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이동진 평론가...
이동진의 영화평은 90년대부터 계속 보아왔는데요, 처음에는 무척 얄팍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정성일같은 "진지한" 평론가에 비해 너무 피상적으로 보였고 영화들에 대한 분석도 깊이가 없다고 느꼈습니다. 정성일 말고도 키노나 씨네21에 어려운 영화 평론을 쓰시는 분들은 상당히 많았는데요, 그런분들의 글들에 비해 이동진의 평은 너무 대중적이고 가십 위주이고 상업영화에만 촛점을 맞추어 있으며, 제 취향과는 너무나 달랐다고 말하곤 했죠. 약간 스노브처럼 보일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가 높게 평가하는 영화는 대체로 유치하다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조선일보 기자라는 원죄가 있었죠. 한창 안티조선 운동이 일어날 때 조선일보 기자라는 이유만으로 비판을 받곤했었습니다. 어떤 분은 "80년대 학번으로 학생운동 시절을 겪었던 사람이 조선일보에 들어간다는 것은 일종의 확신범이다"라고까지 주장하셨죠. 또 어떤 분은 (허접한 평론에도 불구하고) 이동진이 주목을 받는 것은 그가 조선일보 소속이기 때문이고, 퇴사를 하는 순간 그의 영향력은 반의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라고까지 했었죠.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아마도 틀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몇 년 전부터 들기 시작했습니다. 조선일보에서 나온 것은 아주 오래전이지만, 이동진은 아직도 유명하고 영향력이 크죠. 제 와이프가 한 5년 전쯤 그를 어느 GV장에서 본 적이 있는데 "40대 후반의 남자가 어떻게 저렇게 얼굴이 아직도 팽팽하고, 어떻게 저런 타이트한 스키니 바지를 입고 오냐"라고 했을 정도로 외모가 늙지를 않습니다. 지금은 50대 중반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무척 젊어보이는데, 뭔가 외모 관리를 받는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런 외모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그의 평론은 영화의 메타 장르로서 나름 팬층을 만들어내었고 "평론계의 아이돌"이라는 수식도 쓰이곤 하죠.
그런데 더 중요한 점은 아마도 그의 평론 실력이 점점 늘어난 게 아닌가하는 것입니다. 특히 김중혁 작가와 하는 "영화당" (유튜브에 다 있습니다)을 보고 있으면 그의 통찰력에 가끔씩 놀라곤 합니다. 그 두 사람은 상업영화와 예술 영화, 요즘 영화와 고전 영화들을 모두 리뷰하고 있는데, 제가 보고 싶은 영화들과 제가 재미있게 봤던 영화들을 모두 잘 다뤄 주어서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그 두 사람의 주고 받는 대화의 리듬도 꽤 재미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상업영화라고 생각하고 약간 무시했던 영화들도 시간이 흐른 후에 보니 더 깊은 곳이 보이는 것도 있고, 또 그걸 이동진과 김중혁이 잘 짚어주고 있네요.
90년대에는 분명히 이 정도로 깊이가 있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한 우물만 30년가까이 파다보면 계속 실력이 늘어날 수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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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30년동안 같은 일을 하는데 성장이 없다는건 말이 안되는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