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모아놓은 돈이 없는 친구.
주말에 오랜만에 만난 친구랑 한잔했습니다.
이 친구는 40대 초반으로 대학교 재학중 후 바로 조선쪽 하청업체 공장으로 취직했고 쭉
그쪽 업계의 공장에서만 일해왔습니다.
예전에 본인 신변에 이런저런 일들이 있어서 힘든 시기가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날 술자리에서
모아놓은 돈은 없고 매달 빚을 갚아나가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와 관련해서 최근 자기 친형님한테 그 동안혼자 살면서 조금의 돈도 모으지않고 뭐했느냐고 한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저도 자세한건 불편해할까봐 물어보지못했는데 자기가 다 털어놓더군요.
처음 취업하고 몇년간은 꾸준히 집에 돈을 보내줬다고 합니다. 부모님이 여유가 있으신 편이지만 사회초년생이라 급여 일부를 부모님께 맡겼다고하더군요. 나머지는 자기 용돈과 생활비로 썼는데 이 친구가 학교 다닐때부터 술과 유흥을 좀 좋아하던 편이었습니다.
그때부터 회사사람들이랑 일마치고 자주 술자리를 가지게 되었고 이런저런 유흥업소까지 자주 출입했다더군요. 그래도 남들보단 일찍 취업도 했고 타향에서 연고도 없고 생활하려다보니 그렇게된건 어느 정도 이해가 갔습니다만 좀 과하게 탕진을 한 모양이더군요. 그와중에 부모님께서 이제는 알아서 돈을 모아보라고 하셔서 오히려 씀씀이는 더 커졌다고 합니다.
그러다 한 여자를 만나 사귀게 되었는데 무슨 호기인지 따로 방을 구해주고 생활비도 지원해주면서 제법 많은 돈을 지출했다더군요. 그러다 스포츠토토에 빠져서 또 이쪽으로도 탕진. 결국 정신을 차려보니 여자친구와는 헤어졌고 빚만 고스란히 떠안은 모양이 되었답니다. 더 암울한건 당시 조선쪽 경기가 너무 안좋아서 공장이 문을 닫고 임금까지 채불당했더군요. 결국 노무사를 통해 나라에서 어느정도 배상을 받기로 했으나 아직 받지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모양이더군요.
이제는 정신차리고 뻘짓거리안하고 조용히 일하고 빚갚고 그렇게 살고 있긴하던데 그간의 일들에 대해 썩 후회하거나 반성하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런 연유를 물어보자 주위에도 그런 사람들이 허다하다더군요. 일용직을 받는 노가다판은 아니지만 고용은 불안정하고 일은 고되다보니 술이나 유흥에 금방 빠지기 쉽답니다. 대부분 고향떠나서 객지생활을 하다보니 인간관계도 줄어들고 딱히 취미가 있는것도 아니니 쉽게 사는게 무료해진다더군요.
술이나 유흥은 그나마 가벼운 정도고 심하면 도박에 손대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남자들만 있는 거친환경이라 이성교제할 기회도 적다보니 이성을 만나도 쉽게 빠지거나 유흥관련쪽 종사자들과 만남이 많다보니 금전적으로 이용당하는 경우도 빈번하다더군요. 물론 본인의 그것도 본인의 선택이겠지만.
그런 이유로 이 바닥에서는 일찍 결혼해서 가정꾸려서 착실히 사는게 승리자라고 하더군요. 자기 회사의 부사장도 오랫동안 이 친구와 일했는데 예전부터 유흥 좋아하는 무리들과는 적당히 어울리라고 많이 충고했답니다. 물론 친구는 자기 하고싶은데로 다 하고 다녔고 결과는 지금 이렇지만요.
그런 환경이다보니 질나쁜 사람도 많고 또 시간이 지나면서 질이 나빠지는 사람도 생긴다더군요. 짬밥, 인맥 좀 쌓였다고 공장 임대해서 독립했다가 망해서 털어먹고 임금체불에 배째라하는 사람도 있고 일감 받아서 일만 해주고 돈떼이는 경우도 많다보니 힘들어서 혹은 그거 달래려 유흥즐기려 공장노동자들끼리 돈거래도 빈번하고 이와관련한 채무 문제로 험악해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답니다.
아직도 영세업체들은 주5일은 커녕 특근비도 없이 일요일 출근을 강요하더군요. 1년에 한번 있는 휴가도 주말끼워서 쥐꼬리 만큼에 산재 이런건 있을수도 없이 사고 터지면 대충 쇼부치고 수습이고 저 임금에 비숙련자도 현장에 넣다보니 이에 따른 인사사고도 계속 터진답니다.
자기도 어떻게든 먹고 살려다보니 계속 버티는거라고 하더군요. 그나마 자기는 나은편이라고 합니다.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사람이 그 바닥에 더 많다는 얘기죠. 신용불량이라 타인의 통장으로 급여를 받거나 심지어 현금으로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고된 일에 몸은 갈려나가는데 나이는 50가까이 되고 다행인건 홀몸이라 부양할 가족이 없다는 거더군요.
저도 처음엔 이 친구가 그냥 한심하게만 느껴졌는데 얘길 듣다보니 개인의 나태함과 방종보다는
환경의 무서움이 더 크게 다가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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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공감됩니다.
각자 시야 만큼 보는게 삶이라 생각합니다.
보이는게 주변 환경이구요.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이상 시야를 넓히려 하지 않기도 하고
내 시야 많큼 못보냐 하는것도 애매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