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또띠아 스트립스칩에 한잔 시작합니다.
오늘도 직장에서 살아돌아온 것을 자축하며 한잔 먼저 시작합니다.
일 시작한지가 몇달인데도 아직도 영어에 쩔쩔 매고 있네요. 오늘도 여기저기 부탁하는데 혀는 얼마나 꼬이고 말은 어버버 거리는지..
그래도 짜르기 전까진 무조건 버틴다는 일념으로 얼굴에 철판깔고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호주 주니어 의사들 보면 정말 똑부러지던데 제 퍼포먼스를 돌아보면 한숨만 나오네요.. 오늘도 의대생들 채혈하는거 봐주고 안되서 제가 따악 멋지게 해야되는데 안되더라구요... 한국에서도 캐뉼라 넣고 피뽑는건 많이 하지도 않았으니... 당연한건가..
여기는 의사가 피도 뽑고 라인도 달고 그럽니다. 그런데 꼭 그게 좋지만은 않습니다. 한번에 잡히면 막 축하해주고 그런 분위기에요. 왜 그런지는 아시겠죠??
오늘도 곰곰히 나는 언제쯤 월급 루팡을 벗어날까...라는 자괴감이 심하게 드는 하루네요.
얼른 전화기에 대고 This is 네드베드. How’s it going 으로 시작되는 캐쥬얼하면서 뭔가 미드스럽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전화통화, 동료간 대화를 끝내보고 싶네요.
문득 전공의 때 교수님이 앞으로 닥쳐올 일들은 산너머 똥밭이라고 했는데.. 정말 살아보니 그말이 맞았습니다. 수능만 끝나면!!.... 국시만 끝나면!!.... 전문의 시험만 끝나면!!... 외국 의사 시험만 끝나면!!.... 영어시험만 끝나면!!...
정말 호주를 마지막으로 공부는 끝내고 싶었는데 영어라는 공부가 이제 평생 따라다니게 생겼습니다. 그래도 어찌됐건 적어도 나란 존재가 가성비는 떨어지더라도 병원에 없는 것보다는 낫다라는 최면을 걸고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편안한 저녁 되세요.
의외의 사실 1 : 호주 의사들은 가운을 안입습니다. 모두 평상복에 청진기를 걸고 다니거나 수술복만 입고 다닙니다.
의외의 사실 2 : 공립병원 턴오버가 겁나 빠릅니다. (재원일 1-2일도 많음) 즉, 깔려 있는 환자는 거의 없습니다. 100세 먹은 할머니도 어떻게든 물리치료 시켜서 조기 퇴원시킵니다. 퇴원시에 사회사업가 (social worker), 작업치료 (OT)가 기본이라 집으로 간다면 누가 돌보고 어떤 장비가 필요할지 모두 계획하고 퇴원시킵니다. Allied health가 이리 중요한지는 처음 알았고 여전히 헤매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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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호주에 계신다는 것은 댓글로 들었었는데 말씀해 주신 사연을 들으니 더 실감이 나네요. 의대생을 가르치시는 수련 병원에서 일하시는가 보네요.
호주 여행은 해봐도 호주의 의료기관은 못 가봤는데 거기도 영국의 NHS 처럼 공공의료체계가 갖추어진 곳인지도 문득 궁금해집니다.
1년 반 정도 미국 병원의 생활을 겪으면서 한국에서 학교 졸업하고 현지에서 적응해서 일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늘 대단하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앞으로도 재미난 일상 이야기 많이 남겨주셨음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