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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박왕자씨 사건과 관련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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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5 10:31:03

2008년으로 기억합니다.

이명박 집권 후, 남북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근무하던 개성에서 전직 국정원 출신의 한 인사가 아내와 통화하는 내용을 들었습니다.

로만손 주식을 사라.

당시 그 인사는 광복절 대통령 담화문 중, 대북 메시지가 매우 전향적이며, 개성 및 남북 협력 사업에 적극 나서겠다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것을 미리 알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대북 테마주 로만손을 사라고 와이프한테 전화를 했고, 저는 그걸 우연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도 집에 전화해서 사라고 했습니다.

 

결과는 완전 망했죠.
이유는 당일인가, 전날인가 새벽에 박왕자씨가 금강산에서 피살되는 사건이 일어났고, 이명박 청와대는 전향적 대북 메시지를 완전 수정하여, 남한이 참여한 사건 조사, 사과 및 재발 방지 대책 등의 요구를 담아 강경하게 발표하였습니다.
금강산 관광도 잠정 중단되었습니다. 대북 테마주 및 관련주는 며칠간 하한가를 때렸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 현대아산에 근무하는 아저씨들에게 들은 얘기로는 이 사건을 현대에서는 2차 왕자의 난이라고 부른다고 하더군요. 1차 때보다 현대 아산을 100배는 힘들게 만들었던 사건이라고...

 

같은 해, 12월 1일 부로, 북한은 개성에서의 남한 체류인원을 500명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위합니다(이를 개성 사람들은 121조치라고 불렀죠.) 한때 1200명이 넘던 체류인원이 박왕자씨 피살 사건 이후, 900명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각 기업이 개성 근무 인원을 줄인 것은 아니지만, 신규 사업 확대가 되지 않으니, 바이어 방문도 없었고, 에전처럼 사업 설명회를 빙자한 개성공단 관광이 완전 살아졌기 때문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즉, 900명 정도가 개성의 공장을 운영하는 거의 최소 인원이었는데, 그것을 다시 반 정도로 줄인 것으로 공단내 기업들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조치였습니다.

 

해당 조치를 북한이 취한 이후에, 12월 9일인가에 지금 북한에서 아주 유명한 김영철이 개성공단을 방문합니다. 그리고 남측 체류인원 전부를 모아 놓고 약 40분간 연설을 합니다. 연설 내용 중에는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 '이도'의 대사를 인용하기도 하였습니다. 정치는 민심의 바다에 떠 있는 것과 같아서 민심에 반하는 정권은 가라 앉게 되어 있다고...

 

저는 필수 요원이 아니라 당시 현장에는 없었으나, 나중에 녹음 된 내용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놀랐습니다. 아무런 대본이나 쪽지 조차도 보지 않앗다고 했는데, 문장중에 비문을 거의 찾지 못할 정도로 달변이었습니다.

 

당시 내용 중에 상당 부분이 박왕자씨 피살 사건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박왕자씨는 해안선을 따라 새벽녁에 산책을 했고, 철책이 무너진 바닷가 모래사장 쪽을 통해 금지 구역으로 들어와서 계속 해안선을 따라 걸어서, 결국 당시 초병을 서고 있던 18세(신병) 여성 군인이 암구호를 요구하였고, 이에 겁이 난 박왕자씨는 돌아서서 최선을 다해 달렸고, 이를 본 경험없는 초병도 겁이 나서 조준 사격을 하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습니다.
당시 시간이 6시가 되지 않아 박왕자씨가 여성인지 알아 볼 수 없엇고, 초병이 보기에는 달려가는 속도가 초인적으로 보였기 때문에 숙련된 군인이라고 추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12.1조치를 취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식으로 박왕자씨 피살 사건에 대해 한국 정부의 요구에 대해 대응했던 것입니다.
1. 남북한 공동 진상 조사
2. 사과
3. 재발 방지 대책
북한의 초병 경계 수칙에 의해 발생한 우연한 사건이었고, 따라서 공종 진상 조사나 사과를 할 수 없는 입장을 설명한 것입니다. 다만, 진상이 무엇인지를 설명하였고, 이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였고, 따라서 재발 방지에 대한 의지도 밝힌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통일부는 해당 연설을 들은 인원들에 대해 절대 비밀 유지를 요구하였고, 이런 내용은 어느 방송이나 신문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후로는 북한에 대해 진상 조사, 사과 등을 더 이상 요구하지 않습니다. 다만 금강산 관광의 재개 조건이었기에 박근혜 정부까지도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지 않았죠.
아마도, 북한은 금강산 관광의 재개 조건은 12월 9일 김영철이 개성에서 완성햇다고 생각하기에 이후에 어떤 협상에서도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남한이 위의 3가지를 요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남북 관계는 이런 식으로 뒤틀리는 것 같습니다.

남북한은 상호 내부 정치용으로 뭔가를 떠들고, 비공식적으로는 들어주고, 서로 체면을 상하지 않고, 그러나, 정치용으로 떠든 것은 스스로 발목을 잡고...

 

종전선언 지지을 요청한 시점에 북한은 왜 대한민국 국민을 죽이고 불살라버렸을까요?

한가지 추정이 가능한 것은, 불살른 것이 자신들의 분노를 표현하고자 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것입니다.

그럴려면 좀더 잘 보이는 곳에서 좀더 대대적으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때문입니다. 

님의 서명
항상 불타오를 무언가가 남아 있는지를 찾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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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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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5 10:43:02

오늘 아침 어떤식당에서 국밥한그릇하며 들은 종편에서 퍄널이..북한은 1인 독재체제라 만약 이번 피살사건은 절대로 최고권위의 허가 없이는 발생할수 없다고 수차례 짖어대더군요...ㅎㅎ 무슨 핵미사일 발사도 아니고
초병이 발사하는것도 모든것을 최고 통수권자가 허락해야 가능한나라라니...

그렇게 북한이 생명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긴다라고 강변하다니..

실제 그런나라라면 정말 ..

북한 찬양을 하는거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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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9-25 10:50:29

북한은 노대통령 장례때도 핵실험을 감행했습니다
정해지면 융통성도 없이 그대로 실행해나가는 것이 북한 체제 특징입니다
그걸 외면하면서 남북관계 더 악화시키기 위해 물들어올 때 노젓는 집단들의 의도를 경계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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