댐 물은 0.000305392g입니다. 쌀 한톨의 무게가 0.022g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싼샤댐과 물을 다 더한 건 타이타닉 호 위에 놓여진 쌀 한톨의 72분의 1조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쯤 되면 싼샤댐이 지구의 자전에 미치는 영향은 무의미해보지만 계속 비교해보겠습니다.

"NASA scientists calculated the shift of such a mass will increase the length of day by only 0.06 microseconds, and make the Earth only very slightly more round in the middle and more flat on the top. It will also shift the pole position by about two centimeters (0.8 inch). Note that a shift in any object’s mass on the Earth relative to its axis of rotation will change its moment of inertia, although most shifts are too small to be measured (but they can be calculated)."

(https://futurism.com/how-infamous-hydroelectric-dam-changed-earths-rotation)

위 기사에 따르자면 싼샤댐으로 지구의 자전이 0.06마이크로초가 늦어지고 자전축이 2cm 늘어난다고 합니다. 기사의 내용도 영향이 너무 미미하지만 수학적으로 계산은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0.06마이크로초면 24시간 자전인 86,400초 중 0.00000006초입니다. 즉 약 4,566년 중 1초 정도에 해당하겠습니다. (마치 체감상 제 휴가와도 같군요.)

지구의 자전축 이동을 살펴보니 다음과 같은 자료가 있습니다.

남극과 북극을 직선으로 연결한 선을 말하며 북극에서 연장하면 북극성과 거의 일치한다. 자전축은 지구의 공전 궤도에 대해 약 23.5도(Axial tilt)가 기울어져 있으며 자전축을 중심으로 지구는 하루에 한 번씩 돌고 있다. 지구 자전축과 북극성은 그 지방의 위도 만큼 경사져 있다. 자전축은 지구 적도와 직각을 유지하고 있으며, 관측자의 머리끝인 천정과 자전축은 '90-위도' 만큼 기울어져 있다. 지구 자전축 경사는 41,000년을 주기로 21.5 - 24.5° 사이에서 변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자전축 [rotation axis, 自轉軸]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261261&cid=40942&categoryId=32287)

41,000년 주기로 지구의 자전축이 총 6도 가량 이동합니다. 위도별로 1도에 대한 크기가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한데, 위도 20~25도 사이의 1도간 평균 거리는 110.7355km입니다. 이를 계산하면 매년 지구 자전축은 약 16.2미터씩 이동한다는 것이죠. 여기에서 싼샤댐으로 인해 2cm 더 차이가 난다? 이 정도면 그냥 무시해도 되겠다는 게 저의 결론입니다.

이 정도 밖(?)에 안되는 댐이 대량 방류한다고 수십만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서해 바다에 저염도화가 진행되어 양식장과 각종 어족 자원이 피해가 우려된다고 하니 인간은 얼마나 작고도 나약한 존재인가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Feat. Carl Sagan)

휴~ 이상이 오늘 휴가를 보내면서 작성한 슬픈 뻘글이었습니다. 혹시 제가 생각하지 못한 변수나 잘못 계산한 부분을 발견하시면 주저말고 태클 걸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