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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단상] 아시아연대는 우리한테 이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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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30 20:14:05
한중일 간의 아시아연대. 
간혹 학계나 일부 식자층에서 논의되는 주제입니다. 
그런데 이 논쟁의 기원은 사실 꽤 오래된 것이지요. 

19세기 말부터 쟁점이 된 것으로 대청제국과 조선국 그리고 일본제국 간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말한 지식인이 적지 않았습니다. 조선의 김옥균도 중국, 조선, 일본의 연대를 이야기 한 적이 있었고, 우리나라에서 악명높은 후쿠자와 유키치 또한 아시아연대를 한 때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후쿠자와 유키치보다 먼저 이를 설파한 것은 막부의 충신이었던 카츠 카이슈였습니다. 현대 중국의 아버지 손문 또한 아시아연대를 언급하며 서구세력을 몰아내야 한다고 하였고, 대한제국의 안중근 또한 한중일의 연대, 아시아주의의 깃발 아래 서구열강을 상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세계는 서구열강이 서로 분할하여 지배하던 때로, 중국인이나 일본인은 서구열강에 맞서기 위해 황인종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럼 연대라는 대의에는 좌우를 막론하고 대부분 공감했었는데, 가장 중요한 쟁점은 결국 누가 리드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중국인은 마땅히 중국이 리드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일본인은 마땅히 일본이 리드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조선인은 모든 측면에서 역량이 현저히 딸렸기 때문에 리드하기는 커녕 생존조차 버거워했지요.  

하지만 결국 아시아주의를 선도하게 된 것은 일본이었습니다. 중국은 결국 근대적 국민국가 수립에 실패했고, 조선은 아예 나라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일본은 서구를 가열차게 모방하면서도 내심 서구열강에 대한 강력한 반감을 품었고, 아시아주의를 내건 수많은 단체들이 암약했습니다. 겐요사를 중심으로 한 불교단체, 또는 이들의 영향을 받은 흑룡회 등이 있었지요. 이들은 손문과 같은 중국의 혁명가들을 돕기도 했고, 필리핀의 독립운동에 개입하고 심지어 인도네시아와 인도에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리고 대동아(Dai Tou-A, 大東亞)라는 명칭 아래 아시아를 규합하여 영미 앵글로색슨 세력에 대항하고자 했지요. 재미있게도 대동아의 범위는 오늘날 회자되는 인도-태평양의 범위와 거의 일치합니다. 

그런데 일본의 대동아주의는 일장춘몽으로 끝나버렸고, 오히려 일본본토를 철저히 파괴시켰으며 일본은 역사상 처음으로 패전국으로 전락하고 외세의 통치를 받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패전 이후 동아시아에는 미국이 새로운 패권자로 들어서게 되었고, 일본과 한국, 대만과 필리핀, 그리고 한시적으로는 남베트남을 중심으로 하는 질서가 구축되었습니다. 동아시아의 역사상 처음으로 서구열강이 단독으로, 그리고 항시적으로 지역질서의 설계자로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구축한 동아시아 동맹들의 역할은 NATO와 마찬가지로 다음과 같았습니다. Keep the Americans in, Keep the Japanese low, Keep the Soviets out. 한 고위 관료가 NATO의 역할을 두고 미국을 연루시켜 소련을 축출하고 독일을 억제하기 위함이라고 말한 것과 같이, 동아시아에서도 미국은 일본을 억제하는 동시 해당 지역에 다른 강자가 패권을 차지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수행한 것입니다.  

하지만 냉전 이후 동남아를 주축으로 한 ASEAN의 협력이 심화되고, 중국의 경제성장이 아시아의 역내 경제성장을 견인하면서 아시아연대론이 다시 부활하게 됩니다. 특히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유럽과 미국은 이를 철저히 외면했고, IMF는 오히려 각국 경제와 사회에 역효과를 내는 정책을 처방했습니다. 그리고 아시아 각국은 중국의 금융과 시장 덕분에 재기할 수 있었고, 해당 경험으로 인해 아시아연대론이 힘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이후 차후 금융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ASEAN과 한국, 중국, 일본 등은 치앙마이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게 되었고 이는 ASEAN+3, East Asia Summit 등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한편 2007~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 직후인 2009년 일본에는 민주당이 최초로 집권하게 되어 하토야마 유키오 등이 동아시아공동체(East Asian Community)를 진지하게 추진했었는데, 이를 위해 오자와 이치로와 같은 거물 정치인이 국회의원 수백명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하기도 했었습니다.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에 진지하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바로 한 순간이 있었다면 바로 이 때였을 것입니다. 중국과 일본이 서로 아시아주의에 공감하여 일정한 정도의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면 미국의 역할은 아주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사실 동아시아/동남아시아 각국이 일본과 중국의 자본, 기술, 시장으로 인해 큰 혜택을 본 것은 사실이며 이들 없이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시아 각국 간의 힘의 격차는 너무 크기 때문에 아시아연대를 기치로 하여 아시아의 양 강대국, 중국과 일본이 협력하게 된다면 이는 나머지에 대한 중일의 공동지배(Condominium)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과 같이 애매한 지위/위치에 있는 나라로서는 악몽과 같은 시나리오입니다. 특히 중국은 한반도 전역을 자국의 당연한 세력권으로 보고 있으며, 일본 또한 한반도를 자국의 이익선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과 일본 모두 한반도 국가의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며, 하토야마 같은 정치인이 아무리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한다 한들, 혹은 시진핑이 아닌 다른 중국 정치인이 아무리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한다한들 이는 변하지 않는 지정학적 현실입니다. 

현재 한반도 국가가 실제 역량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미국의 존재 때문입니다. 미국과의 동맹으로 대한민국은 영토를 보전하고 주권을 지킬 수 있게 되었고, 그 동맹에 편승하여 오늘날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한미간의 인적교류와 정서적 교감은 미국-중국은 물론, 미국-일본간의 그것보다 깊으며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많은 한국인들이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CSIS, 혹인 미국의회 등에서 활약할 수 있는 것입니다. 미국이 스스로를 태평양 국가 (혹은 인도-태평양 국가)로 인식하고 아시아에 개입할 수록 한국의 운신의 폭이 넓어지며, 또한 일본이나 중국에 대해서도 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 맥락에서 한미동맹을 주축으로 한 한미일 간의 공동협력에도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일본 양자관계에서 한국은 객관적 국력의 차이로 인해 수세적일 수밖에 없으나 한미일이라는 프레임에서는 보다 운신의 폭이 넓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미국에게 한국과 일본 사이에 택해야만 한다고 압박하는 것은 결코 현명하지 못하며 미국의 분노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일본이 같은 방식으로 미국을 압박하는 것도 미국은 불쾌해하므로, 한미일 삼각관계에 대해서는 미국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한국이나 일본의 국내여론을 잠재우는 데도 이로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요컨대 서구세력을 배제한 아시아연대는 중국이나 일본의 영향력을 더욱 확장/증강시키는 것으로,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을 더욱 좁히고 어렵게 하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중국이 주창하는 아시아주의나 일본이 내세우는 아시아주의는 항상 의심의 눈초리로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하토야마 유키오 같은 정치인이 소녀상 앞에 무릎꿇고 사죄하고, 참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한번씩 의심의 눈초리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개인이 실제로 그렇게 느낀다고 한들, 그러한 화해와 사죄를 통해 중국과 협력하고 미국을 배제한 동아시아공동체 등을 이야기 하면 한국 입장에서 아주 골치아파지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반미적 성향의 관료(무려 일본 외무성 국제정보국장을 역임한 고위 관료입니다..."미국은 동아시아를 어떻게 지배했는가?"라는 책의 저자입니다, 추천사는 문정인이 썼고요...)는 하토야마가 바로 그러한 정책을 추구했기 때문에 미국의 미움을 받아 실각했다고 증언하고 있는데, 실제로 2011 동일본대지진 당시 미국은 항공모함과 병원선을 동원해 일본의 구호활동을 지원했고 작전명을 Operation Tomodachi(친구)라고 하여 일본인의 호감을 샀습니다. 민주당 정부의 무능한 대응과 미국의 적극적 구호활동은 크게 대비되면서 민주당 정부의 반미적(?) 외교는 큰 반발을 사게 되었죠. 

과거 조선책략을 저술했던 중국의 외교관 황준헌은 조선에게 러시아라는 거악에 맞서기 위해 "친중국, 결일본, 연미국...즉 중국과의 동맹을 중핵으로 일본과 결속하고 미국과 연대하라"라는 제안을 했는데, 21세기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패권의도에 맞서 "친미국, 결일본, 연유럽(&동남아)"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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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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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30 20:25:47

결일본이라...

3
2020-11-30 20:30:07

흠...

5
2020-11-30 20:36:50

사실 한미동맹에서 한국이 대중국 탱커 역할을 하는것에 대해서 좋지 않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한중간 경제수역논의에서 남사군도의 국가들이 느끼는 것과 다르게 한국이 대중 압박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것은 한미동맹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그게 아니었으면 12해리 바로 앞까지 들어온 중국해군을 봤을 겁니다.

한일관계는 전에도 언급했지만 트럼프가 아시아에서 손을 때면 좋든 싫든 한국과 일본이 손을 잡을꺼라 했는데 바이든이 되었으니 그런 지경까지는 가지 않겠으나 협력은 해야한다 보긴 합니다.

3
2020-11-30 20:49:23

 아시아에는 아시아적 가치가 있는것이죠.

왕이가 문재인 대통령 어깨를 툭툭 친 사건이나 30분간 늦은 부분

아베가 한국 특사를 낮은 의자에 앉힌 부분

상대방과 동등한 연대가 아닌 옛날 제후국 체제 처럼 서열을 강조하려고 하죠.

그래서 아시아에서 연대라는건 근시일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2020-11-30 22:40:24

문대통령 어깨 쳤어요?????
ㅆㄴ샊이 손모가지를 확

Updated at 2020-11-30 22:52:46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yangbudl21&logNo=221163505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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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1-30 20:57:20

친미결일..

여기에 이스라엘만 더하면 되겠네요 ㅋ

 

1
2020-11-30 20:56:40

아시아 연대는 중국이 끼는 한 절대 흥할 수 없고

우리에게도 도움이 안되죠

그냥 계속해서 민주주의 서방 세계의 편에 서는게 우리 국익에 부합합니다

8
2020-11-30 20:57:40

일본은 중국보다 더 믿을수 없는 존재라 생각합니다. 

그들이 우리 동맹입네하는건 미국이 뒤에서 째려보고 있어서지 

절대 뒤를 맡길수 있는 인간들이 아니죠. 

시비만 안걸면 적당히 싸우지않고 연대해서 중국과 맞서면 좋겠지만

지들이 백인이라 착각하고 자꾸 한국에 시비를 거네요. 그동네도 호락한 상황이 아닐텐데요. 

북한에 남은 반쪽땅과 인구가 계속 아쉽다는

1
2020-11-30 21:56:05

일본이 못 믿을 놈들인 건 맞는데, 중국보다 믿을 수 없는 존재인지는 모르겠네요. 애초에 중국은 어나더레벨의 독재국가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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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2-01 08:51:00

일본을 더 못 믿죠.
중국은 아직은 발전하는 나라라 내부 갈등 요인을 성장과 함께 녹여낼 수 있지만 일본은 그게 안 됩니다. 결국은 내부의 갈등 해결을 외부에서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10
2020-11-30 21:00:32

 "한미간의 인적교류와 정서적 교감은 미국-중국은 물론, 미국-일본간의 그것보다 깊으며..."

 

 글의 다른 부분들은 논외로 하고, 이 부분만을 따져본다면 아직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1
2020-11-30 21:27:04

국가간 연대는 힘의 균형이 어느 정도 맞아야 이익을 챙길 수 있는데, 중국이 너무 크고 강대국이라 한중일 아시아연대는 득보다 실이 훨씬 커보입니다.

2020-11-30 23:28:33

 이번에 KBS 방영한 미국 다큐 아시안 아메리칸이 떠오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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