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스포츠) 러시아에서 나온 김연아의 후계자
가능하다면 이른 시일 내에 러시아 슈퍼 영건 3인방에 대해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또 가능하다면 피겨 경기를 볼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점프별 바른 에지 사용에 대해 정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뭔가 해보겠다고 할 때, 해본 적이 없.. :-X
앞선 얘기를 던진 이유는 러시아 재원 3인방 중 한 명인 알료나 코스토르나야의 공연에 깊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피겨를 많이 보지도 많이 알지도 못하는 저이지만, 90년대/00년대 러시아 피겨는 나름 좋아했습니다. 어느 정도였냐면, 김연아의 팬으로서 아사다 마오의 코치이자 안무가였던 타티아나 타라소바를 기회가 될 때마다 옹호할 정도였답니다. 하지만 소치 올림픽에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 당한 금메달 강탈 사건 이후, 러시아 피겨계에 대한 제 감정은 분노와 증오뿐. 시간이 많이 지났다지만 쟤들이 제게 해준 건 딱히 없는 바, 그들에 대한 분노와 증오의 감정은 사라졌지만 좋은 감정이 그 자리를 대신할 리 만무했습니다.
점프를 앞세운 기술의 시대, 가산점을 최대한 챙기기 위한 극단적인 프로그램 구성 등등. 특히 몸이 가벼운 어린 나이일수록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 고난도 점프에 영건들이 목을 매게끔 만드는 꼴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더 보지 못했던 거 같습니다. 알리나 자기토바를 만든 시스템엔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가 있었고, 알렉산드라 트루소바를 만들어낸 시스템에 알료나 코스토르나야가 있었단 사실을 말이죠.
혹자는 알료나 코스토르나야의 공연을 보며 드라마틱한 공연을 펼쳤던 전설들을 떠올립니다. 카타리나 비트에서 미셸 콴, 콴에서 김연아, 김연아에서 코스토르나야로 이어지는 계보. 혹 기술과 예술의 조화란 면에서 김연아의 후계자 알료나로 보는 게 낫지 않을까, 아니 이렇게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점프 앞뒤를 공허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트랜지션, ‘저 점프 이제 뜁니다’ 따위가 아닌 꽉 찬 안무의 향연 속에서 두려움 없이 빠른 속도로 빙판을 지쳐 충분한 가속도가 붙을 때 날아오르는 거대한 스케일의 점프, 100%는 아니지만(현재 러츠 교정 중) 바른 에지의 사용을 통한 완성도 높은 점프
-특히 복잡하게 설계된 도입부에서 볼 수 있는 트리플 악셀의 완성도는 역대 최고 수준 중 하나로 평가를 받는 느낌-
여기에 김연아가 시니어에 올라가자마자 록산느의 탱고에서 보여준 완숙미 넘치는 연기로 피겨계를 깜짝 놀래 준 것처럼 알료나 코스토르나야도 성숙한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트리플 루프-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이 시원시원해서 좋더군요. 강력한 하체의 힘을 통해 스피드를 최대한 끌어올린 상태에서 점프를 하는 터라 대단히 높게 올라간 걸로 보이는데, 그래서 그런지 앞선 콤비네이션 중 뒤의 점프, 즉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만들어낸 타노 트리플 토루프의 보는 맛이 상당합니다.
점프 사이사이까지 삽입된 숨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안무와 기술의 향연을 보고 있노라면 토탈패키지란 단어가, 그렇기 때문에 그 누군가가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제가 소치 이후 러시아 피겨계에 대해 편견을 여전히 갖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죽어가던 여성 피겨계(유럽 시장은 한참 전에 폭격을 맞은 수준이었고, 올림픽 기준 미국 시장의 시청률 급락도 처참한 실정입니다)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대단한 재원들이 그쪽에서 나오고 있단 것은 인정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네요. 생각해보면 소치에서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았어도, 그로부터 4년 뒤 자신들의 세상이 올 것이었는데 말입니다. 4년만 참으면 안 됐던 건가 지금도 분하지만, 과거 얘긴 이만하겠습니다. 계속 과거에 머무르기엔 알레나 코스토르나야의 공연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관심이 있으시다면 아직 주니어에 있지만 카밀라 발리예바의 공연도 찾아보시길. 슈퍼 영건 3인방 중 나머지 재원들은 4회전 점프로 유명하지만, 안나 쉐르바코바나 알렉산드라 트루소바의 공연은 제 취향이 아니라 패스합니다.
이제 알레나 코스토르나야의 공연을 감상해보시길 바랍니다. 초고화질입니다. :-)
글쓰기 |
알레나 코스토르나야의 공연,
4분을 쉼없이 보게 되네요..
한편에서는 실수해 라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면 위선일정도로,
잘하네요..
선이 정말 고귀하다고 할까요.. 아름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