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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예능의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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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0-24 21:12:20

어제 MBC에서 또 하나의 트로트 예능인 <트로트의 민족>을 런칭했고, 결과는 9.8%라는 최근 공중파로선 이례적인 시청률을 올리며 퀄리티 스타트를 시작했습니다. 이로써 공중파 대형 트로트 예능은 11월 방영 예정인 KBS의 <트롯 전국체전>이 남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트로트의 민족>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트로트 예능들이 시청률에서 준수한 성적을 거둬서, 일단 올해 하반기 진행된 트로트 예능의 상업적 결과들은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센세이션이 된 나훈아 공연도 그 연장선의 하나겠고요.


사실 개인적으로 트로트에 대한 반감은 없습니다. 저는 엔카도 듣고 트로트 장르에 대해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킨 주역인 황병기 선생의 가야금 음악도 좋아하고 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도 잘 따라 부릅니다. 그러나 살다 보면 트로트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을 곧잘 보게 됩니다. 제가 90년대 아이돌 가요들은 도저히 듣기 힘들어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한 거부감에는 당연한 면모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김흥국이 한때 회장을 맡았던 대한가수협회는 외부에서는 말만 가수협회지 트로트가수협회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가수협회로선 제 역할을 못했죠. 트로트는 장르 자체의 힘이 워낙 세다 보니 그 간판을 갖고만 있어도 어느 정도 수요를 보장받는 면이 있는 장르입니다.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컨템포러리나 록은 점조직적 생산과 수요를 가진 트로트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상업적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죠. 그쪽에 애착을 가진 분들이 아마추어 가요 시장을 잠식하고 다시 프로 가요 시장도 잠식하려 하는 트로트에 거부감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고 봅니다.



 

 

사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트로트와 다른 장르들과의 결합이 중량감 있는 가수들에 의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한영애가 어어부 등이 포함된 음악창작집단 복숭아와 함께 트로트 곡들을 자신의 접근법으로 재해석하여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고, 에픽하이는 심수봉을 피처링으로 하여 '여자라서 울어요'를 발표하기도 했죠. 재즈 가수 말로는 트로트를 재즈로 편곡한 앨범을 내놨었고 디제이 소울스케이프 등을 위시한 힙합 씬에서도 꾸준히 여러 가지 시도를 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흥미로운 음악적 결과물들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으로 어떤 트렌드가 이뤄지진 못했습니다. 그후에는 한동안 그리 유의미한 움직임은 없다가 아예 정통 트로트를 전면에 내세워서 아이돌 오디션 포맷을 씌워 대박을 친 게 티비조선의 <내일은 미스 트롯>이었죠.

 

티비 조선의 트로트 예능들이 음악적으로는 정통 트로트를 지향한다고 하면 요즘 나오는 트로트들은 타 장르와의 합종연횡을 꾀하는 인상이 듭니다. <트로트의 민족>은 이은미를 전면에 내세우고 박칼린, 김현철 등의 타 장르 묵직한 음악가들이 나오며 <트롯 전국체전>은 윤도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그들이 포섭된 것이 어쩌면 트로트라는 장르의 상업적 풀 자체가 이정도로 거대해졌다는 반증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위의 한영애와 에픽하이가 그랬던 것처럼, 필드에서 뛰는 프로 음악가들은 트로트에 대한 거부감이 그리 강하지 않은 모습들을 종종 접하곤 했기에 그리 이상하지는 않게 다가옵니다.


물론 트로트 예능이 이처럼 많고 줄기차게 나온다는 건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주는 상황인 건 맞는 듯합니다. 저는 토크 예능이나 스탠드업 코미디류를 좋아하는데 그런 류 예능은 지금은 씨가 말라서, 거의 공중파 예능을 안 보며 살고 있기에 잘 모르겠는데도 대충 트로트 예능판이라는 걸 알고 있을 정도니까요. 요즘 트로트 예능에서 타 장르와의 연결을 꾀하는 것도 트로트 재료의 다양성을 키우려는 노력의 일환이겠죠. 트로트가 흥한 것처럼 1980년대~90년대의 잊혀지거나 숨겨진 컨템포러리한 가요들도 예능화되어 좀 뜨면 대중가요 다양성에 기여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으로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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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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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4 21:03:29

어쩔수 없죠 ㅋ
50대이상분들은 티비 많이 보니까요
요즘 부모님 계속 미스터트롯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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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4 21:06:00
트로트를 싫어하는 분들 중에서 몇몇은 은근히(혹은 대놓고) 수준낮은 장르로 평가하더군요. 디피에서도 몇 분 본것 같습니다. 싫어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왜 그렇게 무시하는지 이해가 안가더군요.

저도 트로트 프로그램 좋아해서 이것저것 보고는 있습니다만 시청률이 좋다고 결과물까지 좋은 것 같지는 않더라구요. 얼마전에 끝난 MBN의 '보이스트롯' 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시청률은 좋았습니다만 지금은 우승자가 누군지 기억도 안 나네요. 안 그러길 바라겠지만 엠비씨나 케비에스에서 하는 프로그램도 화제성은 좋지 못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류작의 한계 때문에.
아마도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방송할 티비ㅈ선의 '미스트롯2'가 화제성 시청률 모두 휩쓸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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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4 21:43:15

저도 동감하는 바입니다. 당연히 좋아하는 장르 싫어하는 장르 있을수있지만 장르 비하는 다른 문제죠. 락이든 힙합이든 트로트든, 그리고 장르는 아니지만 그동안 은근 무시당하던 아이돌 음악까지 뭐가 수준높고낮고를 가르는건 무의미한데 저도 그런 글들보고 이해가 안되더군요. 아마 트로트의 중흥을 이끈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시리즈가 TV조선에서 시작한것에 대한 반감도 어느정도 작용했다고 봅니다.

2020-10-24 21:19:01

방송 시간 보니

 히든 싱어 방영시간대이네요

아니 그런데 둘다 전현무 진행 .ㅎㄷㄷ

전현무 더비인가요 ㅎㅎ

2020-10-24 21:19:33

일단 유튜브 때문에 TV를 보는 젊은 층이 많이 줄었고, 70대 이상은 보시더라도 광고 없는 KBS1 고정이죠. 

Updated at 2020-10-24 21:26:32

신촌에서 두 집으로 시작해서 전국 열풍을 몰고왔던 찜닭처럼 보고 있습니다. 분명 독자의 영역이 있으나 지금처럼 열풍이 불 수준은 아니지만 한때 지나가는 유행으로요. 어찌되었건 당시 대세가 되면 누구도 못 거스릅니다.

이때 좋아하는 분들은 마구 즐기면 되는거죠. 아닌 분들은 TV끄고 한동안 딴거 들으면 되는거구요.

얼마전 어머니 병간호때문에 병실에서 어쩔수 없이 2주이상 요새 프로그램을 반복해 들었습니다만 50 넘은 저로서도 가까워지긴 힘든 장르네... 하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접근 가능한건 홍진영이나 무조건 딱 한곡 정도? 나훈아씨야 그레이드가 다른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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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0-24 21:58:42

이번 트롯붐의 시발점이 더러운 곳이라 찝찝한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만 이 정도로 반응이 큰 것은 그만큼 수요가 크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밤낮 아이돌들 노래로 뒤덮힌 방송들에서 다른 선택은 별로 없었죠.
종편이 장년, 노년층을 끌어드린 이유도 처음엔 도무지 이해를 못했는데 공중파방송을 둘러보니 알겠더군요. 속도감있는 예능위주의 프로그램들속에서 그들이 볼만한게 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거의 배척받았다고 할수있는 수요층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줬다는 의미를 찾을수 있을것같습니다. 우려먹기가 선을 넘었다는 생각은 들지한 다짜고짜 정치적시선으로 욕만할 사항은 아닌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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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4 22:24:09

장르가 다양해야 듣는 재미도 있고, 선택할 곡도 많은데... 좀 편협하죠. 자기 취향에 맞는 음악 들으면 되는거죠. 무슨 비하까지씩이야. 클래식 듣다가 트로트도 들을 때도 있고 그런건데... ㅎㅅ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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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4 22:40:06

송가인 임영웅이라는 대형스타의 출현이 돌풍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아무리 트로트 쟝르가 흥해도 스타가 안나오면 반짝일 수가 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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