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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비오는 날의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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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8 09:21:03

누군가를 설득하고, 애원하고, 때론 약간 겁박하면서 살아가야하는 직장 생활에 회의가 생겨 무작정 시골로 귀촌을 결행했습니다. 울산에서 이곳 창녕으로 가벼운 거처를 마련한지도 1년이 되어가네요. 삶의 후반기라 내리막을 타는 시간이 무섭게 느껴집니다. 점점 가속도가 붙는 것 같습니다.

가볍게 살아가고자 행한 귀촌이 어찌어찌하다보니 조금 무거워져 버렸습니다. 혼자서 감당하기 힘이들어 외국인 근로자 두 명을 상시 채용하고 같이 동거하는 외국인들을 일용으로 쓰고 있습니다. 모두 캄보디아인 입니다. 상근직은 평소 눈여겨봤던 친구라 성실합니다. 그런데 딱 성실만 합니다. 일머리도 부족하고, 고집도 엄청납니다. 그래서 가끔 일하다 야단도 치고 욕설도 합니다. 쌍욕은 아닙니다.

아무튼 어제 퇴근시간에 야근을 시키면서 제발 문단속 잘해달라 신신 부탁을 했습니다. 직접 시연을 해가면서 여기는 일렇게 닫고, 저기는 이렇게 하고, 기계는 이렇게 단속하고...

그랬는데..

그랬는데..

새벽 세찬 빗소리에 뭔가 쎄한 느낌이 들어 부랴부랴 사무실에 나와봤더니

창고는 비가 들어쳐 물바다요, 사무실 창문은 열려있어 노트북 위에 물이 흥건합니다.

야근하면서 시켜먹은 치킨 잔재는 사무실 쓰레기 통에 처박혀 있습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밉니다.

한 두번도 아니고, 아침 출근이 힘들 것같아 태우러 간다고 전화를 했더니 택시 불러 놨다네요. 그래도 기특하다 싶었는데, 잠시 후 문자가 울립니다. 회사카드로 결제~ 카드를 다시 뺏어야하나 고민 중입니다.

아침에 잔소리를 좀 했습니다. 알겠다고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제발 좀 깨끗하게 쓰자.

그리고 사무실에 들어 섰더니 그 놈들이 쓰고 온 우산을 내동댕이 쳐 놨습니다. 컨테이너 사무실 바닥에 물이 흥건~~~

아...

가볍게 산다는 건 결국 버리고, 쳐내고, 내려 놓고 해야 하는 거겠죠. 살아가야 할 방편을 지녀야 하는 동안은 가볍게 살 수 없을 듯 합니다.

밑 게시글에 창녕분이 계시더군요. 반갑습니다.

창녕에 산다는 것이 참 쉽지 않더군요. 어딜가나 존재하는 박힌 돌과 굴러온 돌의 의식도 그러하고, 마을 분들과 조금 친해졌다 싶으니 아예 사생활이 실종 되네요. 샤워 중인데도 벌컥 문을 열고 들어서는 할머니들 때문에 노이로제 걸리겠심더. 그 뿐만 아니라 왜 제가 키우는 강아지에게 머리 통만한 삶은 양파를 주시는 지..먹고 남은 수박은 또 왜 주시고... 사료만 먹을 권리를 박탈당한 강아지에게 깊은 미안함을 표합니다. 그런 걸 줘 놓고 개가 밥을 안 먹는다고 사려를 주지 말라는 할머니들~ 개가 안먹게 아니라 못 먹는 겁니다.

아무튼 비오는 날 하소연 함 해 봤습니다.

다음 부턴 일기는 일기장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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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0-08-08 09:33:48

저도 인연이 있어 어릴때 창녕에 참 많이 다녔었습니다.

가장 힘든게 사람과의 관계죠......
슬기롭게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비 많이 온다는데 조심하시구요.

WR
2020-08-08 12:06:43

넵 따뜻한 격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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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8 09:49:59

귀촌을

도시와 가까운 창녕 도천면과 먼 고향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고향으로 왔네요

고향에서도 원래 살았던 동네로는 다시 가는걸 꺼려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꼭 시골에 사업체를 운영하는게 아니더라도

동네주민들과 지나친 얽힘을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많다는거겠죠

 

더해서 외국인까지 같이 생활하며 관리해야 한다면.... 아휴 그 심정 이해공감합니다 

그런데 아직 회사에 대한 책임감 같은건 있어보이지 않는 상태서 

회사카드를 맡기기엔 너무 빠르지 않나요?

WR
2020-08-08 12:01:01

제가 도천면에 터를 잡았습니다. 빈집도 많고, 낙동강도 있고, 울산과도 가깝고 해서요.
카드를 만들어 준 건 얘가 항상 현금을 사용해서 물어 보니 카드가 없다면서 부러워 하더군요. 너도 우리 회시의 일원이니까 책임감을 좀 가져 달라는 당부의 심정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조금 더 지켜 볼 생각입니다.

1
2020-08-08 09:57:34

창녕에 들어온지 어느덧 6년이 되었네요.

특별히 연고가 있는것도 아니고

지도를 보면서 대구(본가), 마산(처가) 딱 중간지점을 찍어서 선택한 곳입니다.

 

40여년 인생에 가장 나쁜 사람을 여기서 만나서 인생수업을 했습니다.

 

반대로 좋은 사람도 만나서 지금은 잘지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사람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상처를 덜받게 되네요.

 

제 고향은 대구지만 제 여섯살 딸의 고향은 창녕입니다.

객지라면 객지지만 이제는 그렇게 생각 안할려고합니다.

 

비가 그칠 생각을 안하네요. 

비조심하시고 나이테68님 꼭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저도 프차에 일기 종종 적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고 외칠 수 있는곳이 여기만한 곳이 없습니다.

 

힘내세요.

 

WR
2020-08-08 12:05:56

감사합니다. 저도 학교는 대구 경산에서 다녔습니다. 여기 프차에서 한 때 유명했던 부활**님의 선배이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연고가 없는 곳에 터를 내리는 것도 모험이면서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 같습니다. 과거 내가 알던 자신과 또다른 나를 발견한다고 할까요~ 요즘은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습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카이서스님 가족 분들도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2020-08-08 12:25:19

 어찌보면 연고가 없는 곳에 터를 내리는 것도 모험이면서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 같습니다. 과거 내가 알던 자신과 또다른 나를 발견한다고 할까요~ 요즘은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습니다.  

<== 딱 제 상황과 같습니다. 

더군다나 올해는 일을 벌이고 있어서 걱정이 크기도 합니다.

다만 모험을 안하고는 죽도 밥도 안될거 같더라구요.

한 3~5년은 죽었다 생각하고 해 볼 생각입니다. 

 

나이테68님 하시는 일 잘되시길 바라겠습니다.

 

%% 저도 곧 외국인을 고용해야하는 입장이라서 본문의 글이 남일 같지 않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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