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음악] 가슴시린 가객, 김현식의 노래들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2020년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올해를 마무리하면서 몇편의 음악글이 더 올라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김현식의 노래를 올리면서 오랜 숙제를 마친 느낌이 들었는데요. 확실히 어린 시절 들었을 때와는 느껴지는 감정의 밀도가 다르네요. 비오는 날, 술 한잔과 함께 듣다보면 가장 감정 깊은곳을 건드리는 그의 목소리와 함께, 올 한해를 정리하는 시간 가져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골목길
원래 김현식에게 이 곡이 가기 전에 엄인호가 짝사랑하던 신인 여가수에게 먼저 곡이 갔었다고 합니다. 그 후에 방미가 다시 불렀고, 최종적으로 신촌블루스 2집에서 김현식을 만나 새 생명을 얻게 되었죠. 특히 라이브에서 그 맛이 더 살아나는 느낌입니다.
내사랑 내결에
김현식과 친분이 깊은 음악인들은, 이 곡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복수가 가득찬 배로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를 짜내며 힘겹게 이어간 곡이며, 결국 앨범에 실린 버전이 최종 버전이 되었죠. 원래 오태호가 기타를 치며 흥얼거리던 곡을, 김현식이 매의 눈으로 발견하여 자신의 앨범에 넣을수 있었고, 결국 작곡가와 가수 모두에게 최고의 곡으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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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5집의 타이틀곡으로 김현식 자신이 만든 노래입니다. 당시 간경화가 악화되면서 건강이 무척 좋지 않은 상태였는데요. 이 곡을 듣고 있자면 마치 자신의 미래를 예견한듯 느껴집니다. 곡도 곡이지만, 가수 자신의 상황과 맞물려 복잡미묘한 감정까지 아낌없이 발산하는데요. 이런 이유로 웬만한 가수들은 소화할수가 없는 곡입니다. 단 하나의 예외가 있다면, 바로 작은 거인 김수철이 부른 버전이 되겠네요.
어둠 그 별빛
2집의 수록곡으로 사랑했어요와 함꼐 김현식의 대표곡으로 남았습니다. 많은 가수들이 이 곡을 다시 불렀는데요. 지난 2015년에 김현식의 외아들인 김완제가 이 곡을 드라마 삽입곡으로 다시 부르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가객의 아들답게 노래 솜씨는 괜찮았는데요. 다만 엄청난 미성이었던 김현식 초기의 목소리를 그대로 살린 느낌이었습니다.
언제나 그대 내곁에
4집에 담긴 노래입니다. 80년대 말 중고생들에게는 워크맨이 거의 필수품이었는데요. 항상 밤이면 라디오를 들으면서 잠을 청하곤 했습니다. 별밤 베스트 7으로 이곡을 처음 듣고는, 바로 테이프를 구입했던 기억이 나네요.
비오는 날 수채화
동명의 영화 주제곡이기도 합니다. 30년이 지난 지금, 나름 속편도 나왔던 영화를 기억하는 분들은 그닥 많지 않으시겠지만, 이 곡은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는데요. 지금보다도 성량이 더 컸던 권인하씨와, 싱어송라이터로 감미로운 보컬과 여러 히트곡의 원곡자로 유명했던 강인원씨와 함께 불렀습니다. 당시 중딩이었던 저도, 극기훈련같은 학교 행사때 친구들과 함꼐 부른 기억이 있네요.
비처럼 음악처럼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창법이 바뀌는 와중에도 초기의 미성을 만끽할수 있는 곡인데요. 지금은 아니겠지만, 한때 비만 오면 제일 먼저 떠오르곤 했던 노래입니다.
빗속의 연가
비처럼 음악처럼과 가리워진 길이 있었던 3집의 수록곡으로, A면 첫번째 곡이기도 합니다. 당시 김종진-전태관-유재하-장기호를 필두로 한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의 이름으로 발표한 음반이기도 했는데요. 수록곡들이 고르게 사랑받으며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천재 유재하를 많이 아꼈다던 김현식은, 유재하의 사후에 술로 세월을 보내다 3년 후, 후배와 같은 날에 귀천하고 말았죠.
사랑했어요
역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김현식의 자작곡이며, 이 노래와 함께 어마어마한 밤무대 활동으로 경험을 앃아나갔다고 하죠.
이별의 종착역
원래 손시향의 곡을 리메이크했는데요. 신촌블루스의 3집에 먼저 실렸다가, 훗날 김현식의 유작 앨범인 6집에도 실립니다. 신촌블루스때보다도 엄청난 판매량을 보였던 앨범인지라(그해의 골든 디스크상 수상) 이 곡의 인지도를 높이는데는 큰 역할을 했던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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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TAPE이 닳도록 들었네요.
김현식의 노래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 들으면 더 와닿더군요.
모처럼 옛생각이 나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