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트로트 예능의 현재
어제 MBC에서 또 하나의 트로트 예능인 <트로트의 민족>을 런칭했고, 결과는 9.8%라는 최근 공중파로선 이례적인 시청률을 올리며 퀄리티 스타트를 시작했습니다. 이로써 공중파 대형 트로트 예능은 11월 방영 예정인 KBS의 <트롯 전국체전>이 남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트로트의 민족>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트로트 예능들이 시청률에서 준수한 성적을 거둬서, 일단 올해 하반기 진행된 트로트 예능의 상업적 결과들은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센세이션이 된 나훈아 공연도 그 연장선의 하나겠고요.
사실 개인적으로 트로트에 대한 반감은 없습니다. 저는 엔카도 듣고 트로트 장르에 대해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킨 주역인 황병기 선생의 가야금 음악도 좋아하고 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도 잘 따라 부릅니다. 그러나 살다 보면 트로트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을 곧잘 보게 됩니다. 제가 90년대 아이돌 가요들은 도저히 듣기 힘들어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한 거부감에는 당연한 면모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김흥국이 한때 회장을 맡았던 대한가수협회는 외부에서는 말만 가수협회지 트로트가수협회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가수협회로선 제 역할을 못했죠. 트로트는 장르 자체의 힘이 워낙 세다 보니 그 간판을 갖고만 있어도 어느 정도 수요를 보장받는 면이 있는 장르입니다.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컨템포러리나 록은 점조직적 생산과 수요를 가진 트로트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상업적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죠. 그쪽에 애착을 가진 분들이 아마추어 가요 시장을 잠식하고 다시 프로 가요 시장도 잠식하려 하는 트로트에 거부감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고 봅니다.
사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트로트와 다른 장르들과의 결합이 중량감 있는 가수들에 의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한영애가 어어부 등이 포함된 음악창작집단 복숭아와 함께 트로트 곡들을 자신의 접근법으로 재해석하여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고, 에픽하이는 심수봉을 피처링으로 하여 '여자라서 울어요'를 발표하기도 했죠. 재즈 가수 말로는 트로트를 재즈로 편곡한 앨범을 내놨었고 디제이 소울스케이프 등을 위시한 힙합 씬에서도 꾸준히 여러 가지 시도를 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흥미로운 음악적 결과물들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으로 어떤 트렌드가 이뤄지진 못했습니다. 그후에는 한동안 그리 유의미한 움직임은 없다가 아예 정통 트로트를 전면에 내세워서 아이돌 오디션 포맷을 씌워 대박을 친 게 티비조선의 <내일은 미스 트롯>이었죠.
티비 조선의 트로트 예능들이 음악적으로는 정통 트로트를 지향한다고 하면 요즘 나오는 트로트들은 타 장르와의 합종연횡을 꾀하는 인상이 듭니다. <트로트의 민족>은 이은미를 전면에 내세우고 박칼린, 김현철 등의 타 장르 묵직한 음악가들이 나오며 <트롯 전국체전>은 윤도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그들이 포섭된 것이 어쩌면 트로트라는 장르의 상업적 풀 자체가 이정도로 거대해졌다는 반증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위의 한영애와 에픽하이가 그랬던 것처럼, 필드에서 뛰는 프로 음악가들은 트로트에 대한 거부감이 그리 강하지 않은 모습들을 종종 접하곤 했기에 그리 이상하지는 않게 다가옵니다.
물론 트로트 예능이 이처럼 많고 줄기차게 나온다는 건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주는 상황인 건 맞는 듯합니다. 저는 토크 예능이나 스탠드업 코미디류를 좋아하는데 그런 류 예능은 지금은 씨가 말라서, 거의 공중파 예능을 안 보며 살고 있기에 잘 모르겠는데도 대충 트로트 예능판이라는 걸 알고 있을 정도니까요. 요즘 트로트 예능에서 타 장르와의 연결을 꾀하는 것도 트로트 재료의 다양성을 키우려는 노력의 일환이겠죠. 트로트가 흥한 것처럼 1980년대~90년대의 잊혀지거나 숨겨진 컨템포러리한 가요들도 예능화되어 좀 뜨면 대중가요 다양성에 기여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으로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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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 없죠 ㅋ
50대이상분들은 티비 많이 보니까요
요즘 부모님 계속 미스터트롯 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