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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Stanislaw Lem - Solaris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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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10-06 04:03:26

글이나 댓글을 쓰는 행위는 존재감의 발휘라고 생각합니다. 겨우 닉네임 하나 걸고 쓰는 것이지만 눈팅만 하는 것은 존재가 오프라인에 있는 것이고 (댓)글을 썼을 때에만 온라인에 존재하게 되니까요. 존재란 관계 속에서만 확인된다고 가정한다고 하면 우리는 끊임없이 글을 쓸 때에만 디피에서 숨을 쉬는 것이 됩니다. 글이 없는 회원의 존재는 단절과 동일합니다. 소통할 수 없는(하지 않는) 외계는 존재하지 않는 걸까요? 매일 마시는 한 컵의 물이 소통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 가능할까요? 

 

솔라리스의 바다와 소통하기 위한 학문, 연구 역사와 문헌이 이 소설의 큰 구조가 되어 있습니다. 분량의 1/3이상을 할애하는, 사실상 실존하지 않는 소설 속 연구 대상이지만 그 접근 방법과 과정 및 연구논문들은 작가가 20세기 중반에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의 통찰력을 담았기에 이 소설을 진지하게 읽게 됩니다. 다른 작품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연구분야를 챕터 전체를 할애한다는 글을 봤습니다. 렘은 존재하지 않는 책을 리뷰하는 에세이도 썼다고 합니다. 

 

소설 속에서 소통을 하려는 많은 관계가 나옵니다. 각각의 관계에서 소통을 위한 노력과정과 어려움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단절된 소통에 의해 이야기는 굴절되며 마무리됩니다. 애초부터 솔라리스 행성은 주제가 아닙니다. 바다에 접근하려 노력하는 과학자나 해리에게 다가서려는 크리스나 참담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똑같습니다. 결국 인간끼리의 관계만이 주제를 거르는 체에 남게 됩니다.

 

제일 중요한 관계는 크리스와 해리(직박구리, 직박구리1, 직박구리 2 ㅋㅋ)입니다.

크리스는 등장하는 3명의 해리와 결국 소통하는 데 실패합니다. 소설에는 나오지 않지만 스놋이 스놋2 인지 크리스가 크리스3 인지 독자는 알 수 없습니다. 스테이션의 상황이라면 각 각의 존재의 기억만이 복사판 창출의 원본이라는 장치가 있지만 복사판 입장에서 보면 갑자기 스테이션에 소환됐으니 의심은 '태어나면서'부터 필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스놋과의 대화와 스스로의 독백을 통해 믿고 싶었던 해리2의 원본동일성을 부정하고 결국 그런 상황을 만든 신의 존재를 부정합니다. 실제로 렘은 무신론자라고 합니다.

 

미증유, 미지의 바다와 소통할 어떤 수단도 없습니다. 미모이드의 의지가 연구자들의 죽음이나 크리스의 생존에 관여한 흔적은 찾을 수 없습니다. 아니 의지 자체가 존재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은 다릅니다. 크리스와 스놋은 대화를 합니다. 상호간에 유일하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화가 이루어지는 캐릭터들입니다.  반면 크리스와 해리의 관계에서는 크리스가 이번 삶에서 만나는 세 명의 해리에 모두 근접하지 못하는, 혹은 기회를 갖지 못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시간차 자살 같은 아쉬운 상황을 반복합니다.  

 


 

 

어제만 해도 글을 이렇게 써내려갈 생각을 안했습니다. 솔라리스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주제를 던져줍니다.  끝도 없을 되돌이킴은 부질 없습니다. 언젠가 다시 읽을 수도 있지만 솔라리스는 이 글로 마무리합니다.

 

어떤 미국인의 평에 100% 동의하고 "The Futurological Congress"를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일단 짧다고 합니다. 하지만 렘은 어장검을 멸치의 뱃속에도 숨길 수 있는 능력자입니다.  호기심을 눌러야 할까요?

 

Thomas Dachsel Not at all an easy question, because Lem wrote in very different subgenres of Science Fiction; some of his more theoretical works are not Science Fiction at all (although they are still published under that label). My all-time favorites are the Ijon Tichy books as they are sufficiently "light" and quite humorous, and prepare the reader for the tougher rides of his other books. "The Star Diaries" is a breath-taking joyride through a number of SF tropes, but the most captivating is "The Futurological Congress" (and it is not too long). This would be a great starting point.


"The Invincible" and "His Master's Voice" are great works, but I think his more "short-story-oriented" works are more easily accessible. Lem tends to meander in purely theoretical realms for whole chapters in a lot of his books, and this can become rather tiresome for a number of readers. "Solaris" is no exception to this, e.g. the chapter on the history of the research on Solaris, and the whole library of books written about it.

님의 서명
인생의 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해야 하고,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며, 노래하고 춤추고 시를 써야 하고, 고통 받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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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WR
2021-01-05 06:51:28

끝내 데비안아트 사이트에 있는 미모이드 상상도를 링크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다른 영화를 통해서 렘의 창조물에 불감증 또는 내성이 생긴 것 같습니다. 60년 전에 솔라리스를 읽은 독자들의 눈이 부럽습니다.

2021-01-05 17:28:09

그런 걸 찾아볼 생각도 못했다가 소개해주신 덕분에 솔라리스의 구조물들에 대한 상상도들을 찾아봤습니다. 역시 개인적인 상상이 낫다 생각하지만, 그래도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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