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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라이센스 15주년 기념 맨 오브 라만차 2020 공연 출연진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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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9 04:14:20

 

 

 

조승우가 출연할 때 오디컴퍼니의 돈줄로 살아나는 레파토리 라이센스 [맨 오브 라만차]의 2020년 기획 출연진이 공개됐다. 예상대로 정체돼 있다. 기존에 참여했던 배우들을 중심으로 한 안전빵 출연진이다. 라이센스 초연 배우인 류정한은 다섯 번째, 조승우는 2007년, 2013년, 2015년 공연에 이어 네 번째로 출연한다. 2012년 공연부터 합류했던 홍광호도 또 참여한다. 세 명의 세르반테스/돈키호테 역 배우들은 오디컴퍼니의 굵직굵직한 뮤지컬을 책임진 간판 스타들이다. 여전히 뮤지컬 쪽에서 티켓파워가 막강한 조승우가 이번 재공연에도 다시 한번 참여하는 것은 오디컴퍼니 입장에선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일 것이다. 

 

주요 배역 구성에선 새로울게 없는 구성이다. [지킬 앤 하이드]에서 자주 볼 수 있던 주역들을 [맨 오브 라만차]에서도 또 보게 될 뿐이다. [맨 오브 라만차]같은 돈줄 레파토리일수록 제작사는 모험을 하지 않는다. 조승우는 원래 본인이 성공시킨 뮤지컬 재공연에 자주 서는 배우다. [맨 오브 라만차] 뿐만이 아니라 뮤지컬 대스타로 만들어 준 [지킬 앤 하이드]는 물론이고 [헤드윅][베르테르][스위니 토드]를 조승우 레파토리로 만들었다. 한 번만 오른 2011년 [조로] 초연과 2007년 [렌트]가 예외적인 경우였다. 

 

조승우는 본인이 출연한 작품의 재공연 참여에 오랜 시간 애정을 보인 배우라서 조승우가 새로운 작품을 정할 경우 그 작품의 기획사는 봉잡은 것이다. [맨 오브 라만차]가 15주년 기념을 내세우며 라이센스 레파토리로 자리 잡을 수 있던데는 조승우의 재공연 참여 기여도가 크다. 조승우가 두 번째로 [맨 오브 라만차]에 참여했던 2013년 재공연 이전에도 [맨 오브 라만차]는 오디컴퍼니의 레파토리였다. 오디컴퍼니 대표 신춘수 프로듀서가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깊어서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처럼 남발했고 예매율과 별개로 적극적으로 밀어줬다. 

 

그러나 조승우가 없는 상태에서 [맨 오브 라만차]의 대중적 입지는 약했다. 떨이 행사를 해도 잘 안 먹혔다. 황정민, 서범석이 나온 2012년 7개월짜리 장기 공연은 조기종연을 시켜도 이상할게 없을 정도로 자리가 남아 돌았다. [맨 오브 라만차]는 2000년대 이후 국내에서도 자리 잡은 대표적인 대극장 라이센스 레파토리 뮤지컬이긴 하지만 [브로드웨이 42번가][시카고][맘마미아!]같은 작품들에 비해 대중적 기반이 떨어졌다. 작품 자체도 무겁다. 다행이 조승우가 이 좋은 작품에 애정을 갖고 계속 참여하는 덕분에 지금까지 버틴 것이다. 조승우는 [맨 오브 라만차]에 첫 출연한 2007년에도 스타였고 지금도 스타다. 

 

제작사가 안전하게 가려는 것은 이해되지만 기존 스타 출연진의 재기용 의존증이 아쉬운건 어쩔 수 없다. 이번 재기획에서도 조승우를 얻은만큼 [맨 오브 라만차]를 하고 싶은 다른 중견 배우들에게 이번만이라도 기회를 줬다면 어땠을까 싶어서다. 조승우는 초대권 안 뿌리고 할인 안 해줘도 여전히 자리를 꽉 채울 수 있는 독보적인 뮤지컬 스타다. 그런만큼 발굴까지는 아니더라도 실력있는 배우들에게 기회를 주는 미덕을 보였다면 더 보기 좋았을 것이다. 코로나로 줄줄이 접힌 기획들, 문 닫은 극장들 때문에 놀고 있는 배우들 많다. 

 

2012년 샤롯데씨어터 공연 때 대극장 티켓파워가 부족한 서범석으로 모험을 했다가 남아도는 좌석으로 인한 떨이 판매로 고생을 했던 후유증이 보기보다 컸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맨 오브 라만차]는 [돈키호테]가 아닌 원제 [맨 오브 라만차]를 처음 사용한 2007년 공연의 대성공 이후에는 출연진에 있어 고인물로 회전됐다. 발전없는 올해의 출연진 구성이 예외적인게 아니다. 그런데도 왜 이런 얘기를 하냐면 여관주인 역에 서영주 이름이 들어간게 아쉬워서다. 배우 본인도 준비돼 있고 실력도 받쳐주며 인지도가 완전히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충분히 실력이 뒷받침되는 배우를 자꾸 여관주인 역으로 소모시키는게 아깝다. 서영주의 경우 2013년 기획에서 돈키호테로 분한 조승우, 정성화의 퍼스트 커버까지 했었다. 서영주 정도의 경력에서 퍼스트 커버를 맡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배우 본인이 피력한 셈인데 기획사는 [맨 오브 라만차]를 레파토리로 계속 돌리면서도 배역의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스타에 의존하는 한국 공연계의 기형적 구조가 더블캐스팅을 정착시켰고 2000년대 들어 스타 시스템이 막강해지면서 더블캐스팅 이상의 복수 조합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배역 하나에 다섯명 이상이 붙어 있어도 이상할게 없는 상황이 됐다. 더블캐스팅이라면 기획사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조승우 같은 스타가 합류하면 기본 트리플은 깔고 가는 현실이다. 얼터네이트 일정 정도로 받아들이고 서영주같이 티켓파워는 조금 부족할지라도 실력 있는 중견 배우들의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는건 어떨까. 2년만에 재공연 되는 올해 [맨 오브 라만차] 출연진 목록에서 서영주가 여관주인 역에 또 들어 있는걸 보고 그의 과거 인터뷰들이 떠올라 측은한 마음이 든다. 서영주는 실력에 비해 너무 일찍 조연급으로 빠진게 아쉬운 배우다.    

 

 

Q 공연을 보면서 탐나는 배역이 있나, 본인이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많은데 (웃음) 일단 우리 작품의 시드니 칼튼을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품>의 베르테르는 항상 하고 싶다. 그 작품은 나를 팬들에게 알려지게끔 한 작품이고 굉장히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이다. 그런데 제목에 젊음이 붙어서... 음 (웃음) 그 작품에 나온 친구들은 이제 다 마흔이 넘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을까 (웃음) 그때 상대 역을 했던 이혜경 배우도 지금 <두 도시 이야기>에서 같이 하고 있는데, 둘 다 그때와는 전혀 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뿌듯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짠한 감정도 있다. 나와 함께 사랑을 주고 받았던 사이인데 지금 한 놈은 사기꾼을 하고 있고, 한 놈은 기 센 여자를 하고 있으니 애잔하다.


<맨 오브 라만차>의 돈키호테도 정말 정말 하고 싶다. 왜냐하면 나이가 있는 사람이 맡아야 더 맛이 나는 역이거든. <맨 오브 라만차>에서 처음 연락이 들어 왔을 때, 돈키호테 역인 줄 알았다. 그런데 여관주인을 하래. (웃음) 정성화, 조승우랑 할 때는 돈키호테 퍼스트 커버도 했다. 농담으로 승우에게 “언제 아플꺼야.” 묻곤 했지. 아무튼 나 나름대로 좀 더 관객들에게 많이 어필하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런 생각이 든다. 내 나이 또래의 배우들을 이제는 잘 찾아 볼 수가 없다. 주목 받고, 활발히 작품 활동하는, 타이틀 롤을 맡는 배우들이 없다. 개인적인 바람은 상업적으로 장사가 되어야 하는 게 원칙이겠지만 트리플, 더블 캐스팅 중에 연기를 잘 하는 중견 배우를 끼워줬으면 좋겠다. 말해 놓고 나니깐 참 슬프네. 

 - 2014년 7월 24일 플레이디비 서영주 인터뷰 중 

 

 

Q 베르테르를 다시 할 수 있다면...

“하고 싶죠. 대신 제일 큰 극장에서, 주름살 안 보이게(웃음). 이제 해서는 안 되는 역할도 있어요. <그리스>의 케니키 같은. 장난삼아 <그리스> OB팀 꾸려서 짧게 공연하면 재밌지 않겠느냐고 말은 해요. 춤추다 힘들면 잠시 쉬자고(웃음).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배역이 바뀌잖아요, 주연에서 조연으로 바뀌고. 모든 배우들이 마찬가지일 거예요. 저는 <닥터 지바고> 때 지바고가 아니라 코마로브스키를 하면서 그 과정을 겪은 것 같은데, 솔직히 아직까지 인정하기 싫은 부분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더 많은 것들을 해볼 수 있으니까 편안하게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하지만 <스위니 토드>의 터핀 판사, <로빈훗>의 존, <맨 오브 라만차>의 여관주인 등 무대 위 서영주 씨의 모습은 주인공보다 더 강렬하게 남을 때가 많습니다. 나이가 더해져서 오히려 더 하고 싶은 배역도 있을까요?

“기억을 많이 해주셔서 굉장히 감사하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맨 오브 라만차>의 돈키호테나 <닥터 지바고>, <스위니 토드>의 주인공은 나이가 좀 있는 배우가 해야 하지 않나. 실제 캐릭터의 나이도 그렇고, 연륜 있는 배우가 했을 때 원작의 느낌을 더 잘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Q 단박에 조승우 씨가 떠오르는데요. 모두 참여하셨던 작품인데, 무대에서 ‘저건 내가 해야 하는데...’ 생각하셨나 봐요(웃음).

“승우가 했으니까요(웃음). 그런 생각 자주 해요. 배우들은 보는 순간 ‘저건 내꺼!’라는 느낌이 드는 캐릭터가 있거든요. 그런데 그 작품에서 모두 악역을 했네(웃음). 물론 티켓 판매가 걱정되기는 하지만, 회 차를 조정해서라도 캐스팅에 좀 기회를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 2016년 11월 2일 채널예스 서영주 인터뷰 중

 

▲ 2012년 [맨 오브 라만차]에서 도지사/여관주인 역을 연기하고 있는 서영주. 2013년 공연에도 같은 역으로 출연했고 2020년 기획에도 같은 역으로 참여한다. 

 

"처음에 굉장히 마음에 안 들었다"

"제의가 들어왔을 때 '이제야 (돈키호테 역할이) 왔구나'생각했는데, 도지사와 여관주인 역이라고 해서 거의 멘붕 상태가 됐다"

 - 2012년 8월 4일 머니투데이 서영주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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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9-29 04:29:23

기사 논조가 은근히 편향적인 느낌이에요.

WR
2020-09-29 04:34:15

이거 기사 아니고 제가 쓴거에요. 관객 입장에서 쓴 것이니...

2020-09-29 04:50:13

ㅎㅎ 그렇네요. 맨오브라만챠 팬 입장으론 조승우씨 공연 한번 보고싶거든요. 워싱턴DC에서 공연 보고 나서 너무 좋아서 유튜브로 소피아 로렌 출연작 찾아보고 사운드트랙 LP 구입했었죠. 저 돈키호테 말 탄 로고 정말 뇌리에 딱 새겨졌어요.

WR
2020-09-29 04:57:29

조승우 소문대로 이 작품에서도 잘 해요. 전 2007년 공연 때 봤는데 지금은 더 잘 할겁니다. 작년에 스위니 토드 재공연으로 오랜만에 조승우 공연 봤는데 성량이 많이 늘었더군요. 창법도 다양하게 발휘하고. 제대 후에 뮤지컬에 더 집중하더니 실력이 더 늘었어요. 

2020-09-29 05:00:47

그저 부럽네요, 코로나 끝나고 볼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가슴에 불을 지르는 노래를 조승우 × 한국말로 느끼고 싶네요.

2020-09-29 08:54:43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서영주 배우를 볼 때마다 좀 더 비중이 큰 역할을 맡을만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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