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3년 전에 아이패드 프로 2세대를 접한 직후 디지털로 넘어가서 그림을 다시 시작했죠. 재능이 없어서였는지 지식이 부족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아이패드 그릴 때도 꽤 많이 부족했습니다. 더군다나 연필로 그릴 때는 색칠도 안 했으니 더더욱 결점이 도드라질 수밖에 없었죠.

사용 툴: 프로크리에이트

2019년, 개인적으로 상당히 힘들었던 한 해에도 그림은 계속 그렸습니다. 아이패드 프로 3세대로 넘어가서 틈만 나면 그리고, 그리고 또 그렸네요. 실력이 늘기는 했지만 좀 더뎠습니다.

2019년의 흔적 일부. 킬라킬로 애니메이션 입문하면서 관련 캐릭을 주로 그림

사용 툴: 프로크리에이트

2020년은 정신건강, 몸 건강 모두 되찾고 마음 편히 지낸 한 해였죠. 멘탈도 단단해지고 여유도 생기면서 어떻게 그림을 공부해야하나 계속 생각했고, 방법을 찾으면서 공부한 이 때부터 실력 붙는 속도가 좀 빨라진 듯합니다. 이 때부터 그림툴도 클립스튜디오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연습에 들어갔습니다.

캐릭터 그림도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풍경그림도 몇 번 그려보고...

채색이 어색한 원인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에 사실적인 그림도 시도해봤죠. 고등학교 1학년 때 인체그림이 크게 좋아진 이후 가장 성취가 많았던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올해도 그려댔습니다. 사실 다른 취미도 별로 없고 말이죠. 올해는 테크닉 단련한다고 다양하게 그리지 않고 몇 가지 캐릭터에 집중해서 했죠. 취미만화 그린다고 좀 미루기도 했습니다.

테크닉에 집중하면서 작년에 비해 퀄이 역시 올라갔지만, 그래도 그리면서 항상 뭔가 빠져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림에서 처음 어색함을 느꼈던 이후 어떤 그림을 그려도 느꼈던 감정이었죠.

그리고 오늘, 그림 하나를 완성하면서 그 감정이 처음으로 사라지는 걸 느꼈습니다. 처음으로 다 그렸을 때의 답답함이 사라지고 '괜찮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임팩트나 구도는 썩 좋은 그림이 아닙니다. 완성도나 펜선도, 색감도 전문가에 비하면 떨어지죠. 다만 그 동안 숙원과제(?)였던 광원에 따른 채색, 빛에 따른 펜선 표현을 연습한 게 조금이나마 성과가 있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이전 그림들에 비해 상세채색할 때의 어색함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해야 하려나요?

물론 이 그림도 언젠가는 되게 어색하게 느껴질 순간이 올 겁니다. 한 단계 발전했다고 뿌듯해했던 그림들도 몇 년 지나고 보니 이리저리 잘못된 점이 눈에 띄어 부끄러워지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래도 지금은 기분이 좋네요. 작게나마 성취를 하나 이뤘다고 생각하니까요. 앞으로도 계속 성취가 있어서 원하는 걸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갔으면 좋겠네요.

뻘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