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와인] 막 잔의 그 맛을 첫 잔부터 느끼고 싶지 않습니까?
어제 마신 와인은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였습니다.
산지오베제 포도 특유의 맛을 좋아해서 몬탈치노에 빠지기 전에는 키안티를 많이 마셨습니다.
잘 만나면 키안티 클라시코의 깊은 맛을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맛을 보여줍니다.
피노 보다는 진한 듯 하면서도 투명하고 꽃물을 마시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코스코에 새로 나온 키안티 그것도 리제르바인데 비비노 평점이 3.7인가 됩니다. 워낙에 키안티는 많이 마셨어서 왜 3.7 밖에 안나오는지 압니다. 핸들링이 문제입니다. 리제르바가 아닌 키안티 클라시코도 잘 고르면 남 부럽지 않은 호사스런 경험을 종종 했습니다. 리제르바가 코스코에 나오면 금방 품절됩니다. 가격, 품질이 웬만하면 guaranteed입니다.
매번 느끼는 게 마지막 잔을 붓고 병에 마지막으로 흘러내리는 한 방울 마저 쪽 쪽 빨아마시고 싶은 아쉬움을 겪을 때면 다음엔 제대로 열어서 먹어야지 다짐하는 것이었습니다.
무심코 오픈해서 마시기 시작하면 제 아무리 디캔터에 붓거나 와인잔을 빙빙 돌려도 마지막 잔 쯤에서야 탄성을 지르게 하는 맛을 보여주거든요.
와인과 공기가 대면하는 면적이 넓을 수록 와인이 열리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너무 빨라도 너무 느려도 마시는 때에 맞춰서 그 와인 최고의 맛을 보여주기 어렵습니다. 디캔터에 부어넣고 1시간, 그냥 오픈만 해놓고 5시간 또는 오픈해서 한 잔 따라내서 표면적을 넓히면(디캔터의 5/1정도?) 2-3시간 이런 식으로 경험치의 시간을 상정해 두지만 와인 마다 달라서 '진인사 대천명'의 심정으로 임합니다. 때로 하루 전에 오픈해서 마시다가 남으면 막아서 실온에 두었다가 마십니다. 1주일 후에 마시려면 냉장고에 넣어야 하지만요.
이번에는 작정을 하고 점심 지나서 저녁에 마실 와인을 오픈했습니다. 낮이라 한잔 따라 마시긴 그렇고 그냥 오픈만 해놓고 5시간 이상을 두면 저녁에 일단 마시기 시작할 때 변화에 가속이 붙으리라는 계산입니다. 그렇게만 되면 마지막 잔의 아쉬움이 아니라 첫 잔 부터 환희의 맛을 기대하면서 .....
저녁 준비를 하던 도중에 와이프가 한잔을 따라 마시다가 딱 걸렸습니다. 저도 한 모금 권하길래 시음했는데 아 이 맛은 '막 잔의 맛'이었습니다. 그리고 한 병 오롯이 남아 있습니다. ㅎㅎㅎ
핸들링의 정확한 레시피를 알았고 그 맛이 최고 of 최고 키안티 맛이라면 ㅎㅎ 좀 있다 이 와인 확보하러 나갑니다.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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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