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비 온 날 차도에서 구른 이야기
밑에 계단에서 넘어진 회원님 글을 읽고나니 저의 옛 기억이 떠오르네요.
학창시절이었습니다.
저는 버스를 타고 통학을 했는데요, 정류장에서 거의 매일 보는 여학생이
한 명 있었습니다.
도도해보이는 모습까지도 상당히 마음에 드는... 예쁜 여학생이었습니다.
어느날, 비는 그쳤지만 도로에 물기가 빠지지 않은 그런 날이었습니다.
제가 타야할 버스가 도착했고, 저는 (그녀를 의식하며) 나름 멋지게 확 올
라탔습니다.
당시 버스들은 만원을 넘어서 초만원이었죠. 발 하나 디디기 어려울 정도
로 콩나물 시루같은 버스였는데, 뭐 안탈수도 없으니 탔습니다.
승차하는 앞문에 사람이 빼곡했기 때문에 저는 한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문턱에 겨우 서서 간당간당 버티고 있었습니다.
버스는 출발했고 그때까지도 저는 버스 안으로 한 뼘도 들어가지 못하고
한 손에 의존한채 위태롭게 버티고 있었습니다.
보통 차가 출발하면 사람들이 버스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자리가 나게 되
는데 그 날은 전혀 그런게 없더군요. 버스는 속도를 내면서 도로 중앙으로
향하는데 저는 그때까지도 차내로 한 발자국도 못 들어가고 매달려 있었
습니다.
이러다가 큰일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손잡이를 잡고 있던 손을 놨습니다.
제 몸은 버스에서 떨어지면서 차도에 닿음과 동시에 흙탕물 가운데에서
팽이처럼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입고 있던 교복 상하의에 시커먼 구정물이 골고루 발라진건 물론이고요.
당연히 이 모습을 그녀가 목도했고요.
너무 쪽팔려서 일어나자마자 아무 버스나 타버렸습니다.
정말 인생에 다시 없을 개망신의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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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신이 문제가 아니라 큰 사고날뻔 하셨네요 물론... 그때는 그 여학생 앞에서 망신 당한게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하셨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