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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정치]  WTO사무총장 선거이야기하면서 WTO개혁을 언급않는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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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0-29 13:58:18

이 글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WTO사무총장 선거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잡담입니다. 좀 길 것 같습니다.


먼저 글 제목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오늘 잡담의 핵심이 저거라서 그렇습니다.


 

WTO 사무총장을 뽑는 레이스에서 우리나라의 유명희 통상본부장과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후보.  이렇게 두 명이 결선에 나와 있습니다.


WTO 사무총장 정하는 회의일은 11월 7일로 알려져 있는 데, 그 며칠 전인 11월 3일에 미 대선이 있어서,

미 대선 결과에 따라 WTO 사무총장도 바뀔 수도 있지 않냐 라는 희망을 가진 뉴스도 나오던 것 같은 데, 안될 겁니다. 

이미 판세가 너무 확고하게 굳어서 무리입니다. 


美 바이든 되면, WTO 유명희 된다 - CBS 노컷뉴스, 2020. 10. 27

https://www.nocutnews.co.kr/news/5436120

 

美, 유명희 공개지지 나섰다···WTO 막판 역전극 벌어지나 - 중앙일보, 2020. 10. 29

https://news.joins.com/article/23906565

 

현재 판세는, 유명희 후보를 지지하는 쪽은 우리나라와 아시아 국가들, 그리고 미국입니다.  


아프리카 50개국은 응고지 후보를 지지하고 있고,

E.U. 27개국은 내부 격론끝에 응고지 후보 지지를 발표했습니다.  여기에 카리브해 국가들 일부와 기타 국가들 해서 총 100개국 넘는 나라들이 응고지 후보 지지를 발표했습니다. 

2/3이상이 응고지 지지로 결정하자, WTO본부에서 우리나라와 나이지리아에게 이 사실을 전달하면서 암묵적으로 유명희 후보가 사퇴해주시면 안되겠느냐고 넌지시 의사를 전한 상태입니다. 


WTO 선호도 조사서 나이지리아 크게 앞서…유명희 사퇴하나 - 한국경제, 2020. 10. 28

https://www.hankyung.com/politics/article/202010280715Y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WTO는 28일 제네바 현지시간으로 오전 11시(한국시간 오후 7시) 제네바 주재 한국과 나이지리아 대사를 불러 두 후보에 대한 선호도 조사 결과를 통보했다.

정부는 아직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이날 로이터는 WTO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차기 사무총장으로 WTO를 이끌 것을 제안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우리나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퇴 종용을 받는 수준까지 열세에 몰리게 된 데에는 몇가지 요인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언론들이 그 요인들에 대해서 언급 않거나, 헛다리를 짚으면서 계속 기사를 쏟아내고 있길래, 오늘 잡담글에서는 그걸 지적하면서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아프리카 50개국이 응고지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야 따로 분석하지 않고 넘어가겠습니다. 

이번 선거의 판세를 가른 분수령은 E.U. 회의였습니다.


해외 언론보도에 따르면, 유럽 내에서 응고지 후보를 민 것은 독일이 주동자였고 프랑스가 함께 했다고 합니다. 

서유럽 국가들이 아프리카 응고지 후보를 민 반면에, 헝가리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은 우리나라 유명희 후보를 밀었습니다. 양측이 팽팽하여 결론을 못내자, 추가 회의를 한 끝에 응고지 후보로 결론을 냈다고 합니다. E.U.내에서 아프리카 후보를 미는 나라가 15개국, 우리나라 후보를 미는 나라가 12개국이었다고 하는 데, 독-프 연합이 다른 나라들을 설득한 끝에, 우리나라 지지하는 나라가 7개국으로 줄고, 다시 5개국 > 0개국 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독-프 연합은 왜 이렇게 아프리카 후보를 열심히 밀었을까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유럽 종주국으로서 식민지 나라들에 대한 정서적 애착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네. 개소리라고 보고요, =_=

동유럽 국가들이 우리나라의 투자 때문에, 우리나라 눈치를 봤다는 분석은 맞는 이야기입니다. 

 

최초의 한국인 WTO 사무총장은 가능할까? - MBC, 2020. 10. 24

https://imnews.imbc.com/news/2020/politics/article/5950500_32626.html


"지금 시점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EU의 표심입니다.


EU는 27개 회원국이 한 후보에게 몰표를 행사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유럽은 식민 지배의 경험 때문에 역사적·심정적으로 아프리카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유럽 국가와의 경제적인 관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동구권을 중심으로 우리 기업들의 투자가 많은데요. 그러다보니 EU가 이번 주부터 누구를 밀어줄 것인가 합의를 시도하고 있지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유럽 수출을 위해서 인건비가 싼 동유럽 국가들에 공장을 짓고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 나라들이 우리나라 눈치를 본 것이죠. 판세가 불리해린 다음에도 자기들이 한국을 밀었다는 것을 기록으로 남겨달라고 한 게 그래서입니다. 우리나라에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독-프 연합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이 아프리카 후보를 지지한 까닭은,

'중국이 아프리카에 대규모 투자를 해서 종주국화 하고 있는 것을 견제하려 했기 때문이다' 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저는 이 분석이 맞는 이야기이고 일정부분 실제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보다 크고 결정적인 요인은 따로 있었다고 봅니다.


유럽이 WTO 사무총장으로 응고지를 미는 이유는? - CBS 노컷뉴스, 2020. 10. 27

https://www.nocutnews.co.kr/news/5436844


"◆ 김민하> 일단 여러 가지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유럽에도 안 가봤고 아프리카에도 안 가봐서 사실 잘 모릅니다. 잘 모르지만 제가 이걸 하기 위해서 보도를 급하게 막 찾아보니까 첫째로 중국 견제의 측면이 있다 이렇게들 얘기해요. 뭐냐 하면...


◇ 김종대> 중국 견제.


◆ 김민하> 아프리카를 둘러싸고 사실은 중국의 일대일로 이런 사업들이 아프리카까지 목적으로 하는 이런 경제원조사업이나 이런 것들이 진행이 돼왔기 때문에 아프리카 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키워지는 것을 유럽 입장에서는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이런 얘기인 거죠. 과거 역사적 경험을 봐도 아프리카의 몇몇 국가들, 대단히 많은 국가들이 제국주의 시절에 유럽 국가들의 식민지였거나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경제적인 영역에서 유럽이 갖고 있는 어드밴티지가 있는 건데 이걸 중국이 와서 뺏어간다 이런 느낌이 있다 보니까.


◇ 김종대> 아프리카를 중국에 뺏기지 않겠다.


◆ 김민하> 그렇습니다.


◇ 김종대> 중국이 지금 아프리카에 돈 많이 썼으니까. 유럽의 안마당인데, 그렇죠?


◆ 김민하> 그렇죠. 그래서 우리가 아프리카 후보를 지원함으로써 이니셔티브를 갖고 가겠다 이건데 원래 유럽 국가들이 또 아프리카에 많은 투자를 했다고 합니다. 보고서나 이런 걸 보면. 그래서 경쟁이 붙고 있는 측면이 있고 두 번째는 유럽의 큰 문제 중의 하나가 난민 문제 아닙니까? 그런데 예를 들어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지금은 여러모로 저발전 국가들인데 발전이 진행이 되고 거기에 경제가 활성화되면 거기서 찾을 수 있는 일자리들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유럽으로 난민들이 계속 몰리는 게 아니라 대안적인 이런 곳이 생길 수 있으니까 아프리카에 많은 투자를 해야 되고."


 


제가 생각하는 독-프 연합이 아프리카를 열심히 민 가장 큰 결정적인 이유는 미국입니다. 그리고 WTO개혁입니다.

이것은 WTO사무총장 선거인 데, 당연히 WTO의 당면과제가 핵심이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나라 언론들이 희한한 게, WTO사무총장 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아무도 그 뒷배경을 설명을 안해줍니다. 제가 뉴스만 서른 개는 본 것 같은 데, 한결같이 배경을 설명안하더군요.  


이번 선거는 WTO사무총장이 임기를 중도 사퇴하고 떠나버렸기 때문에 하는 것입니다. 

자연스레 임기 종료되서 새로 뽑는 게 아닙니다. 전임이 도중에 그만두고 나가버렸습니다.  사퇴한 이유에 대해, 전임 사무총장은 '개인적 이유'라고만 밝히고 나갔는 데, 나간 다음 펩시콜라 부회장으로 갔다고 해서 허탈함을 남겼었죠.  

 

돌연 사퇴한 WTO 사무총장, 알고보니 펩시로 갔네 - 조선일보, 2020. 8. 21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21/2020082103417.html 

 

근데, 펩시콜라 부회장으로 가는 게 급해서, 임기도중 사퇴한 것은 아니고요, 미-일이 WTO를 계속 몰아붙이면서 허수아비로 만들자, 스트레스를 받아서 나간 게 크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제가 프차에다가 글 쓴 적이 있었을 겁니다. 

미-일이 WTO 개혁이라고 주장하면서, WTO 규정을 뜯어고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그 일환으로 비토권을 행사해서 WTO 상소기구가 판사를 뽑지 못하도록 수년째 막으면서, 상소기구가 판사 정원 미충족으로 판결을 못내리는 유령기구가 되어버렸다는 이야기를 한 적 있습니다.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comm&wr_id=20915056&sca=&sfl=wr_subject%7C%7Cwr_content&stx=wto&sop=and&spt=-1085449&page=2&scrap_mode=


 

미국은 트럼프 취임후에 대규모 대중국 관세를 때렸는 데, 올해 이게 WTO에서 위법하다고 판결이 나왔습니다.


對중국 관세는 규칙 위반" WTO 판결에 美 즉각 반발 - 조선일보, 2020. 9. 16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9/16/2020091600481.html


미국은 이 판결에 대해서도 불만입니다. 


미국은 중국과 한국이 어떻게 개도국이냐고, WTO 개도국 지위 제거를 요구하고 있기도 합니다.

작년에 저 압박이 들어오자 우리나라는 개도국 지위를 포기했는 데, 중국은 아직 포기안하고 버티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만 엮인 게 아니라, 미국 기준에 따르자면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 등등 많은 나라들이 개도국 지위를 박탈당할 위기라서, 순순히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중국이 어떻게 개발도상국이냐” 美, WTO에 ‘개도국 지위 제거’ 거듭 압박 - 조선일보, 2019. 6. 7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07/2019060701023.html


미국이 정한 개도국 지위 박탈 기준에 해당하는 국가들 표

http://tongsangnews.kr/webzine/2001/sub_2.html



여기에다가, 일본도 합세한 상태인 데, 일본의 주 공격상대는 한국입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배제, 대한국 수출금지를 WTO에 제소한 상태입니다.

그보다 몇개월 앞서서는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농수산물 수입금지에 대해서 우리나라가 WTO에서 승소했었죠.

WTO분쟁에서 일본은 지금까지 한국 상대로 전패해왔습니다.


한·일 WTO 분쟁 역대 전적, 한국이 모두 승소 - 경향신문, 2019. 8. 18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908182159005


이런 일들 때문에, 일본은 WTO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미국 주장에 동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미-일의 생각은, WTO에서 미-일의 분쟁 승소율을 높이고자, 분쟁상소기구를 뜯어고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미-일의 이런 WTO개혁(?) 주장에 대해서, E.U.는 반대하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WTO 개혁에 동의한다고 말하면서요.


 

이게 재미있는 대목인데, 미-일 vs E.U. vs 한국과 중진국들 vs 아프리카와 중국, 후진국들이 모두 WTO개혁을 말하고 있는 데, 각자 개혁이라고 말하는 내용은 전부 다릅니다.  그래서 올해 1월 미-일-E.U.가 WTO개혁안에 합의성명을 발표한 적도 있는 데, E.U.의 속내는 따로 굴러가고 있어서, 이번 사무총장 선거에서 E.U.는 아프리카 후보를 밀고, 미국은 유명희 후보를 밀고 있는 것입니다.


"中보조금 막아라"…美·EU·日, WTO 규정 강화 '한목소리' - 아시아경제, 2020. 1. 15

https://www.asiae.co.kr/article/2020011511042198634


 

E.U.는 그럼 어떤 속내를 가지고 있는가.

E.U.는 다자주의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KOTRA가 E.U.가 WTO개혁안으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분석한 내용입니다.


EU의 WTO 개혁 구상안 발표 배경과 속내 - 2019. 1. 8

https://news.kotra.or.kr/user/globalBbs/kotranews/5/globalBbsDataView.do?setIdx=244&dataIdx=169959


   "ㅇ 미국의 이러한 행보는 EU가 수호하는 다자무역주의에 위협이 되고 있으며 EU는 현재와 같은 무역 분쟁이 심화될 시, EU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함.


    - 유럽 싱크탱크 브뤼겔은 8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재와 같은 무역 분쟁 심화 시 최악의 경우 관세가 30~60% 상승할 것이며 글로벌 밸류체인으로 인해 이 영향이 해당국뿐만이 아니라 연관 산업 내 타국 기업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함.

    - 아울러 무역분쟁 심화 시 장기적으로 미국, EU,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GDP per capita)이 3%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함. 이는 2008년 경제위기에 버금가는 규모라고 밝히고 경제규모가 작은 국가들은 더 큰 영향을 받아 아일랜드, 캐나다, 스위스, 멕시코, 한국의 경우 10% 이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봄.

    - 보고서는 해결책으로 3가지를 제시함. ① 주요 교역국(캐나다, 일본 등)과 협력해 다자주의 공격에 대해 적절하고 강력한 보복을 취할 것, ② 연합 수준에서 복수국과 협의를 통해 WTO의 기능과 규제를 변경할 것(분쟁조정기구 운영, 발전 수준에 따른 호혜성 조건, 보조금과 국영기업, 지적재산권 관련 규정), ③ 미국의 WTO저지를 중단할 수 없을 경우 일련의 국가들과 우회 전략을 수립할 것 "



E.U.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면, 

E.U.는 중국과 경쟁하는 입장이니까 중국의 정부 보조금 억제, 지적재산권 규정 강화 같은 주장에서 미-일과 보조를 같이 합니다. 하지만 미국에게 더 큰 권한과 칼을 쥐어주기는 싫습니다. 미국이 WTO상소기구 구조를 바꿔서 지배하게 되면, 그 칼날이 나중에 미국 vs E.U. 간 분쟁에서 유럽을 치는 데에 쓰일 수도 있거든요. E.U.입장으로서는 권력을 여러 주체로 나눠 분산해 두는 것이 좋다는 것이죠. 그게 E.U.가 말하는 다자주의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침묵하고 있는 중국입니다.

WTO 문제에 있어서는 중국과 E.U.는 다자주의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과 E.U.가 말하는 다자주의는 똑같지는 않습니다. 이 둘이 말하는 다자주의는 각자 자기 입장에서 나온 거라서 내용이 다릅니다. 아래 조선일보 기사는 그걸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유럽의 ‘공격적 다자주의’가 성공하려면 - 조선일보, 2018. 1. 15

http://economyplus.chosun.com/client/news/view.php?boardName=C06&t_num=12875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는 완벽한 실패로 끝이 났다. 안건이 많은 것도 아니었지만 회원국은 공동성명을 발표하지 못했다.


이번 회의의 실패에 대한 반응은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이 WTO 각료회의의 실패를 자축하는 동안 중국은 침묵을 유지했다. 홀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던 유럽에만 나쁜 뉴스였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편협한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자협정은 미국에 불리하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고 있고, 미국의 관리들은 WTO 이전의 분쟁 해결 절차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다자주의에서 멀어질수록 유럽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여러 전문가들이 유럽이 국제 경제 무대에서 더 강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보는 이유다. 


이런 기회를 더 잘 살리기 위해서는 유럽이 중국과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WTO 각료회의에서는 침묵을 지켰지만, 사실 중국은 다자주의(multilateralism)의 리더십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과 유럽의 파트너십은 미국이 국제 무역에 끼치고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문제는 이런 파트너십이 성사될 수 있을지가 미지수라는 점이다. 유럽과 중국 모두 국제화와 다자주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입장에는 차이가 있다. 유럽은 ‘공격적인 다자주의’를 지향한다. 다자주의를 강화하기 위해서 기존의 규칙이나 제도를 바꾸는 데 적극적이다. 반면에 중국은 그런 변화에 소극적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규칙이나 제도라면 더욱 바꿀 생각이 없다.


유럽은 다자주의를 위한 공동의 규칙을 중국이 준수하기를 바란다. 이런 측면에서는 오히려 유럽이 미국과 같은 입장이다. 미국과 유럽은 중국이 사기업에 지속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시장 진입장벽을 유지하는 데 비슷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 "


  

중국의 입장은 애시당초 아프리카 후보 지지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아프리카 후보가 다자주의를 포기하고, 미-일 위주의 WTO개혁을 추진할 리는 만무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아직까지도 응고지 후보 지지를 발표하고 있지 않습니다. 침묵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게 미국을 의식해서 중국이 김빼기 작전을 구사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중국이 아프리카를 지지한다고 하면, 미국이 방해작전에 나설 것이라고 보고 최대한 미루고 있는 와중에, E.U.가 아프리카 지지를 결정하고 다른 나라들이 거기에 붙으면서 대세론이 형성되도록 내버려 두고 있었던 겁니다.


 

미국이 늦게나마 유명희 후보 지지를 발표하고 나왔지만,

우리나라는 근데 이걸 적극 환영하고 있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도 실은 유럽처럼 다자주의를 주장해 왔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우리 국익을 생각해볼 때, 중간규모 국가들을 모아서 어느 큰 세력 하나에 휘둘리지 않도록 동등하게 무역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다자주의를 주장해 왔습니다.


미국이 WTO상소기구에서 판사를 임명하지 못하도록 깽판을 놓게 된 계기가, 

미국이 LG세탁기에 물린 반덤핑관세가 위법하다고 WTO가 판결내리면서부터입니다. 

우리는 미국이 주장하는 WTO개혁 방향에 동의해줄 수가 없습니다.

 

이렇다보니 미국이 우리나라 편을 들어준다고 해도 우리가 그걸 적극 환영할 수가 없는 형국입니다. 우리나라도 원래는 저쪽 다자주의 편에 붙어있어야 하거든요. 



마... 그래서 이번 판은 우리나라로서는 나가리가 될 것 같습니다. =_=

 

중국 + E.U. + 아프리카 연합으로 대세론이 굴러가는 판에서 미국이 응고지 후보에 대해 비토권을 행사하면서 막는다고 하면, E.U.와 아프리카 쪽에서는 미국이 또다시 WTO를 무력화하기 위해 수작부린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KOTRA가 작년초에 우리나라에 보고한 E.U. 씽크탱크 보고서 마지막 문장 보시면, "③ 미국의 WTO저지를 중단할 수 없을 경우 일련의 국가들과 우회 전략을 수립할 것"이라고 되어 있죠. 그 연장선상에서 E.U.는 미국을 보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미국이 유명희 지지를 발표하자, 유럽 언론들은 미국이 사무총장 못뽑게 사보타쥬 전략을 펴는 것이라고 의심하는 기사를 내놨습니다.


미국 유명희 지지에 유럽언론은 '일방주의·WTO 사보타주' 의심 - 연합뉴스, 2020. 10. 29

- BBC "미국, 아프리카 최초 WTO 수장 막으려 한다"

- 가디언 "그간 미국 행태 보면 WTO 파괴행위일 수도"

- 유럽·중국엔 '트럼프 마이웨이·무역전쟁' 불만 팽배

https://news.v.daum.net/v/20201029103254071?x_trkm=t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나라가 유럽 설득이 불가능합니다. 

10
Comments
5
2020-10-29 13:11:12

 유럽이 아프리카에 정서적 애착? 지금도 빨대꼽고 있는데... 참 같잖은 소리군요. 

8
Updated at 2020-10-29 17:02:23

언론사 종업원들 너무 조용

4
2020-10-29 13:24:38

명쾌하게 정리가 되네요.
좋은 분석글 감사합니다.
유명희씨가 당선되는게 전혀 좋은게 아니네요.

2
2020-10-29 13:37:44

 제가 궁금하던 내용을 자세히 밝혀준 좋은글 감사합니다. 

1
2020-10-29 13:45:26

잘 정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
2020-10-29 13:52:44

막연한 생각만 갖고 있었는데...쉬운게 없군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2
2020-10-29 14:00:27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뉴스에서는 미국이 우리나라 후보자 지지하고 있지만, 일본이 엄청 방해한다는 해석을 하던데(mbc뉴스데스크) 이런 깊은 배경이 있는지는 몰랐네요.
아쉽긴하지만 본문 글을 보니 명예만을 보고 사무총장하는건 아니다 싶군요. 다음에 호기가 있겠죠!

9
2020-10-29 14:01:02

국제기구 수장의 역할이 조정과 중재이기 때문에

그냥 되면 되는 거고, 안 되도 그렇게 난리 떨 필요 없는 자리입니다.

반기문씨가 UN 사무총장 연임까지 했지만 특별히 한국에 도움이 된 게 있나요?

Secretary - General 입니다.  

 

World Bank 와 IMF 총재직 제외하고는 다 빛좋은 개살구죠.  

5
Updated at 2020-10-29 17:24:51

그러나 기레기들은 이렇게 기사를 쏟아낼 겁니다

일본의 어깃장이 결정타

이제 화해의 제스쳐가 필요한 때

4
2020-10-29 14:34:46

어차피 우리나라 후보가 되면 솔직히 말해서 미국 허수아비죠. 이미 반기문 사례가 존재하는데 말이죠. WTO 무력화 시킨게 미국인데 미국 허수아비 한국사람 세울려고 하지는 않을려고하는것도 한가지 요인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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