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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전 불치병 하나를 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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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5 10:56:25 (223.*.*.91)

병 자체는 당장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는 아닌 병인데, 어쨋건 불치병이고 희귀난치성질환이지요.

뇌하수체 호르몬 분비가 문제니깐 이건 뭐 뇌를 뜯어내 고치지 않는 한 완치라는건 기대하기 어려운 병인데...

기면증 입니다. 잠자는 병이요. 예전 전지현씨가 영화에서 이 병 환자로 나온적 있는데...

암튼 잡니다. 긴장하면 더 잘 잡니다. 밥먹으면 더더더 잘 잡니다.

잔다기보단 의식의 끈이 반쯤 풀려서 비몽사몽인 상태가 되는데...

아마 중학교? 고등학교 때 즈음부터 증상은 있었지요.
저때야 선생님들이 존나패던 때였어서 한번은 300대 가량 맞아본적도 있고... (깜지 못써서.. 근데 나름 좋게 기억하는, 기억되는 샘중 한명임)

짱무선 수학샘 한테 수업 한시간동안 세번걸려서 두번은 쳐맞고 마지막엔 샘도 포기하고 뒤에가 서있으라하고..

아 진짜. 병만 아니었음, 수학만 더 집중할수 있었으면 서울대 갔었... 긴 무린가.. 근데 딴 수능과목은 3~5문제 이하 틀렸는데, 수학만 80점 만점에 20점대... 풀려고 집중하면 졸려버려서...

암튼 그리고 군대에서... 재수없는건지 있는건지 전경대로 갔습니다. 와 완전 몇번을 죽을뻔하고 자살할뻔하고... 저 있을때 타이어공장이었나? 어디서 무지 큰 시위가 있었거든요.
저기 전남 광주에 있었는데 전국에서 다 거기 인천인가? 로 전경대 총출동한 상황. 몇년만에 화염병에 쇠파이프도 나온 시위였는데...

시위대랑 방패들고 대치중에 선채 졸았습죠. 그리고 그걸 본 상경급 실세 고참. 들어가서 열라 깨지고 저때문에 제위로 열외이하 다 불려가서 쳐맞고...

아 진짜 제가 맞는것보다 더 힘들었을 때였죠. 근데 그래도 잠 빼면 거진 다 잘했기에 꼭꼭 데리고다녀주는 열외고참이 있어서 많이 커버쳐줘서 살았었죠.

그러다가 일경 후반즈음인가 휴가갔다가 우연히 신문에서 본 기면증 관련 내용.

그때까진 병이라고 발표된적이 없었거든요. 신문기사왈 많이 조는게 나태하고 빠져서 그런게 아니다. 이런 병이 있다.

보니깐 증상이 딱 맞더라구요. 졸음이 많은거 말고도 갑작스런 기분 변화가 있으면 탈력발작이라고 온몸의 힘이 갑자기 빠져 주저않거나 얼굴 근육이 컨트롤 안되는 상황...

그러니 사람대하기도 엄청 힘들었고...

암튼 군대서 그러다가 5소대라고 도청 경찰청 경비보는 좀 널널한 부대에 인원이 비어서 갈 사람 있냐고 부대에 소식이 왔더라구요.

친한고참하고도 얘기해보고, 소대장님하고도 상담하고 해서 결국 가기로 했습니다. 아니었음 정말 죽었을지도...

재대후 졸업후 드디어 사회생활! 캬.. 캬... 기면증이 약은 있습니다. 프로비질이랑, 항우울제로 탈력발작 잡고, 각성제 중간중간 먹어주고...

그러면 그나마 쫌 낫긴 합니다. 쪼금요.

그래서 시작한 사회생활... 취직하고 1년이상 한 곳은 두곳이긴 하네요. 첫 직장은 대학교수님이 하던데 낚여서 들어갔는데... 월급 개쥐꼬리였다가 결국 망함. 두세번째는 짤렸고, 네번째는 도망쳤나... 그때 팀장님한텐 너무너무 여전히 죄송스럽고 얼마전까지도 악몽을 꿨었지요. 도망친건 첨 말해보네요...

그러다가 여차저차 셋이서 창업을 했습니다. 첨 몇년간은 돈도 못받다가 50만원 받다가... 그리 1~2년 정도 지나니 꽤 자리 잡혀서 매출도 순이익도 엄청 늘었는데... 창업맴버중 대가리 하기로 한놈이 엔빵으로 하던걸 지가 거의 다 갖고가더군요.

그러다 결국은 팽. 근데 팽 당하고나서 셋 중 다른한명도 팽 당하고, 1,2 년인가 안되어 거기 망하고 돈 십억원넘게 떼먹고 사장 잠적. 한국 들어오면 바로 잡혀갈껍니다. 거기서 후반에 그렇게 안되게 하려고 엄청 태클걸었던건데 태클거는 사람이 없으니 지멋대로 하다가 망한거죠.

그리고 잠시 멍하게 있었는데.. 그전 회사때 아는 사장님이 다시 할래? 돈은 내가 대줄께. 해서 다시 그일을 하게됐죠. 제 사업자로.

근데 역시 남의돈으론 하는게 아닌가봅니다. 엄청 이거저거 태클에, 처음에 붙여주기로 한 직원도 3일 보내줬다 다시 데려가고.. 첨부터 저 돈 없음. 하고 시작했는데 돈만들어와라 대출받아와라.

암튼 그래서 초기자금 1억으로 시작. 3개월후 순 마진 2천만원을 냈습니다. 근데 이거 시작하려 매입할때 자기는 손해볼 생각으로 너 시험해보려 한거고, 니가 하나 보자. 이런식으로 나왔는데 비용 등등 다 빼고 순마진만 2천이었었죠.
그러다 또 이넘의 잠 때문에 찍히게 되고, 결국은 결별. 후반엔 뭐 제대로 하지도 못해서 1년 수익이 2천이 됐지만... 그거 또 반 떼감. 아놔 시작할때 수익은 다 너 가져라 내가 그 푼돈가져 뭐하냐 하더만.. 뭐 저도 그건 다 안믿었고 웬만큼은 나누려 했죠.

아무튼... 스트레스 받는거만 없었어도 훨 잘할 수 있었을텐데... (정말 별거별거로 다 욕먹고 개인비서같이도 일하고..)

그래서 그쪽하고도 쫑. 원랜 정말 저도 빡쳐서 아 남는돈 다 갖고가시구요. 걍 사업자 만든거랑 지금까지 해둔것도 다 드릴테니 알아서 하시죠. 하고 관두려다 돈이없어서...

근데 이상하게 인맥운이 좋는건지... 사실 제가 좀 많이 착합니다... 제사람이라 생각하게 되면 걍 모든 패를 다 까고 헌신하는 타입? 뭐 이것도 기면증의 영향같지만..

암튼 그래서 또 다른 거래처 사장님과 친하게 되어 같이 일을 했는데... 여태 같이 길게한 사람들한텐 이 기면증을 다 털어놨고 이 사장님께도 털어놨었고, 그걸 감안해서도 같이 일하자 하신건데... 넘 안맞는게 많고, 제가 느리고, 업종 자체가 큰 문제가 생겨서 결국은 이 사장님과도 협업은 끝...

아 협업만 끝이지 아직 아주친하게 지냅니다. 기면증 탓하기도 이젠 지겨운데, 이것때문에 기억력이 개 꽝입니다. 특히나 숫자를 잘 못외움. 그래서 기록은 하고 있는데 그 사장님은 머릿속서 샤샤샥 숫자계산이 되는 분이셔서 엄청 답답하셨을 껍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왔는데... 요샌 정말 막막하네요.

그냥 잠자는 병이래봤자 뭐 죽는병도 아니잖아? 하실수 있지만.. 마음이 계속 죽고있습니다. 세번 실패하면 원랜 죽을계획이었는데... 지금이 다섯번째네요.

기면증 때문인지... 이정도면 내가 기면증 핑계를 대는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 이젠 것도 모르겠습니다.

여태 일 했던건 거의 다 타의에 의해서 했던 일들이라... 그래도 마지막은 해보고 싶던걸 해보려 해요. 잘 될지 안될지야 몰라도 그나마 해보고 싶던건 한번 해보고 싶어서..

기면증 때문인지 몰라도... 가 몇번이냐.. 애정이나 무언가에 열중하는게 빠져버린 느낌이거든요. 가장 좋아하느건 있어도 미칠듯이 좋아하는건 없는 느낌?

와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그냥 요새 넘 안좋다보니 넋두리좀 했어요.


24
Comments
9
2020-09-25 10:59:39

제가 드리는 추천은 힘내시라고 드리는 추천이예요

WR
1
2020-09-25 12:08:54 (223.*.*.102)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라도 더 힘내볼께요

1
2020-09-25 11:04:35

회사 다닐때 일을 너무 열심히 했더니
수면부족으로 기면증이 온적 있습니다.
이게 얼마나 심했냐면 사장님 실에서
회의 할때도 존적이 있고 면접관이 되어
면접을 보다가 존적도 있고 헬스장에서
런닝머신을 뛰다가도 존적이 있습니다.
한번은 회식하면서 고기집에서 고기를
굽다가 존적도 있네요. 불판에 얼굴을
쳐박을뻔 했어요. 저 같은 경우는 그래도
고향에 내려온뒤 잘먹고 잘자고 잘쉬니
증상이 다행히도 사라지더군요.

WR
2020-09-25 12:09:46 (223.*.*.102)

음. 기면증은 수면부족으로 생기진 않을테지만.. 그래도 나으셨다니 다행입니다.

2020-09-25 12:10:58

병원 진단을 받은건 아니었으니...정확한건 아닙니다.
그땐 너무 일에 찌들려 있을때라...병원에 갈 생각도 못했지요.

1
2020-09-25 11:08:38

에고 고생 많으십니다. 힘내세요.

WR
2020-09-25 12:10:08 (223.*.*.102)

옙 감사합니다!

1
2020-09-25 11:11:05

생활 하시기 힘드시겠네요.
약도 없다니...
저도 드릴게 응원 밖에 없네요.
화이팅 하시기 바랍니다.

WR
2020-09-25 12:11:18 (223.*.*.102)

아 약은 있긴 해요. 근데 효과가 완전 일반사람처럼 되는건 아니고, 약도 다 정신과계열 처방전 약이라 안좋기도 하고...

응원 감사합니다!

3
2020-09-25 11:12:03

힘내세요...
이정도 글을 적을정도로 집중력이라면...

저보다도 10배는 좋은겁니다...

저는 이런글도 못쓸뿐더러..읽다가...집중을 못해서.....졸려요..ㅠㅠ

제가볼때는 엄청난 능력자이십니다..

WR
1
2020-09-25 12:15:52 (223.*.*.102)

아. 다행히 약빨이 들을때가 있습니다. 몇시간은 있습니다.
단지... 그게 몇시간 안되고, 하루중 두어번은 약을 막 씹어먹어도 안될때가 있어서...
글을 못써서 졸리신거에요. 아니면 기면증은 뇌하수체 문제라서 안낫는거지만, 과수면증 같은것도 있거든요.

제가 먹는 약중에 페니드정 이라고 각성제가 있는데, 이게 한때 강남엄마들 사이에 공부잘하는 약 으로 불렸던 거지요. 드리고 싶어도 드리긴 어려운 약이라서.. 한번 수면병원 가서 진료받고 저 약이라도 타보세요. 저야 저걸 하루에 다섯알은 먹지만 한알이면 충분하실껍니다.

2020-09-25 12:20:05

저같은 경우는 책을 읽는게 너무 힘들고...
30분이상 집중하질 못해요..
뭘하려고 생각은 하지만....
몇시간 지나면 다 까먹어버립니다..

2
Updated at 2020-09-25 11:18:13

저는 기면증까진 아닌데 기력이 약한 스타일이라...

조금만 뭘해도 피곤해서 잠이옵니다. 어릴때부터 그랬는데 또 체력이 약한 스타일은 아니에요. 

운동도 꾸준히 했는데 나아지지 않아서, 1시간 이상 운전하는것도 싫어하고 

공부던 게임이던 오래 집중을 못하네요 잠깐이라도 안자면 멍해요. 

저도 핑계인지 몰라도 난 왜 이리 쉽게 피곤할까 늘 불편하게 살았는데

본문을 읽어보니 저는 아무것도 아니네요. 잠이란건 의지로 극복하기 쉽지 않은듯 합니다

그냥 난 원래 그렇게 타고났으니 어쩌겠어 자책하지마시고 잘되셨으면 좋겠네요. 

WR
1
2020-09-25 12:17:56 (223.*.*.102)

수면 품질이 안좋아서 일수도 있어요. 혹시 배가 나왔다거나 코를 골거나 하진 않으신지요? 수면 무호흡증도요. 모르겠다면 앱중에 sleep cycle 같은것들이 있는데 밤에 잘때 코고는거 같은걸 녹음해줍니다.
이런걸로 체크해보시고, 심한듯하면 수면병원에 한번 가보세요.

2020-09-25 12:37:57

어릴때부터 그랬으니 특별히 코골이 같은것 때문은 아닌것 같은데

요즘은 밤잠도 푹못자니 낮에 졸음이 더 자주오네요 이건 노화인듯.....-_-

심해지면 병원한번 가보겠습니다. 

1
Updated at 2020-09-25 12:21:03

저도 그래요...ㅠㅠ

그냥...난 게으른 인간이구나....하고 살아요...

3
2020-09-25 11:18:53

저는 사람 얼굴 못 알아 봅니다.

이게 무슨 고민이냐고 하실 분 있다면,,,    종교단체에서 사모님을 뵈엇는데 6개월동안 못알아 봤습니다. ㅠㅠ

집사람이 정신 나갔냐는 소리,, 제 증상을 알고 있는데도.    특히 TV 볼때 어디서 나왔는데 그 배우다, 그러면

저는 전혀 모릅니다.    다행히 영업을 하지 않고 있어서 그렇지, 영업을 했으면 폭망했을 겁니다.  회사 다니고 있는데요 요즘엔 기억력도 떨어졌습니다.  이름도 잊어버립니다.   하나 믿고 있는 것은 근태하나 좋은 것인데 그 마저도 체력이 안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저보다 좋은 조건 이실텐데 모두들 힘내십시요 

WR
2020-09-25 12:20:35 (223.*.*.102)

저도 그래요. 아니 보면 알겠지만, 혼자서 머릿속에서 그려보려면 뭉실한 이미지밖에 안떠오릅니다.

심지어 가족도요. 사람이름 외우는건 정말 쥐약이고, 폰번호 외울 생각은 전혀 못하고... 기면증 증상에도 기억력 감퇴가 있는데, 약에 쩔어서 뇌가 녹나? 싶기도 합니다. 요샌 더 심해진건지 방금 뭘 찾아야지. 해야지 생각했다가 그걸 바로 잊어버려요..

2020-09-25 12:22:44

맞아요....저도 가끔 제 핸드폰번호나..친한 친구이름이..전혀 기억나지않는 경우가..
뭐..주소는 집주소도 제대로 못외구구요..

3
2020-09-25 11:37:04

 예전에 영화 '아이다호'보고 이 병에 대해 처음 알았는데.. 그때도 참 힘든 병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위로해 드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힘내세요. 

Updated at 2020-09-25 12:18:56

이건 딴얘기지만... 예전에 친한 선배가 일하면서 중요한 순간에도 갑자기 졸고 그래서 기면증이라는 소문이 퍼졌었는데 알고보니 밤잠을 적게 자더군요. 4~5시간? 게다가 새벽 4시쯤? 엄청 일찍 일어나서 땀을 뻘뻘 흘리며 새벽 운동도 하고... 본인 딴에는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하게 열심히 산다고 노력했던건데 오히려 업무는 본의아니게 소홀히...ㅠ 그러다보니 중요한 일에는 다 배제되고... "야.. 걘 안되..."

다행히 몇번 얘기 듣고 습관을 좀 바꾼거 같더라구요.

이건 진짜 기면증이 아니라서 해결이 가능했었는데, 진짜 기면증이면 사회 생활하는데 지장이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ㅠ

WR
2020-09-25 12:23:03 (223.*.*.102)

기면증의 또 다른 문제가... 전부는 아니어도 밤잠을 잘 못잡니다... 그냥 중간에 깨는거에요.

낮엔 졸고 밤엔 못자고... 뭐 이런...

지난달 즈음까지 거의 1년여 넘게 졸피뎀을 복용했는데... 졸피뎀 정말 위험하더라구요.
막 중간에 몽유병같이, 의식은 있는데 깨서 막 돌아다니고 냉장고에서 아무거나 막 꺼내먹고...

이것도 바꿔야 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Updated at 2020-09-25 12:27:15

아.. 그런 문제가 있군요.. (그 선배도 진짜 기면증이었나..?)

졸피뎀은 진짜 위험하다고 들었어요...ㅠ 힘내십시요...

2020-09-25 13:01:03

 같이 일하던 직원이 있었는데 사내에서 몇몇만 알고있었죠..

걱정되는건 운전할때 졸리면 어떻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고약한 병이다라는 생각 입니다. 잘 관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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