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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박경리, 장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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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01-09 02:22:15

알릴레오도 봐야하고 대선뉴스도 봐야하는데 아침에 깨어 쓴 첫 댓글이 마음에 남아 해치우는 게 좋을 것 같아 글을 써봅니다.

 

토지의 문체가 일본식 문체라는 데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불구하고 일본식 문체라는 지적에 자유로울 수 있는 지난 세대 작가가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싶습니다.

 

최근에 장정일의 공부라는 책을 짬짬이 들여다 보는데 그 분이야말로 일본식 문체가 두드러져 불편할 정도였습니다. 내용과는 상관없이 그 분의 독서와 집필의 한가운데 일본식 단어가 사고의 흐름을 표현하는데 쓰이는 부분은 안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감히 제가요, 천하의 장정일한테 ㅋㅋ

 

토지는 기시감이 독서를 방해하는 최대 요소입니다. 이 글 말미에 토지 독서 경험 운운에서 빠진 부분입니다. 일본식 문체와 대하소설의 특징을 받아들여도 최서희가 토지 드라마로 이미 머리 속에 영상화되어 있어서 도도히 흘러가는 대하의 흐름이 느리고 답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한가해지면 읽어볼 요량입니다. 조정래 등 여타 대하소설들을 잘 읽은 경험으로 볼때 '기시감'이 제일 큰 이유라고(아래 댓글과 달리) 수정하고 싶습니다.

 

진석사 책은 좀 더 읽어보고 판단해야겠습니다만 언제 다시 열어 볼지가 기약이 없어서 서가에 깊숙이 들여보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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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부터 다른 글에 썼던 댓글입니다.

 

수정)자다 깨어 누워서 단편적으로 쓰다 보니 많이 글이 간과한 것들이 있네요.

나중에 본글로 한번 써볼까 합니다. 

 

그나저나 진석사 책 버릴까요? 읽을까요? 곰브리치 미술사 정도는 아니라도 미학에 접근하는 한글텍스트로 괜찮은 수준이라는 평이 정설인가요? (아래는 원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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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초반 지나 간도에서 멈추고 덮어놓은 지 2년 됐습니다. 저도 먼저 나를 의심하고 박경리 문체를 그 다음은 권장한 유시민을 다시 생각해봤죠. 그 다음은 어려운 책, 쉬운 책을 떠나 내게 잘 읽힌 책과 재밌게 빨리 읽힌 책에서 그 이유를 찾았습니다. 글을 읽을 때 버릇이 있더라구요. 응축된 단어의 의미, 복선을 깔아놓은 문장, 작가가 섞어놓은 회심의 포괄적 발언들을 발견하고 음미하는 버릇이요. 토지를 읽어나가면서 그런 경험을 못해서 멈췄던 것 같습니다. 토지와 김약국의 딸은 어떻게든 죽기 전에 읽겠다는 생각입니다. 마찬가지로 유시민의 정신에는 공감하고 존경하지만 정치적 문장에서의 힘이 여행기 같은 글에서는 느껴지지 않아 충성심으로 읽었습니다. 추가) 진석사의 미학책은 문장도 안읽히는 책인데 버릴까요? 읽으신 분 소감부탁드려요. 작가의 현 행보와 상관없이 글이 가치가 있는지요. 이문열 삼국지,이원복 만화책, 로마인이야기 등은 버리지 않는 선택을 했습니다.

 

 

님의 서명
인생의 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해야 하고,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며, 노래하고 춤추고 시를 써야 하고, 고통 받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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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11-08 02:37:11

항상 그랬군요의 글에서는 편안함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에는 좋던 나쁘던 쓰임세가 있겠지요...

진석사의 책들을 서가에 놓아두는 것보다 출출할때 끓어 먹는 라면 냄비의 받침대로 요긴할 듯도 합니다.

이때는 반듯이 책 앞면이 안보이게끔 뒤집어서 까는것이 중요합니다.

WR
2020-11-08 02:45:34

어이구 감사는 제가 드려야겠네요.  You made my day!

알릴레오를 유튜브열어서 검색했어야 했는데 구글창에서 검색했더니 뉴스 섹션에 맨 진석사 숟가락 얹는 이야기만 있더라구요. 올릴수록 비참해지는 줄 모르나보다 했습니다. 점점 콘트라스트가 심해집니다. 진가가 매달려서 유시민을 나름 조진다고 해도 스스로의 대미지가 커짐을 마음 속 깊은 곳에 지성이 남아 있다면 쓰리게 느낄 거라는 상상해봅니다.

 

 미학오디세이는 애초에 깜냥 안되는 분이 짜집기식 논문을 한국 독서계의 니치마켓에 좋은 제목으로 내놓은 거 아닐까 하는 짐작이 이 분 책 몇 페이지 넘기다 멈춘 이유입니다. 

 

저도 추상적 사고를 지루해하지 않는 류라 여깁니다만 지식이 일천하니 다른 미학책 추천하실 것 있으신지요?

2020-11-08 03:12:01

척척석사 진씨 아자씨의 '내 무덤에 침을 뱉으마' 라는 책을 꽤 오래전에 읽었는데요(대딩때 읽었는데 제가 98학번이니 벌써 22년 전 ) 나름대로 꽤 재미는 있었습니다. 근데 이 분의 글은 책에 어려운 용어가 너무 많이 나옵니다. 좋게 해석해 주자면 독자들 수준을 높게 본다는 얘기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자기 자랑인 거지요(저는 물론 나쁘게 봅니다만) '내 무덤에~' 말고도 '춤추는 죽음' 이라는 책도 가지고 있는데 뭐 재미도 있고 제가 모르는 내용을 배울 수 있어서 이 양반 책은 버리지는 않고 있습니다.

WR
1
2020-11-08 03:15:56

저도 버리지는 않고 내내 귀감(?)으로 삼으려 합니다. 한국 지성사라고 하면 모호하지만 김지하, 박홍 등 세간에 변절, 야합, 흑화 등의 인식을 확정 보류하고 과연 그 분들이 자신이 합리화한 자신의 행보를 어떻게 감내할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앰파씨(공감능력)를 끌어올려 보기도 합니다.(제가 늙어서 그렇습니다)

WR
1
Updated at 2020-11-08 03:29:42

어려운 용어 자체는 죄가 없습니다. 그 분야를 이해하는 최소한의 도구가 그 용어들이고 미학이라는 것 자체가 용어사용법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거라고 짐작합니다. 사람이 싫어지니 책도 폄하하고 싶어지긴 하지만 아마도 많은 분이 읽은 데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6
Updated at 2020-11-08 04:15:30

미학오디세이의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책이 쓰여질 당시 진석사님의 나이와 한국의 상황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진석사님은 막 석사를 취득한 20대의 나이였고, 미학이란 분야도 대중에 생소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일반인과 학생을 위한 미학교양서를 집필하는 일은 기존의 전범이 없어서 맨땅에 헤딩하기와 같았습니다. 그런 일을 교과서적인 방식이 아니라 호프스테더의 "괴델, 에셔, 바흐"의 형식을 차용해 감각주의와 주지주의에 기반한 두 상이한 미술 사조를 대립시키면서 그 사조들의 기반이 사실상 순환논법이었다는 것을 밝힌 것은 나이를 감안하면 꽤 버거운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진중권은 이미 그 책을 쓰기 이전에 M.S 까간의 미학입문을 번역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가 1류 미학자나 미술사가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대중저술가로서의 실력은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 책 이후 기대감을 충족시킬만한, 혹은 미학오디세이에 필적할만한 저작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죠, 지금 와서 미학이나 예술철학적 입장을 설명한 서양 미술사에 대한 책들은  진중권의 책보다 훨씬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미학오디세이 책 자체도 미학사 책이라기 보다 미학적 설명을 곁들인 개별 작가에 대한 비평해설에 가깝기도 하고요. 

저는 미술과 미학의 역사에 대해 가장 좋은 미술사 책을 추천하라면  키치에 대한 탁월한 분석으로 이름이 알려진 조중걸의 책들을 권하겠습니다. 예일대에서 분석철학과 예술사 두 분야를 전공하고 박사를 취득하신 분(어찐된 일인지 이분은 자신의 책이나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학력을 드러내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아마 학력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걸 매우 싫어하는 분인 듯) 인데 그의 모든 책을 보증하고 추천할만 하다 생각합니다. 

WR
1
2020-11-08 04:22:18

치우침 없는 평 잘 읽었습니다. 새로운 데이터 엔트리 조중걸님이 입력됐습니다.^^

WR
1
2020-11-08 04:32:18

검색해보니 제가 몹시 어중간한 포지션에 있네요. 조중걸님의 책들이 제가 읽기를 피하고 있는 류입니다. 좀 더 내공 쌓고 달려들겠습니다.

Updated at 2020-11-08 04:42:25

음..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조중걸의 책은 이분야 초심자들이 읽어도 꽤 깊은 수준까지 잘 인도한다고 독자들의 고백이 속속 올라오거든요. 저도 그랬습니다. 

 

제 생각이지만 그랬군요님의 독서 이력이시라면 조중걸의 책들을 적절히 활용하시는데 넘치고도 남습니다만....

 

 

아 그리고, 혹시 과학적 입장에서 접근하는 미학에 대한 이론들은 관심이 없으신가요? 다윈주의 미학이나 신경미학 쪽 책들이 아름다움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 이해를 훨씬 확장시켜 주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WR
1
Updated at 2020-11-08 05:40:36

쪽지로 보냈습니다.

WR
1
Updated at 2020-11-08 06:43:04

와 논고해제 1,2 이북으로 있네요, 뛸 듯이 기쁩니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구글 이북에 있어서 더욱 좋습니다.

WR
1
2020-11-08 07:11:38

재밌어 보이는 거 하나 찾아 같이 보려합니다. '철학, 마법사의 시대'로 한국에도 있네요.

1
2020-11-08 07:16:45

재미있겠네요. 게다가 역자도 제가 신뢰하는 분입니다. 이런 책이 나온지도 모르고 있었다니 저는 아직 책수집인으로서도 미달이네요..ㅋㅋ

WR
1
Updated at 2020-11-08 07:24:41

저 보고 하는 말 같습니다. From philosophical investigation by Wittgenstein

1
2020-11-08 07:31:15

네 정말 그러시겠습니다. 철학적 탐구는 대강 어떤 이야기인지는 알지만 원전을 읽어보지 못했는데, 저 정도 문장이라면 영문으로 도전해 봐? 하는 생각도 드네요. 참고로 저는 영어가 매우 서툽니다. 이 내용은 인간의 언어본능이 생득적이라는 현대 인지과학 이론하고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네요. 

WR
Updated at 2020-11-08 09:59:04

https://play.google.com/store/books/details/Ludwig_Wittenstein_Tractatus_Logico_Philosophicus?id=uWvrAgAAQBAJ 

이북이 단돈 0.99불입니다 55페이지로 버트란트 러셀이 소개글 쓰고 번역도 한 것 같습니다. 도전을 떠나서 괜찮은 것 같은데요? 첫 문장이 조중걸님 해제본 영어하고 같은 것 확인했습니다.

Updated at 2020-11-08 10:06:32

링크해주신 책은 논리철학 논고인데요? 이건 다른 출판사 판본이지만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철학적 탐구도 국역본이 있는데 오히려 영어쪽이 더 쉽게 느겨지네요.ㅎㅎ

WR
2020-11-08 10:09:31

조중걸님 해제본 2권을 이걸로 구매했고 영어만 있는 이 판본도 괜찮아보여 샀습니다. 다음에  philosophical investigation을 읽을 작정입니다.  영어로도 저를 낚은 분이 계셔셔 이 순서대로 더듬어볼까 합니다. ㅎㅎ

WR
2020-11-08 10:10:48

영어가 독어에서 더 가까우니 직관적 번역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Updated at 2020-11-08 10:18:26

저도 간만에 비트겐슈타인관련 책을 검색해봤는데 아주 읽고 싶은 책이 한 권 나왔네요. 박정일의 "논리-철학 논고 연구" 인데 저는 이 분 책은 무조건 믿고 보거든요. 분석철학의 하위분야인 수리논리학에도 정통하셔서, 컴퓨터의 논리에 대해서도 좋은 책을 많이 쓰신 분입니다. 

괴델과 튜링에 대한 책들일 이것 저것 읽어봤지만 국내외 불문하고 박정일의 책보다 더 잘 쓴 개설서는  못 본 것 같아요. 

읽을 책은 늘어가는데, 그다지 진전이 없고 비싸고 혹 하는 책들은 계속 쏟아지고...ㅎㅎ

 

일단 추천해주신 저 책은 구입해야게네요. 너무 감사합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35800163 

 

WR
1
2020-11-08 10:18:56

누군 읽기 바쁜데 써제끼는 분들은 도대체가 ㅠㅠ, 제가 진전이 있으면 박정일님 까지 가보겠지만, 지금 보니 조중걸님 해제 한글이 더 어렵습니다. 

단순한 원전의 영문이 World, Being 을 넣은 엄청난 문장이여서 절대 깔볼 수는 없지만요.

WR
1
2020-11-08 10:21:30

(소곤소곤) 다른 판본은 저렴하지 않습니다. 주석이 많이 들어가서 그런 것 같습니다.

WR
2020-11-08 10:30:39

조중걸님 서문부터 '쩝니다' 당분간 호강하는 기분이겠습니다. 

2020-11-08 10:33:48

네, 원래는 미학사나 미술사관련해서 조중걸님의 "서양예술사" 시리즈와 "서양미술사", "키치" 같은 책들을 추천드리려 했는데, 논고 개설서부터 읽는 것이 조중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근본이죠. 조금이나마 즐거운 독서에 도움을 드린 것 같아 뿌듯합니다.

WR
2020-11-08 10:38:16

그 책들을 피한다고 한 이유를 말씀드리다가 논리철학수고를 소개받은겁니다. 비트겐쉬타인의 원저 몇줄에 맛이 가고 심오한 내용을 조중걸님 도움 없으면 제가 얼마나 헤매겠습니까? 그래서 아까 뛸 듯이 기뻐했고 Rockid님께 감사드린 것입니다. 오늘 정말 운이 좋습니다.

1
2020-11-08 10:40:23

네 정말 그렇습니다. 서문에서도 느끼셨겠지만 조중걸은 논리는 기본이고 직관이 대단히 뛰어난 사상가입니다. 조중걸의 책을 읽으면서 사고의 연결과 횡단을 자유자재로 하는 것을 보고 무릎을 친 것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다만 그분이 현대과학에는 약간 거리가 있어서 진화론 관련 글이 나올 때면 고개가 갸우뚱 거리지만, 그 외에는 너무 번뜩이는 지성을 가진 철학자라고 생각합니다. 그 가치를 바로 알아봐 주시니 저도 기분이 너무 좋네요.^^

WR
2020-11-08 10:56:13

조중걸님 책에는 아쉽게도 러셀의 소개글이 없습니다. 러셀의 소개글도 굉장히 좋습니다. 이 책은 러셀 소개글 만으로도 소장가치가 있겠습니다.

WR
1
2020-11-08 11:02:19

같은 책인지 모르지만 박정일님 논문이 철학사상 부록 PDF로 있네요

 

http://audio.dn.naver.com/audio/ncr/0850_1/20111213164057862_8HTMVDSMT.pdf
2020-11-08 11:02:52

ㅋㅋ책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조중걸이 러셀의 서문을 수록 하지 않은 이유는, 러셀이 비트겐슈타인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비트겐슈타인 본인도 러셀의 서문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거부했다고 합니다. 저는 러셀의 에세이나 철학사 책들을 대단히 좋아하는데, 맨날 제자인 비트겐슈타인에게 후둘리고 무시당했던 일을 생각하면 러셀이 너무 불쌍해요..ㅋㅋ 물론 러셀도 남 무시하는걸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이었지만요.

1
2020-11-08 11:07:18

좀 훑어봤는데, 같은 책은 아니지만 박정일의 비트겐슈타인 이해의 원형을 찾아볼 수 있는 귀한 글이군요. 이것도 너무 감사합니다. 제가 더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Updated at 2020-11-08 10:43:59

조중걸에 대해 조금 더 말씀을 드리자면, 이분이 미국에 철학 공부하러 가서 교수들 보고 실망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제대로 비트겐슈타인을 이해하는 교수가 없어서요. 예일대 철학과 교수들에게 실망을 느꼈다면 조중걸의 기왕의 이해와 기대가 얼마나 대단했던 것인지 알만하죠. 그에 의하면 비트겐슈타인 관련 연구는 오로지 자신의 독학의 산물이라고 합니다. 이런 천재의 글을 쉽게 글로서 접할 수 있는 것만 해도 정말 감사한 일이죠. 

WR
1
2020-11-08 10:47:18

반페이지 정도의 서문이 이렇게 압도적인 느낌을 주는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남들이 보면 설레발친다 하겠지만 '번뜩', '천재' 이런 단어에 걸맞는 분이라고 느꼈습니다.

WR
1
2020-11-08 11:06:54

ㅎㅎ 지금 러셀의 서문 각잡고 읽고 있는데...다음에 비트겐슈타인 본인의 서문도 있어요. 이것도 조중걸님 책에 없어서 읽고 나서 해제로 넘어갈까 합니다.

WR
1
2020-11-08 11:08:50

212페이지나 되서 깜짝 놀랐어요. 러셀 서문 한글번역 정도는 PDF 있겠지 하고 검색하다가 뒷발에 걸렸습니다. ㅎㅎ 제가 감사드려야지요.

WR
1
2020-11-08 22:20:34

영국 말고 나머지 유럽 다른 언어로 된 책의 경우 미국의 번역본 접근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한국이 더 풍부하죠. 의외로 문화면에서 미국은 사일로 같습니다. 고개를 돌려 세계를 보는 미국인과 오로지 미국만 알고도 잘사는 미국인이 공존합니다. 역설적인 백인우월주의의 배경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2020-11-08 22:38:40

그렇군요. 그런데 비트겐슈타인은 말만 유럽인이지 학문적 활동이나 경향은 거의 영미철학 계통이라서, 예일대 교수들이 제대로 이해를 못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예일대 철학과가 아무리 프린스턴이나 NYU같은 강자들하고는 수준차이가 있다지만요. 그래서 저는 조중걸의 학문적 능력이 그만큼 탁월하다는 방증으로 삼았습니다. 실제로 책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개설서를 쓴 다른 외국학자들도 조중걸의 반짝반짝 날카로우면서도 더없이 명쾌한 설명을 못따라가더라고요. 

WR
1
2020-11-08 22:52:29

조중걸님이 걸출하신 것은 이해했습니다. ㅎㅎ
미국인인데 영어권 이외의 것까지 아우른 경우, 자기 분야에서 뛰어난 경우를 많이 봤고
프랑스어나 라틴어를 섞어 사용하는 게 지적 과시에 쓰이는 연유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접근성(번역, 출판, 도서관 보급 등)이 상대적으로 떨어져서 생각해봤던 문제입니다.
예전에 지그문트 바우만 관련해서 유럽과 미국이 많이 차이가 나서 골똘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조중걸님도 독일로 유학 가셨었으면 하는 상상도 해봅니다.

2020-11-08 22:57:36

일전에 바우만을 좋아하신다는 이야기를 하셨었죠. 그런데 조중걸은 바우만을 매우 싫어합니다. ^^;; 저는 재독 철학자 한병철을 통해 바우만을 알게되었는데, 한병철의 글쓰기 스타일이 너무 엄밀성이 떨어지고 오류가 많아서 바우만도 선뜻 접근할 마음이 안 생기더라고요. 바우만도 비트겐슈타인관련 책을 쓴게 있어서 일단 소장은 하고 있는데, 언제 읽게 될지는 기약이 없습니다. 

Updated at 2020-11-08 23:17:09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말씀하신 그 라틴어, 프랑스어를 과시적으로 사용하는 영미 지식인 부류, 좀 더 특정하자면 유럽문화 오퍼상을 자처하면서 라캉 등 정신분석이론을 수입해 문화비평을 하는 부류를 저는 정말 혐오합니다. 그들을 책을 읽어보고 한 번도 뭔가 핵심을 지르거나 최소한의 양심을 가지고 제대로 교과서적인 설명을 하는 것도 못 봤거든요. 솔직히 말해 라캉에 대해서도 저는 반 사기꾼으로 생각하고 프로이트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지만, 그들이 어떤 전복적 사고의 단초를 창의적으로 마련했을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이론을 교조적으로 이용한 소위 포스트모던 문화비평가들은 대부분 자기도 이해 못하는 고급어휘들을 남발하는 사기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생각나는 게 고생물학자인 스티븐 J. 굴드입니다. 역시 라틴어와 그리스어 남발 사용자죠. 이 사람은 사기꾼이라고 생각하진 않고 학문적 깊이와 글솜씨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역시 정직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서 균형감을 잃는 모습을 너무 많이봤죠. 저는 어느 쪽이 근본적으로 옳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심정적으로 좌파 마인드에 좀더 기울어져 있는데도,  굴드나 문화비평을 업으로 삼는 좌파 비평가들은 한 결 같이 별로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영미의 경향을 재수입해서 또 팔아먹는 작자들이 있는데, 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표적으로 이택광 같은 사람이 있죠.

 

WR
1
Updated at 2020-11-08 23:27:06

다작인 경우 일단 ㅎㅎ 굴드 동의합니다.
바우만의 홀로코스트 저작이 진짜입니다. 포스트모던관은 나쁘게 말하면 말장난일 수도.
한나아렌트 보다 바우만의 홀로코스트 분석이 역사적 버드아이뷰를 보여줬습니다. 한글 번역도 있네요
http://aladin.kr/p/8FGQv

1
2020-11-08 23:23:24

그렇군요. 역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모르는 부분을 얻는 것이 많아집니다. 바우만에 대한 편견을 다소 해소시켜주시고 뭘 읽어야 할지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WR
1
2020-11-08 23:32:13

번역이 문제인 경우도 많습니다. 바우만의 영역본은 훌륭했습니다. 언어의 한계가 인식의 한계 맞지 싶습니다.

WR
1
Updated at 2020-11-08 23:53:02

어제 조중걸님 해제본을 처음 봤을때 전율이 일었었죠. 바우만의 홀로코스트도 인식의 전환을 일으킵니다. 현재 미국 상황에 대한 이해와 예견도 되고요. 바우만이 죽기 전에 21세기를 염려한 것도 공감이 갑니다.

2020-11-09 00:18:05

매우 기대가 됩니다. 다만 저 번역본이 좋지 않다는 서평이 많아서 개역판이 나오거나 영문대조해서 읽어야 겠군요.

WR
1
Updated at 2020-11-09 00:42:33

해제 몇 쪽 보는 입장에서 우습긴 하지만 바우만은 홀로코스트의 '기저'까지 살피고 '평범한 원인'까지 파헤쳐냅니다. 현대에도 지구상에 어슬렁거리는 그것, 마이스터의 나라답게 히틀러의 독일이 그것을 어떻게 엔지니어링 차원으로 주도면밀하게 접근했는지, 일제의 민족개조 시도와도 의도와 과정은 닮아보입니다만, 현대는 개인이 그것에 대한 자각이 없으면 악화일로 경향을 띠게 됩니다. 트럼프 치하에서 백인들이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에 정말 두려웠었죠. 바우만을 통해서 그것에 이르시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그냥 제가 편의상 쓴 모호한 대치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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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1-08 05:04:55

언급하신 박경리와 일본식 문체에 대한 논의를 접하지 못한 터라 엉뚱한 소리를 하는 건 아닌가 싶지만, 생각 나는 바가 있어 저도 몇 자 적어봅니다. 우리 모두 잘 알다시피 한국이 개항 이후 최소한 해방 직전까지는 근대 서구 문명을 주로 일본을 통해 간접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한국어는 '민주주의', '자본주의' 등 기본적인 용어와 개념조차 근대 일본어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죠. 일제 강점기에 일제에 맞서는 수단으로서 영향을 미친 사회주의/공산주의조차 일본어 번역과 일본 내의 운동에 크게 영향 받았구요. 한국어를 갈고 닦은 문인들과 학자들 역시 당시 일본 문학과 학문, 그리고 일본어로 번역된 서구 문학과 학문의 영향을 깊이 받았죠(게다가 문학의 경우, 어휘뿐 아니라 문체 자체도 영향 받았구요). 심지어 해방 이후에도 상당 기간 학문, 상업, 방송 등 여러 분야에서 자발적으로 일본을 본받았으며, 일본의 영향이 약해진 지금도 '중2병', '스킨십'같은 일본어 표현이 어원에 대한 의식 없이 널리 쓰이구요. 그래서 종종 정당한 비판의 대상이 되는 '일본식 문체'라는 것도 말씀처럼 어떤 면에서는 과연 완전히 벗어날 수 있나 싶네요. 일본인들이 근대 서구의 여러 개념을 동양 고전의 용어 등을 빌려서 번역한 많은 한자어는 여러모로 타당하고 쓸모 있는데다가 같은 한자 문화권인 중화권과 베트남에서도 쓰이니 우리만 깡그리 버릴 수도 없구요. 개항 이전의 언어 습관이나 어휘로 돌아가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니 이런 혼종성은 말 그대로 역사가 남긴,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라고 해야 될까 싶네요...

WR
2020-11-08 05:22:44

비폭력적인 한류의 영향력이 한글문화가 다른 나라와 융합되는 현실에서 비춰보면 일본어에 대한 역사적 적개심을 처리(일본의 사과?)하는 것 말고는 일본식 문체를 대하는 시각이 바뀔 일이 없겠습니다.

1
2020-11-08 05:17:11

업보군요

식민시대를 지나온

한때 뿌리 뽑혔던 이땅의 지식인들

강제로 접붙이기(분재)당한 지성들

아직 살아 숨쉬는 지성의 실뿌리들

 

끈을 놓을수도 없고

끈을 잡으면 비루한...

 

이걸 노렸겠지요

뿌리를 파낸 족속들은 

WR
2020-11-08 06:19:27

접붙이기 공감합니다.

6
Updated at 2020-11-08 06:51:34

토지는 드라마에서 가장 재미 있을 부분이 간도 이야기, 즉 2부일 겁니다.

바꿔 말하면 3부부터는 대중적 재미는 다소 떨어지지만 영상으로 담을 수 없는 깊이가 있습니다.

인물들은 한층 깊어지고 일본문화나 나쓰메 소세키에 대한 비평이나 당시의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까지 나오면서 작가적 역량을 집대성하는 느낌입니다.(얼른 도전하시라는 뜻.ㅋ)


그리고 일제시대에 태어나 일본어로 교육을 받은 분에게 일본어식 문체 운운하는 건 반칙입니다.

최소한 평사리 사람들의 그 생생한 입말들에 대한 평가가 먼저여야 하죠.

(대충 장정이의 비판이 마음에 안 든다는 소리입니다.)

WR
1
2020-11-08 07:01:54

와이프가 다 읽고 맨날 성화에 부심에... 읽긴 읽어야 합니다. 토지도 안 읽은 무식쟁이라는 소리 듣지 않으려면.

2020-11-08 07:23:28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초프가의 형제들 아직 못 읽었어요. 추천은 많아 받았는데요.
책도 연이 있는 것 같아요.
좋은 생각의 나눔 감사합니다.

WR
2020-11-08 07:28:08

젊었을 때 미룬 책이 산더미입니다. 모아놓고 태울 수도 없고 염력으로 녹여야 하는데요.
대신 더 깊게 읽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2
2020-11-08 07:42:28

 이게 저도 고생을 하고, 아직도 고생중인 부분이 바로 그겁니다. 어렸을때 읽은 책이 물려받거나 선물받은 70년대 출간된 번역서들인데, 이게 국내출판사가 일본에서 번역한 걸 몰래 들여와서 낸 것들이 많죠. 과학서가 그랬고, 고전소설이 그랬습니다. 그런걸 자꾸 보고 그런 책으로 독서일기를 쓰고.... 게다가 일본어 공부까지 초등학교때 시작하다보니 일본식 문체가 스멀스멀 기어들어오더군요....

WR
1
2020-11-08 09:58:02

얼굴이 화끈 거릴 때가 있어요, 쓰레빠 빠케쓰를 무한 반복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 이거 되도록이면 안쓰려고 노력합니다.

2020-11-08 10:24:49

맞습니다.적...이거 털기가 힘들더라구요...

WR
2020-11-08 10:27:00

방금 다른 댓글에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이거 이제 불가능해요.

1
2020-11-08 10:36:47

 대학 1학년 때 이오덕 선생 책을 읽고 우리말 우리글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게 되어 꽤 오랫동안 그 방법을 실천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도 그 방법만으로는 문장이 매끄럽게 이어지지가 않더군요. 아마 과거, 그리고 현재까지도 쓰이는 문체를 습득한 까닭 아닐까 합니다. 지금이야 과거 문체, 이오덕 선생의 방법, 제가 좋아하는 문체 등 적절하게 골라 쓰고 있어요. 마음이 한결 편해지면서 글쓰기도 더욱 좋아지더라구요.

WR
2020-11-08 10:39:17

정말 본받고 싶게 글을 쓰시네요. 역시.

2020-11-08 11:50:09

그게 무슨 상관인가 싶습니다

조리 방법이 야 이건 이건 우리나라에서는 안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건지 싶어요

그런 세상에 살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순혈주의는 이제 낡은 가치관이라고 봅니다

물론 이런 문제제기나 

역사 진행 과정에서의 이런 변화가 있었다라는

일종의 분별과 기록은 의미는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건 순수하지 않으니 애초에 없었던 것으로 

지워버리자

이런 접근은 반대합니다 

WR
2020-11-08 22:28:38

아름다운 한글을 더욱 아름답게 색깔 옷은 선명하게 ㅎㅎ

1
2020-11-09 00:16:02

 솔직히 일본 문인들, 번역가들 문체 알아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유럽어에서 일본어로 번역한 뒤 중역해서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 읽기 더 편한 경우가 있습니다. 단, 몇몇 문학 작품에 한해서요. 철학서는 중역된 걸 보면 역자도 무슨말 하는지 모르고 번역한 경우가 많고(전문 용어를 이해 못하고 번역하니...) 문학 작품은 문체가 까다로운 해외 작가들 원전과 일본 중역본을 보면 간혹 감탄이 나올 정도로 번역이 잘 된 작품들이 있습니다. 물론, 중역하신 분이 일제시대 일본어와 한국어를 이중으로 모국어로 배우신 분이라야...

 

 특히 러시아, 프랑스, 독일 쪽 작품들은 일본의 번역 역사가 워낙 길어서 한국이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번역을 천대하고, 학술적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아서 발전이 없는 듯 합니다. 

 

 박경리 선생님의 글도 일본의 영향을 안 받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원로 작가들 중 일본 문체 영향 안 받은 작가들은 정말 손에 꼽지요. 중단편은 그나마 낫지만, 장편대하소설은 여지없이 왜색이 깃들여 있습니다. 김주영 선생의 장편 정도나 독창적이라 할까... 한글 문학의 역사 자체가 일천하고, 그 맹아기에 일제의 지배를 오랫동안 받아 어쩔 수 없습니다. 

 

 진중권의 경우 20년 전에는 충분히 통하는 글이라 생각하지만, 서양미술사를 끝으로 더 읽을 글은 없는 듯 합니다. 조중걸님의 책은 저도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진씨의 책은 쉽게 읽혀서 도서관에서 몇번 읽으면 금방 읽힙니다. 소장할 가치도 없습니다. 

WR
2020-11-09 01:07:52

잘 된 중역에 대한 생각 동의합니다. 기계번역도 요령껏 중역하면 직역보다 낫다는 사례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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