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알다가도 모를 HDMI 분배기

코로나19로 인해서 극장 나들이를 못하는 기간이 계속되자 3월말에 집에 120인치 스크린에 프로젝터를 들였습니다. 리시버에 프로젝터와 TV를 둘 다 물려야 하는데 리시버의 출력 단자가 하나라서 HDMI 분배기를 구매해서 둘을 연결해서 쓰고 있었죠. 분배기를 구매하는 데 한 번의 실패는 있었습니다. 분배는 되는데 TV와 프로젝터를 둘 다 켜야 하는... 하나를 끄면 나머지도 꺼지고. 이거 대체 뭔 ㅂㅅ같은...그렇다고 둘 다 켜 넣고 볼 수도 없고, 둘 다 켤 필요가 없잖아요? 하나는 안방 하나는 거실이면 모르겠지만 같은 거실 공간에서. ㅋㅋㅋ

그래서 반품하고 새로 구매한 것이 지금 쓰고 있는 것인데, 이게 처음에는 만족스럽게 분배도 잘 되고 TV든 프로젝터든 둘 중 내가 원하는 것으로 출력도 할 수 있고 좋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게 6월 어느 날 갑자기 한 쪽이 안나오더라구요.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던데, 그래서 조치도 못하고 프로젝터를 볼 때는 분배기 출력단 중 나오는 쪽에 프로젝터를 연결하고 TV볼 때는 TV를 그 출력단에 연결하는 수고를 해왔습니다. 이거 뭐 연장선 밖에 안되는 거죠. 그래도 리시버 뒤쪽 출력단에 번갈아 연결하는 것 보다는 나아서 그렇게 해 왔습니다. 주로 프로젝터는 제가 이용하기 때문에 제가 보고 나서는 아내나 딸내미들이 TV를 볼 수 있도록 다시 바꿔놓곤 했죠.

며칠 전, 제가 프로젝터를 사용하고 나서 TV로 연결을 바꿔 놓는 것을 깜박 잊고 외출을 했습니다. 그리고 돌아 왔는데 큰 애가 TV를 보고 있더군요. 어? TV가 안나왔을텐데 얘가 어찌 알고 바꿨지? 하며 딸애에게 저 분배기 연결 니가 알고 바꾼거야? 하고 물었더니 아니? 난 그냥 집에 와서 TV를 켰을 뿐인데? 하더라구요. 아 내가 바꿔 놓고 바꾼 걸 기억을 못하는 건가? 싶었습니다. 그럼 그렇지, 내가 안바꿔 놨을 리가 없지 하면서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상하다? 분명히 안바꿨는데 싶은 생각이 드는겁니다. 그래서 분배기 연결 상태를 확인해 보니, 역시 한 쪽 나오는 쪽에는 프로젝터가 제가 연결해 놓은 출력단에 그대로 연결되어 있고, TV는 그 동안 안나오던 출력단에 연결이 되어 있더군요. 역시 지가 안바꿔 놓았다는...

응? 뭐지 싶어서 TV를 켜 놓은 상태로 프로젝터를 켜 보니 어라? 둘 다 출력이 정상적으로 되고 있네요. 그 뒤로도 며칠 동안 계속 확인을 해 보는데, 여전히 두 출력단이 모두 정상적으로 잘 동작합니다. 그래서 분배기 연결을 일부러 바꿔줄 필요가 없는 당연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네요.

참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잘 되다가 안되는 것도 어느날 갑자기, 또 안되다가 잘 되는 것도 어느날 갑자기. 또 언제 갑자기 또 안되는 날이 될런지. ㅋㅋㅋ

암튼 지금도 소파에 앉아서 분배기 건드릴 필요없이 프로젝터 켜고 넷플릭스 시청붕이라는. 원래 이렇게 편한게 당연한건데 뭔가 이렇게 잘 되는 것이 감사하기까지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