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과연 나라잃는 상황에서 나는 애국자가 될까?
예전에 아버지가 이런 얘기를 한적 있어요.
본인은 만약 고문을 당할일이 있어 끌려가게 된다면, 얼마 참지도 못하고 다 불을거라고...
그런 자조적인 얘기를 왜 했는지 상황은 생각 안나는데, 저는 조금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제게 아버지는 그래도 굳건하고 좀 나무같은 이미지가 있었거든요.
아마 자신은 고통을 참기 어려워 한다는 취지로 얘기했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를 생각해봤습니다.
이것도 유전일까요? 신체적 고통에 극심한 두려움이 있는 저 또한 아마 손톱 부러지는 정도로 바로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울고불고 하지 않았을까요.
아래 체육인명사전에 윤치호가 등재되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윤치호를 찾아봤습니다.
그의 일기에 이런 대목이 쓰여있었다고 합니다.
"내 나라에 퍼붓는 경멸에 대해 내가 얼마나 분노하는지, 그런 한편 내 나라가 갱생할 가능성에 대해 내가 얼마나 절망하는지, 어느 누가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을까? 분노와 절망이 일으키는 감정의 불쾌함과 쓰라림을 솔직히 말해서 견딜 수가 없다."
"흑인 노예제도는, 상황을 고려할 때, 유색인을 위해 취할 수 있었던 최선의 것이었다고 믿게 되었다. 인디언이 처했던 상황과 흑인들의 상황을 비교해보라. 한 민족이 스스로 통치할 능력이 없을 때는 독립할 수 있을 때까지 자기 민족보다 더 개화되고 더 강한 인민에게 통치와 보호를 받으며 가르침도 받는 것이 좋다."
"인종 편견과 차별이 극심한 미국, 지독한 냄새가 나는 중국, 그리고 악마 같은 정부가 있는 조선이 아니라 동양의 정원이자 세계의 정원인 축복받은 일본에서 살고 싶다"
서양의 여기저기를 다녀온 그는 몰락한 왕조 이후 엉망진창이 된 조선의 상황에서 선진국가들에 대한 동경과 함께 자국에 대한 혼란스러운 감정이 컸던것 같습니다.
지금의 상황에서 비춰봤을때 그의 저런 서술들은 야비한 기회주의자로 읽히지만, 만약 내가 저 상황에 있다면 어떤 판단을 하고 있을까도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이미 타국의 침략을 받고 지배상황에 놓인 조국. 선진문명의 달콤한 감언이설들. 그렇게 서구화가 되어가는것처럼 보이는 다른 지배국가들의 상황.
아마 저도 힘없는 나라가 다시 부흥하기 위해선 외세의 이런 지배가 어쩌면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여기지 않았을까요. 나아가 굶주리고, 와해된 국가의 상황들을 보면서, 설령 그게 침략국이라 한들, 그 휘황찬란한 발전상들과 정돈된 사회상을 보며 그들을 동경하지 않았을끼요?
특히나 그런 사회에서 어느정도 배우고,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가망없어보이는 국가의 재건보다는그 지배하에서 우리도 정돈해나가는게 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그냥 문득 내가 그 시대 사람이라면 나는 영락없는 매국노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뭔가 슬퍼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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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자책하고 그러십니까
99.999%의 일반인이 범주에 속하십니다
유관순 열사같은 0.000001%의 위인이 괜히 위인이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