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아이 씨, 공 치는데..."
여주 당남리섬이 집과 가까워서 산책하러 자주 갑니다.
얼마 전에도 이렇게 산책로를 아내와 함께 걷고 있는데, 뒤에서 이런 말이 들려 옵니다.
"아이 씨, 공 치는데..."
여기서 말하는 "공 치는" 건 파크골프를 말합니다. 파크골프는 기존의 골프에 비해 작은 공간에서 즐길 수 있게끔 개발된 스포츠죠. 특히 나이 좀 있으신 분들이 많이들 좋아합니다.
이런 거...
(이 사진 하나만 퍼온 것입니다. 출처: http://www.seniormaeil.com/news/articleView.html?idxno=23607)
그러니까 "아이 씨, 공 치는데..."라는 건 파크골프 하는데 앞에서 걸리적거리지 말고 좀 꺼지라는 의미인 것이죠.
문제는 이곳이 파크골프가 금지된 장소라는 것입니다.
당연하죠. 여긴 그냥 공원이거든요. 여긴 사람들 걷고 쉬는 산책로에요.
그런데 이런 공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현수막 바로 뒤에서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파크골프를 합니다.
이런 공터에서도 치고...
이렇게 산책하라고 조성해 둔 길 위에서도 칩니다.
이거 옆에서 보면 꽤나 무섭습니다.
공 치는 소리가 막 "빡!" "빡!" "뿌다닥!!!" 이러거든요. 뒤에서 공 치는 소리라도 들리면 막 깜짝깜짝 놀라요.
게임 진행을 위해서인지 이렇게 땅에 구덩이도 파 놓습니다.
스뎅 그릇을 박아 둔 곳도 많습니다. 이 안으로 공을 쳐 넣는 거겠죠 아마?
저기 보이는 하얀 거, 저것도 구덩이 파고 깃발 꽂아 둔 것입니다.
나무 바로 옆이네요...
이렇게 나무를 꺾어다가 임의로 코스를 만들어 두기도 합니다.
가만 보면 단체로 미친 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아, 그리고 더 재밌는 거 보여드릴게요.
저기 보이는 저 아저씨, 지금 뭐 하고 계신지 아세요?
골프 연습 중이세요. 네, 파크골프 말고 진짜 골프요. 드라이버랑 아이언으로 치는 진짜 골프입니다.
녹색 펜스로 산책로를 구분해 둔 곳인데, 저기서 시원시원하게 스윙하며 볼을 날리고 있습니다.
공원에서 이 정도면... 그냥 미친놈 아닌가 싶기도 해요.
그와중에 귀엽게도 마스크는 썼네요. 방역에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제가 말이 좀 심했죠. 미친놈이라니.
근데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여기 산책을 하다 보면 옆으로 골프공이 떼굴떼굴 굴러 지나가요... 맞으면 죽겠다 싶은 골프공이요.
그 순간 입에서 진짜 쌍욕이 나옵니다.
여주 시청에도 문의를 해 보았는데, 여건이 되는 대로 단속 나와서 못하게 하고 또 구덩이도 복원하고 하지만 금세 또... 어르신들이 너무 말을 안 듣는다고... 담당자가 너무 난감해 하더군요.
어르신들 운동하고 그럼 좋죠. 그런데 저거, 진짜 옆에 지나가는데 저러면 정말 위험해요. 하지 말라는 걸 멋대로 하면서, 정당하게 산책로 지나가는 사람에게 "아이 씨, 공 치는데..." ...??? 제가 노인 공경하고 동물 사랑하고 엄청 착한 미중년이어서 다행이지, 성질 쫌만 못된 사람에게 걸렸으면 뉴스에 나올 만한 일이 생겼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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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희 어머니도 지금은 아니지만 거리두기 강화되기 전까진 친한 분들이랑 저거 하러 가시던데 언제 허용된 구역 아니라면 못 치게끔 말씀드려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