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박스 줍는 할머니를 기어가시게 만들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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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9-29 02:09:29
예전에 서울 불광동에서 있던 일입니다.
불광역에서 녹번역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도로가 경사20도 안팍의 얕은 오르막 길입니다.
산책삼아 걷는데 할머니가 낡은 유모차에 박스 종이를 싣고 힘들게 올라가시는 겁니다.
한 20m 위에 고물상이 있는거 알고 있었는데 "제가 밀어드릴까요" 하며 손을 대며 밀자 할머니가 아이고
하며 땅에 업드리는 거에요 "왜 그러세요" 하며 고개 돌려 사정을 살펴보니 할머니가 혼자 걸을 수 없을 만큼 다리가 불편해서 유모차에 의지해서 한편으로 밀며 올라가시던 것 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의지하던 지팡이를 뺀 셈이 된거지요. 제가 어쩔 줄 몰라 다시 일으켜드릴라고 하자 할머니가 됐다며 이왕 이렇게 됐으니 고물상까지 유모차를 갖다달라 하십니다. 본인은 기어가겠다고 그래서 저는 얼른 유모차를 밀며 고물상에 갔다가 다시 할머니깨 왔는데도 할머니가 계속 기어가시겠답니다. 그게 더 편하다고 그 때부터 몇 m안 돼지만 고물상까지 할머니는 계속 기어가시고 저는 어정쩡 내려다보며 가고 그랬습니다.
걷지도 못하는 분이 종이를 줏어야하는 현실에 슬프고 화가 났습니다. 얼추 10년이 다 되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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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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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를 가지고 한 일에 결과가 반대로 나오면 마음이 참으로 혼란스럽긴 하죠 할어니도 그 마음 아셨을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