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수능을 맞이하는 가족의 모습
마님이 회임했어요,
상원이가 태어났어요,
상원이 첫돌입니다.
상원이가 학교에 들어갔어요
상원이가 이렇게 자라고 있어요 ~~~
그렇게 차한잔에 공유하고 축하받으며 함께 한 시간이 어느덧
오늘 수능을 치를 나이가 되었습니다.
어제 학교에 가서 고사장을 안내받았는데 제법 먼 곳으로 배정받았습니다.
마님은 어제, 오늘 휴가를 내시고 예행연습을 하십니다.
어제 새벽 5시 반 알람이 울리고 마님은 일어나셔서 아침에 먹을 죽부터 만듭니다.
이어 도시락을 싸면서 시뮬레이션을 합니다.
점심시간 도시락을 꺼내 많이 식은 것을 보며 핫팩을 넣어 두겠다는 보완책까지
이미 수시 6곳을 넣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 마음이 갈팡질팡인데 수능을 보게 되네요
최저를 요구하는 학교도 있고, 또 깔아준다는 마음으로 시험에 응한다는 상원
수시 면접이 이번 주부터 시작이라 시험을 포기하는 학생들도 많다는데
수능 당일인 오늘
5시 30분에 울렸을 알람을 그 누구도 듣지 못합니다.
6시 알람이 울리고 '엄마야' 하는 마님 목소리에 저도 일어납니다.
시험은 상원이가 보는데 잠은 부부가 설쳤고
저도 4시 넘어 잠들고 마님도 거의 잠을 못 이루다 잠깐 졸았는데 알람을 못 들었다고
부랴 부랴 어제 연습한 죽과 도시락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30분 늦게 일어났다고 6시 45분 출발시간이 늦춰지는 것은 아닐 테니
시험날은 목욕재계하는 촌스러운 상원이는 샤워를 하고
마님 옆에서 뭔가 도울일 없냐고 얼쩡거리는 저는 방해된다고 비키라고 ㅠㅠ
우여곡절 끝에 6시 45분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출발하려고 보니 마님은 마스크를 착용 안 했고, 상원이는 머리를 안 말리고
다시 올라갈까?
시간적으로 충분한데 아파트 단지 앞이 7시부터 막히고
또 신촌이나 연세로를 지나야 하기에 교통체증으로 인한 불안한 마음은 극대화
머리 말리기 포기하고 차에 있던 여분의 마스크를 마님에게 건넵니다.
그 와중에도 숟가락 젓가락 2개씩 챙기고
커피와 음료 도시락 핫팩까지 잘 챙겼습니다.
제가 한마디 했죠
"소풍 가냐?"
아무도 댓구를 안 하는...
아직은 어두운 새벽길을 각자의 삶으로 바쁜 사람들과 함께 도로를 달립니다.
보이는 학교마다 경찰차들이 있고 그래 수능날은 이랬지 하며 배정받은 고등학교로 향합니다.
상원이네 반에서 같은 학교로 배정받은 학생은 상원이 포함 네 명
친구 둘이 버스를 타고 우리와 비슷하게 향하고 있다고 카톡을 하고 있네요.
버스전용이라 한정거장 앞에 있다기에
아이들 내리라고 해라 아빠 차에 같이 타고 가자 하니
마님이 한마디 하십니다.
평소의 오지랖은 참겠는데 오늘만큼은 오롯이 상원이에게 집중해 주자
버스 정류장에서 아이들 태우고 어쩌고 하다 뭔 일 생기면 어쩌냐?
상원이도 아이들 내리는 아현역에 내려 달라고 합니다.
같이 만나서 학교로 간다고.
그래 그럼 어차피 운전대 잡은 사람 마음이니까 하며
T맵이 알려주는 길이 아닌 북아현동 뒷길로 향합니다.
가재울이 바뀐 것처럼 이 동네도 싹 다 바뀌었네요.
예전의 그 아현동이 아닌 거죠.
학교 운동장에 들어서니 7시 15분
안내하시는 분께 아이만 내려주고 다시 돌아나간다고 하고 내려주는데
혹시나 차 앞에서 절 같은 거 하지 마라 했더니
바라시는 건가요?
되묻고 씩 웃으며 내리는 상원
고사장 안내를 확인하고 건물로 들어서는 것을 보고 부부는 집으로 향합니다.
참 만감이 교차하네요.
건강하게 자라준 것만 해도 고마운데 어느덧 대학 갈 나이가 되고 또 군대도 가겠구나.
돌아오는 길에 상원이에게 전화가 옵니다.
올 때는 버스 타고 가도 된다고 감사합니다 그럽니다.
수시 면접도 있는데 대중교통은 조금 자제 하자 하니
그럼 부탁이 있답니다.
같은 반 녀석들 어차피 우리 동네니 같이 태워서 가자고
그래서 그러마 했습니다.
이제 20여 분 후면 시험이 시작하겠네요.
수능을 준비한 학생과 학부모들은 또 얼마나 떨릴까요.
여느날과 다름없는 하루인데
참 묘하고 묘하네요.
그래도 다들 준비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님이 늦게 일어나고 부랴부랴 준비하면서 조금 예민해 지신것 같아요.
어떻게 풀어 드리고 이쁨 받아야 할지 고민은 되지만
그냥 눈앞에 안 보이는 것이 최선일 것 같아 PC 켜고 차 한잔에 넋두리해 봅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
참 그리고 수능 본다고 여기저기서 선물들을 많이 받았는데
덕분에 떡, 초콜릿, 엿, 은 한동안 잘 먹겠네요.
트렌드인지 커피 상품권, 현금, 상품권, 디지털 기기 등도 받고
결국 다 빚이지만 ^^
그중 유독 기억에 남는 분은 상원이에게도 선물하고
수험생 뒷바라지하는 부모도 고생했다며 커피와 케이크를 세트로 선물해주신 분의 센스에 감동받기도 했습니다.
참 세심한 배려에, 인생 저렇게 살아야 되는데 하며 배우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글쓰기 |
오늘 시험 잘치고 원하는 결과 있으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