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박경리 시집, 평온한 저녁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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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1-19 21:07:17
국어교사와 시인을 꿈궜던, 지금도 꿈꾸는 모친에게 새해 선물로 드릴 시집이 오후 늦게 도착했습니다.
박경리 선생의 유고시집과 詩選 두 권.
견디기 어려울때 위안이 되었다는 선생의 詩.
내것이 아니니 구겨지지 않게 조심조심 몰래 읽었습니다.
붉고 예쁜 일몰을 볼수 있는 거실 쇼파에 앉아 읽기 시작한 훔쳐보기가 끝나니 저녁 시간이 되었지요.
고요한 빈 집에 앉아 파지 한 무더기, 원고지 한 무더기와 함께 글을 써내려갔을 선생의 서늘한 모습을 생각하니 야속하고 외로운 노년 시간을 보내고 있을 모친이지만 웬지 위안이 됩니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읽고나니 온 몸에 힘이 빠집니다.
멍하게 잠시 앉아있으니 허기가 느껴집니다. 낮에 끓여두었던 보리차를 한 잔 마시고 오랜만에 파스타를 만들어봅니다.
오늘 저녁은 정신과 육체의 허기가 다 충족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모처럼 평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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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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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뭐 다독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책을 읽는 사람이기는 한데 시집은 어려워서, 시집을 읽으시는 분들이 마냥 존경스럽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