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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 만에 들은 초등동창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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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5 12:11:49

 부산 영도의 초등학교를 같이 다녔던 친구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친구는 전교 어린이 회장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늘 저에게 이상한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었지요.

전교 어린이 회장을 하려면 먼저 반장이 되어야 하는데 반장 투표에서 그 친구가 2등을 했습니다.

성적이 비슷하긴 했지만 그 친구는 대단한 노력형이었고 전 늘 벼락치기 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 동무들과 늘 잘 어울렸고 그 친구는 시험기간만 되면 노는 것을 포기하고 공부만 하던 친구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반장선거에서 그 친구가 2등을 하자 전교회장 자리를 이미 내정받았던 담임은 아주 난감해 하다가 3반의 담임선생님과 의논을 했고 3반 담임선생님은 저희 반으로 들어와 저를 따로 불러 학교에 카메라를 사줄 수 있느냐고 저에게 물어봤습니다.

그 당시 카메라가 얼마하는지도 몰랐지만 그런 걸 사줄 형편이 안되는 걸 너무 잘알고 있었기 때문에 전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러자 3반 담임(남자선생님이고 나이가 조금 있었습니다.)은 투표용지가 한장 더 많다며 다시 투표를 시켰습니다.

그리고 개표를 직접 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그 친구가 2표 더 많이 나온 걸로 결론지었습니다.

저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친한 칭구였고 회장과 부회장 뭐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졸업 전 마지막 시험을 치기 전에 회장이라는 친구가 밤 늦게 저를 찾아왔습니다.

자기가 아는 아이의 누나가 교무실의 잔심부름을 하는데 시험문제를 등사했다고 물어보러 가자고 하더군요.

전 싫다고 했지만 니가 가야 된다며 제 손을 잡아 이끌었습니다. 

그 누나는 밤 늦게 찾아온 우리를 보고 회장인 친구에게 맨날 1, 2등을 하는데  왜 시험문제를 알려고 하냐며 타박을 주더군요.

그래도 그 친구는 끈질기게 물었고 그 누나는 사람의 팔의 근육과 관련한 문제와 몇 가지 어려운 문제를 미리 알려주더군요.

솔직하게 전 그것이 죄악이라는 생각에 제대로 듣지 않았습니다. 근데 그 친구는 열심히 받아 적더군요.

그리고 그 친구는 저에게 이 사실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자고 저에게 몇 번이고 다짐을 하더군요. 

결국 그 친구가 마지막 시험에서 1등을 했습니다. 

똑똑한 친구라 당연히 그 친구는 소위 S대 공대에 입학했고 대기업의 임원이 되었다는 소식까지 들었습니다.

서로 갈 길이 달랐기에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고 가끔 친구들을 통해 들은 소식이었습니다.

근데 얼마 전에 그 친구가 전주에 있는 동기 여학생에게 연락을 해왔다고 하더군요.

마침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왔다고 하면서 제 소식을 물어보더라고 하더군요.

해서 그 여학생이 제 소식을 전했고 마침 담임 여선생님과 함께 2년 전에 만났다고 했더니 

담임선생님과 제 욕을 하더라고 하더군요.

제가 어이가 없어서 무엇 때문에 그러더냐고 했더니 이유가 가관이었습니다.

졸업식 날, 졸업하는 선배가 후배들에게 마지막으로 하는 말을 하는 순서가 있는데 그걸 담임선생님께서 저에게 시켰던 것을 그렇게 화를 내더라고 하더군요.

아마 담임선생님은 제가 반장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해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저에게 시킨 것 같은데 자기는 그것이 당연히 자기 몫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절대 자기는 담임선생님을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고 하길래 그냥 웃었습니다.

45년 전의 일이고 자신의 비열함은 기억하지 않고 오로지 이기적인 것만 쫓는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번쯤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확 가시더군요.

제가 사는 모습에 대해서 그 친구는 미친 놈 취급하리라 생각이 들더군요.

오늘 아침 식사 자리에서 아내와 함께 이 이야기를 하면서 한참 웃었습니다.

얼마나 많이 가져야 행복한지, 언제나 내가 1등이어야만 하는지 그 친구는 알까 싶더군요.

추석이 다가옵니다.

몇 가지의 선물이 택배로 왔지만 전 단 하나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단지 자원봉사를 온 학생들과 소풍의 식구들, 그리고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들과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께 처가에서 만든 포도주 1병씩을 나누었습니다.

요양병원에 계시는 어머님을 올 추석에는 뵙지도 못할 것 같습니다.

가슴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요. 

그래도 조카들과 조카 손자, 손녀들, 그리고 저희가 만나고 있는 아이들과 함께 추석을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다들 좋은 가을, 좋은 추석 되시길 기원합니다. 

 

 

님의 서명
철학자는 세상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칼 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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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7
2020-09-25 12:17:27

늘 자기가 다 가져야만 속이 시원한 사람이 있죠 때로는 꼴등이 맘편할때가 있는데 그걸 그사람들은 모르더라고요

WR
2020-09-25 13:49:57

그렇지요. 더 뭘 갖고 싶어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45년 만에 들은 소식은 참담하더군요.

1
2020-09-25 12:19:17

근데 어릴때 가슴에 맺힌 응어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오래 기억되긴 하더라구요.

그게 잘못된거라도 말이죠.
아마 그 동창분은 평생 기억할듯...

WR
2020-09-25 13:50:50

제가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은 자신의 잘못은 아마 기억하지 못하고 섭섭함만 기억한다는 것이죠

그 회장이란 자리도 억지로 받은 것에 불과한데 말이죠.

6
Updated at 2020-09-25 12:19:49

그친구가 바람62님을 미워할 만 하네요. ㅎㅎ
자격지심은 무섭습니다.
그분도 마음한구석엔 옳지않다 라는걸 알지만 자신의 욕망이 더 컷을 꺼에요.
다만 바람62님은 자신의 욕망의 그것을 갖지 않아도 잘사는게 열받고 미웠을 껍니다.

그분 모르고 산다면 몰라도 자신의 내면의 부끄러움을 안다면 더욱 힘들었겠네요. 앞으로도.

WR
2
2020-09-25 13:52:35

ㅎ ㅎ ㅎ 아마 그렇지도 않을 겁니다.

그 친구가 워낙 멘탈 갑이라서요. 지금 생각해보면 부정으로 1등을 하고도 전혀 부끄러워 하는 마음이 없었거든요.

외려 제게 왜 그 문제를 맞추지 않았냐고 묻더군요. 

물론 저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답을 알았다해도 전 오답을 썼을테니까요.

제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어릴 적 생각에도 그것은 나쁜 것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3
2020-09-25 12:20:11

그런 친구가 잘되는 사회가 원망스럽네요. 높은 위치에 가면 많은 사람들 괴롭힐것 같은데..

WR
1
2020-09-25 13:53:55

이름을 대지 않아도 아는 대기업입니다. 지금은 퇴직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조직의 문화가 거칠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그 친구가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정당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5
2020-09-25 12:25:33

어우, 다들 기억력이 어마어마하게 좋으시네요. 

전 초등생 시절은 거의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 

WR
1
2020-09-25 13:55:09

네 제가 기억력 하나는 갑에 가깝습니다. 

초딩 때 뿐만 아니라 더 어렸을. 적 기억도 생생하거든요.

원래 이렇게 기억력이 좋으면 불행하다고 하는데요. 가끔 괴롭습니다.

2
2020-09-25 12:30:00

저런일이 과거에만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 키우면서 참...

지금 이순간에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에 이기려는 사람들과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야 해서 힘이 드네요.

WR
3
2020-09-25 13:55:58

네 제 주위에도 많습니다. 심지어 성직자라고 하는 친구놈도 그런 것을 보면서 마음이 싸하더군요.

5
2020-09-25 12:37:44

디피 피천득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WR
2020-09-25 13:56:58

무슨 말씀이신지요. 가히 디피의 피천득 선생이라 불러주시니 영광이긴 합니다만 많이 부끄럽습니다.

2
2020-09-25 12:41:36

살리에르 가 생각나네요.
그 사람은 많이가져도 백퍼 불행한 인생을 살겁니다.

WR
2020-09-25 13:58:47

살리에르의 이야기는 가공의 이야기라는 설이 많더군요.

영화상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하던데 제가 찾아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근데 그 친구는 저보다 더 공부를 잘했던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저보다 훨씬 성적이 좋은 대학을 다녔고 좋은 직장에서 처갓집도 돈이 많다고 하더군요. 

1
2020-09-25 12:44:14

항상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좋은 글 고맙습니다.

WR
2020-09-25 13:59:16

아이구 과찬이십니다. 그냥 과거의 생각이 나서 쓴 글입니다.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
2020-09-25 12:50:10

45년전 걸 아직도.. 

옹졸한 사람이네요.. 

WR
2020-09-25 14:01:19

그 이야기를 듣고 참 이 놈이 속이 좁은 놈이구나 싶었습니다.

지가 회장이 된 것도 사실은 억지가 있었는데 그건 기억하지 않더군요. 

만약 만나게 된다면 저 역시 그 친구를 모른 척 해야 할 것 같습니다.

2
Updated at 2020-09-25 12:54:47

 그 동창이 미친놈 맞네요. 

1
2020-09-25 13:04:16

문단 나누기를 해주셨으면 별다섯개 드리는건데...

WR
1
2020-09-25 14:02:15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별 다섯개를 주시지 않아도 문단나누기 철저히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1
2020-09-25 13:06:38

친구분은 木이고 바람62님은 金이라 맨날 지게 생겼으니 어지간히도 샘이 났나봅니다

WR
2020-09-25 14:03:36

사실 전 거의 매일 아이들과 축구에 구슬치기에 연날리기에 여름이면 바닷가에 나가서 수영하고 게 잡고 놀았습니다만 그 친구는 단 한번도 이런 놀이를 같이 한 적이 없습니다. 어쩌면 전 태생적으로 금은 못되고 아마 흙이었을 겁니다. 고맙습니다.

1
2020-09-25 13:18:01

행복은 내 안에 있음을 깨닫지 못 하는 사람들이 많죠.
행복해지려면 더 많이 가지기 위해 노력할 게 아니라, 더 많이 베풀기 위해 노력해야하는데 말이죠.
바람님 친구분 같은 사람들을 보면 짜증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애잔하기도 합니다.

WR
2
2020-09-25 14:06:14

저 역시 애잔함을 느꼈습니다. 

여전히 속이 좁은 놈이구나 싶더군요. 

대학 들어가서 첫 여름방학 때, 제가 길거리에서 호두과자를 구워 팔고 있을 때 찾아와서는 그러더군요.

초딩 때 이쁜 여학생이 전문대학을 갔다는데 주소를 알고 있냐구요.

전 그 때 무슨 소린지 했습니다. 

이 친구는 s대라는 것이 모든 걸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아닌지 의심스럽더군요.

1
2020-09-25 13:33:43

그게 뭐라고 40년도 더 지나서까지 저러는지 모르겠네요.ㅎㅎㅎㅎ

피곤한 분이시네.

WR
2020-09-25 14:07:31

네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45전의 이야기를 그것도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데 말입니다. 

2
2020-09-25 13:59:33

임원 자질이 충분한 분이군요....

WR
2020-09-25 14:08:44

그래야 임원이 될 수 있는 사회라면 얼마나 불행할까 싶습니다만 현실이겠지요

1
2020-09-25 14:12:25

바람형님의 글은 뭔가 훅하는 흡입력이죠
오늘도 잘보고갑니다^^

WR
1
2020-09-25 14:13:53

아이구 고맙습니다. 부족한 글 늘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
Updated at 2020-09-25 15:16:58

일반적인 대기업환경으로 보면 그 친구분은 임원에서 몇년전에 짤렸을겁니다.  퇴직한 뒤에는 잘되는 일이 없어서 어린시절의 영화(?)밖에 생각나는게 없으니 태글걸었다고 생각되는 님과 담임샘한테 저주를 퍼부는것일수도..  불쌍하다고 생각하시면 될듯합니다 ~ 명문대 나오고 백수생활하는 친구가 지방대 나와 성공한 친구한테 학력고사 점수 자랑하고 학교차별 발언하다 호되게 맞는 광경을 초등동창회에서 본적이 있습니다 ㅎ

WR
2020-09-25 15:01:03

네 그렇군요. 전 기업에 단 한번도 취직이란 걸 해보지 않아서 그 친구의 사정이 지금 어떤지는 모르지만 아마 건설 쪽이라 다른 중견업체에 또 취직을 했을 수도 있겠네요. 

아마 이 친구는 자신이 다니던 초등학교를 부끄러워해서 동창회에도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2
2020-09-25 16:11:45

그냥 딱 봐도 찌질한..
찌질한 사람들이 승진을 잘하는것 같습니다. 우연찮게 어쩔수없이 만난다면 욕 두 바가지 해주세요.

WR
2020-09-25 17:12:41

우연찮게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친구도 저도 동창회를 오고 가지 않으니까요.

전 몇 년 전 동창회에 갔다가 분위기가 너무 생경스러워서 잘 견디지 못하겠더군요.

동창회 모임도 힘들었는데 끝나자마자 서로 술집으로 노래방으로 직행하는 것이 힘이 들더군요.

아마 그 친구가 자신의 지위나 체면을 버리지 않는 한 동창회에 나오지 않을 것이고 저 역시 불편한 마음에 나가는 것이 꺼려져 만날 일이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1
2020-09-25 16:18:34

친구분 또한 다른 방향으로 치열한 삶을 사신것 같네요. (그 열정은 부럽습니다)

제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입니다.

항상 값진 글 고맙습니다.

WR
2020-09-25 17:14:59

아마 나름대로 성취욕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하면 전 성취욕이 거의 없었던 것 같구요.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 보다는 삶을 대하는 방식의 차이겠지요.

부족한 글 좋게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1
2020-09-25 16:50:45

소풍! 언젠가 부산에 가면 꼭 한번 들릴 저만의 명소가 될것 같습니다. 잘봤습니다.

WR
2020-09-25 17:16:08

네 마니73님 언제든 환영합니다. 편하게 오셔서 맛난 비빔밥(거의 절집 수준의 비빔밤) 한 그릇 대접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3
2020-09-25 17:52:36

성인이 되어서도 그 지경이면 인생 헛살았네요.

WR
2020-09-25 21:41:12

뭐 그러려니 합니다. 나이 값을 못하는 건지, 지 밖에 모르는 놈이었던 것인지 참 애잔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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