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치] 세월호 조사의 현 주소
1.
세월호 사건을 조사중인 사참위에 대한 회의감은 지난 글에 적었습니다. 잘못되고 불투명한 방법으로 조사를 하고, 끝내 의혹을 더 하는 식으로 흐지부지된 일이 많았습니다. 어설픈 조사를 해서 어물쩡한 의혹 상태에서 검찰에 수사의뢰하는 걸로 끝내 버리는 것은 무능의 극치로 보였습니다. 독립 기관을 만들어 놨더니, 검찰 특별 수사단을 상부 기관이 스스로 모시는 꼴 아니겠습니까. 검찰도 세월호 특별 수사단을 만들어 수사를 하지만 성과가 미미합니다.
문제는 이 조사기관이 조사를 제대로 못하면 답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성과를 내지 못하고 문을 닫으면 3기 조사위를 꾸릴 동력이 없어집니다. 의혹이 영원한 의혹으로 남겨지는 것입니다. 저는 그래서 조사기간이 연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조사기간 연장과 박근혜의 사라진 7시간을 포함한 봉인된 자료 공개 입법 청원을 바라고 있습니다.
사회적참사특별법 개정
https://bit.ly/2SoEMgS
박근혜기록물 공개
https://bit.ly/2HTUsGV
보시면 아시겠지만, 시민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입법 청원 2만명을 못 모았습니다. 자존심이 상합니다. 국회에 하는 입법 청원이니 인증 절차가 복잡한 것도 있습니다. 본질은 무능한 특조위의 업보라고 생각합니다.
2.
미국의 NTSB 미연방 교통 안전 위원회에 대한 이야기를 게시판에 쓴 적이 있습니다. 미 기관을 찬양하기 위한 사대주의로 NTSB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교통 산업이 발전한 만큼 사고도 많았습니다. 사고가 많이 나면 역설적으로 사고 조사가 발전하게 됩니다. 미국은 1930년대에 NTSB의 원형을 갖췄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30년대에 두 가지 원칙이 세워져 있다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반드시 공표되어야 하며, 조사보고서는 심판을 위한 자료로 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게 지금의 세월호 조사과정과 다릅니다. 특조위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특조위의 결과로 심판이 이루어지길 바라고 있지요. 저도 당연히 죄 지은 사람들이 처벌받길 바랍니다. 그러나 왜 NTSB에 저 두 가지 원칙이 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사고 조사를 하는 전문가들은 당연히 업계 관계자들입니다. 비행기 엔진 고장으로 추락했으면, 당연히 엔진 업계에서 살펴 봐야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사고 책임자들이 사고 조사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실 조사’과 ‘분석 조사’가 분리되어 있습니다. 사실 조사에 참여한 업계 관계자는 분석 조사 과정에서 제외됩니다.
NTSB내에서도 서로 견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상임위원은 모든 정보를 접할 수 있지만, 최종 보고서 발행 단계에서만 의견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의 내용을 바꾸려면 5인의 상임위원 동의가 필요합니다.
조사기간 동안 매일 일일 보고를 해야 하며, 조사보고서가 나오기 전에는 공청회를 해서 알립니다. 조사기간 중 나오는 중간 결과 보고서는 모든 사람이 열람할 수 있습니다.
3.
세월호 조사과정과 많이 다릅니다. 제가 가장 답답한 것은 도대체 무슨 내용을 가지고 어떻게 진행하고 있으며, 그 근거는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사참위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던 세월호 유가족이 내는 책을 출판금지 가처분 신청할 만큼 폐쇄적인 조직입니다. 보안이 필요하다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얻어진 결과는 무엇일까요. 국민의 공감대에서 이제 세월호 조사가 벗어나 버렸다는 것입니다.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제가 앞에 올린 국회입법청원 링크에 참여하시고 나서 댓글을 다시면 제가 사과하겠습니다.
한쪽에서는 지난 정권을 응징할 수 있는 증거 자료 채득으로 생각하며, 다른 한쪽에서는 새로 나오는 것도 없는데 교통사고 조사를 왜이리 질질 끄냐고 생각합니다. 참 답답한 일입니다. 이래서는 어떤 조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신뢰받기 어려워 집니다.
NTSB가 내놓는 사고조사보고서의 목적은 심판이 아니라는 말을 했습니다. 명령이 아니라 ‘안전 권고’만을 내놓고 마무리 합니다. 이 안전 권고의 힘이 굉장히 셉니다. 미국 한 위원회에서 내놓는 법적 구속력 없는 권고일 뿐인데, 전 세계 모든 항공 관련 회사에서 재깍 받아들입니다. 사상이 다르고, 이권이 다른 조직에서도 당연히 받아들입니다.
사고조사과정을 투명하게 공표하는 것이 가지는 힘인 것입니다. 진실의 위력입니다. NTSB도 수많은 참사 조사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마침내 신뢰받게 되었을 겁니다. 사참위도 지금 많이 부족합니다. 이 시행착오가 신뢰받는 조직으로 가는 과정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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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했습니다 인증한다고 오래 걸렸어요
국회청원은 웬만하면 하지 말라는 건가
박근혜기록물 공개는 2만도 안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