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ER HEALTH CHECK: OK
ID/PW 찾기 회원가입

[차한잔]  성형수술 기행기. 특이한 성형수술

 
15
  3942
Updated at 2020-12-01 01:12:08

고백 하나 하겠습니다.

전 특이한 성형수술을 하나 했습니다.

혹시 이마축소술이라는 성형수술을 아시는지요.

말그대로 이마를 좁히는 수술입니다.

의사들에게도 기술적으로 쉬운 수술이라고 합니다.

단순무식하게 헤어라인쪽부터 이마를 원하는 만큼 절개하고, 두피를 박리해서 앞으로 쭉 잡아당겨 봉합하여 줄이는 겁니다.


(대략 이런 느낌)

 

방법은 쉽고 원시적이지만, 치명적이게도 이마 전체에 절개선이 남게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래서 머리카락이 시작되는 헤어라인 지점에서 얼마나 더 가깝게 잘 잘라서 흉터를 감추느냐가 이 수술의 노하우라고 하네요.

게다가 절개하고 붙이기만 하면, 피부의 장력이 발생하여 눈코입이 위로 당겨지는 문제가 있어서 두피속에 피부를 고정하는 기술들도 필요하답니다.

 얼굴의 작은 상처도 큰일일터인데, 얼굴 면적만한 절개선이라니.

왠만한 사람들은 이 수술을 하지 않을거에요.

그런데 저는 어릴때부터 넒은 이미가 컴플렉스였습니다. 저보다 넒은 사람을 사실 보질 못했어요.

머리를 짦게 잘라야 했던 학창시절 제 별명은 이마와 관련된 수치스러운 것들이었죠.

 

2년 전 황금기. 제게는 남아도는 시간과 남아도는 돈이 있었던 짦은 순간이 있었습니다.

문득 그때, 이 수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컴플렉스를 치유하는 의미는 아니었구요.

이제 제 나이쯤 되면, 남자라면 모름지기 이마를 드러내고 살아야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행여 들킬세라 눈썹위까지 꽁꽁 싸매둔 이마를 훤히 드러내고 남성성을 뿜어내야, 권위도 살고,나잇값을  한다는 생각이 들던 시절이었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강남의 성형외과를 찾아갔어요.

10층건물 전체를 사용하며 성형시술을 하는, 흔히 말하는 공장형 성형 외과였습니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바글바글한 사람들. 주변으로 가득한 외제차들. 도무지 저랑 어울리지 않았죠.

원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나이 지긋한 의사는 제 이마를 보더니 2.5cm를 줄일수 있다고 얘기하더군요.

2.5cm라니. 이거 줄여서 큰 변화가 생길거라는 기대가 들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되묻자, 원장이라는 직함을 붙인 그 심드렁한 의사가 심드렁하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무리해서 1cm 더 줄인다고 그럼 뭐.. 더 잘생겨져요?"

아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고 2.5cm로 결정하였습니다.

 

수술 예약 일정 잡는것도 속전 속결이고, 수술날 수술실로 들어가는 과정도 거침이 없더라고요.

근사한 샹드리레가 있던 10층 대기 라운지를 빠져나와 간호사와 함게 수술실이 있다는 7층으로 내려갔습니다. 수술실로 향하는 계단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죠. 그곳과 어울리지 않는 좁고 어두운 쪽계단.

7층앞에는 커다란 철문이 있었어요. 간호사가 띠디띠띡 비밀번호를 누르자 철컥하고 철문이 열렸습니다.

철문 앞에는 아주 좁은 복도가 있었고, 또 다른 철문이 있었어요.

마치 다른 건물로 빠져나온 듯, 다른 층들의 그 넒은 환경이 무색한, 좁고 어두운 공간의 연속이었습니다. 옷을 갈아입으라고 보낸 바로 옆 탈의실도 깜짝놀랄만큼 좁은 곳이었어요. 그곳에서 파란색 수술복을 입는데 마치 1인용 소형 우주선에 탑승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간호사가 제가 옷을 갈아입는 내내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죠. 나오자마자 바로 앞의 철문에서 비밀번호를 누릅니다. 띠띠띠띡.

음침하고, 비좁고, 계속 나를 따라다니는 간호사와 끊임없는 보안철문들.

약간 기분이 안좋다 싶을때, 마지막 철문이 열리고 그 병원의 수술실층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장관이라 하지 않을수 없는 광경.

수많은 문들이 끝없는 복도 끝까지 이어져 있더라고요.

이 공간들을 설계하기 위해 진입로와 탈의실이 그렇게 좁았던거구나 싶더라고요.

저 많은 문들 안에서 모두 분주하게 수술을 하고 있겠지? 도대체 이곳에는 의사가 몇명일까

그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 네버엔딩 문들 중 하나로 안내받았는데 들어가보니 3명정도 되는 의료진이 벌써 수술준비를 다 마치고 도구를 정리하고 있더라고요. 저만 딱 누우면 되더라고요.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눕는데, 전 인사 응답도 못들은것 같은데 순식간에 제 팔에 링거가 꽃힙니다.

진짜 속전속결. 

자, 수면 마취 들어갑니다.라는 소리와 함께 마취제 특유의 그 냄새가 링거를 통해 몸으로 들어와 코에서 번졌어요. 

"깰수 있을까. 죽는건 아닐까. 너무 무서워. 두피를 자른다니. 믿어지지 않아. 무서워무서워무서워."

하는 사이 눈을 떠보니 회복실이더군요.

 

 전 이런느낌으로다 얽기섥기 성의없이 얼굴에 붕대를 감고 있었고, 아픔도 없고, 느낌도 없고, 가오도 없고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요.

회복실의 간호사가 너무 친절했고, 그 상냥한 말투가 참 달콤하더라고요. 정말 저를 진심으로 위로해주는것 같았어요. 잠이 덜깼던걸까요. 그 간호사가 손수 잡아준 콜택시를 타고 집에 들어갔습니다.

샤워는 3일 후에 할 수 있었고, 실밥은 2주뒤에 풀었으며, 상처가 제대로 아무는데는 2개월 가량이 걸렸어요. 그동안 절개부위는 빨갰다가 부풀어 올랐다가 가라앉아 흰색으로 변하더니 실선이 되었습니다.

수술 뒤 그 원장이라 쓰여있던 의사는 딱 한번 더 봤는데, 이마를 보더니. 

"잘됐으~"

라고 말끝을 흐리고는 사라졌어요. 저 의사가 제 수술을 집도한건 맞을까요?

 

수술의 결과에 대해 말하자면,

이 수술은 완성형이 아니라 과정인거더라고요. 그러니까 이 수술만으로 아름다운 이마를 가지기엔 모자람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이 수술은 방식상 높이는 줄여주지만 양 옆의 너비는 그대로거든요. 까고다니기에 근사한 이마라인이 되려면 높이만큼 너비의 비율도 조정이 필요하겠더라고요.

이건 제 이마가 유난히 넒어서 그럴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절개부위도 가리고, 자연스러운 이마라인을 위해서는 헤어라인쪽에 머리를 심어야 한다는군요.

그 황금기 이후에 급격하게 쪼그라든 저는 아직 머리를 심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확실히 이마는 이제 보통사람 수준으로 줄어들어서 가끔 바람이 불어 앞머리가 까지거나, 멋스럽게 손가락 틈 사이로 쓸어올릴때 거리낌이 없어지긴 했습니다.

아름답진 않지만 이상하진 않다. 정도.

그리고 그 절개부위는.

하얀색 실선이 되어 반짝반짝 거립니다. 보통 생활할때는 거의 보이지 않지만, 머리를 자르러 가면 꼭 한마디씩 하세요.

"어머. 이게 뭐야? 여기 왜그래요? 머리 심으셨나?"

"...다쳤어요"

"어머, 이마 전체를 다 꼬매신거에요? 어떻게 다쳤길래요"

"...길가다가 넘여졌어요"

 

그럼, 아~말하기 싫구나.하고 입을 다뭅니다.

 

 

 

 

님의 서명
얼지마.죽지마.부활할꺼야
10
Comments
2020-12-01 01:14:50

ㅎㅎㅎ 재밌어요~

WR
2020-12-01 01:46:48

감사합니다

2020-12-01 01:28:04

오~이런 수술도 있군요
생생함이 느껴져 오싹하기도
했는데 나름 잘된거 같아
다행이네욤..

WR
2020-12-01 01:47:19

여전히 이마를 까고 다닐수는 없어서 차후 돈을 더 벌면 머리를 좀 심어야겠습니다....

2020-12-01 01:32:20 (180.*.*.64)

한편의 수필이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수술실로 향하는 공간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WR
2020-12-01 01:47:49

긴장감도 대단했고, 영 싫은 기분이었어요.

2020-12-01 04:47:08 (203.*.*.27)

여자들 나이먹고 주름많아지면 두피안쪽이나 헤어라인쪽 그리고 귀 뒤 절개해서 잡아당기는 수술이랑 비슷한가봅니다. 저도 넓은이마가 평생 컴플렉스라서 관심이 가네요 ㅠ

WR
2020-12-02 00:59:29

그 수술은 저희 어머니가 하셨는데(안면거상) 이 수술은 그 수술의 반대 개념이라 하더라고요.

안면거상은 이마 밑부분 얼굴전체를 끌어 올리는거고, 이 수술은 얼굴 위 이마 윗부분을 끌어올리는...

개인적으로 넒은 이마가 주는 스타일의 한계가 명확해서 저는 신경쓰이면 하는것도 괜찮은것 같아요. 

2020-12-01 10:43:13

 글을 읽으며 두피를 이리저리 당기고 밀어보는데 안움직이네요 ㄷㄷㄷ

WR
2020-12-02 01:00:55

저 수술을 할때 두피를 두개골에서 떼어내는 작업을 일단 한대요.

그래서 약 6개월 정도동안 두피에 감각이 없었습니다. ㄷㄷㄷ

신기하게 그 감각이 다시 돌아오긴 하나, 이전같은 느낌은 아니라 이제 두피 마사지를 해도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글쓰기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