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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Rachel Carson - Silent Spring, John Carreyrou - Bad Bl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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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01-09 02:31:08

1년 전에 읽은 책과 지금 읽고 있는 책이 공교롭게도 윤리적 대척점에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유시민의 알릴레오 북을 통해서 알게 된 침묵의 봄을 원서로 읽기 시작했었습니다. 대학 때 책으로 읽었는지 다이제스트로 소개글을 읽었던지 내용의 대강은 이미 알고 지나쳤던 침묵의 봄, 그냥 에린 브로코비치와 비슷하지 않을까 시작했었습니다. 

 

영어원서로 116페이지라서 얕보고 집어들었죠. 4음절 단어가 많아서 한 페이지를 읽어도 다른 책 보다 피로도(?)가 빨리 옵니다. 집어들면 한번에 한 챕터를 읽어야 내려놓는데 읽기 시작하고 얼마 안돼서 '아차' 싶더라구요. 이거 안 읽었으면 어쩔 뻔 했어 라는 안도감과 함께 레이첼 카슨의 비장하고 아름다운 문장 서술에 빠져 버렸습니다.

 

한 사람이 자연과 인간에 대한 통찰 그리고 그 둘의 연관관계를 이리도 유려한 필치와 준엄한 시각으로 담담하게 쓸 수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내용은 흔한 고발기사와 같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차곡차곡 팩트를 바탕으로 인과관계를 밝히는 글을 읽다 보면 '목슴을 걸지 않으면' 쓸 수 없을 것 같다'는 서늘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아무 문제 없다는 공공기관의 신빙성에 정면도전하는 글을 쓰는 것이 어떤 의미입니까? 그것도 50년 전에 말입니다.


어떤 사람은 생애의 마지막 순간까지 진실을 밝혀 인류를 구원(정말 이렇게 표현해도 됩니다)했다고 한다면 1년 전 읽은 책의 주인공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거짓으로 쌓아올린 신기루 같은 회사에 자금을 끌어모으고 직원을 채용하고 그 과정조차 거짓으로 이어가야 했는데 감추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끝내는 온 천하에 알려졌지만 그러기까지 책의 챕터마다 폭로의 위기는 매번 있었습니다. 속고 속아주고 댓가에 넘어가고 한편이 되어 같이 속이는 거짓말의 연쇄고리가 끊어지기까지는 저자의 끈질긴 추적 없이는 어려웠겠지만 '배드 블러드'의 엘리자베스 홈스의 당돌하고 저돌적이며 몰윤리적 행위는 점입가경이었기에 정작 고발하는 저자의 목소리 보다는 홈스의 어불성설의 거짓말이 통하는 상황이 책장을 넘기게 이끌었습니다. 문장은 일반 고발기사입니다. 내용은 그알 수준이고요.


앞의 책은 재미 이상의 무엇인가 있는 책입니다. 레이첼 카슨의 육성고발에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랑이 깔려있다고 할까요? 카슨의 다른 책들 마저 읽고 싶게끔 하는 아주 고상한 영어문장으로 내내 이어집니다. 문학작품이 아님에도 영어독본으로도 괜찮은 책입니다.

 

뒤의 책은 그것이 알고싶다 미국판입니다. 저자가 기자 출신이라 책도 여느 기사의 문장과 다름 없습니다. 대신 내용만은 거짓말이 부풀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언제 터질까 하는 기대감과 왜 안터질까라는 실망감을 교대로 떠올리며 내달려 읽게 해서 300페이지가 넘는 책이 금방 지나갑니다. 레이첼 카슨의 책이 얼마나 밀도 높은 책인지 새삼 느낍니다.


 

 

 

 

 


침묵의 봄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461351 

 

배드 블러드 - 테라노스의 비밀과 거짓말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87451859

님의 서명
인생의 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해야 하고,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며, 노래하고 춤추고 시를 써야 하고, 고통 받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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