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대왕장수풍뎅이만큼 큰 바퀴벌레도 있을까요?
제가 주기적으로 남기는 글이 있습니다.
제겐 잊혀지지 않는 일이고, 여전히 미스테리가 풀리지가 않아서요.
꽤 오래전에 완도에 놀러간 적이 있습니다. 아마 군대가기전이거나 전역한 후일겁니다.
당시 완도에는 바닷가주변으로 대형 모텔들이 우호죽순으로 생겨나던 시기였어요.
늦은밤 그곳에 도착했을때만해도 기분이 좋았죠. 뭔가 그 삐까번쩍하고 거대한 모텔촌들이 유흥지에
놀러온 기분을 복돋아주었거든요.
가장 그럴듯해보이는 모텔에 들어가 숙박을 했습니다. 지은지 얼마되지 않은 곳이었고, 시설 등이 깨끗하고 고급스럽고 좋았어요.
방을 배정받고 불을켜고 들어가는데, 저 멀리, 테이블 아래에 검은딱지 하나가 놓여있었습니다.
뭔가 싶어 가까이 다가가보니, 눈앞에 믿기 어려운 존재가, 세상의 것이 아닌것 같은 그게 숨죽이고 가만히 웅크리고 있더라고요.
벌레였습니다.
처음엔 그 표면의 맨들맨들함과 흑발처럼 까만 색상, 그리고 압도적인 크기때문에 커다란 장수풍뎅이나 장수하늘소같은건줄 알았어요.
모텔에 사는 장수풍뎅이는 뭔가 꺼림찍하지만 그래도 전 장수풍뎅이를 좋아했으니까 겁도 없이 다가갔습니다. 귀요미가 왜 모텔에 있을까 하고.
그런데 가까이서 살펴보니 그건 그런 종류의 아름다운 곤충이 아니었어요.
이리보고 저리봐도 바퀴벌레였죠. 정말 다른 여지가 없었습니다. 바퀴벌레였습니다.
전 혼란스러웠습니다. 분명 바퀴벌레가 맞는데, 전에 본적없는 그 육중함은 또 바퀴벌레가 아니었거든요.
어릴때 살던 아주 오래된 아파트에서 저희 가족은 바퀴벌레와 지긋지긋한 동거를 하고 있었습니다.
드문히 한두마리 보이던게 어느순간부터 손을 댈수조차 없이 많아지더라고요.
그 끔찍한 것들은 간혹 어머니가 끓여놓고 간 찌게속에서, 피아노를 치며 페달을 밞을때면 악기의 작은 틈새속에서 튀어나오곤 했죠.
늦은밤 부엌의 불을 켜면 다닥다닥 수백개의 점마냥 퍼진 바퀴벌레들이 순식간에 하나의 거대한 점이 되었다가 후미진곳으로 사라지곤 했는데, 그 아파트의 밤은 제게 잊혀지지 않는 유년의 추억입니다. 밤마다 바퀴벌레에 물려 죽는 꿈을 꾸곤 했어요.
이 얘기를 왜 하냐면,
제가 바퀴벌레의 모양을 혼돈할리 없거든요.
아무튼 그 거대한 것은 사람이 가까이 가도 꿈쩍도 하지 않았어요.
그건 도저히 제가 어떻게 할수 없는 존재였고, 바로 카운터에 전화를 해서 상황을 설명했죠.
잠시 후에 직원이 한명 올라왔어요. 손에는 커다랗고 두터운 타올을 들고서.
그렇게 룸에 온 직원은 이미 메뉴얼이 몸에 익은듯, 저희에게 말도 걸지 않고 그것에게 성큼성큼 다가가더라고요. 그리고는 자기 몸만큼 커다란 타월을 그것에게 날리고 재빠른 발재간으로 타월을 밞아대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주저없이 밞으면서도 너무 싫은듯 몸서리치는 직원의 모습도 아직 떠오릅니다.
그렇게 그것은 타월안에서 압사되서 죽고, 그 잔해물을 포대기에 아기 말듯 몇겹씩 돌돌 말아 가져가던 직원이 제게 이렇게 말했어요.
"어제부터 갑자기 어디서 온건지 ,이렇게 큰 바퀴벌레들이 모델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어요"
사진이라도 찍어둘껄...
그 뒤 전 스스로도 믿기 어려운 그 거대한 바퀴벌레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고, 여기저기 커뮤니티에 물어도 봤지만 그렇게 거대한 바퀴벌레가 있다는 얘기는 찾을수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그 확대된 바퀴벌레같던 그 벌레는 도대체 뭘까요?
꿈을 꾼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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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 에이 그렇게 큰바퀴벌레가 어딨어요ㅋㅋㅋ 잘못봤겠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