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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작고한 John Le Carre의 소설 중 이런 게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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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01-09 02:26:00

제목만 보고는 현실판 '제이슨 본' 이 아닐까? 본 시리즈 1,2,3 탄 중 어떤 스토리와 비슷할까? 생각했습니다. 러시안 요원이 중독 되기 전에 미행임무 수행 중이었고 회복한 후 모스크바에 경종을 울리다. 이렇게 해석을 했으니까요, 

 

이 글의 제목도 다분히 여기까지의 인상으로 쓴 것입니다. 낚시성 사과드립니다. (만선예감?^^) agent를 요원이라고만 알고 있었으니까요 ㅎㅎ

 

사전을 보니

1. a person who acts on behalf of another person or group. ---> 요원

2. a person or thing that takes an active role or produces a specified effect. -----> 활동가

 

on his trail 이것도 아전인수로 해석을 했네요. 미행(추적)도, 자기일정 소화도 on one's trail로 씌여질 수 있습니다. (Following, pursuing, or tracking one.) he가 his trail을 하는 중이라고 씌였으니 오역을 했죠.

 

제목을 클릭했더니 기사의 좀 더  긴 요약은 내용이 다르게 전개되는군요. CNN의 프로젝트 '고양이목 방울달기' 조사팀이 푸틴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가 중독되기 전에 그를 추적하던 러시아 특수요원의 신원을 파악하다.  흥미가 진진해졌습니다. 

 

In recent years the online investigative outfit Bellingcat has identified the Russian military intelligence agents sent to England to poison former double agent Sergei Skripal and his daughter, and a Russian agent accused of murdering a Chechen activist in Berlin. Bellingcat helped uncover the pro-Russian separatists in Ukraine responsible for shooting down the MH-17 airliner in 2014.

 

영국에서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과 딸의 중독시키기 위해 파견됐던 러시아 군사 전문가의 신원, 베를린에서 체첸 활동가 암살했다고 혐의를 받은 요원과 2014년  MH-17 여객기를 격추한 책임이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 분리주의자에게 있다고 밝힌 '고양이목방울달기(Bellingcat)'팀이 이번엔 나발니를 중독시킨 러시아 특수요원이 누군지 알아내 나발니와의 인터뷰에서 사진을 보여줍니다.

 

혼자 오역하고 소설 쓰기를 러시아에서 중독당한 스파이가 모스크바로 돌아가 뒤집어 엎어버리는 '본'시리즈 비슷한 상황을 생각했었네요. 기사로 드러난 내용들이 더 오싹하고 무서운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요.

 

아래 링크의 기사로 들어가면 CNN과 나발니와의 단독 인터뷰 동영상이 있습니다.

 

 

님의 서명
인생의 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해야 하고,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며, 노래하고 춤추고 시를 써야 하고, 고통 받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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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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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2-15 04:22:39

ㅎㅎ 르 카레의 소설들은  - 특히 스마일리가 나오는 소설들은- 현장요원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데스크 요원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활극은 거의 없고, 싸움에는 잼병인 주인공이 탐문과 문서 조사, 그리고 막판 결정적인 인터뷰를 통해 사건의 얼개를 분석하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그 조사를 독자가 따라 가면서 같이 사건을 추리해보고 재구성해보는 지적 쾌감이 있죠. 주제적 측면이나 정서적 측면으로서는 그런 스파이 행위가 근본적으로 인간성과 윤리를 파괴하는 작업이라는 겁니다. 스파이의 일이란 기본적으로 사람의 신뢰를 배신하고 협박하면서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직업이니까요. 르 카레의 소설이 수많은 독자들의 가슴을 울린 이유는 바로 이 문제를 그 누구보다 철저하게 탐구한 작가였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자신이 무지한 상태에서 선택을 했고, 하던 일들에 대한 후회로 고통받는다는 측면에서는 제이슨 본의 주제와도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르 카레의 소설에서도 아무것도 모르고 시키는대로 일하면서, 명령에 의해 내키지 않는 속임수를 써야 하는 현장요원들이 동정적으로 그려지는 일이 많습니다. 

 

르 카레 소설의 또 하나 중요한 특징은 그것이 당시 영국의 상황을 다룬 소설이라는 것입니다. 영국은 양차대전을 거치면서 세계의 제국 지위를 내려놓고 서방국가의 일원이며 세계 전략에서는 미국에 종속된 위치로 전락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20세기 초에 태어나 제국의 관리자로 교육받은 옥스브리지 출신 엘리트들은 그 상황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하죠. 그래서 그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무리하게 세계를 상대로 첩보작전을 펼치고, 아예 영국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 세계적 게임의 참가자가 되고 싶어하는 욕망으로 타락합니다. 

 

이러한 인식이 있기 때문에, 르 카레는 대영제국의 정보기관 이야기를 다룬 선배 작가들인 서머싯 모음이나 조셉 콘라드의 작품에 큰 영향을 받고 패러디를 하기도 합니다. 은퇴한 여성 요원이 황금 시절을 추억하며 말하는 "제국을 경영하도록 교육받았으나 할 일을 잃어버린"이라는 묘사는 명백하게 콘라드의 소설 "어둠의 심연(Heart of Darkness)의 초번에 나오는 템즈 강변의 에피소드에서 나오는 서술인 "제국의 관리자들이 전 세계로 파견되는 길목"(둘 다 정확한 문장은 아니고 기억나는대로 썼습니다.) 이라는 서술의 패러디 인 것 같습니다. 

 

스마일리의 "퀘스트 포 카를라" 3 부작은 동독을 넘어 소련의 정보부와 역공작 정보전쟁을 벌이는 이야기이니 러시아 이야기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죠. 그 외로 "러시아 하우스"라는 냉전 이후의 상황을 그린 소설도  있는데 르 카레 소설로는 범작입니다.  한겨례 신문 문학 부분 대기자였던 최재봉 기자의 젊은 시절 번역이죠. 그러나 그 외에 위에서 말씀하신 그런 스토리는 본 적이 없는 것 같고, 아마 없을 것 같습니다.ㅎㅎ

 

저도 본 시리즈를 너무너무 재미있게 본 입장에서, 스마일리가 등장하는 르 카레의 소설은 더 재미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르 카레의 소설은 그 행간의 의미를 다 파악하며 한 번에 읽어내기 힘들고, 집중력과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TTSS나 리틀 드러머 걸 같은 경우, 그 소설에 온전히 집중한다고 해도 1주일 안에 다 읽어내기 힘듭니다. ㅎㅎ 처음 도전하실 거라면 단연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를 추천드립니다. 저는 이 소설이 수 백 년 후에도 살아남을 클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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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5 05:01:58

상대방 글의 단어와 행간까지 이해하고 다시 맞춤으로 답변하는 것은 본인의 세계관이나 삶의 자세 또는 습관까지도 미루어 짐작할만 하기까지 자신을 노출해야 하는 뭔가 많은 것을  '할애하는 정성'을 요구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댓글은 정말 황홀경에 빠져 읽었습니다.

 

러시아하우스 영화를 재밌게 봤었고 TTSS 영화는 두번을 음미하며 봤고 나름 글로 남기고 싶을 만큼 큰 감흥이 있었는데 이 경험 때문에 존 르 카레의 책을 언젠가는 읽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마음에 담아놨었습니다. 사실 영화로 따지면 이미 많이 접했지만 그의 문장, 단어 선택, 함축된 복선 등은 TTSS에 나온 편집 기법 이상의 감칠 맛이 예상됐었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상류층 지식인들의 이야기에 적극 공감합니다. 지금도 영국의 지성의 영향은 두루 볼 수 있습니다. 미국 PBS에서 꾸준히 BBC 드라마 등을 방송하는 이유죠. 영국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나는 브리티쉬'야를 분명히 밝히는 우월감이 그들에겐 있습니다.  천한 것으로 따질 때 양극화된 건 이쪽 저쪽 마찬가지지만요.

 

To Read 리스트가 또 늘었습니다. 110편의 저작 중 스마일리 9부작을 하나씩 읽어갈 생각입니다.(언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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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5 13:06:41

ㅎㅎ칭찬이 너무 과하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추모글까지 쓴 좋아하는 작가니 어느 정도는 책임감을 가지고 느낀대로 자세하게 말씀드렸을 뿐인데요. 소설에서 영화까지, 미국인들의 서사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영국(넓게는 유럽)과 동부에 대한 동경인 것 같더군요. 아마 한국인들이 가지는 미국과 강남 같은 이미지려나요) 그 느낌을 가장 잘 보여준 소설이 스콧 피트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아니었나 싶습니다. 

 

 

2
2020-12-15 07:47:55

책을 정말 드릅게(?) 안읽는 저한테도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이는 책장에 고히 모셔져있습니다^^
누가 놀러오면 항상 추천해주는 책이네요 ㅎㅎ

WR
1
Updated at 2020-12-15 07:57:19

1963년도 책이네요, 스마일리 3권. 제가 꼬꼬마 시절일 때 책을 드릅게 안 읽는 형님, 누나 책꽂이에 늘 보이던 책인데요. 남의 책꽂이 훑으기 취미를 가진 제가 어렸을 때 안 읽길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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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5 10:04:50

ㅎㅎ로 가볍게 시작해서
진중하게 전개되는
보기 드문 훌륭한 작가평입니다.

WR
2020-12-15 10:11:32

낚시성 본글에 과분한 댓글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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