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ER HEALTH CHECK: OK
자동
ID/PW 찾기 회원가입

[차한잔]  이동진 평론가...

 
9
  5265
Updated at 2021-02-25 01:18:37

이동진의 영화평은 90년대부터 계속 보아왔는데요, 처음에는 무척 얄팍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정성일같은 "진지한" 평론가에 비해 너무 피상적으로 보였고 영화들에 대한 분석도 깊이가 없다고 느꼈습니다. 정성일 말고도 키노나 씨네21에 어려운 영화 평론을 쓰시는 분들은 상당히 많았는데요, 그런분들의 글들에 비해 이동진의 평은 너무 대중적이고 가십 위주이고 상업영화에만 촛점을 맞추어 있으며, 제 취향과는 너무나 달랐다고 말하곤 했죠. 약간 스노브처럼 보일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가 높게 평가하는 영화는 대체로 유치하다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조선일보 기자라는 원죄가 있었죠. 한창 안티조선 운동이 일어날 때 조선일보 기자라는 이유만으로 비판을 받곤했었습니다. 어떤 분은 "80년대 학번으로 학생운동 시절을 겪었던 사람이 조선일보에 들어간다는 것은 일종의 확신범이다"라고까지 주장하셨죠. 또 어떤 분은 (허접한 평론에도 불구하고) 이동진이 주목을 받는 것은 그가 조선일보 소속이기 때문이고, 퇴사를 하는 순간 그의 영향력은 반의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라고까지 했었죠.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아마도 틀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몇 년 전부터 들기 시작했습니다. 조선일보에서 나온 것은 아주 오래전이지만, 이동진은 아직도 유명하고 영향력이 크죠. 제 와이프가 한 5년 전쯤 그를 어느 GV장에서 본 적이 있는데 "40대 후반의 남자가 어떻게 저렇게 얼굴이 아직도 팽팽하고, 어떻게 저런 타이트한 스키니 바지를 입고 오냐"라고 했을 정도로 외모가 늙지를 않습니다. 지금은 50대 중반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무척 젊어보이는데, 뭔가 외모 관리를 받는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런 외모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그의 평론은 영화의 메타 장르로서 나름 팬층을 만들어내었고 "평론계의 아이돌"이라는 수식도 쓰이곤 하죠.

 

그런데 더 중요한 점은 아마도 그의 평론 실력이 점점 늘어난 게 아닌가하는 것입니다. 특히 김중혁 작가와 하는 "영화당" (유튜브에 다 있습니다)을 보고 있으면 그의 통찰력에 가끔씩 놀라곤 합니다. 그 두 사람은 상업영화와 예술 영화, 요즘 영화와 고전 영화들을 모두 리뷰하고 있는데, 제가 보고 싶은 영화들과 제가 재미있게 봤던 영화들을 모두 잘 다뤄 주어서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그 두 사람의 주고 받는 대화의 리듬도 꽤 재미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상업영화라고 생각하고 약간 무시했던 영화들도 시간이 흐른 후에 보니 더 깊은 곳이 보이는 것도 있고, 또 그걸 이동진과 김중혁이 잘 짚어주고 있네요.

 

90년대에는 분명히 이 정도로 깊이가 있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한 우물만 30년가까이 파다보면 계속 실력이 늘어날 수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25
Comments
1
2021-02-25 01:05:27

 하긴 30년동안 같은 일을 하는데 성장이 없다는건 말이 안되는거겠죠.

2021-02-25 01:09:58

정말 재미없는, 비디오가이드 평론가라고 생각했는데, 글을 보니 최근 그의 평론을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1
2021-02-25 01:12:33

점점 시대가 이동진평론가 같은 비교적 간결하고 쉬운 재미의 평론을 좋아하는것도 크다고 봅니다.

솔직히 디피의 시네필들은 좀 어려운 평론도 재밌게 볼수있지만 

보통 일반인분들에게 영화평론은 영화라는 즐길거리의 연장선이라 

간결하고 쉬운걸 선호하니까요 

WR
2021-02-25 01:17:13

간결하고 쉽게 말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같지만 그 와중에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을 언급하는 것이 저를 깜짝깜짝 놀라게 합니다. 30년 내공이 어디 안가고 계속 쌓인것인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7
2021-02-25 01:16:04

"80년대 학번으로 학생운동 시절을 겪었던 사람이 조선일보에 들어간다는 것은 일종의 확신범이다"
==> 게임 끝!!

2021-02-25 01:17:15

 미디언 님 글 잘 쓰시네요. 이동진 평론가에 대해 알고 갑니다~~

WR
2021-02-25 01:21:43

감사합니다. 사실은 글 잘못쓰고 위 글은 이동진에 대한 그냥 사견입니다.

3
2021-02-25 01:19:53

사견입니다만...
이동진만큼
시네필같은 매니아층이나
영화관 1년에 한번가는 영알못층에게도
공감을 주는 평론가는
여즉꺼지 별로엄서던거 같네요
글고 그가 보유한 장서와 미디어에 의해
그 신뢰가 더해지는거 같습니다

4
Updated at 2021-02-25 04:57:14

현재의 영화당보다 예전 고 박지선님과의 합이 더 좋았어요.
기본적으로 글쓰는 사람이라 김중혁씨 관점도 흥미롭고, 도움되는 부분이 분명 있지만 상호간 예우와 존경 때문인지 한 지점에서 서로 이견이 생기면 겉돌며 언급만 할 뿐 파고들지 않아서 약간 아쉽더라구요.

이동진은 영양가 없는 공중파 예능에서도 불려나갈 정도로 일반인 관점에서 인지도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요.
이동진 뿐 아니라 여러 gv를 다녀봤는데 그의 모더레이터로서의 능력도 발군입니다.
한정된 시간을 무척이나 잘 쪼개어 요점을 짚고, 치밀한 분량할애, 돌발상황 대처 능력도 일품이지요.
볼 영화가 많아 어지간한 영화는 두번 이상 안 본다고 하는데도 저 경지라면 자신만의 방법으로 복습을 정말 지독하게 하겠구나 느꼈습니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그의 과잉해석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제법 있으나 이제는 뭐 그만의 유니크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박평식은 시니컬함 덕에 과대평가를 받고있고 이동진은 유명하기 때문에 과소평가 받는 부분이 적잖이 존재한다고봐요.

2021-02-25 01:28:59

저도 글케 생각합니다
평시기형이 나름
존멋이긴 하지만서도...음
영화로 치면
왕가위영화같다고 할까나?

1
2021-02-25 03:12:08

 전 이동진 기자도 좋지만, 씨네필의 감수성이 더 잘 맞아서, 씨네필로 유년시절을 보내고 한국 영화기자의 흥망성쇠를 모두 겪은 주성철, 이화정, 김도훈 기자와 배순탁 작가가 함께하는 유튜브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2021-02-25 04:13:01

평시기의 감성을 +₩%=.ㅋ 일케 좋아하죠.

4
2021-02-25 04:48:01

이런저런 라디오, 팟케스트 들을 접했는데요,

세월호, 광주 등의 일들의 대한 인식은 조선일보와는 아주 멈니다.

여튼 저는 그중 김혜리-이동진 조합(여기서는 의뢰로 진행자 롤에 충실)을 가장 좋아합니다. 

2021-02-25 05:04:22

동의합니다.

이동진을 무작정 추켜세우는게 아니라 흑백논리 낙인찍기가 신경쓰여 의견을 붙이자면 그의 사상과 글을 접하면 접할수록 흔히 말하는 조중동식 논조와는 거리가 멀다는걸 알게되죠.
유명세를 타고부터 하도 딴지가 걸렸서 그랬는진 몰라도 스스로 관련내용을 언급한걸로 압니다.

2021-02-25 05:25:31

문화계 김어준이라고 생각합니다^^

2021-02-25 08:05:35

최근에 이름 아는 유일한 평론가 인거 같습니다.
묘하게 같은 영화 보기전. 본후 평을 비교해 보면 .. 아 ~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같은 영화에 대해서 .. 생각이 달라도 공감되고 .. 같으면 기분이 은근 좋은 그런 존재 인 듯 합니다.

Updated at 2021-02-25 08:56:19

90년대에는 분명히 이 정도로 깊이가 있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한 우물만 30년가까이 파다보면 계속 실력이 늘어날 수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실력과 본력이 비례하진 않지만 사람은 항상 바뀌고 좋은쪽으로 바뀐다면 ok지 않을까요

2021-02-25 09:27:13 (203.*.*.80)

본문의 의견에 거의 동의하는데 그래도 주관적으로는 90년대 조선일보(혹은 일간지) 영화란에서는 그래도 읽은만한 글을 계속 쓰던 평론가로 기억됩니다. 덕분에 나중에도 이 양반 옛날에 조선일보 영화기자였는데 이런 각인이 따라다녔거든요 ㅎ

2021-02-25 10:00:19

저는 정성일도 좋고 이동진도 좋아요. 키노와 조선일보 시네마레터 시절부터..

 

정성일 평론가가 영화의 최전선에서 가장 깊이 파고 들어가 석유를 시추한다면, 이동진 기자는 주유소 휘발유 가격 알려주는 역할? 훨씬 대중적이지만 꼭 짚어야할 포인트를 잘 짚어줬어요.

 

영화 '기막힌 사내들' 개봉 때였나.. 다른 평론가들이 다 이 영화가 개연성 없다고 비판할 때 이동진 기자는 우연이 빚는 인생의 아이러니가 바로 이 영화의 주제인데 개연성 없다고 하면 어떡하냐고 글을 썼어요. 제 감상이 딱 그랬거든요.

 

평론가인 지금이나 기자였을 때나 이동진의 역할이 정성일 평론가처럼 제3세계 영화나 독립영화, 재개봉관에서 재발견되는 영화들을 찾아내 시네필 앞에 그 의미를 얘기한다거나 영화의 역사 속에서 작품들이 가지는 의미를 이리저리 설명해주는 역할은 아니지요. 그보다는 대중들이 지금 영화관이나 OTT에 볼 수 있는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영화들을 주로 평론의 대상으로 삼지만 그 안에 감독과 배우들이 심겨놓은 감정, 그들이 전달하려고 했던 의미, 영화와 영화판의 성장과 변화를 지적으로 관찰하면서도 쉬운 글로 잘 풀어내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1
2021-02-25 10:15:19

정성일은 지식자랑이 과해서 꼰대 같아 불편한 반면 이동진씨는 비평마저도 유머 스러워 좋습니다.

2021-02-25 10:17:23

이동진 평론가는 영화를 쉽게 접근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좋은 것 같아요. 대신 깊이있는 평론을 읽고 싶을 때는 정성일이나 허문영 평론가 글을 참고합니다.
그리고 최근에 젊은 평론가 중에서 송경원 평론가 주목하고 있습니다ㅎㅎ

2021-02-25 10:19:46

이동진 평론가는 똑똑해요. 샤대 나왔으니...^^; 거기에 엄청난 독서량...

든 게 많다고 비평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든 게 많아야 다양한 시각의 비평이 가능하고,

이동진 평론가가 이 경우라 생각해요.

 

정성일 평론가의, 좀 난해한 평론을 보고 중2병이라,

이동진 평론가의 짧은 한줄평을 보고 너무 가볍다 비판하는 경우가 있는데,

최소한 이 두 사람은 평론가로서 자격을 비판받을 사람은 아니죠.

특정 비평에 호불호가 있을 수 있겠지만요.

Updated at 2021-02-25 10:21:49 (1.*.*.90)

평론가 중에서 그래도 가장 균형감각이 있고 대중성도 있고 너무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고 일반적인 관객들도 많이 공감할 수 있는 평론가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이야기하는 거나 인상을 봐도 일단 사람자체가 괜찮은 분 같습니다. 

 

2021-02-25 12:28:39

 대중적이지만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게 이동진의 장점같습니다.

사실 대중들은 이동진의 평도 어렵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국내 영화산업의 질을 성장시키는데 이동진도 한몫 했다고 봐요.

2021-02-25 14:36:14

어제 도서관 서가에 1000페이지에 육박한  새 책이 있길래 훑어보고 그대로 꼽아두었습니다.

'안 읽어도 될 책이다'싶었습니다. 

 
글쓰기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