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와인] 이번 주말 와인이 올해의 와인이 되었습니다.
#검색어 '빌라 안티노리'
빌라안티노리는 언제라도 실망시킨 적이 없었습니다. 이 와인은 코스코에서 자주 볼 수 있고 웬만한 와인샵에서 볼 수 있습니다. 토스카나산입니다.
로드트립 중에 준비한 와인은 떨어지고 동네 그로서리에서 마음에 드는 와인을 구하기란 정말 어렵죠.
빌라 안티노리의 유비쿼터스(?) 성향은 이럴 때 진가를 발휘합니다. 마음 편히 타협을 하고 집어 올 수 있는 와인입니다.
이러한 빌라 안티노리이기에 가격의 인플레이션이 심합니다. 저가에 얻은 행복의 기억으로 말미암아 어쩔 수 없는 순간에만 희생해도 괜찮은 댓가를 지불하게 만들지, 늘 즐기게 되진 않습니다. 그 가격에 그 맛 아니까.
코스코에서 제시하는 적당한 가격에 (실패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와인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 다음에 좋았던 것이 키안티 클라시코였어요. 리제르바이므로 좀 더 비쌀 겁니다.
https://www.antinori.it/en/vino/villa-antinori-chianti-classico-riserva-en/
핸들링과 마리아쥬에 신경 써서 천천히 음미한다면 뼈대 있는 와이너리의 와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주말 아침 코스코에 갔다가 발견하게 된 것이 안티노리의 에스테이트 와인 중의 하나인
다음 와인입니다. 정확한 발음을 모르(과도 알 타쏘)겠어요.
https://www.antinori.it/en/vino/guado-al-tasso-en/
홈페이지의 설명 중에 눈에 띄는 설명은 the complexity and elegance of the Bolgheri terroir였습니다.
나중에 마시면서 느낀 색다른 경험은 바로 처음 경험하는 그 지역의 떼루아르일 확률이 높습니다. 포도 종류들의 성향과 그 블렌딩 비율에 따른 맛의 변화는 대략 비슷하거든요.
가격은 평소에 쳐다도 보지 않는 가격이었는데 레이블에 대한 믿음이 철썩 같은 '안티노리'였던 것이었고 모든 와인 의견을 공유하는 와이프 동반의 '장보기' 와중이었기에 이번 주말 저녁 와인을 비범한 것으로 확정하게 되는데 아무 거리낌이 없었죠. 너냐, 비싸냐, 근데 (확실히)좋은거네, 게다가 (상대적)반값이네, 담는다.
게다가 비비노 앱을 보니 (similar wines usually cost 97% more!!) 두배 가격의 와인 맛을 내준다며 4.6의 점수를... 이거 개이득이네 ㅋㅋ 눈이 뒤집혀 사들고 옵니다. 분명 휴지며 계란이며 생필품 사러 간건데 오늘의 일용할 와인을 마련해 왔네요.
토마토 소스에 해산물 파스타를 만들어 샐러드와 살라미를 곁들여 저녁을 차리고 와인을 오픈했습니다. 뉘여져 진열되어있던 것을 가져와 오전부터 세워놨었고 온도도 실내온도로 맞췄는데 다만 미리 오픈하거나 디캔팅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마이크로 sip으로 처음부터 어떤 변화를 거치는 지 느끼기로 했습니다. 먼저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옮겨 와인에 집중하기로 합니다. 치즈, 백김치, 배, 살라미, 캐비어(코스코에서 득템), 크래커 약간만 곁들여 조금씩 맞춰 보기로 합니다.
카쇼, 멀롯, 카베르네프랑, 쁘티 버돗의 블렌딩으로 처음에는 매끄러운 표면 느낌에 쓰지도 달지도 않은 캬라멜 맛입니다. 바디감은 묵직한데 베일을 두른 듯 부드럽고 상냥하고 편안한 피니시가 열리지 않은 상태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빌로도의 감촉이 혀를 스치는(직접 천을 물고 비비진 않지요 ㅎㅎ) 듯한 우아한 맛을 보여줍니다. -- 나중에 홈페이지 설명 보고 이것이 떼르와르구나 했습니다.(the complexity and elegance of the Bolgheri terroir)
Emi Fujita, 박화요비, 이소라를 지나 Jacqui Naylor를 들으며 와인을 천천히 마십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피니시가 춤을 추며 변합니다. 피니시가 쏘지 않고 부드러운데 질감이 확실합니다 어느 순간 연필심 맛이 확연히 느껴집니다. 경험상 본격적인 변화를 보여주기 시작할 때 좋은 와인은 카쇼&멀롯의 연필심 맛부터 출발합니다. 연필심 맛으로 시작해서 변화를 보이지 않는 수 많은 와인들이 '와인'이라고 팔리고 있지만 그 다음에 펼쳐질 진정한 모습들을 보여주는 와인을 접하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사실 고가 와인부터 마시기 시작하면 와인 맛을 자세히 즐기는 경험을 더 모를 거란 생각입니다.
좋은 와인은 한 병을 비우는 과정 동안 마치 '아라비아의 로렌스' 같은 넓은 화면과 장대한 스토리를 겪는 것 같은 경험을 선물합니다. 치기로 가산을 후회없이 탕진한 데 대한 보상으로 기록을 남기기로 했습니다.
이전 글에서 좋은 와인으로 꼽았던 '온타논'은 그런 범주에서 가성비 최고이기에 좋아하는 것입니다. 결코 값싼 와인이 아닌 가격이긴 하지만 확률의 관점에서 100% 기대치를 만족시켜주는 와인 또한 가격 대를 막론하고 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온타논은 마시는 도중에도 직후에도 다음 날에도 편합니다. 안 마신 듯 마신 듯. 이 '과도 알 타쏘' 와인은 좋은 와인인데 안 마신 듯 하지 않습니다. 취기는 없지만 '즐거움'이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몸과 마음을 감싸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는 온타논과 마찬가지로 아무 불편한 영향이 없습니다. 성공한 와인 선택에 가격의 가중치란 이런 것이구나 경험을 합니다. 그렇다고 매번 '즐거움'을 추구한다면 '새옹지마'의 무서운 역습을 당할 수도 있으니 자제해야겠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Krishnamurti
2020-12-14 08:46:28
우왐~
2020-12-14 08:49:05
이런 와인 추천글 좋아요! 비싼 와인 함 시도하고 싶어도 뭘사야할지 몰라서 못사거든요 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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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지막 와인 담에 마셔봐야겠네요 비비노 가격이 135달러 정도 되네요 전 이번주 ㄹㅏ그라사드랑 이스까야 마셨는데 둘다 가성비로 참 좋은거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부르고뉴 피노누아 추천 부탁드려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