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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반반 수필] 존재의 이유 (09.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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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9-12 10:52:51
  • 2020년 9월 8일 화요일 오후, dp 서버에 부하가 크다는 이유로, "상호차단" 리스트의 초기화가 단행되었습니다. 다행히도 그보다 얼마 전, 한번의 공지가 더 있었기에 그 때 "상호차단" 리스트를 "글 가리기"로도 적용해놓았던 탓에 캡쳐를 하거나, 오피스 프로그램에 붙여넣어 관리할 필요까지는 없었습니다. 다만 얼마나 차단했는지 확인하려고 게시판 어느 글에 댓글로 달렸듯, 엑셀(정확히는 구글독스의 스프레드 쉬트)에 붙여넣어 보았더니 거의 1년 날짜와 맞먹는 숫자였더군요. 우습게도 "상호차단"과 "글 가리기" 숫자는 1개 차이가 났습니다.
 
  • 켜켜히 쌓인 세월의 흔적을 무릅쓰며 또다시 누구에게 "상호차단"을 걸지 살펴봅니다. 그 와중에도 또렷이 기억이 남는 사람들도 있고, 누구였더라 싶은 닉네임도 있습니다. 고민할 필요 없이 이 곳을 떠난 사람들도 있었죠.
 
  • 하나하나의 닉네임을 눌러 프로필을 살펴보는 것은 대단히 귀찮고 또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 절차는 단절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생각으로 하나씩 눌러 팝업 창을 봅니다.
 
  • "왜 이런 일을 하고 있을까, 미련하게." 하는 생각이 들게 마련입니다. 몸 상태는 며칠째 최악입니다. 2주 하고도 며칠 전부터 아팠던 몸은 그로부터 1주일이 지나 환부에 물집이 잡히면서야 '대상포진'이라는 진단을 받았죠. 지난 주말에는 갑자기 몸살 감기 증상이 심하게 왔는데 오늘 아침에는 정기적으로 진찰을 받아야 하는 피부과 진료를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질병관리본부 콜센터에 전화상담까지 받았습니다. 역학적으로 관련성이 적어 보이니 내과 진료를 받거나, 혹시 거부된다면 '국민 안심병원'을 찾아보라는 얘기를 듣고서야, 그나마 안심하며 내과를 거쳐 피부과 진료까지 받고왔으니 몸은 축축 늘어졌습니다. 침대에서 전화로 dp 게시판을 보다가 리스트 리셋이 되었다는 걸 알고 무거운 몸을 일으켜 1년 날짜에 버금가는 닉네임을 확인하자니 회의가 드는 것이 당연하겠죠.

  • 왜 이런 일을 하고 있을까, 미련하게도. 작년까지만 같았으면 굳이 이러지 않았어도 됐습니다. 그냥 다른 곳을 찾아 떠났어도 됐을 일입니다. 이미 올해 상반기에만도 질병 앞에 "우한"을 붙여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던 몇 군데는 단칼에 발걸음을 돌려버렸습니다. "그런데 왜 이곳은 다른가." 생각을 해봅니다. 
 
  • 잠깐 다른 사람들의 얘기로 빠져봅니다. 요즘 들어 각광받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의 얘깁니다. 구독자를 확보하고 시청자를 늘리기 위해 이들은 끊임없이 "컨텐츠"에 집중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상에서 약간의 변화가 있어도 '컨텐츠 감'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하는 얘기를 몇몇 채널에서 들었습니다. 이런 쓸 데라곤 하나도 없는 글을 길~~~게 적고 있는 나의 모습과 겹쳐보입니다. 
 
  • 애당초 <연습장>에 이 글을 적기 시작한 이유가 바로 '주말에 [주간 코로나-19]를 발행하기 위해서 "반반 충족용" 글을 써야 하는데 오늘 상황을 적어 보면 좋겠다' 라는 얄팍한 생각에서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고, 아무와도 약속하지 않았건만 이미 10주간 발행했던 [주간 코로나]와 3주 넘게 날마다 발행하는 [호외 코로나]는 내게 dp를 특별한 곳으로 의미를 두게끔 했습니다. 그래서 아파도, MLB 중계가 있어도, 게시물을 쓸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1. ※ 이 글은 9월 8일에 씌여진 것을 그대로 수정하지 않고 올립니다. 따라서 새벽에 적은 편지를 부치기 전에 다시 읽어보면 부끄러워지듯, 지금 다시 읽자면 적잖이 부끄러운 부분이 있고, 굳이 적지 말았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곳도 있습니다.
  2. ※ 상호차단 리셋 후 며칠이 지나면서 관련하여 많은 의견들을 접했습니다. 그 중 '상호차단이 세자릿 수면 온라인 커뮤니티 생활에 부적합하다' 라던가 '상호차단을 왜 자랑하는가' 등등의 의견을 보았습니다. 해당 의견을 개진하신 분들은 이 글을 읽으시면 불편하실 수도 있겠으나, 그냥 당일 제 솔직한 심경이 담긴 글이니 이해해주시기를 부탁합니다.
  3. ※ 반반이란 머릿글을 달고 나오는 제 글은 모두 '불순한' 목적을 담고 있습니다. 널리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님의 서명
    [닉네임 이력]
    에스까르고 : 〔2007. 10. 18 - 2020. 09. 16.〕 〔2020. 09. 23. ~ 2021. 03. 22.〕〔2021. 04. 08 - 〕
    Mr.에스까르고 : (2020. 09. 16. - 09. 22.) 【Mr.기념 주간】
    Mr. 에스까르고 : (2021. 03. 22. - 2021. 04. 07.) 【Mr. 투쟁 기간】
    [주요 글] 일간 코로나-19, 주간 코로나-19, 반반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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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s
    1
    2020-09-12 19:33:05

    건강 잘 챙기셔야겠습니다
    근데 코로나 통계 정도는 차한잔에 올려도 될 듯 하기도 한데...

    2020-09-12 22:05:40

    저도 글가리기를 하며 '이게 무슨 짓인가...'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내 시간은 소중한다'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코로나 현황과 반반수필 잘 보고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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