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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스파르타에 다녀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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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9 22:32:01

(물론 예전에 다녀온 겁니다.)

'스파르타식 교육'이란 말의 기원이고, 영화 300 때문에 더욱 유명한 그 도시 이야기입니다. 현대그리스어로는 '스파르티'라고 부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스파르타는 고대 그리스 최강의 폴리스였습니다. 스파르타 중심의 펠로폰네소스동맹과 아테네 중심의 델로스동맹이 맞붙은 펠로폰네소스전쟁의 승자도 스파르타였지요.


그런데 현재 아테네는 여전히 고대그리스문화에 관심있는 세계인의 필수방문지가 되어 있지만 스파르타를 찾는 사람은 별로 없지요.

제일 큰 이유는 한마디로 볼 게 별로 없어서... 라고 해야 합니다.

아테네인들이 아크로폴리스 위의 파르테논과 하늘같이 높은 제우스신전을 지을 동안 스파르타인들은 "그게 뭔데? 먹는 건가?" 하면서 맨날 군사훈련만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스파르타에도 신전이 없는 건 아니었는데, 다른 도시라면 그냥 '성소'라고 부를 정도의 작고 초라한 신전들만 있었어요. 극장도 있었는데 아테네의 디오니소스 극장에 비하면 너무 작고 볼품이 없습니다. 심지어 비교대상인 디오니소스 극장이 그리 큰 극장도 아니에요.


아티카남단 수니오, 포세이돈 신전

 

사실 오늘날 고대그리스 문화하면 떠오르는 건 아테네지 스파르타는 아닙니다. 남긴 게 없어도 너무 없어요. 아테네는 우리가 아는 고대그리스문화의 거의 전부를 남긴 반면, 스파르타는 그저 '스파르타식'이란 형용사만 남겼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스파르타 출신으로 훌륭한 시나 역사서, 혹은 철학서를 쓴 사람은 한 명도 기억이 안 납니다. 화가나 조각가도 한 명도 없어요. 반면 아테네출신은 많죠. 아테네에서 태어나고 자란 소크라테스, 플라톤, 크세노폰, 피디아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아이스킬로스, 아리스토파네스 등 뿐 아니라, 할리카르낫소스에서 온 헤로도토스, 키프로스에서 온 제논, 마케도니아에서 온 아리스토텔레스 그외 아테네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보고 찾아온 수많은 학자와 소피스트, 예술가, 들이 있습니다.


하여튼 스파르타는 볼 게 없어요. 그래도 이름값은 있어서 찾아가는 사람이 가끔 있습니다. 저도 그 중 하나입니다.

 

아테네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라코니아 방면으로 갑니다.

 


버스 타고 창밖을 보면서 가다 보면 한 세 시간 걸립니다. 

정류장에 내리면 스파르티 마을의 끝입니다. 저기 보이는 산은 타게투스산입니다. 해발 2,000미터가 조금 넘어요.

여기서 스파르타 유적지까지는 걸어서 갈 수도 있습니다. 한참 걷다보면,

 

300의 왕 레오니다스 아저씨가 반겨줍니다. 이 분을 지나서 10분쯤 걸어가면 고대 스파르타가 있던 곳이 나옵니다. 매표소는 있는데 사람이 없고 입장료도 안 받습니다. 그만큼 인기 없는 곳인가 봅니다.


 

 

 

 

중간중간 과거의 흔적들이 남아 있습니다. 스파르타의 원형극장. 부서진 신전. 고대인들의 낙서.

스파르티에 사는 친구 요르고스에 따르면 자기가 어릴 때 애들과 놀던 곳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애들이 없네요.


멀리 보이는 타게투스산이 멋있네요. 

 

 

 

 

스파르티 유적지는 별로지만, 역시 걸어서 갈 수 있는 박물관은 볼만 합니다. 전시품이 꽤 많아요. 어디선가 사진에서 본듯한 물건들도 많습니다.

 

 

 

우리로 치면 남원쯤 되는 느낌입니다. 사람이 너무 없지는 않은 조용한 그리스 시골마을을 보고 싶다면 스파르티에 가보세요.


물가도 싸고, 음식도 맛있어요. 이 곳에서 태어난 제 친구는 올리브를 재배하고, 타게투스산에서 각종 허브를 채취해서 엑스트라버진올리브오일(EVOO)과 허브를 파는데 특히 제 입맛에는 EVOO가무척 맛있더군요. 다른 곳에서 파는 것보다는 조금 더 비싼데 맛은 차원이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전 빵먹을 때 와인비네거 없이 그냥 요르고스의 EVOO를 찍어 먹습니다. 

결론적으로 스파르티는 그리스여행 중 시간이 많으면 들러볼 만한 곳이고, 혹시 그리스 한달살기 같은 걸 한다면 추천할 만한 곳이다... 입니다.

참고로 요르고스는 조그만 호텔도 갖고 있는데 싸고 쾌적합니다.

 

어쩌다보니 친구장사 홍보글처럼 되어버렸네요. -_- 

참고로 저 친구 장사가 아무리 잘 되도 제게 떨어지는 건 한 푼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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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pora sum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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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1-01-19 22:44:58

고즈넉하네요. 유시민 책 아테네편 읽었는데 스파르타를 보완해주시네요^^

2021-01-20 16:48:09

정성어린 사진과 글  잘 읽엇습니다.

 

한달쯤  그리이스 에서 살고 싶을때가 있으면  꼭 참고 하겟습니다.

유명 감독의 이름과 같은 요르고스 씨의 호텔

상상만으로는  고즈넉하고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코로나가 잠잠해져서   유럽여행이 다시 시작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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