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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와인] 막 잔의 그 맛을 첫 잔부터 느끼고 싶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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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2-07 02:38:27

어제 마신 와인은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였습니다.

산지오베제 포도 특유의 맛을 좋아해서 몬탈치노에 빠지기 전에는 키안티를 많이 마셨습니다.

잘 만나면 키안티 클라시코의 깊은 맛을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맛을 보여줍니다.

피노 보다는 진한 듯 하면서도 투명하고 꽃물을 마시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코스코에 새로 나온 키안티 그것도 리제르바인데 비비노 평점이 3.7인가 됩니다. 워낙에 키안티는 많이 마셨어서 왜 3.7 밖에 안나오는지 압니다. 핸들링이 문제입니다. 리제르바가 아닌 키안티 클라시코도 잘 고르면 남 부럽지 않은 호사스런 경험을 종종 했습니다. 리제르바가 코스코에 나오면 금방 품절됩니다. 가격, 품질이 웬만하면 guaranteed입니다.

 

매번 느끼는 게 마지막 잔을 붓고 병에 마지막으로 흘러내리는 한 방울 마저 쪽 쪽 빨아마시고 싶은 아쉬움을  겪을 때면 다음엔 제대로 열어서 먹어야지 다짐하는 것이었습니다.

 

무심코 오픈해서 마시기 시작하면 제 아무리 디캔터에 붓거나 와인잔을 빙빙 돌려도 마지막 잔 쯤에서야 탄성을 지르게 하는 맛을 보여주거든요.

 

와인과 공기가 대면하는 면적이 넓을 수록 와인이 열리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너무 빨라도 너무 느려도 마시는 때에 맞춰서 그 와인 최고의 맛을 보여주기 어렵습니다. 디캔터에 부어넣고 1시간, 그냥 오픈만 해놓고 5시간 또는 오픈해서 한 잔 따라내서 표면적을 넓히면(디캔터의 5/1정도?) 2-3시간 이런 식으로 경험치의 시간을 상정해 두지만 와인 마다 달라서 '진인사 대천명'의 심정으로 임합니다. 때로 하루 전에 오픈해서 마시다가 남으면 막아서 실온에 두었다가 마십니다. 1주일 후에 마시려면 냉장고에 넣어야 하지만요. 

 

이번에는 작정을 하고 점심 지나서 저녁에 마실 와인을 오픈했습니다. 낮이라 한잔 따라 마시긴 그렇고 그냥 오픈만 해놓고 5시간 이상을 두면 저녁에 일단 마시기 시작할 때 변화에 가속이 붙으리라는 계산입니다. 그렇게만 되면 마지막 잔의 아쉬움이 아니라 첫 잔 부터 환희의 맛을 기대하면서 .....

 

저녁 준비를 하던 도중에 와이프가 한잔을 따라 마시다가 딱 걸렸습니다. 저도 한 모금 권하길래 시음했는데 아 이 맛은 '막 잔의 맛'이었습니다. 그리고 한 병 오롯이 남아 있습니다. ㅎㅎㅎ

 

핸들링의 정확한 레시피를 알았고 그 맛이 최고 of 최고 키안티 맛이라면 ㅎㅎ 좀 있다 이 와인 확보하러 나갑니다.

 

님의 서명
인생의 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해야 하고,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며, 노래하고 춤추고 시를 써야 하고, 고통 받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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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1-02-07 05:44:37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1
2021-02-07 07:18:48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디켄팅은 거의 안해봤는데 차이가 확연하다니 저도 좀 더 신경써서 마셔야겠네요. 시간을 줄이려면 디켄터는 필수겠네요. 하나 사봐야 하나...
많이 마셔도 하루 한잔 정도라 와인 개봉후에 나중에 맛이 가서 못먹는 경우가 많으니 저렴이 데일리 와인 외에는 구매가 참 망설여지네요.

WR
2021-02-07 08:41:40

와인 마시면서 기쁨 중의 하나가 저렴이 와인을 마치 심마니 심봤다 외치듯 맛있게 열어 마실 때 느끼는 기분이죠. 이게 저렴할 수록 확률이 떨어지지만 마시다 보면 어느 정도의 가격에 어떤 와인에 공을 들여 마실지 감이 잡힙니다. 혼술이시라면 더 계획적으로 실행할 수 있죠. 한 잔만 딸쿼서 2시간 있다 드시는 방법도 있고 또 다음 날에는 다르게 적용해서 마셔보고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와인이라면 매번 기쁨을 선사할테고 어떻게  해도 요지부동 간장 맛이면 다시는 구매대상이 되면 안되겠죠^^

2021-02-07 18:00:56

자세한 답글 감사합니다.
디켄터는 굳이 비싼 것 살필요는 없겠죠? 디켄터 급뽐뿌가 오네요.

WR
2021-02-07 23:07:00

그럼요. 기본형이 아래가 타원형으로 넓은 모양입니다. 싸도 비싼 느낌이라 선뜻 사게 되질 않지만 와인생활에는 필수죠.

1
2021-02-07 07:43:52

데일리 와인일수록 디켄팅을 합니다. 고가의 좋은 와인일 수록 병브리딩을 통해 첫잔부터 끝잔까지 천천히 변화되는 모습을 오롯이 전부 느끼고 싶거든요..(아 5~6시간에 걸친 혼술로 한 병이 모두 제꺼의 경우 입니다..^^)
반면, 변화의 과정이 크게 의미가 없는 데일리 와인은.. 그냥 디켄팅해서 그나마 좋은 상태로 바로 들어갑니다. ㅎㅎ 만원짜리 마트 와인을 디켄터에 담아 마시면 디게 비싼 와인 마시는 줄 압니다.ㅋ..

WR
2021-02-07 08:45:20

샤또마고님 말고 몽페라님까지^^ 디피회원 분들 중에 샤또이름 쓰시는 분들이 더 계실 것 같습니다.

1
2021-02-07 07:44:16

디캔탕 필요한 와인이 있더라구요 기본적으로 한시간 무조건 한다는 분도 봤어요 전 보통 따고 바로 마시는 편인데

WR
2021-02-07 08:49:12

디캔팅 대상은 가격 대비 정규분포곡선을 그립니다. 고가의 와인은 오픈해서 천천히 음미하지만 대부분의 와인은 디캔팅을 해야 제 맛을 보여주죠. 저가 와인 또한 고가 와인과 마찬가지로 오픈해서 마시면 되죠. 디캔팅해서 나아질 희망도 확률도 낮으니까요. 그래도 모래 속의 진주처럼 정말 괜찮은 와인이 가끔 발견되면 박스로 들여놓는 짓을 꽤 했었습니다. 그래봤자 고가 와인 한 병 값 밖에 안됐으니까요.

1
2021-02-07 10:18:24

 언제나 고민인 부분이죠.

저렴이들이야 바로 뽕따로 마셔도 충분하지만 좋은 녀석들은 정말 온전히 전체를 최적으로 마시고 싶은데

이걸 대체 얼마나 열어둬야 하는건지.......

WR
2021-02-07 10:26:02

만만한 것들은 두 병을 다른 조건으로 마셔도 보는데 한 번의 기회로 승부(?)를 내야하는 경우는 정말 고민됩니다. 보통 저는 일단 몇 잔 마셔보고 디캔팅 여부를 결정합니다. 디캔터에 조금 부어 놓고 나머지 병에 두고 그러면 두 가지 버전으로 맛을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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