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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차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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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와인] 선 잠을 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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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4 13:05:50

편두통이 있는 듯했으나 무시하고 애써 잠을 청했어요. 아침에 일어나니 골이 뎅뎅 울리네요. 정말 오랜만에  머리 아픈 아침을 맞이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와인 말고는 원인이라고 지목할 게 없습니다.

 

어제 지난 번의 키안티를 오픈했었는데 와이프가 재미 없다고 새 것 마시겠다고 해서 나파밸리산 카베르네 쇼비뇽을 또 오픈했습니다. 키안티를 막아놓고 카쇼를 마시는 데 정말 맛이 좋았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마시려고 병을 보다가 (앞에는 '카베르네 쇼비뇽'이라 큼지막히 써있어요) 뒷면을 읽어보니  '보르도 스타일로 블렌딩한 ~'이라고 써있네요. 어이가 없어서. 풀바디가 아니고 블렌딩했으면서 앞에 큼지막하게 써놓다니 정말 이렇게 피치 못하고 당하기도 하는군요. 쌩때밀리옹 그랑크루가 그랑크루가 아닌 이후로 이런 허탈함이....

 

애써 무시하고 괜찮겠지 하며 저는 계속 마셨고 와이프는 배신을 때리고 막아놨던 키안티를 마시겠다고 합니다. 각기 반병씩 마시고 막았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숙취가 오다니....

 

프렌치 좋은 와인들이야 블렌드건 풀바디이건 좋죠. 저급한 블렌드는 골 아플 확률이 높습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제가 사온 이 와인은 비비노 점수도 높고 가격도 지난번 사슴 와인 만큼 하는 것입니다. 나파밸리 와인인 것만 밝힙니다. 저는 와인 점수에 비교적 후한 편이라 (잘 골라 먹기도 하고) 웬만하면 별점 4 또는 5개를 잘 주는데 1/3 병 남은 것 마셔보고 큰 이변이 없는 한 별 1개 줄 겁니다.

 

저는 우리동네 특정 와인 산지(와이너리가 아니고) 전역의 와인을 아예 안 마십니다. 신흥 와이너리가 우후죽순 생기고 점수 인플레가 심해서 점수 높고 값비싼 와인이 많습니다. 그런데 옥석구분이 어려워서 통째로 '~밸리' 와인 자체를 마시지 않습니다.(윌라밋 밸리 피노노아 좋아요, 러시안 리버밸리도 좋구요)  와인 블렌딩에 장난질을 한다는 인상을 자주 받았기 때문입니다. 와인과 오크통만으로 특별한 맛을 내기는 어렵지만 특정 향을 위해 그 향을 직접 추가하긴 너무 쉽지요. 맛도 좋고 점수도 좋고 가격은 높고 ㅎㅎ. 그런데 몸에 안 좋습니다. 일단 골 아플 확률이 높습니다. 

 

와인이라는 술 자체가 골 아프시다는 분들 많이 보는데 잘못된 일반화입니다. 몇몇 경험으로 일반적이라고 패대기 치시면 곤란합니다. 하지만 분명히 골 아픈 와인 만날 확률이 높은 것은 인정합니다.

 

소화제부터 해서 이것 저것 좋다는 약 먹고 좀 있으니 다행히도 가시긴 했지만 오전 내내 컨디션 안 좋은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 가격대라면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는데 이번엔 운이 없었던 겁니다. 풀바디인지 아닌지 이제 병 앞뒤로 다 읽어봐야겠어요.- 하지만 블렌드인 것을 알았어도 아마 샀을 확률이 높을 만큼 좋은 점수입니다. 단지 풀바디를 먼저 고집하는 이유가 '안전핀' 역할을 하는 셈인데 이번엔 뒤통수를 쎄게 맞은거죠.ㅎㅎ

 

건강한 와인생활 하시기 바랍니다.  

 

 

 

 

님의 서명
인생의 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해야 하고,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며, 노래하고 춤추고 시를 써야 하고, 고통 받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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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1-02-14 13:07:59

캡틴큐 재림인가보군요

WR
2021-02-14 13:08:36

라이벌인 나폴레옹도 있죠^^

WR
2021-02-14 13:19:42

나머지 마셨는데 변화가 없어요. 별 1개입니다.

반면에 가격이 반값인 키안티가 두 배는 더 맛있었습니다.

2021-02-14 13:22:01

저도 얼마전 마셨던 호주 와인 하나가 후유증이 컸어요 이상하게 많이도 안 마셨는데 어지럽고 취하더라구요

WR
2021-02-14 13:39:32

와인 버리기도 꽤 했지만 이번 경우는 끝까지 혹시나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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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4 14:18:08

나파 일주하면서 와인 시음으로 기분좋게 얼큰 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한참 되었네요.
러시안 리버밸리는 원래 맥주만드는 유명한 레스토랑이 있지 않나요?
와이너리로도 유명한가 보군요.
요즘은 리버모어에도 많이 생겼던데 아무래도 오래된 곳이 더 낫겠죠?

WR
2021-02-14 15:41:25

ㅎㅎ 잘 몰라요, 아직 실망을 안겨준 적이 없는 곳이라 언급을 한 겁니다.

포도 생산은 안하면서 와인만 담구는 공장 같은 곳들은 좋게 보지 않습니다.

2021-02-14 16:16:22

 아마 법이 그럴겁니다.

캘리포니아 전체였나? 나파만이었나? 는 잘 모르겠지만 카베르네 쇼비뇽 80%인가 그 이상만 되면 약간의 블랜딩도 그냥 카베르네 쇼비뇽이라고 표기할 수 있나? 할겁니다.

그래서 나파와인 몇병 사다보니 대부분이 카베르네 쇼비뇽이라고 되어 있는데 정보를 좀 찾아보면 메를로, 쉬라, 쁘띠쉬라 같은 품종들이 약간씩 들어가 있더라고요.

WR
2021-02-14 16:22:09

성분 표기 안하는 보르도는 그런줄 알았죠. 나파 규정이 그렇다면 상업화가 선을 넘었군요.
블렌드 좋은 것들은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가격 장벽이 크고 저렴이는 믿지 못해서 피해왔는데 두통 느끼기는 정말 간만이에요. 와인이 매번 이러면 술 못 마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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