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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인간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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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7 01:20:43

어쩌다 보니 꽤 긴 잡담이 되었습니다. 시간 없는 분들은 패스하시기 바랍니다.

 

이 생각이 갑자기 유발된 것은 연휴를 앞두고 밀린 일을 처리하고 늦게 퇴근하면서 지하철에 앉아 있다가 앞에 서 있는 여학생의 신발이 우연히 보였는데 (네! 좀 예뻤습니다.), 나이키 고전 모델이었습니다.

 

그 신발이 저를 39년전으로 보내주었습니다.

 

제가 중학교 시절 나이키는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부산에서는 그래도 비교적 부촌이라고 할 수 있는 광안동이었는데그 때 나이키가 우리나라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습니다.

 

저는 나이키를 몰랐는데 같이 다니는 친구가 나이키를 신고 왔습니다. 당시 최고가(24천원, 39년전입니다.)의 가죽 테니스화였습니다 (이 모델은 못 찾겠네요). 당시는 일명 보세라고 수출에서 하자 있어 탈락된 물건들도 고급품이라고 팔 때였는데 그런 신발들 (1-3000?) 도 아주 좋다고 신고 다니던 시절입니다 (진짜 좋았습니다.).

 

제가 딱히 부러워 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어머니가 거기에는 못 미치지만 그 다음 모델인 위 신발을 사주셨습니다 (19200?). 물론 저는 무지 기뻤고 행복했죠.그 때 아버지 사업이 잘못되어 집도 잃고 아주 안 좋은 시기였는데지금 생각하면 어머니가 꿀리지(?) 마라고 사주신 것 같습니다.

 

이후 아버지가 서울 근처 공단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저희 집도 서울 서쪽 끝 동네로 이사를 왔습니다. 사실 거기 학교 바로 옆에 논, 밭도 있고 했는데저는 그냥 시골에서 전학 온 아이였고, (그래도 친구들이 아주 잘 해줬고 지금도 만나는 인생 친구들입니다.)

 

하여튼 어머니가 또 최고가의 나이키를 사주셨습니다. 로고가 금장인그런데 한달도 안되어서 청소 시간에 신발 주머니에 넣어둔 그 신발을 (학교에서는 실내화 신으니까요) 도둑 (일명 뽀리라고 하죠) 맞았습니다. 지금도 그런 일이 있는지 모르겠는데요, 물론 지금도 아주 고가의 구두는 식당에서 도둑맞기도 하죠.

 

저는 뭐 당연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죠. 후에 학교 일진이 신발 (같은 모델?)을 신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저거 내건데하면서 속으로 많이 울었습니다.

 

하여튼 뭐 그 시절은 그랬습니다. 저희 집도 어려웠지만 대부분 더 어려운 집 아이들은 훔쳐서 라도 그런 신발을 신고 싶어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 (반공이 국시인 시절이었습니다.) 한장의 사진을 두고 하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미국인들이 파업을 하면서 손을 들어 시위하는 모습인데, 소련에서 미국인들이 헐벗고 굶주려서 하는 시위라고 가르친다고 하면서, 그런데 그 손에 고급(?) 시계들을 차고 있는 것은 못 보고 하는 어리석은 공산당놈들이라고 했습니다. 저도 물론 거기에 동조했죠.

 

그런데 사실 따져보면 그 시절 소련이, 공산주의의 이상을 조금이나마 실현하고 있던 (같이 일하고 같이 나라를 발전시키고, 생각해보면 유럽에서도 비교적 뒤떨어졌던 소련이 미국과 대등하게 수십년을 경쟁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힘이 밑바탕이 되지 않았을까요?)  그 곳이 진짜로 더 행복한 곳이 아니었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당연히나이키 신발 신고, 가고 싶으면 대부분 유럽 배낭여행을 갈 수 있는 (저희 세대인 공일오비 노래 중에 해외 여행 가 본 것으로 부자의 척도를 가늠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세대들이 가장 불행한 세대인양 하는 것을 보면서는 조금 윗 세대는 사실 어떻게 말해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같이 인간의 힘으로 돌아가는 나라에서 (자원 등으로 잘 살지 못하고) 얼마나 경쟁이 심하고 그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것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제 글을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당연히 저도 물질적으로 풍족하니까 만족하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더욱이나 행복의 조건에 대해 의문이 든다는 것이고요.

 

슈퍼 파워 국가인 미국 국민들이 행복한가 보면 알 수 있겠죠. 그러면 복지 국가인 북유럽 국민들이 가장 행복할 것 같은데그 쪽 자살률이 높다고 하고, 실지로 빈곤한 동남아 국가 국민들의 행복 지수가 더 높다고 하고요.

 

저는 지하철 타고 다니면서 최고급 DAP에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데 저는 그 시간이 무척 행복합니다. 가격을 얘기하면 앞에서는 우와 하면서도 속으로는 낭비라고 욕할지도 모르는데 제게는 1억원짜리 차보다 훨씬 더 큰 행복을 주는데 10분의 1도 안 되는 돈을 투자하는 것이 하나도 아깝지 않죠

동료가 계속 들으면 나중에 청력에 문제가 된다고 하는데, 솔직히 인제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될지도 모를 미래를 위해 지금의 행복을 포기할 필요야 없겠지요.

 

다시 얘기지만 풍족하니까 행복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비교적 여유 있는 시절에도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반백살을 넘은 지금은 좀 행복합니다. 이미 젊음을 잃은 것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러니까 남은 기간이나마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요하겠다고 느껴서 작년부터는 생전 가지 않던 헬스클럽도 가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우락부락(?)한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그 친구들 100kg 이상 들 때 저는 20-30kg 들면서 열심히 운동중입니다.

그래서 진짜로 지금이 찌들어살던 20-30대때보다 더 체력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골프 시작한 게 20년도 넘었는데 지금 가장 멀리 칩니다.

 

조금 조심스럽지만 약간 이야기를 확장하면요, 사실 제 분야에서도 20-30대 직원들이 일하는 것을 보면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자신이 평생 할 일이고, 그 분야에서 진짜 전문가가 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자신은 시키는 일만 하면 되고, 자기 스스로 이해해서 하려고 하지 않고 (그르러면 더 시간을 들여야 하니까요) 일하지 않는 나머지 자기 시간을 아주 즐기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게 나쁜 게 아니죠. 행복하라고 하면서 죽으라고 일만 하라고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요, 자기가 택한 일에서 자기가 더 뛰어난 사람이 된다는 것을 즐길 수도 있죠.

 

한 친구 면접을 보는데, 졸업 성적이 과 꼴찌입니다. 그런데 구독자가 20만명이 넘는 유투버입니다. 일하면서 유튜버하면 저희 분야 특성상 고객들 프라이버시도 침해될 수 있어서 가능하면 하지 마라고 하니까 일하면서 남는 시간에 운동도 하고 연애도 하니까 자기는 그 시간에 유투버 하겠답니다. 물론 제가 그 시절 때는 남는 시간 없었습니다. 남는 시간 있으면 자는 게 소원이었죠.

 

저는 지금도 향상된다는 것이 아주 좋습니다. 별것도 아닐 수도 있지만 운동해서 체력을 기르고, 골프 선수들의 스윙을 나름대로 분석하고 제 스윙을 찍어서 비교하면서 비슷해지려고 노력을 하고요. 그 결과 거리, 정확도가 다 향상되었다는 것이 아주 좋습니다. 저는 오래 골프를 쳤지만 아직 한번도 제 돈 주고 레슨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제 나름 독학하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이것도 하나의 제 망상인데요

 

지금의 일본이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실수로 백신을 날렸다고도 하고, 하여튼 가끔 우리의 비웃음을 사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릴 때 등의 일본을 생각하면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너무나 철저하고 꼼꼼해서 그게 탈이라고 하던 사람들이었는데요.

축구에서 이겼다고 진짜 이긴 듯 좋아하기도 했지만, 진짜 일반적으로는 상대가 될 수 없는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된 이유를 생각해보면요

 

이전에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이 항상 우리보다 앞서 유행하니까 일본을 보면 미래를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일본에서 유행하는 것을 발빠르게 들여와서 성공하기도 하고요.

 

몇십년전부터 일본의 젊은 세대들이 일을 제대로 안하고 아르바이트나 하면서 그냥 인생 즐기고 살면 된다고 한다고 하였습니다. 실상은 잘 모르겠지만 진짜 그게 대세가 되어 지금의 일본이 허약해 졌다면우리에게도 같은 위기가 닥쳐 오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도 인재 밖에는 내세울 게 없는 나라이니까요.

 

그냥 제 망상이기를 바랍니다.

 

그냥 뭐 열심히 하면서 보람도 느끼고 행복해지자고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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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1-02-27 01:54:07

좋은 얘기 잘 보았습니다
저도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10대후반 20대까지 지옥같은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고질적인 질환들이 괴롭혔고
무엇보다 가장 가까운 가족이 저의
정신을 황폐하게하고 한없이 어둡게
만들었지요

이대로는 죽겠다 싶어
과감히 박차고 나와
혼자 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제일 큰 행운은
현명하고 착한 여자를 만나
결혼한 것입니다

그로인해 저를 뒤덮고 놓아주지 않았던 불행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나이는 먹고 님 말씀처럼 젊음은 한 순간의 꿈처럼 사라졌지만
지금의 매 순간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만큼 행복합니다
물질을 떠나서요

WR
2021-02-27 02:01:46

결혼을 잘 하신게 좋으셨내요.

저도 지금의 아내를 만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젊은 시절 저를 송두리채 흔들어 놓았던 팜므파탈이 있었지만... 결국은 서로의 인생에 도움이 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서로에게 불행이었을 수 있었죠.

Updated at 2021-02-27 02:43:38

중학교 저 신발 싣고 등교 한 날 

교재 준비물 준비 안해 맞는데 선생이 한 말 

너희 부모가 공부 열심히 하라고 비싼 운동화 사 줬을거라고

맞으면서도 여기서 운동화 얘기가 왜 나오지 했네요. ㅋㅋ

2021-02-27 06:50:25

담담히 따라 추억하게 되는 글입니다, 

따듯하게 잘 읽었습니다. ^^

 

가끔 떠올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어릴적 어느 장마철에

흙길에 갑자기 생긴 빗물 도랑 물살에

한가운데 떨어져 있던 개미 모습

 

그 부지런한 팔다리로 열심히 바둥거리지만

결국은 물살따라 흘러가고 마는... 인생도 뭐 그런거 아닐까 하고 있습니다. 

내 뜻대로 살고 있다고, 아니 살고 싶다고 바둥대지만

한걸음 뒤에서 보면 결국 물살에 떠내려 가고 있는것,

 

그저 안분지족 밖에는 답이 없지않나.. 문득 문득 생각 합니다.

2021-02-27 08:04:27

비슷한 시대를 살아오신거 같아 공감가는 내용들이 많네요

2021-02-27 08:55:19

저도 공감하며 읽었어요. 행복하다고 느끼려면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야 가능한 것 같아요. 어찌보면 그에 합당한 경험이나 노력을 지불해야 느낄 수 있는 감정인 것 같다는 생각을 요즘하게 되네요..

2021-02-27 13:03:14

글을 읽으면서 제 삶도 한번 돌아보게 되었네요.
사는 내내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면서 살아야겠어요.

2021-02-27 19:00:03

 어린시절 운동화 이야기. 참 좋습니다~!!

저도 한번쯤 인생을 돌아보며 살려고 합니다^^::

WR
2021-02-27 19:37:16

 제 딸이 재수하고 학교는 붙었지만 다시 반수를 해서 지원한 3군데서 다 떨어져서 마음이 그랬는데 지금 마지막 순간에 치대에 추가 합격했습니다.

이런게 행복이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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