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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장정일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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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01-09 02:29:12

 

작년에 우연히 램프몰을 거닐다가 장정일의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을 발견하고 나서 오히려 이 책에 흥미를 느껴 구매해 읽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그의 애독자도 아니고 그가 독서일기를 한기레 신문에 연재했다고 하나 신문을 끊은 지 15년은 됐어서 그의 명성은 제게 닿지 않았습니다.  제가 뭐래도 그는 성공한 작가임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https://namu.wiki/w/%EC%9E%A5%EC%A0%95%EC%9D%BC

~책읽기는 그가 그토록 무서워하고 미워했던 아버지로부터의 유일한 탈출구였다. 학교를 싫어했던 그는 삼중당문고를 교과서 삼아 열심히 외국 소설을 독파했고, 군입대와 교련을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핑계로 드디어 1977년 성서중학을 끝으로 학교와의 인연을 끊는다. ~

 

위키의 그에 대한 설명 중에 '탈출구', 삼중당문고, 중졸이라는 단어들이 눈길을 끌더군요. 그에게 공감이 가는 부분이 느껴져서인데, 독학을 한 그의 '공부'가 궁금해졌습니다.

 

장정일의 글은 뭔가 거친 특징이 있습니다. 언젠가 일본식 문체 아니냐며 글 쓴 적도 있지만 그런 비판으로부터 살아남을 한국인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도한 현학적 함축적 단어의 사용이 바로 일본식 문체가 되는 것도 아니고요. 가끔 그런 느낌이 들어 계속 읽을지 말지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특별히 무언가를 전달하려는 의도 보다는 그의 독서와 생각을 적어놓은 그의 독서노트라고 생각하고 쫓아가보자고 하니 차라리 읽혀지더이다. 1차로 독서대상인 책들 또한 각각의 생각들이 있었는데다 2차로 장정일의 시각으로 읽힌 내용으로 간추려지니 그 불친절함을 더듬어 헤아리는 것은 독자가 사서 해야할 즐거운 고충이겠죠.

 

사실 그가 공부한 책 목록을 여기에 복사했다가 삭제했습니다. 그저 목록이라 하더라도 아니다 싶어서요.

 

미국이나 이스라엘에 대한 부분은 제게 유익하게 읽혔습니다. 막연한 부분을 일깨워주기도 했으니까요.

이승만이나 박정희 이야기는 사실 빨리 넘겼습니다. 아는 이야기지만 스트레스 많이 받았습니다.

 

2015년 출판한 책이니 이승만, 박정희 비판 정도까지 나온 것도 대단하다 해야 하나요? 하여튼 딱 거기까지입니다. 그는 독학했지만 나름 캐치업 했습니다. 386학번들이 살아왔던 딱 그 시절 까지요. 지금 50대에 그의 설득이란 의미가 별로 없더라구요.

 

엄청난 독서량과 다양한 주제와 신랄한 비판임에는 분명하고 사실 40대 이하의 디피 회원분들에게 이책을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그가 독학으로 깨친 부분이 정규교육으로는 깨쳐지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님의 서명
인생의 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해야 하고,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며, 노래하고 춤추고 시를 써야 하고, 고통 받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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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1-01-09 14:15:40

책추천 감사합니다. 올해 40대 진입이자 40대이하로서 함 읽어보겠습니다.

WR
2021-01-09 14:21:35

표지의 캐치 프레이즈가 어느 정도 인정됩니다. 딱딱함 주의! ㅎㅎ

1
2021-01-09 14:20:43

 장정일의 수필은 읽다보면 가끔 무릎을 치게 되는 날카로움이 있더군요. 일반적인 '지식인'들이 놓치고 지나가는 걸 혼자서 캐치한다고나 할까요. 물론 이상하게 헛다리 짚을 때도 있습니다만.

WR
1
2021-01-09 14:22:55

명문정파가 아닌 장단점을 고루 가지고 있어요.

2021-01-09 14:21:12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       

WR
2021-01-09 14:23:34

감사합니다.

1
2021-01-09 14:46:38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라디오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전파가 되었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준 것처럼
누가 와서 나의
굳어 버린 핏줄기와 황량한 가슴 속 버튼을 눌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전파가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사랑이 되고 싶다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는
라디오가 되고 싶다

1
2021-01-09 14:41:10

 리디북스 전자책 서비스 이용중인데 거기도 올라와서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네요. 

 

 40대 중반도 잼나게 읽었습니다. ^^

WR
1
2021-01-10 02:58:38

재밌으셨다니 다행입니다^^

2
2021-01-09 16:10:59

컴플렉스가 사람을 키울 수 있다면, 장정일이 그 증거인 듯 싶습니다. 영어를 못한다는 컴플렉스가 기악 위주인 재즈와 클래식에 대한 깊이를 키웠고, 배움이 부족하다는 멸시가 사상에 대한 깊이를 더하게 했죠. 지젝을 둘러싼 이택광과의 논쟁에서 완승하고, 박유하 논쟁에서 날카롭게 이견을 재시했던 14~15년 경의 장관은 장정일이 단순한 문학가가 아니라는 거 보여줬죠. 근데 갈 수록 별볼일 없어져가는 소설은 어쩔...

WR
1
2021-01-10 03:14:23

그런 일이 있었군요. 장정일의 책을 읽으면서 그의 삶을 같이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아마도 정도의 차이가 있지 누구나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젝 또한 그런데요. 아직 지젝 안 본 눈입니다. 수년 전에 리스트에 올려놓고 아직 차례가 되지 않았는데 그 사이 세상도 저도 변했는데 지젝이(좌익 개념과 함께) 퇴색했다는 느낌을 저버릴 수가 없습니다. 당시 핫했고 작년에도 판데믹 책을 낸 것 보니 지금도 핫한 것 같긴 한데 19년 5월이면 판데믹을 정리하기엔 좀 성급했다 싶네요. The Sublime Object of Ideology, Pandemic! COVID-19 Shakes the World 두 권 중에 한 권만 읽는다면 무엇이 나을까요?

장정일에 대해선 더 궁금한 게 없습니다.^^

1
Updated at 2021-01-10 04:22:37

전 지젝에 대해서 잘 모르고 큰 관심이 없습니다. 듣기에 다른 포스트모던한 신좌파와 차별성이 있다고 하고, 라캉과 헤겔에 대학 독창적인 해석들이 볼만하다고 하는데, 공교롭게도 저는 둘 다 굉장히 의심스럽게 보거든요. 그게 전부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도 제가 어 떤 의견을 신뢰할 때는 근거가 탄탄하게 뒷받침되는 객관성보다 중요한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라캉은 정말 맙소사 소리가 나올 정도로 그런 면에서는 엉망진창이었거든요. 별로 신뢰하지 않는 또 한 명의 철학자가 하이데거지만, 그 둘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이데거를 깊이 존경하던 라캉이 자신의 작업을 하이데거에게 보여주자, 하이데거는 걱정스럽게 정신병원에 한 번 가보라고 충고했다더군요. ㅎㅎ

WR
2021-01-10 04:56:07

ㅎㅎ 여쭈길 잘했네요.
저도 지나가렵니다. 의견 감사합니다.

Updated at 2021-01-10 19:50:37

https://www.youtube.com/watch?v=dALVZcuVP0Y

 

당시 한국 기준으로 너무 시간이 일러서 보지 못했던 재즈라우시 백밴드의 실황공연 녹화본입니다. 첫곡으로 댄싱 비트겐슈터인이 나오네요. 혹시 관심 있으실까해서 링크합니다.

WR
Updated at 2021-01-11 00:20:13

아침 7시지만 아직 바깥이 컴컴한데 참지 못하고 침대에서 기어나와 이 곡 먼저 들었습니다.

 

인트로 부분에 전철에서 나와 복도로 걸어가며 시작할 때 제 몸의 여기저기에 전기가 일더군요. 

 

댄싱 비트겐쉬타인이라는 제목에서 언뜻 유레카를 외치며 욕조에서 뛰쳐나오는 아르키메데스나 아침에 도를 깨달아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공자의 말이 떠오릅니다. 

 

트럼펫을 타악기처럼 썼는데 트럼페터들이 흥겨워하는 모습은 그들이 모여 연주할 때 이 합일된 노래로 표현하며 느끼는 법열의 감정이 rockid님이 나중에 다시 찾아 들은 이 공연의 시작부에서 동감했을, 지금 제가 느끼는 전율과 유사했으리라 짐작합니다. 그래서 링크 남기셨겠다는 ㅎㅎ(다른 동영상 보다 이번 라이브 연주가 훨씬 더 좋습니다)

 

저는 EDM류를 싫어하지 않습니다. 다만 듣지 않는데요. 이 곡의 도입과 전개와 대단원까지의 흐름은 제목에 영향받아서인지 두뇌의 흐름 같은 인상입니다.

 

생각의 누에상자 속에서 처음으로 실이 꼬물꼬물 나오는 듯한 도입부. 그 실타래들이 스파게티 면발처럼 굵어지고 탄력있게 꿈틀거리기 시작해 이리 저리 얽히다가 풀어지고 미끌어지는 섹시한 상상이 연주에서 보입니다.

 

매 소절의 끝이 높지 않은 음으로 단호하게 멈추는 것과 드럼을 헝겁으로(이름 몰라요) 후려쳐서 둔중한 깨우침을 주는 게 댓구를 이룹니다. 깨달으면 떠들지 말고 그것을 꽉 붙잡으라는 듯한 충고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1
2021-01-11 12:02:48

링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멋진 감상평을 저 혼자 보긴 아깝지만 아쉽게도 재즈라우시밴드의 오리지널 작업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이 디피에는 그다지 낳지 않은 것 같습니다.ㅎㅎ

1
2021-01-09 17:56:13

 2006년 초판사서 읽고 난 후 충격을 받고, 나만의 공부를 시작하겠다고 덤벼든 과거가 떠오르네요^^

WR
2021-01-10 02:59:26

'더 공장장 비긴스'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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