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비오는 날의 넋두리~
누군가를 설득하고, 애원하고, 때론 약간 겁박하면서 살아가야하는 직장 생활에 회의가 생겨 무작정 시골로 귀촌을 결행했습니다. 울산에서 이곳 창녕으로 가벼운 거처를 마련한지도 1년이 되어가네요. 삶의 후반기라 내리막을 타는 시간이 무섭게 느껴집니다. 점점 가속도가 붙는 것 같습니다.
가볍게 살아가고자 행한 귀촌이 어찌어찌하다보니 조금 무거워져 버렸습니다. 혼자서 감당하기 힘이들어 외국인 근로자 두 명을 상시 채용하고 같이 동거하는 외국인들을 일용으로 쓰고 있습니다. 모두 캄보디아인 입니다. 상근직은 평소 눈여겨봤던 친구라 성실합니다. 그런데 딱 성실만 합니다. 일머리도 부족하고, 고집도 엄청납니다. 그래서 가끔 일하다 야단도 치고 욕설도 합니다. 쌍욕은 아닙니다.
아무튼 어제 퇴근시간에 야근을 시키면서 제발 문단속 잘해달라 신신 부탁을 했습니다. 직접 시연을 해가면서 여기는 일렇게 닫고, 저기는 이렇게 하고, 기계는 이렇게 단속하고...
그랬는데..
그랬는데..
새벽 세찬 빗소리에 뭔가 쎄한 느낌이 들어 부랴부랴 사무실에 나와봤더니
창고는 비가 들어쳐 물바다요, 사무실 창문은 열려있어 노트북 위에 물이 흥건합니다.
야근하면서 시켜먹은 치킨 잔재는 사무실 쓰레기 통에 처박혀 있습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밉니다.
한 두번도 아니고, 아침 출근이 힘들 것같아 태우러 간다고 전화를 했더니 택시 불러 놨다네요. 그래도 기특하다 싶었는데, 잠시 후 문자가 울립니다. 회사카드로 결제~ 카드를 다시 뺏어야하나 고민 중입니다.
아침에 잔소리를 좀 했습니다. 알겠다고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제발 좀 깨끗하게 쓰자.
그리고 사무실에 들어 섰더니 그 놈들이 쓰고 온 우산을 내동댕이 쳐 놨습니다. 컨테이너 사무실 바닥에 물이 흥건~~~
아...
가볍게 산다는 건 결국 버리고, 쳐내고, 내려 놓고 해야 하는 거겠죠. 살아가야 할 방편을 지녀야 하는 동안은 가볍게 살 수 없을 듯 합니다.
밑 게시글에 창녕분이 계시더군요. 반갑습니다.
창녕에 산다는 것이 참 쉽지 않더군요. 어딜가나 존재하는 박힌 돌과 굴러온 돌의 의식도 그러하고, 마을 분들과 조금 친해졌다 싶으니 아예 사생활이 실종 되네요. 샤워 중인데도 벌컥 문을 열고 들어서는 할머니들 때문에 노이로제 걸리겠심더. 그 뿐만 아니라 왜 제가 키우는 강아지에게 머리 통만한 삶은 양파를 주시는 지..먹고 남은 수박은 또 왜 주시고... 사료만 먹을 권리를 박탈당한 강아지에게 깊은 미안함을 표합니다. 그런 걸 줘 놓고 개가 밥을 안 먹는다고 사려를 주지 말라는 할머니들~ 개가 안먹게 아니라 못 먹는 겁니다.
아무튼 비오는 날 하소연 함 해 봤습니다.
다음 부턴 일기는 일기장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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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인연이 있어 어릴때 창녕에 참 많이 다녔었습니다.
가장 힘든게 사람과의 관계죠......
슬기롭게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비 많이 온다는데 조심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