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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전문대 전산과 나온 꼰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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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9-23 18:45:44

학교 등록금은 아버지가 마련해주셨고

부산 영도에 있는 나무로 된 옛날 일본식 주택에 자취하면서

나머지 생활비는 제가 알바 뛰면서 벌었습니다만 ,

그 시절 알바가 자갈치 시장에서 비린내 뿜뿜 풍기는 생선 상자 나르거나

공사판 노가다 알바 , 아니면 술집 서빙, 식당 주방 보조였습니다.

지금 같은 편의점들이나 프랜차이즈 커피숍 , 식당들은 거의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97년 2월에 졸업하고 나와

친구, 선배들 있는 컴퓨터 상가에 눈치밥 먹으며

점심, 저녁만 먹는 무임금 알바 뛰었구요 ,

모 소프트 회사 개발팀 들어가서

월급 50만원에 야근 , 주말 특근해서 70만원 받다가 

97년 11월 IMF 터졌고 납품할데를 못찾아서 회사에서 98년 반강제 퇴사합니다.

손바닥만한 회사인데도 대놓고 해고하는 배짱은 없어

사람 쫓아낼려고 별의별짓을 다 하더군요.

참 눈치 없다는 핀잔 한마디에 두손 두발 다 들고 나왔습니다.

 

김대중 정부에서 실업자 재취업교육 마련해줘서 낮에는 그거 들으면서

밤에는 새벽 5시까지 알바 뛰었습니다.

해고가 아닌 자진 퇴사라서 실업급여 대상도 아니었기 때문이죠.

 

일요일에 자고 있으면 너무 피곤해서 눈물이 펑펑 흘러나오던 시절이었고

어쩌다 돈 아껴서 X데리아 데리버거 하나 사먹으며 참 좋다~ 했었죠.

알바 자리가 끊기면 배가 너무 고파 눈을 허옇게 뜬 채로 길에 동전 떨어진게 없나

살펴 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1년 반 정도 버티다 운좋게 대학교 입시. 학사 프로젝트하는 

모 업체에 들어가서 전국을 돌며 프로젝트 개발을 합니다.

 

하지만 ...

1년반 정도 지난 2001년 5월부터 회사 돌아가는 낌새가 수상하더니 

한달씩~ 월급이 밀리더니 결국 2002년 1월 사장이 돈 없다고 배째라 시전합니다.

결국 본의 아니게 제가 앞장서서 체불임금 회수 위원회 만들어서 총 73명의 체불임금을

받기 위한 싸움을 시작합니다. 그나마 괜찮은 노무사님 만나서 3년 동안 싸워 다 받아냈습니다.

 

그런데 , 3년 동안 체불임금 회수에 앞장서는 과정에서

반지하방 방세를 비롯한 생활비가 없어 마이너스 통장에 빠져 허우적대었습니다.

또 그 3년 동안 다시 들어간 회사에서 체불임금 터지고 , 또 터지고 ...

2000년대 중반 까지 악착같이 싸우고 따지면서 살아왔습니다.

 

3년 동안 싸운 끝에 체불임금은 다 받아냈지만 마이너스 통장 갚고나니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부모님댁에 같이 살며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던때 였습니다.

 

악착 같이 성실히 살다보니 모 대기업에서 제 실력을 좋게 봐주시게 되고

운좋게 거기서 정직원으로 7년 정도 일했습니다만 ,

대기업에서는 받는것만큼 제가 포기해야할것은 시간과 에너지였습니다.

평균 퇴근시간이 새벽 2시, 3시였고 기본 운영 업무에 프로젝트까지 두세개 맡게 되면

6개월동안 10 키로 이상 빠지는건 기본이었습니다.

거기다 고생한만큼 보상도 오는게 아니었던지라 불만만 쌓여가서

얼른 혹성탈출하자는 심정으로 결국 정리하고 나왔습니다.

 

지금은 모 중소 SW 업체다니며 국산 중대형 세단 굴리고 있습니다만 ,

이렇게 살아온 꼰데도 있다는 점만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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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4
2020-09-23 18:47:46

꼰대라니여..여튼 훌륭하십니다

WR
2020-09-23 22:45:17

말씀 고맙습니다.

그저 평범하게 살아온 인생이라 봅니다.
4
2020-09-23 18:47:54

화이팅입니다.
이제 다들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을 듯 하지만 그 날들이 행복하시기를

WR
2020-09-23 22:50:05

말씀 고맙습니다.

말씀 들어보니 신해철이 부른 50년후의 내모습이 생각나네요.

7
Updated at 2020-09-23 18:49:23

좌절하셨을 텐데도 계속 다시 시작하면서 열심히 살아오신 당신께 큰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WR
2020-09-23 23:11:50

좌절 많이했죠, 

그럴때 마다 속으로 

  나 안죽어!! 이 X 같은 세상 ,  나 안죽어!! 

이렇게 부르짖으며 버텼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2
2020-09-23 18:49:00

 비슷한 꼰대 산에 살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씽.......눈물 나올뻔

WR
2020-09-23 23:09:52

힘 내입시다~ 아자 !!! 

2
2020-09-23 18:51:39

IMF 앞뒤로 낀 전산쟁이들은 테크트리가 다 비슷하네요.
 

WR
2020-09-23 23:09:24

우리세대 전산쟁이들은 모두 다 비슷비슷한 테크트리죠. 

2
2020-09-23 18:52:18

다들 한 인생 살아오신건대 왜 비아냥대는지 모르겠네요.
힘든 세대를 관통해서 또다른 힘든 세대를 지나는 중인데요.
앞으로 백세대가 지나도 마찬가지 입니다.
앞으로도 더욱 힘내요.

WR
2020-09-23 23:08:49

넵, 말씀 고맙습니다. 

3
2020-09-23 18:53:19

다른 분들의 어려움까지 챙기시고 열심히 살아오셨네요. 

 

저도 같은 업계다 보니 임금 체불로 이직을 여러번 한 안타까운 분들을 여럿 봤습니다.

같이 일하다 보면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후에 더 큰 회사를 찾아가려는 성향이 큰 듯 해서 

서류 검토 시 고민을 했던 일들이 기억나네요 ㅠㅠ

WR
1
Updated at 2020-09-23 23:08:37

말씀 고맙습니다. 

회사 망해가는 상황에서 차장, 과장, 대리들도 많은데 아무도 안챙겨려들고 

부장급, 이사급들은 변호사 대동해서 사장을 협박하며 자기들 몫만 챙기더군요.

보다 못해 담달 대리 진급 대상이었던 제가 나서고 말았습니다.

8
2020-09-23 19:01:20

짧지만 강렬한 필체에 묵직했던 삶이 느껴집니다.

우리세대는 공정하지 못했어요. 요즘 젊은 친구들은 그걸 잘 모르더군요. 기성세대는 무조건 일자리가 많았다.기성세대에 대한 부러움이 넘치고 있는점이 안타깝습니다. 시대를 살면서 고통은 있다고 봅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정말 일을 안하고 많은걸 가지려 놀려 하고 있어요.

모두에게 화이팅 해야 한다고 봐요.

WR
1
Updated at 2020-09-23 23:13:07

공정을 부르짖으며 싸워온 세대들이 만든 과실을 따먹으면서

되려 불공정함을 따지는 세대 , 상황과 입장은 이해하는데

왜 그 불공정함의 대상이 과실을 만들려고 고생한 세대인지 

참 아이러니 합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4
2020-09-23 19:01:58

국제시장 X세대 버전 같아요.
잘 살아오셨네요.

WR
2020-09-23 23:03:14

국제시장은 저희 부모님 세대 이야기인데

저는 그분들이 고생하신것에 비해서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1
2020-09-23 19:05:34

드릴건 그냥 추천 뿐

WR
2020-09-23 23:02:31

고맙습니다. 

저도 추천드립니다. 

4
2020-09-23 19:06:16

앞으로도 화이팅 하시길 기원드리며,

이제는 특히 가족의 화목과 본인 건강에 신경쓰시기 바랍니다..

 

인간은 평생 돈만 벌다가 죽거나 돈만 쓰다가 죽거나인데,

젊어서 고생한만큼 후자가 되시길 ~~

 

WR
2020-09-23 23:01:57

말씀 고맙습니다. 

나이 마흔 후반으로 가다보니

말씀대로 가족들에게 더 마음이 갑니다.

 

신동엽 시인의 시, 담배연기처럼 에 나오는 싯구 한자락이 생각납니다.

 

  위해주고 싶은 가족들은

  많이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멀리 놓고 생각만 하다

  말았네. 

1
2020-09-23 19:08:33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 무슨 일이기에 프차에 이런일이..찬찬히 게시판 봐야겠군요

WR
1
2020-09-23 22:58:49

말씀 고맙습니다. 

갑자기 최근들어 꿀빤 세대론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희한하지요~

1
2020-09-23 19:13:18

고생많으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WR
2020-09-23 22:57:34

말씀 고맙습니다. 

3
2020-09-23 19:34:30

 큰 울림을 주는군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WR
Updated at 2020-09-23 22:57:20

뉍, 말씀 고맙습니다. 

5
2020-09-23 19:36:17

 그냥 쉼없이 달려오셨네요. 새벽 퇴근이라니.... 저도 세대는 비슷할텐데

이 정도로 살지는 않아서....지금도 쉼없이 달리실 거 같구요.

 

왜 외환위기에 걸려있던 세대가 갑자기 꿀빤 세대인지 어리둥절하네요.

다들 자기 때가 제일 힘들다고 생각하는걸까요.

 

 

WR
2020-09-23 22:56:56

말씀 고맙습니다. 

 

최근 1년 동안은 전에 비해 좀 빈둥빈둥거리며

쉬엄 쉬엄 일했더니 결과가 좋지 않더군요.

그래서 업무 분야만 다른 IT업종에서 다시 달리고 있습니다.

 

지금의 20대 부모님 세대라서 그렇게 보는것 같습니다. 

1
2020-09-23 19:48:24

드릴건 저도 추천뿐..

WR
2020-09-23 22:54:16

말씀 고맙습니다. 

저도 추천드립니다. 

2
2020-09-23 19:57:00

일단 저는 그렇게는 못합니다...
이런 얘기 들으면 대단하단 생각에 앞서 다른세상 얘기 같이 들려요..
고생많으셨습니다.

WR
2020-09-23 22:53:43

누구나 다 살아남고자 버틴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2
2020-09-23 20:38:23

열심히 사셨습니다
안타까운건 본문 같은 스토리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주변에서 한두번씩 안들어본게 아니라는...
열정페이에 임금체불...폐업하고 튀고...

WR
2020-09-23 22:52:28

말씀 고맙습니다. 

제 주변에도 제법됩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버티니 그래도 살만해지더군.

2
2020-09-23 20:52:14

전 전선 꼽으며 사는 시골 꼰대입니다...

WR
2020-09-23 22:51:44

고생이 많으십니다. 

꼰대 파이팅!!! 

1
2020-09-23 22:48:00

존경스럽습니다. 건강 챙기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WR
2020-09-23 22:51:12

존경 받을것도 없는 이 시대 중년들이 살아온 평범한 길입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1
2020-09-24 16:30:36

 깊은 동료의식을 느낍니다... 

이 땅의 모든 처진 어깨... 탈모... 배불뚝... 만년 과장(?)... 일지도 모를 가장들이여 

힘내라 힘 ... 싸워라 싸 ... 싸워서 이겨라 ~~~ !

WR
2020-09-24 21:07:50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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