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디젤집시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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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8 21:39:59
저는 디젤집시 채널을 좋아했습니다. 모든 영상을 챙겨 보는 것은 아니지만, 몇몇 영상들을 보고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디젤집시는 너무나 넓은 땅을 달렸습니다. 일생에 한번이나 있을까 싶은 대륙 횡단이 일이었습니다. 네비게이션이 의미없는 머나먼 길 위에서, 트레일러는 깨알만한 점이 되어 정처없이 떠다녔습니다.
디젤집시는 운전석 좁은 공간에서 견고하게 짜맞춘 삶을 살았습니다. 영하의 날씨. 얼어붙은 타이어를 두드리고, 등화와 계기를 꼼꼼히 확인하며 트럭을 한 바퀴 돕니다. 커피를 텀블러에 꽉꽉 눌러 채우고 길을 나서죠. 그러다 외로운 시간이 오면 이런저런 옛 기억들을 털어놓습니다. 그 접점에서 우리는 디젤집시를 알게 됩니다. 디젤집시도 길 밖의 사람을 알게 되죠. 고독한 사람들끼리 그렇게 잠시잠깐 스쳐지났습니다.
힘들고 길었을 하루가 영상 속에서는 금방 저뭅니다. 기름을 넣고, 쿠폰으로 샤워를 합니다. 얼려둔 밥을 해동하고, 찌개가 끓어오르는 소리를 들으며 소소한 행복을 즐깁니다. 그리고 요새같은 트럭 속에서 하루를 마감합니다. 기율있고 품위있는 버티는 삶이죠.
언젠가 먼 여행을 할 때 디젤집시의 영상이 떠오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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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연설명하자면 미국 캐나다에서 트럭 운전하며 유투브 하시던 분인데 한국 들어왔다 급성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