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2021 호주오픈 결산-수성에 성공한 멜버른 파크의 왕 노박 조코비치
얼마 전 호주오픈이 마무리가 됐습니다. 대회 내외적으로 할 수 있는 얘기야 많지만, 집중했던 몇 명의 선수 위주로 간략한 인상평만 남기겠습니다.
1. 지난 시즌 호주오픈 우승자이자, 롤랑가로스 결승까지 올라 나오미 오사카 그리고 이가 시비옹테크와 함께 신성 3인방 중 한 명으로 떠오른 소피아 케닌(2020 WTA 올해의 선수)의 몰락.
22세에 불과한 소피아 케닌의 경기를 많이 보진 않아서 정확히 말씀을 드리는 건 불가능합니다. 다만 제가 본 경기에서의 모습을 떠올리면, 베이스라인에서의 플레이 외 네트 플레이까지 전천후로 잘합니다. 세레나 윌리엄스로 상징이 되는 힘의 테니스와는 아주 멀리 떨어져있습니다. 당장 서브의 속도만 봐도 퍼스트 서브조차 140-150km/h를 오가는 수준입니다. 현역 최강자 나오미 오사카의 최고 속도 200km/h에 달하는 막강한 서브와는 그 차이가 상당하죠. 결국 랠리 및 스트로크의 완성도 대결로 승부를 낼 수밖에 없는 타입이라 하겠습니다. 당연하게도 많이 뛰고 빠르며, 크로스와 다운 더 라인 등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요즘 선수답지 않게 170cm에 불과한 꽤나 작은 신장과 앞선 플레이 스타일이 연결이 돼, 날렵하면서도 아주 똘똘한 다람쥐 한 마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단점이라고 하면, 아마도 이 선수의 경기를 본 분들이라면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좋게 말하면 격정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즉흥적이며 감정적입니다. 라켓을 힘껏 집어던져도 성이 풀리지 않을 정도로 경기가 안 풀리는 날엔 경기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눈물이 고여 있을 정도. 기억을 더듬어 보니, 2020 호주 오픈 결승전 경기 중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참고 있는 모습까지도 노출했군요.
그녀는 이번 호주오픈 2회전에서 카이아 카네피에게 패배를 당했습니다. 카네피는 경기가 끝난 후 ‘내 서브가 잘 들어가서 어려움을 겪은 듯 보인다’고 말했습니다만, 소피아 케닌이 170km대의 서브를 못 받아내는 수준의 선수도 아니고, 엄밀히 말해 두 선수의 레벨에서 차이가 나는 게 사실이죠. 이날 케닌은 개떡 수준의 그라운드 스트로크 모습을 보여줬는데,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눈물을 머금은 채 나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100%가 아니다. 나도 이 상태가 익숙하지 않지만, 다시 최고 수준의 레벨에 다다르기 위해 그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소피아 케닌은 급성 충수염 수술을 받게 됩니다. 쉽게 말하면 급성 맹장 수술인데, 이것이 대회기간 내 케닌의 컨디션을 완전히 무너뜨린 이유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몸 잘 추스르고 코트에 100% 컨디션으로 복귀할 수 있길 바랍니다.
2. 나오미 오사카의 압도적 기량
시모나 할렙을 압도하며 4강전에 오른 세레나 윌리엄스를 손쉽게 제압하며 급기야 우승까지 차지한 나오미 오사카. 나오미는 호주 오픈과 US 오픈 이상 하드 코트에서만 각각 2회씩 총 4회 그랜드 슬램 우승자가 됐습니다.
나오미 오사카의 경우 꽤 재미난 캐릭터를 갖고 있습니다. ‘었’이란 선어말 어미를 붙여야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죠. 경쟁이 극심한 영역에서 세계 최고가 된단 걸 상상해보면, 자의식과잉이 안 되려야 안 될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뭐 하나 조금만 잘해도, 자신이 전력을 다하는 영역에서 세계 최고도 아니고 나라 최고도 아니며 지역 내 1등도 아닌, 그저 동네에서 1% 안에만 들어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만족할 수 있는 게 인간이란 존재인데, 세계 최고라. 그런데 나오미는 그랜드 슬래머가 됐을 때도 자신을 끝없이 의심했습니다. 몇 년 전 인터뷰라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답니다. ‘난 그리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다. 난 언제고 침잠이 될 수 있다. 문득 나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할 때가 있는데, 일단 시작을 하고 나면 걷잡을 수 없이 어둡게 또 소심하게 변하니까.’ 제가 아는 한, 초엘리트 선수들에게서 발견하기 꽤나 힘든 면모이기에 개인적으로는 대단히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이 친구를 조금은 더 집중해서 바라보게 됐죠. 19시즌 호주 오픈 우승부터 20시즌 US 오픈 우승 전까지 꽤 긴 시간 동안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준 이유가 앞서 말한 그녀의 캐릭터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개인적인 추측인지라 확신하진 못합니다.
여담으로 이번 대회에서 나오미 오사카가 코트에 앉은 나비를 발견하고 혹여 밟혀 죽을까 손으로 직접 처리하다 나온 장면입니다.
이 해프닝은 꽤나 유명한 사진으로도 남겨졌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이번 나오미 오사카의 호주 오픈 우승에 있어서 가장 힘든 경기는 4라운드에서 격돌한 그르비녜 무구루사와의 대전이었습니다. 제 시선에서 나오미나 무구루사나 세레나 윌리엄스의 아이들(실제 호주 오픈 주최측은 4강전 세레나 윌리엄스 v 나오미 오사카의 경기에다 ‘마스터 대 제자’란 부제를 붙임)입니다. 강력한 서브를 앞세운 베이스라이너들이고, 파워를 잔뜩 실은 스트로크로 상대를 압도하는 유형. 무구루사 경기를 오랜만에 봐서 이게 일시적인 문제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르비녜의 퍼스트 서브 들어가는 속도가 한창 잘 나가던 시절에 비해 대략 10km/h쯤 줄어들었더군요. 170-180km/h를 넘나들던 속도가 160-170km/h(평균 160km/h))로 줄어들었던데, 파워를 앞세운 테니스를 구사하는 선수에게 서브 속도가 확연히 느려졌단 건 꽤나 큰 손실일 거라 여깁니다. 반면 지난 시즌 말부터 반등한 오사카의 이날 퍼스트 서브 속도는 170-190km/h(평균 176km/h)를 오갔습니다. 근래 엄청나게 벌크업을 하고 있는 그녀인데, 정말이지 세레나 윌리엄스가 무자비하게 벌크업을 하며 파워를 기하급수로 붙이던 과거의 어느 시점이 떠오릅니다.
한편 지난 US 오픈부터 Black Lives Matter 운동에 있어서 여성부 테니스판의 기수 중 한 명으로 떠오르면서 나오미 오사카의 위상이 미묘하게 상승한 듯한 느낌을 받았답니다. 세레나 윌리엄스의 시대를 거쳐 새로운 시대의 얼굴로 나오미를 선택했단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3. 복수에 성공한 시모나 할렙과 에러를 쏟아내며 자멸한 신데렐라
*. 이가 시비옹테크에 대한 짧은 이야기는 다음의 5번 항목 참고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comm&wr_id=22239711&sca=&sfl=wr_name%2C1&stx=axl18&sop=and&scrap_mode=
지난 롤랑가로스에서 컨디션이 상당히 좋았던 할렙에게 완벽한 승리를 따냈던 이가 시비옹테크, 둘은 이번 호주 오픈 16강전에서 재격돌했습니다. 경기가 3세트까지 갔다지만 내실은 꽤나 싱거웠습니다. 1세트에서 특유의 쫀득한(라켓이 공을 한껏 머금었다가 쭉 밀어내 날리는 듯 느낌을 주는) 포핸드를 앞세워 할렙을 압도, 경기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롤랑가로스를 제패한 저 10대 소녀는 진짜 Next Big Thing 중 한 명이구나’란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하지만 2세트에 들어선 후, 분위기가 급반전이 됩니다. 이가의 컨디션이 완전히 다운이 되면서, 총 40개를 넘는 무더기 에러를 쏟아낸 것. 퍼스트 서브를 컨트롤하는데 완전히 실패하면서 극도로 소심한 세컨드 서브를 보낼 수밖에 없게 됐고, 이에 할렙은 상대의 세컨드 서브를 공략하는데 집중, 결국 시비옹테크를 손쉽게 요리해냅니다.
승패와 상관이 없이 이가 시비옹테크의 경기를 보노라면 ‘매력적이다’란 생각이 절로 듭니다. 위의 영상에 아래 설명하는 모든 것이 들어있습니다. 기량이 슬슬 터지기 시작한 18세 시절 이가 시비옹테크 v 카롤리네 보즈니아키 간 대결입니다. 최고 속도 180km/h를 넘어서는 준수한 서브(퍼스트 서브의 평균 속도는 160km/h대 중후반. 참고로 역대 최고 수준의 서브를 갖고 있는 세레나 윌리엄스나 나오미 오사카의 퍼스트 서브 평균 속도가 170km/h 중반-중후반), 시원하게 날아가는 위력적인 포핸드, 코트를 넓게 커버할 수 있는 체력 그리고 빠른 발, 베이스라인에 붙어 공을 한 템포 빠르게 받아치며 하이볼 처리를 선호하고 기회가 될 때마다 전진을 마다하지 않고 네트 플레이를 펼치는 아주 공격적인 스타일 등. 여기까지의 정보만으로도 남성부의 누군가가 떠오르지 않습니까? 20대가 돼서도 성장하는데 성공한다면, 우리는 여성부 로저 페더러(비록 이가 시비옹테크의 아이돌은 라파엘 나달이지만)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세계 테니스계가 이가에게 주목하고 그 가능성에 열광하는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는 것이겠죠. 00년대 이후 여성부 테니스사를 단순무식 이분법적으로 말하자면 세레나 윌리엄스(현 나오미 오사카 등 숱한 선수들)로 대표가 되는 파워를 앞세운 테니스에 쥐스틴 에넹으로 대표(현 시모나 할렙과 소피아 케닌)가 되는 운동량과 기술을 조합한 테니스가 도전하는 그림으로 요약할 수 있을 텐데, 지금 말하는 10대 소녀에게서 저 둘의 조화가 엿보이니 말입니다. 은근히 우마 서먼 떠오르게 만드는 외모는 덤입니다. :-)
4. The King of Melbourne Park
사실 이번 호주오픈 남성부에 대해서는 여성부에 비해 말할 게 훨씬 많았는데, 결승전을 보고 난 후 그 말할 것들이 모두 사라져버렸습니다. 지난 롤랑가로스가 오직 라파엘 나달만을 위한 대회였던 것처럼, 이번 호주 오픈은 오로지 노박 조코비치를 위한 것이었으니 말입니다.
대회 전 노박 조코비치의 코트 안팎의 행보는 꽤 엉망이었습니다. 작년부터 이어진 크고 굵직한 사건만 살펴보죠. 코로나 시대가 열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박의 이미지가 땅에 처박히게 됩니다.
*. 아드리아 투어와 집단감염 사태에 대해서 다음의 8번 항목 참고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comm&wr_id=21635991&sca=&sfl=wr_name%2C1&stx=axl18&sop=and&spt=-1142296&scrap_mode=
지난 US오픈에서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다 쳐낸 공이 하필이면 선심의 목에 맞아 실격패를 당해 구설수에 올라야만 했습니다. 호주오픈에 참여하기 위해 입국했을 땐, 하지 말았어도 아니 하지 말았어야 했던 멘트를 굳이 날려 호주 안팎에서 꽤나 격렬한 비난을 받았죠. 대략 ‘선수들의 격리 공간을 코치와 함께 훈련할 수 있는 코트가 있는 곳으로 바꾸는 게 어떻겠냐. 코로나 음성판정이라면 격리기간을 2주에서 낮춰보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지 않겠냐’란 것이었는데, 코로나 시대 호주의 방역이 얼마나 강도 높은 수준의 것이었는지를 조금이라도 깊게 생각해봤다면 앞선 말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확진자 발생숫자나 그 상황에 따라 이르면 오후 8시 늦으면 자정 12시 이후 전면 통행금지, 지역 간 이동 금지 및 통제, 출입국 통제 등등. 호주인들조차 오랜 기간 대단히 강도 높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방역조치에 피로감을 호소하면서도 따르고 있는 판국인데, 가뜩이나 코로나로 문제를 일으켰던 외국인 선수가 일종의 특혜를 요구한 것이니 속된 말로 야마가 돌 여지가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노박에게도 억울한 점이 있긴 했으니, 잠시 짚고 넘어가보겠습니다.
․ 요구가 아닌 권유였다. 노박 조코비치의 위상을 염두에 둘 때 화자 입장에서 권유 표현이었을지언정 청자 입장에서 권유로 들렸을지 요구로 들렸을지 생각해볼 일이다만. 그래도 내가 아는 한 노박은 주최측에서 난색을 표하자 군소리 없이 기존 14일 간의 격리 방식(정해준 아파트 건물 숙소 내에서만 숙식. 하루 5시간 코트에서 훈련 가능)을 따르기로 했다.
․ 과거 ‘3세트 뛰는 여성부 선수들과 5세트 뛰는 남성부 선수들의 상금이 동일하단 게 말이 되는가?’란 대단히 솔직한 공개 질문을 던졌다가 십중포화를 맞았던 전례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노박 조코비치는 총대를 메는 타입이다. 노박은 소수의 의견일지언정 본인도 그것에 공감한다면 해당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하는 동료들을 대신해 앞장서는데 있어서 자신의 위치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다. 개인적으로는 조건부 격리기간 완화 및 격리장소 변경을 주최측에 말해달라고 노박에게 요청한 동료들이 있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여러 인터뷰를 조합해보면, 조코비치는 자신의 직설적이면서도 거친 행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잘 알고 있으며 나아가 자신에 반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까지도 이해하고 있다. 태생적으로 다수가 지지한단 이유로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함에도 욕을 먹는 게 두려워 피하는 유형과는 정반대에 위치한 사내라 하겠다.
시간이 지나 호주 오픈이 열렸고, 노박 조코비치는 3회전 테일러 프리츠를 상대로 3:2 신승을 거둡니다. 호주오픈의 왕 조코비치임을 고려할 때 테일러가 그의 상대가 아님은 자명합니다. 그런데 1, 2세트를 따낸 노박이 3세트 중 메디컬 타임아웃을 신청했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이번에도 노박 조코비치가 메디컬 타임아웃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아니다’로 테니스 관련한 전 세계 인터넷망이 꽤나 뜨거웠는데,
․ 이 타임아웃 직후부터 서브의 속도가 급락함
․ 선수 자체의 무브먼트까지도 악화
․ 결과적으로 3, 4세트를 연거푸 잃게 되면서 5세트 경기를 펼침
조코비치가 미치지 않고서야 경기 시간이 늘어나면서 발생할 체력방전 문제를 스스로 선택하고 떠안으려 했을까요? 실제 그는 이어진 16강 8강 토너먼트 경기에서도 정상 컨디션이 아닌 모습을 노출하며 여러 세트를 빼앗겼고, 특히 8강 알렉산더 즈베레프를 만나서는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여러 차례 브레이크 당하는 등 난항을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노박 조코비치는 자신의 부상에 대한 말을 결승전이 열리는 순간까지도 아꼈습니다. 그리고 결승전 상대로 호주 오픈과 같은 빠른 하드코트에서는 숙명의 라이벌 라파엘 나달보다도 더 위협적인, 아니 현역 선수 중 가장 위협적이랄 수 있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맞이하게 됩니다. 웃기지만 제가 가장 신뢰하는 집단 중 하나, 그러니까 자신들의 돈을 거는 도박사들은 이 매치업을 두고 거의 5:5의 팽팽한 경기로 바라봤는데, 이게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는 노박의 테니스 커리어를 아주 조금이라도 알고 계신 분들이라면 모두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메드베데프가 대회 기간 내내 얼마나 좋은 컨디션을 보여줬고 반대로 조코비치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상징적인 수치이기도 했죠.
마침내 결승전 뚜껑이 열리게 되고, 노회한 멜버른 파크의 왕이 혈기왕성한 젊은 도전자를 실로 처참할 정도로 완벽하게 밟아버리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비로소 노박 조코비치가 자신의 부상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외복사근에 부상을 입었다. MRI를 처음 찍은 3회전 직후엔 17mm가 찢어져있었는데 결승전을 마치고 찍었을 땐 25mm 찢어져있더라. 의사가 ‘상처가 더 커질 테니 부상 치료를 위해 기권을 하라’고 권유했지만, 호주 오픈 9회 우승을 향한 내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었다. 이번 우승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다. 비단 내 테니스 커리어에 국한되는 의미가 아닌, 인생과도 연결이 되는.”
전 이번 대회에서 노박 조코비치의 경기를 보며 정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탄복했습니다. 8강 알렉산더 즈베레프전에선 눈시울 뜨거워지는 감동을, 결승전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와의 경기에선 인간의 정신력이 다다를 수 있는 한계를 엿본 듯 경이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글쓰기 |
오랜만에 올리신 테니스글 잘 읽었습니다. 사실 여테는 뉴스만 보고 거의 안보다시피 하는데 그래도 오사카 나오미 행보는 볼만하더군요. 예전에 치치파스가 후에 해킹당했다며 얼버무리긴 했지만 치치파스와 나눈 문자내용을 보니 정확하게는 기억안나는데 테니스가 개인스포츠인것도 있지만 프로세계의 비정함이나 서로 깊이 인간관계를 맺지않고 끼리끼리 문화에 대해 토로했던 기억이 나는데 좀 안타깝더군요. 최근 여성부 메이저 우승자들을 보면 한번 메이저에서 버닝하고 부진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도 오사카는 그안에서 물론 부침이 있었지만 꾸준히 잘하는 편이죠. 우리나라처럼 상대적으로 단일민족을 주창하는 일본에서 흑인 혼혈인데다가 BLM만봐도 정체성이 흑인에 가깝기에 반감이 있을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일본에서 인기는 상당히 많은거같더군요. 포브스에서 스포츠스타 수입순위 발표할때 일본기업 스폰만봐도 진짜 ㅎㄷㄷ했습니다.
조코비치는 뭐 일전에 axl18님과 설전 아닌 설전을(?)하고 구글에서 timeout tactic이라고 치고 일천한 저의 영어실력으로 영어기사들을 구글링해봤습니다. 생각보다 해외언론에서 많이 언급하고 선수들도 언급하더군요. 그것도 모르고 계속 axl18님을 마치 까고싶어서 까는 사람으로 취급한거 같아서 기사들 구글링하면서 좀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는데 이 기회를 빌어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저도 프리츠 경기보면서 조코비치가 지고있으면 그런 심리전을 건다고는 하지만 아프면 보통 빨리 끝내려고하지 미치지않고서야 그것도 메이저대회에서 3,4세트버리고 체력버려가며 풀세트까지 가면서 그렇게 하지는 않을꺼라 생각했습니다. 프리츠도 기자회견에서 조코비치가 3,4세트에서는 다 죽어가더니 5세트에서는 날라다니더라식으로 말해서 어느정도 인과관계가 있으면 프리츠 편도 많았을텐데 상식적으로 그게 말이되냐 핑계댈걸 대라 식으로 생각보다 해외 팬들도 프리츠 욕많이 하더군요. 뭐 그것 또한 양치기소년처럼 조코비치의 업보겠죠.
조코비치가 방역이나 호주오픈 문제점에 대해 얘기한건 어느정도는 타당하긴 했다고 봅니다. 실제로 어떤 분이 정리한 글 보면 실제로 남녀선수들 할거없이 불만들도 크고 연습상대 정하는거나 코트사용시간이나 주최측에 좀 문제가 있었던거는 사실이었던거 같았습니다. 대회를 애초부터 안열면 모를까 한다고했으면 잘 준비를 했어야했는데 미흡함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조코비치가 총대를 맨거같긴한데 문제는 본인도 코로나로 문제를 일으킨데다가 호감이 딱히 많지도 않은 사람이 그런말하면 안그래도 강도높은 락다운으로 지쳐있는 호주사람들한테는 너나 잘해라 소리나오기 딱좋죠. 조코비치가 문제를 제기한건 할수는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어려운 시기에 경기를 할수있다는 자체가 특혜다 라고 말한 나달 의견에 마음이 기울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