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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Andrew Porter - The Theory of Light and Ma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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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10-06 05:15:59

끝까지 읽고 나중에 수정했습니다. 다행히도 댓글이 하나도 없었네요.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91663333

 

10개의 단편을 한 권으로 묶어낸 작품집입니다. 10개의 단편을 매일 1편씩 봤었고 읽을 때는 소리높여 읽었습니다. 되도록이면 이야기하듯 끊어 읽으면서 발음을 흘리지 않으면서 최대한 빨리 읽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화자가 술 한 잔 하며 자기 이야기를 고백하듯 술술 풀어내는 문장이기에 대화에 적합한 단어로 일관되어 있습니다. 문장 형태도 또한 이야기하듯 되어있어 독본으로도 스피킹 연습으로도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가가 집필하며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라고 제가 추즉하는 것은 개인의 가슴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는 과거의 일을 회상하는데 그게 그거야 식으로 딱 꼬집어 지목하지 않는 것입니다. 실제 누군가와 대화하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편집 작업을 계속하여 본인도 자기 의도를 알 수 없는 부분을 너무도 잘 표현합니다. 

 

자기도 모르는 진심, 죄책감, 후회, 욕망, 질투를 전지적 작가시점에서는 실수로라도 흘릴 만한데 이 작가는 부록처럼 흘리는 몇 몇 단어 말고는 힌트 하나 주지 않고 끝까지 갑니다. 첫 두 작품은 이런 작가의 특징이 뚜렷하지 않습니다. 세 번째 부터는 능구렁이처럼 사각지대에 뭔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하게끔 주제의 음영만 왔다갔다 합니다.  

 

표제작에 이르러서는 작가의 잠재적 능력이 폭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별점도 손가락도 모자랍니다. 플래너리 오코너상 수상작이어서 유명해진 것이 아니라 훌륭해서 상을 탔다는 것을 마음으로부터 인정합니다.

 

The Theory of Light and Matter

1. 읽는 동안 영화 소셜 네트워크가 생각났습니다. 빠르게 읽는 동안 읽어지는데 놀랐고 리드미컬한 문장의 흐름에 놀랐습니다. 어려운 단어 없는 아론 소킨의 화술이었습니다.

 

2. 존 윌리엄스의 소설 '스토너'가 떠올랐습니다. 스토너의 로맨스가 구체화 되어서 그려진 듯한 느낌으로 읽히더군요. 안 읽으신분 있으시면 강추합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1001915 

 

3. 영화 곡성에 해당하는 단어 wailing이 이 소설 말미 감정이 가장 고조된 부분에 씌였습니다.

 

4. 캠퍼스 커플, 물리학, 영화 에이젠쉬타인, 글렌굴드.. 어느 하나 디피 회원의 취향저격 아닌 게 없는 그런 소재로 씌였으니 재미가 없을 수가 없습니다.

 

5. 남성 작가가 여성의 내밀한 심리를 그렸으므로 영어 리뷰에서 Tootsie point라고 하더군요. 남자나 여자나 다 사람이고 속마음의 흐름이 비슷하다 쳐도 작가가 이성의 심리를 작품에서 묘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다른 많은 작품에서도 이질적인 부분은 많이 느꼈습니다. 이 작품 또한 트렌스젠더가 걸죽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듯(제 목소리니 당연!)한 느낌적 느낌이 살짝 들긴 했습니다. 두드러진 결함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표제작이 작가의 집필능력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2-3개의 비슷한 수준의 작품 말고는 나머지는 실험작 느낌입니다. 시도는 산뜻한데 여운은 기대에 못미친다고 할까요? 영문판으로 읽었을 때 이런 느낌이면 아마 한글 번역판은 진짜 이지리딩 스타일이라 단숨에 읽힐 것 같습니다. 번역 작업도 비교적 수월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재밌습니다. 

 

 

 

 


 

님의 서명
인생의 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해야 하고,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며, 노래하고 춤추고 시를 써야 하고, 고통 받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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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1-04-26 07:45:47

잘 읽엇급니다. 저도 비슷한 감상을 느꼈습니다. 다만 작품의 질에 대해서는 이견이 좀 있는데, 수록된 열 작품중 두 편 정도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통일된 주제와 고른 수준을 유지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랬군요 님의 감식안이 더 요구수준이 높다고 생각하면되겠지요.^^

WR
2021-04-26 08:36:46

그럴리가요, 제가 게으로고 복기하는 능력이 안되기 때문에 표제작 위주로 썼을 뿐이지만 열 작품 중 작가가 반추해서 심혈을 기울이지 않은 작품은 없다고 봅니다. 다만 시도의 다양함이 빛을 발했나 안했나의 차이이지 우울을 저글링하고 편집해서 드러내는 것은 경험자, 혹은 목격자의 'mattered, concerned, cared의 많은 마음 쓰임이 엿보이는 글쓰기였습니다. 그런 것을 재료로 작품을 써내기는, 읽히는 작품을 써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Updated at 2021-04-26 20:56:48

ㅎㅎ 제가 아무 생각 없이 드린 말씀은 아닙니다. 제가 잘 모르는 분야지만 포도주나 커피와 같은 기호품에 대한 품평도 그렇고, 문학분야에 대한 독서력도 그렇고 넓은 경험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감식안이 있으시고, 그 안력으로 분명 차이를 느끼셨을텐데, 저는 그걸 크게 느끼지 못했기에 드리는 말씀이거든요. 저도 부지런히 읽고 느끼다보면 그럴 날이 오겠거니 생각합니다. 

WR
1
2021-04-27 00:55:52

어제 오스카 레드카펫 보러가기 전에 급댓글로 쓰느라 머리 속에 떠오르는 영어단어를 생으로 써버려 부끄럽네요. 뭔가 정확하지 못하게 쓰지 못한 것 같아 다시 왔다가 '그럴리가요'면 되지 않나 하고 말았는데요.


 

저는 Rockid님 덕에 솔라리스를 읽었었고 거진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그 영향 하에 있습니다. 거기서 비롯된  '소통'이라는 화두 때문에 비트겐슈타인을 생각하며 '인식'에 침잠하게도 하고 크리슈나무르티가 '반복'해서 설파하려는 행간을 읽으려 노력합니다. 크리슈나무르티가 반복해서 말하는 그 문법은 굴드의 연주 같기도 하고 사티의 짐노페디 같기도 합니다. 망상을 거듭하다가 유시민, 신영복, 노무현의 삶의 궤적과 시련에의 도전과 홀로 거울에 마주선 성숙함을 생각합니다. 최근에 유시민의 단편적인 말들에 집착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기레기들하고는 다른 이유였지요^^

 

가끔 바다 또는 돌의 입장에서 바라보려는 얼토당토 않은 시도도 한답니다.

 

더 생각하려면 시간을 덜어야 한다(운동을 해야한다)는 아이러니, 생각 없이 케틀벨을 흔들어야 한다는 모순은 마치 시간과 공간을 non-linear로 인식해보려는 몸부림과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게시판에 오는 것이 소모적이라고 느끼면 오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디피에 옵니다. 꺼져가는 사고에 풀무질이 되고 낯선 도시의 모퉁이를 돌면 나오는 도서관, 생전 먹지 않던 시나몬 향내에 이끌려 들어간 베이커리 같은, 여행 중의 동적 경험이 활자를 통한 소통에서도 가능함을 디피에서 느낍니다. 먹는 것에 비유해서 초큼 죄송합니다^^


1
2021-04-27 03:56:19

그랬군요님이 정확하지 못한 표현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늘 그러신 것처럼 겸양하시는거죠.^^

2021-11-03 16:44:52

두분 덕분에 좋은 작품 읽었습니다.
뭔가 일과 전혀 관련이 없는 책을, 이왕이면 소설을, 읽고 싶던 차에 두 분의 서평을 읽고 킨들로 사서 읽었는데 정말 좋더군요.
저는 표제작이랑 머킨이 정말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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