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ER HEALTH CHECK: OK
ID/PW 찾기 회원가입

[차한잔]  가을이니까... 시나 한 편...

 
2
  488
2020-11-01 15:18:19

갑자기 떠오르는 시가 한 편 있어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자화상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님의 서명
[닉네임 이력]
에스까르고 : 〔2007. 10. 18 - 2020. 09. 16.〕 〔2020. 09. 23. ~ 2021. 03. 22.〕〔2021. 04. 08 - 〕
Mr.에스까르고 : (2020. 09. 16. - 09. 22.) 【Mr.기념 주간】
Mr. 에스까르고 : (2021. 03. 22. - 2021. 04. 07.) 【Mr. 투쟁 기간】
[주요 글] 일간 코로나-19, 주간 코로나-19, 반반수필
2
Comments
2020-11-01 15:27:41

투르게네프의 언덕

윤동주

나는 고갯길을 넘고 있었다
그때 새 소년 거지가 나를 지나쳤다.
첫째 아이는 잔등에 바구니를 둘러메고, 바구니 속에는 사이다 병, 간즈메통, 쇳조각, 헌 양말짝 등 폐물이 가득하였다.
둘째 아이도 그러하였다.
셋째 아이도 그러하였다.
텁수록한 머리털, 시커먼 얼굴에 눈물 고인 충혈된 눈, 색 잃어 푸르스름한 입술, 너들너들한 남루, 찢겨진 맨발
아아, 얼마나 무서운 가난이 이 어린 소년들을 삼키었느냐!
나는 측은한 마음이 움직이었다.
나는 호주머니를 뒤지었다.
두툼한 지갑, 시계, 손수건…… 있을 것은 죄다 있었다.
그러나 무턱대고 이것들을 내줄 용기는 없었다.
손으로 만지작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다정스레 이야기나 하리라 하고 “얘들아” 불러보았다.
첫째 아이가 충혈된 눈으로 흘끔 돌아다볼 뿐이었다.
둘째 아이도 그러할 뿐이었다.
셋째 아이도 그러할 뿐이었다.
그리고는 너는 상관없다는 듯이 자기네끼리 소근소근 이야기하면서 고개를 넘어갔다.
언덕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짙어가는 황혼이 밀려들 뿐

2020-11-01 15:32:38

하늘과 바람과 별의 시인의 영원한 주제이군요

 
글쓰기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