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의 중세를 암흑기라고 칭했던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이 정작 중세인들은 빛과 높이 덕후였다는 것이지요. 개인적으로 유럽 건축물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것이 바로 중세의 놀라운 발명품 고딕 성당입니다.
고딕성당은 어떻게 하면 더 높이, 더 밝게 만드는지만 파고 파고 파고 또 파고들어서 만든 걸작입니다.
원래 유럽 여행 가면 파리 노틀담 성당이라는 준수한 고딕 성당이 필수코스였는데 지금은 볼 수가 없게 됐죠. 파리 근처 여기 저기 소도시에 파리 노틀담 성당을 능가하는 고딕 성당들이 있습니다. 아미앵, 랭스, 샤르트르가 유명한데 성당 말고는 큰 구경거리는 없어서 여행자들이 잘 가는 곳은 아닙니다. 파리 노틀담 성당을 볼 수 없는 지금 개인적으로는 필수코스라고 봅니다. 파리에서 아미앵까지 보통 열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립니다. 어랏...근데 지금은 아예 프랑스에 갈 수가 없군요.
하여간 고딕 양식의 끝판왕 중 하나인 아미앵 대성당을 보면
전면은 요로코롬 생겼습니다. 수직적 이미지와 뾰족함이 고딕 양식의 특징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아치를 보시면 둥글지 않고 뾰족하쥬? 앞에 사람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크기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색이 없지만 원래는 화려하게 채색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내부를 보면 창이 커다란 걸 알 수 있습니다. 이전 시대의 로마네스크 건축과 차별화되는 지점입니다. 저렇게 창을 크게 내면서도 엄청나게 높게 짓는 게 이 양식을 만든 사람의 목표였고 그것을 해내기 위해 건축적으로 고심을 거듭합니다. 천장을 보면 골격이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저게 리브볼트라고 해서 천장을 가볍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밖에서 보면 뾰족한 탑이 많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저것도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높이 짓기 위한 것입니다. 가까이서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기둥을 높게 세우면 당연히 무너지죠. 그래서 옆에 기둥을 세우고 그 사이를 보로 연결한 것입니다. 그 결과 이런 무지막지한 건물들을 지을 수 있게 된 것이죠.
아미앵 대성당의 내부 모습입니다.
추가: 저기 보이는 설교단에 있는 조각들은 중세에 만든 게 아닙니다. 한 눈에 봐도 바로크 스탈이쥬? 중세 조각은 저렇게 멋지지 않습니다. ^^;;
샤르트르 성당은 아미앵보다는 좀 단촐한데 대신 샤르트르 블루라고 불리는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가 유명합니다.
랭스 성당은 프랑스왕의 대관식 장소로 유명한데 귀찮아서 생략.
이 빛과 높이 덕후들이 나중에 사고를 한 번 치는데요. 역시 파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보베라는 도시에 더더더더 높은 성당을 짓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무너집니다. 그래서 보베 성당은 지금도 일부만 짓다가 만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원래 지었다가 무너진 탑이 140미터가 넘었다고 하죠. 내부 천장 높이가 47미터구요. 당연히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습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건축가들은 프랑스에서 주로 발달한 고딕양식과의 차별화를 위해(?) 수직적 이미지보다는 수평적 이미지를 강조했고 높이보다는 비례미에 더 관심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에 시간이 되면 르네상스 건축으로 넘어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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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네이브랑 플라잉 버트리스 생각나네요.
노틀담 없는 파리 라면 근교의 생드니 성당 추천합니다. 거기까지 가는 길도 아주 가 볼 만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