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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편견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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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8 11:02:55

작은 도서관 소풍 이야기입니다.

8월 5일 개관을 할 때까지 정말 많은 분들이 자원봉사를 해 주셨습니다. 

대부분 대학생들이었지만 일부 일반인들도 계셨습니다.

대학생들 중 많은 학생들이 남구 자원봉사센터에 봉사자로 등록하고 자원봉사를 하게 되면 자원봉사 시간을 받는 그런 시스템이 있다는 것도 저는 사실 처음 알게 되었지요.

특히 저희 소풍에 오는 학생들 중에는 인근에 있는 3개 대학교에서 자원봉사를 많이 왔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 제일 가까운 대학교에서 많이 왔는데 그 학교는 사실 저희가 고등학교 다닐 때 전문대학이었고 이후에 4년제로 전환이 된 대학이라 그렇게 좋은(?) 대학이라는 인식이 없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봉사활동을 하던 중에 서로 대화를 들어보면 다른 대학의 학생들이 이 대학의 학생들을 조금 낮게 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졸업에 필요한 자신의 봉사시간을 채우고 나면 연락을 끊는 것이 대부분인데 자신들의 봉사시간을 다 채우고도 계속해서 소풍의 일을 돕겠다는 학생들이 세 명 있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제게 시간이 부족하다며 시간을 좀 더 줄 수 없느냐는 부탁을 하기도 하고 왜, 빨리 봉사시간을 등록해주지 않느냐고 항의를 하기도 했지만 이 친구들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알아서 도서관의 구석구석을 청소하기도 하고 책을 빌리러 오는 아이들에게 책도 골라주고 하더니 조심스럽게 자기들도 "어깨동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어떤 과목을 가르칠 수 있냐고 했더니 많이 부끄러워하면서 한 친구는 역사, 두 친구는 수학을 가르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저희 소풍의 다른 자원봉사자 분께 했더니 그 학생들의 학교를 물어보고는 약간 눈쌀을 찌푸리더군요.

저는 사실 어려운 아이들에게 당장 성적을 올리는 공부는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함께 사는 것, 즉 누군가가 나와 함께 하고 있고 또 누군가를 위해서 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것이지요.

저는 "어깨동무"가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로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설령 그 대학생 친구들이 남들이 보기에 일류대학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인성이라면 충분히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서 시작을 했고 가르치는 대학생들이나 배우고 있는 학생들 모두 기쁘게 만나고 즐겁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성적이 모른 것의 척도가 되는 세상은 천민자본주의가 만들어 가는 세상이지요.

우리가 남의 것을 빼앗고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만 한다면 세상은 아무런 희망이 없는 것이지요.

조금 불편하더라도 서로에게 어깨를 내어주고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 보다 중요합니다.

지난 번 글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소풍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낡은 옷을 입어 초라한 행색을 한 사람에게도,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도, 많이 배우지 못한 사람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소풍은 문을 활짝 열고 기다릴 겁니다. 

나이가 들어서 결혼을 한 탓인지 아내는 둘 만의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투덜대긴 하지만 늘 큰 힘이 되어줍니다.

도서관 초기 설립자금에 무려 2천만원을 아무 말 없이 기부하기도 했구요.

방금 또 인도네시아 출신의 어머니가 아이를 맡기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소풍이 종교와 문화에 상관없는 편한 공간이 되는데는 디피 회원님들의 응원과 관심이 큰 힘이었고 앞으로는 그럴겁니다. 

다들 고맙습니다.

 

 

 

님의 서명
철학자는 세상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칼 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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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2
2020-09-18 11:05:11

언제나 소중한 이야기를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 대단한 대학생들이네요.

본받도록 애써야겠습니다.

WR
4
2020-09-18 11:07:24

네 좋은 학생들입니다. 오늘도 아침 일찍 나와서 책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고마운 일이지요. 


8
2020-09-18 11:06:20

따뜻하고 훈훈한 이야기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WR
1
2020-09-18 11:07:46

늘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5
2020-09-18 11:07:35

좋은 글 추천드리고 갑니다. 사람이 중요한 것인데, 그걸 간과하고 살고있는 요즘이네요..

WR
1
2020-09-18 11:08:26

고맙습니다. 

진짜 요즘은 일등이 아니라 인성이 중요하다는 걸 느낍니다.

1
2020-09-18 11:12:28

용당쪽인가요? 그리고 학부모들이 착각하는게 있는데 아이의 성적이 최상위권이 아니라면 하위권 대학의 애들이 애들을 더 잘 가르칩니다. 이전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고 있는 상태라서 그 방법을 알려주려고 하는 반면에 상위권 애들은 기초수준이 달라 지금 수업받는 애가 이걸 모르는건지 이해 자체를 못하기때문에 수평선을 걷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그 정도로 봉사하는 분들이라면 그런식의 편견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좀 특이하기도 하군요. 

15
2020-09-18 11:14:31

 바람62님의 글들이 가장 프차적인게 아닌가 자주 생각합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WR
2
2020-09-18 11:16:38

고맙습니다. 어쩌다 보니 소풍이 마치 디피의 도서관이 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4
2020-09-18 11:21:29

크으~~ 디피의 도서관 “소풍”... 시적이에요 좋네요

WR
2020-09-18 14:35:25

네 디피의 많은 회원분들이 도와주셨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7
2020-09-18 11:15:58

더불어 사는사회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회사생활 32년차인데 그동안 같이 지내본 사람들을 보면 지식보다는 인성이 우선인듯 합니다.
지식은 보완이 되지만 인성의 보완은 쉽지가 않으니까요.

WR
1
2020-09-18 11:23:32

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32년 회사 생활이시라니 대단하시네요. 전 사업이란 걸 15년 정도 하는데도 너무 힘이 들더군요. 

4
2020-09-18 11:20:14

추후에 저런 학생들이, 사회의 큰 주축을 담당하길 바랍니다.

WR
2020-09-18 11:20:55

네 꼭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1
2020-09-18 11:21:06

사람이 중요한거지 백그라운드가 뭐가 그리 대단하겠습니까

WR
2020-09-18 11:22:16

네 그렇지요. 

6
2020-09-18 11:25:12

한국 사회의 이른바 가방 끈 길다는 자들이 사회 곳곳에서 보여주는 행태를 보면, 근본적으로 교육과정 자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곤 합니다. 

바람62님이 하시는 작은 도서관 일이, 작은 곳에서나마 그러한 문제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을 길러낼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응원합니다.

WR
2020-09-18 11:27:14

응원 감사합니다. 조금이나마 사람들에게 따뜻한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1
2020-09-18 11:26:37

정말 의미있는 일을 하시면서 사시는군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금요일입니다. 감사합니다.

WR
2020-09-18 11:27:58

사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오늘이 토요일인 줄 알았습니다. 도서관을 개관하고 나니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가는군요. 응원 감사드립니다. 

2
2020-09-18 11:30:59

소풍 덕분에 또하나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WR
2020-09-18 11:32:19

고맙습니다. 늘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있습니다.

1
2020-09-18 11:32:13

눈가가 촉촉해지고 가슴이 따듯해지네요.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WR
2020-09-18 14:34:45

고맙습니다. 저 역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1
2020-09-18 11:32:49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WR
2020-09-18 14:34:54

고맙습니다. 

2
2020-09-18 11:44:04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친구들한테도 학벌을 갖고 따지다니......

뭐부터 잘못되었다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국내 최고라는 서울대 나온 사람들도 머리에 띠두르고 멍멍소리하고 다니는 세상인데

그런분들이야말로 세상 보는 시각이 너무 우물안 개구리 아닌가 싶습니다. ㅎㅎ

WR
2020-09-18 14:36:21

저 역시 마음 속에 그 친구들이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 걱정한 적이 있는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고맙습니다.

1
2020-09-18 11:58:24

작은 도서관 이야기 잘 보고 있습니다. 이런 따뜻한 얘기 디피에서 좀 자주 봤으면 좋겠습니다.

WR
2020-09-18 14:36:59

네 고맙습니다.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소풍이 되기를 늘 응원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1
Updated at 2020-09-18 12:09:23

이게 다 바람님의 인복 입니다. 좋으시겠습니다 ^^
저도 선입견에 치인다고 생각해 미국으로 이주했지만, 이 곳은 더 켜켜이 선입견이 쌓여 이미 벽이 된 것 같더라구요. 하지만 그런 벽을 허물어 갈 수 있었던 것은 열린 마음과 진심이 보이는 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친구들 곁에 두셔서 좋으시겠습니다. 부럽습니다. ㅎㅎㅎ

WR
1
2020-09-18 14:43:02

미국이시군요. 전 여러가지 이유로 미국을 한번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언어적 장벽보다도 그들의 문화적 장벽이 너무 마음에 와 닿지 않더군요.

기회가 될 것 같지는 않지만 기회가 된다 해도 가보기는 어려울 것 같은 나라이긴 합니다.

고맙습니다.

1
2020-09-18 12:09:25

쉽지 않은 일을 하고 계시네요. 존경합니다~~~

WR
2020-09-18 14:43:48

아이구 존경받을 일은 아니구요. 나이가 들어서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것 같은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함께 해 주시고 있구요. 고맙습니다. 

1
Updated at 2020-09-18 15:25:10

이런 좋은 공간과 일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계신 분이 있어 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각자 삶의 무게가 버거워 미처 옆을 못 보고 앞만 보고 가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의 손을 붙잡는 학생들이 있군요.
부끄럽고 존경스럽습니다.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WR
2020-09-18 14:44:19

고맙습니다. 많은 이들이 함께 해 주셔서 소풍이 좋은 공간이 되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2020-09-18 12:25:39

저희 회사에도 고졸직원들이 있습니다. 가끔 저도 모르게 그들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것 같아 반성합니다. 

좋은 경험글 감사합니다.  

PS) 예전에 한번 저의 미천한 재능(프로그래밍 경력및 경험을 이용한 강의) 을 혹시 기부할떄가 있을까 하고 검색해본적이 있었는데 가까운곳에 마땅한 곳이 없어서 그냥 포기한적이 있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소풍위치를 검색해보니 부산이신것 같네요 좀 멀어서 아쉽습니다. ^

WR
2020-09-18 14:47:04

네 부산입니다. 언제 오실 일 있으면 한번 오시면 맛있는 커피 대접하겠습니다.

사실 저 역시 늘 편견을 버리려고 하지만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1
2020-09-18 13:01:12

오...존경합니다...대단한 일을 하시는군요...
전 죽었다 깨어나도...못할듯....

편견은....편견이라는 단어를 이해못해야....없어질거 같아요....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대부분 편견이더라구요......

WR
2020-09-18 14:48:31

아이구 무슨 과찬의 말씀을요

소풍을 통해서 저 역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편견을 버리려는 노력 또한 소풍에서 실천하고 있구요.

누구에게나 쉽지 않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1
2020-09-18 13:49:16

저 역시 편견을 가지고 행동하지는 않았는가 다시금 돌아보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추천 꾸욱 누릅니다!!

WR
2020-09-18 14:50:39

누구나 다 편견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렇기도 하구요.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 행여 교만하거나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만 

자신있게 아니라고 말할 수는 결코 없는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깎이고 깎여서 행여 타협하는 것이 아니기를 스스로에게 되묻는 것이 다반사이기도 하구요.

응원 고맙습니다.

1
2020-09-18 15:49:57

 삶 속에서 많은 시간을 들여 쌓은 소중한 이야기를 이렇게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WR
2020-09-18 16:10:35

고맙습니다. 저 역시 매일 배우고 있습니다. 

1
2020-09-18 17:14:39 (211.*.*.248)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글입니다. 고맙습니다.

WR
1
2020-09-18 17:17:27

고맙습니다. 

1
2020-09-19 21:20:09

이렇게 추천하고 싶어 로그인하게 만드는 곳이 디피인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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