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나는 왜 롤렉스시계를 구매 하였는가
블로그 글을 복사 붙여넣기 한거라.. 반말체로 된 부분은 양해 부탁드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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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시계는 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사치품이다. 누군가는 요즘같이 핸드폰으로 시간을 보는 세상에서 손목시계가 무슨 필요냐고 반문하지만 나에게 손목시계는 남자가 지닐 수 있는 최고의 액세서리이자 자신의 신분을 품위 있게 표현할 수 있는 상징이다.
나는 남성다움을 선호한다. 그렇기 때문에 멋있어 보이기 위해 멋진 차를 사고 명품 옷을 입고 화장을 하는 것은 그다지 쿨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가 멋져져야 하는데 뭔가 아이템에 종속되어 으쓱거리는 것 같은 모습이 나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도 나를 표현해야 하지 않는가? 그런 나에게 손목시계는 티가 안 나면서도 나를 뽐낼 수 있는 나름 쿨한 아이템이다.
하지만 나는 시계를 사는데 많은 재화를 투자하지 않았다. 내 수준에 맞는 시계를 내 스스로 정의내리고 그 정도 시계만 차고 다니면 만족스럽다고 스스로 위로하였다. 20대에는 ck시계, 30대에는 태그호이어 시계를 차고 다녔다. 누군가에게는 비싼 시계일 수 있지만 나 스스로는 절제된 소비라고 생각하였다.
시계를 통해 내 삶의 목표도 정의하였다. 40살이 되는 해 나를 위한 오메가 시계를, 50살이 되는 해 나를 위한 롤렉스시계를 구매하는 소박한 삶의 목표 말이다. 50살 이후의 시계 목표는 따로 정해놓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에게 시계의 끝은 롤렉스였기 때문이다. 시중에 더 비싸고 유명한 시계도 넘쳐나지만 난 롤렉스가 내 수준에 맞는 최고의 사치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의외로 내 시계로망의 끝인 롤렉스 시계를 생각보다 빨리 갖게 되었다.
34살이 되던 해 나는 회사 상반기 평가에서 높은 고과를 받아 월급 이외로 큰 목돈을 받게 되었다. 평소 같았으면 당연히 예금계좌에 넣어놓고 기분 좋게 고기나 한번 사먹었을텐데, 왜 그랬는지 시계가 가지고 싶었다. 회사 생활을 하며 높은 고과를 받아본 적도 거의 없거니와 나름대로 그동안 노력하며 달려온 내 자신을 위한 선물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시계를 구매하기로 정해놓고 나서 나는 40살의 목표였던 오메가 시계를 찾아봤다. 가격과 디자인 등을 고려해서 1~2가지 모델을 정해놓고 대전에 있는 갤러리아 백화점으로 갔다. 실물 모델을 직접 착용해보고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무엇인가 아쉬운 느낌을 받았다. 고생한 나를 위한 선물인데. 다소 약하다고 해야 하나? 무슨 느낌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어려웠지만 결국 구매를 결정하지 못하고 매장 밖으로 나왔다.
그때 맞은편에 롤렉스 매장이 보였다. 시그니처 컬러였던 진한 초록색이 참 매력 있어 보였다.(난 원래 초록색을 가장 좋아한다) 너무 비싸기 때문에 고려 대상에서 제외되었던 브랜드였지만 구경하는 건 무료니까, 라는 생각과 함께 매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고민 없이 목표 브랜드를 오메가에서 롤렉스로 변경하였다. 이유를 시시콜콜하게 설명하고 싶지 않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서 나처럼 시계에 관심이 많은 분이 있다면 그냥 매장에 가서 제품을 한 번씩만 보면 내가 왜 설명을 안 한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롤렉스는 브랜드 정책 때문에 매장에서 제품 재고를 보유하지 않았다. 딜러에게 물어보니 원하는 브랜드가 입고될 때까지 자주 매장에 방문하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참 어이가 없는 정책이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 말을 들으니까 롤렉스시계가 더욱 더 갖고 싶어졌다. 그래서 시간이 될 때마다 매장을 방문하였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시계는커녕 비슷한 가격의 시계들도 단 한 번도 매장에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없었다.
점점 짜증이 났다. 갖고는 싶었지만 이대로 계속 내 시간을 버려가며 매장에 방문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이미 롤렉스에 빠져버렸는데 오메가를 살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중고 거래뿐이었다. 다행히 매너 좋은 구매자를 만나 좋은 가격에 상태 좋은 롤렉스시계를 매입하였다. 구매 당시에는 이 조그만걸 이 가격을 주고 사야 하나 약간의 현자타임이 왔는데, 참 신기하게도 롤렉스시계는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쳤다. 하루 종일 멍 하니 시계 초침 돌아가는 것만 보던 시간도 있었다.
그럼 이쯤에서 내가 왜 롤렉스시계를 샀는지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내 책의 주제는 경제&재테크인데 갑자기 생뚱맞게 명품 시계라니.. 내가 시계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물건을 구매할 때 고려하는 여러 요인 중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롤렉스시계는 앞서 설명한 브랜드 정책으로 물량이 한정적으로 시장에 공급된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중고시장이 그만큼 크게 형성되어 있고, 롤렉스의 특정 모델의 경우에는 매입가의 2배가 넘는 프리미엄이 형성된 중고시계도 존재한다. 롤테크라고 해서, 롤렉스를 매입하고 가격을 높여 판매하는 중개업자도 존재한다. 나는 이 점에 주목하였다.
나에게 롤렉스는 50살에 가져야만 하는 사치재의 끝판왕이었다. 천만 원이 넘는 가격을 시계에 투자하기에는 내가 그렇게 여유 있는 삶을 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산 시계가 나중에 동일한 가격(또는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면? 내가 나중에 돈이 필요할 때 얼마든지 원하는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면? 브랜드 정책이 중고 가격에 대한 지속적은 방어를 도와줄 수 있다면? 훨씬 더 부담 없이 시계를 구매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내가 돈 천만 원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서 부담 없이 구매하였고 소중이 잘 찬 후에 팔았다. 판 이유는 하나였다. 시계를 팔고 그 돈으로 주식을 사기 위해서였다. 시계는 만족도가 너무 좋았지만, 시계를 가지고 있으면 시계 가격 이상으로 오르기 어렵고 주식을 매입하면 그 이상의 가치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나는 기회가 되면 다시 롤렉스시계를 구매할 의향이 충분히 있다. 다만 지금은 내 재테크 기준에서 투자해야 하는 자금의 규모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잠깐 내 손목에서 떠나보낸 것뿐이었다.
우리 주변에 다양한 고관여 제품을 구매하는데 있어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본다면 제품 구매 이후에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부류와 구매 이후에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부류, 이 2가지다. 전자는 대표적으로 부동산이 될 수 있겠고 후자는 대표적으로 자동차나 가전제품이 될 수 있겠다. 나는 제품을 구매하는 데 있어 전자의 성격을 지니는 항목은 과감하게 구매를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내 수준을 초과하는 공격적인 매입이 이루어지더라도 충분히 가치 있는 소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후자의 성격을 지니는 항목은 구매하는데 있어 최대한의 가성비를 따지고 구매한다. 내가 자동차에 투자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행복은 순간이고 감가상각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물론 나의 주장에 반대하는 자동차 애호가분들도 매우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중고 자동차가 좋은 가격을 받지 못한다는 건 그분들도 동의할 거라 생각한다.
세상 모든 일을 돈으로만 생각할 수는 없다. 만족과 행복이라는 더 큰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일시적인 감정보다는 중장기적인 자산의 보존과 증식이라는 측면에 더 높은 가치를 할애한다. 그래서 나는 롤렉스를 구매했었다. 그리고 또 다시 구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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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12 ~ 15 년 전 쯤에, 시계 관련 게시판들에서 돌던 글인데, 다시 보게되네요!
당시 한국에서도 명품시계 수집 붐이 슬슬 불기 시작하고,
관련 게시판이나 동호회, 잡지들이 생겨날 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