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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반반 수필] 이름을 헤아리는 날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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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4 09:52:17

별헤는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1941. 11. 5.)

 

  • 갑자기 옛 기억이 가슴을 가득 메우며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이루지 못한, 아니 이루기를 포기해 버린 꿈을 직접 떠올리는 것은 아직도 어려워서, 꿈으로 가득했던 시절 만났던 인연들을 떠올립니다. 시인이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며 불러보는 옛 인연의 이름들처럼, 나 역시 그 시절 인연의 이름을 떠올려봅니다.
 
  • 아직도 가슴 한 켠이 아릴 만큼 충분한 시간이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고유명사들 상당수는 바로 기억나지 않아 한참을 궁리해야만 알아낼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검색해서 겨우 알아낸 이름들, 근황을 보고서 안도하기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기껏 떠올렸지만 검색되지 않는 이름들은 마음을 더욱 휑하게 합니다.
 
  • 또 언제 이 이름들을 그리워하며 찾을지 모릅니다. 나는 대체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그 이름들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결과물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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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까르고 : 〔2007. 10. 18 - 2020. 09. 16.〕 〔2020. 09. 23. ~ 2021. 03. 22.〕〔2021. 04. 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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