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ER HEALTH CHECK: OK
ID/PW 찾기 회원가입

[TV]  KBS2 일일연속극 밥을 태우는 여자 1회(1994/1/3)

 
5
  1271
2021-04-19 02:04:59

KBS 유튜브 채널 같이삽시다에 [밥을 태우는 여자]가 복원됐다. 같이삽시다 채널에서 구작 드라마를 하나하나씩 풀고 있기 때문에 [밥을 태우는 여자]의 복원도 시간 문제였다. 같이삽시다 채널이 예고하고 자료를 공개하는 게 아니어서 언제 뜨나 오매불망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더 지체하지 않고 지금이라도 공개해서 다행이다. 기분 좋게 1회를 감상했다. 오프닝 타이틀, 크레딧 합쳐 23분 분량에 그칠 뿐이나 늘 그렇듯 이렇게라도 부분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어딘가 싶다.


[밥을 태우는 여자]는 1994년 방영 당시에도 반향을 일으킨 작품은 아니었고 적당히 시류에 묻어간 구성으로 평범한 반응을 얻으며 애초 기획했던 일일극 기본 분량인 5~6개월(120부 정도)을 채운 뒤 금세 잊혀진 작품이다. 종영 후 거의 언급도 안 됐고 아는 사람도 별로 없으며 자료 요청 열기도 약하다.


현재 [밥을 태우는 여자]는 1회가 공개됐는데 같이삽시다 채널 특성상 1회 다음에 마지막회로 건너뛸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이상으로 공개돼 봤자 1,2회와 [남자는 외로워]처럼 최종전편과 최종회 정도이다. 같이삽시다 채널 구독자라면 누구도 이 작품을 순차적으로 접할 수 있을거란 기대는 안 할 것이다. 1,2회 다음에 마지막회로 넘어가는 것도 운이 좋은 경우다. 같이삽시다 채널의 일반적인 장편드라마 복원 형태라면 [밥을 태우는 여자]는 내일 마지막회가 복원될 것이다.


인터넷이고 케이블이고 예전 드라마들 재방송은 몇몇 작품에 한해 돌려막기 식으로 식상하게 순환되고 있다. 예전 지상파 드라마들 다시보기 서비스 목록도 앙상할 뿐이다. 같이삽시다 채널에서 복원되는 장편극을 접할 때는 매번 감질나긴 하지만 그렇다고 달리 볼 수 있는 방도가 마련된 것도 아니다. 이런 식으로 맛보기 회차로라도 볼 수 있는 것에 위안을 삼자. 이상한 형태로 복원되는 건 사실이나 재작년 [사랑의 굴레] 복원 이후 본격적으로 확대한 KBS의 꾸준한 복원 작업은 고맙다.


▼ [밥을 태우는 여자] 오프닝타이틀

CG 컴퓨터의 모니터로 출연진을 소개하는 오프닝타이틀이 감각적이다. 신세대 감각의 도시 멜로물이라 시대 흐름을 적극 반영했다. 예전엔 무슨무슨 여자로 시작하는 제목이 많았다. [밥을 태우는 여자]의 속뜻은 귀여운 여자 정도가 될 것이다.


1994년 신년과 함께 한 KBS2 일일연속극 [밥을 태우는 여자]는 당시 KBS2 오후 일일극 흐름에서 [사랑은 못말려] 후속작으로 방영됐다.


▼ KBS2 일일연속극(평일 오후 8시 55분~9시 25분)


사랑은 못말려→밥을 태우는 여자→한쪽 눈을 감아요


지금과 달리 공중파의 드라마 포화 상태 시절이라 KBS의 2방송에서도 평일 오후 일일연속극이 편성됐다. 일일극은 연장을 검토할 수준으로 인기를 끌지 않는 이상 대체로 6개월 120부 기준으로 간다. [밥을 태우는 여자]는 일일연속극의 기본 분량을 딱 채우고 마무리 됐다. 후속작은 석광렬의 유작 중 한편인 [한쪽 눈을 감아요]이다. 이 작품은 방영 초기에 석광렬이 사망하면서 기획 방향을 잃었고 이후에도 황당한 전개로 비난 받은데다 시청룔도 쪽박이라 방영 석달만에 조기종영됐다.

 

▲ [밥을 태우는 여자] 제1회


음악도 좋았고 잘 만든 오프닝타이틀이라 기억에 많이 남는다. [밥을 태우는 여자]는 그 당시 충무로에서 유행한 도시 로맨틱코미디의 감수성을 일일극에도 입힌 트렌디물이다. 서울의 전문직 남녀 여섯 명의 티격태격 사랑놀음을 도시 감각으로 비춘 로맨틱코미디이다. 1990년대 초중반의 국산 여피 로맨틱코미디의 특징이 총합돼 있다.


당시에는 비교적 정상적으로 불었던 페미니즘 유행에서 자기주관 뚜렷하고 할 말은 하는 똑부러지는 배종옥 캐릭터 계열의 여피 여성 캐릭터가 꼭 하나 들어있고 코카콜라 광고에나 나올 법한 직장 풍경과 영에이지 심플리트 광고 같은 도시 생활의 감각이 낭만적으로 묻어있다. 그래봤자 남자 셋, 여자 셋이 얽히고설키며 유치하게 휘발되는 전형적인 사랑놀음에 그치긴 했지만 도시 감각의 로맨틱코미디가 일일극으로까지 기획된 걸 보면 김의석 감독의 [결혼이야기]가 일으킨 여파가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


방영 당시엔 제목의 함의를 두고 그때도 말썽인 여성단체에서 트집을 잡기도 했다. 왜 하필 밥을 태우냐는 것이다. 1994년의 여성단체 왈, "(제목에서)제작진이 여성의 사회활동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


여성단체가 검열기관처럼 없던 해석까지 갖다 붙이며 뒷목을 잡자 제작진은 "바쁜 직장 여성을 감각적으로, 재미있게 표현한 것 뿐"이라며 여성단체의 비약을 부인했다. 제작진 입장이 사실이었다. [밥을 태우는 여자]는 그 시절 직장 여성이 당면한 현실이나 사회적 고민이 아닌 도시의 전문직 여주인공 셋이 각각 벌이는 사랑놀음에 집중했을 뿐이다. 당시에도 괴리감을 일으킨 한국 여피들의 과장된 일상을 설익은 신세대 감각의 로맨틱코미디로 가볍게 포장했다.

 

▲ [밥을 태우는 여자] 커플1


자유분방한(척) 성격의 대중음악 작곡가 김혜리(서윤주 역)와 샤프한 직장남 선우재덕(김명환 역)은 친구와 연인 사이의 애매한 감정을 주고 받으며 사랑의 줄다리기를 한다.

 

 

▲ [밥을 태우는 여자] 커플2


초반엔 언니 가게에서 불규칙적으로 일하다가(그러니까 백수) 나중에 대기업 평사원으로 취직하는 송채환(조정민 역)과 금수저로 물려 받을 기업이 있음에도 영화감독에 대한 꿈으로 영화계에서 맴도는 진유영(강동철 역)은 짝사랑 관계다. 송채환의 적극적인 구애를 중심으로 이 둘의 짝사랑 전개가 시트콤스럽게 펼쳐진다.

 

▲ [밥을 태우는 여자] 커플3


김현정(이혜영 역)과 이영범(박정우 역)은 처음엔 적대 관계였지만 이내 정이 드는 전문직 커플이다. 이혜영의 속물적인 성격이 두 사람의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GIF 최적화 ON 
6M    1M

방영 당시 컴퓨터그래픽을 섞은 오프닝타이틀의 춤추는 남녀 실루엣이 인상적이었다. [밥을 태우는 여자] 하면 늘 생각나는 경쾌한 오프닝으로 드라마 종영 뒤에도 오랜 시간 뇌리에 남았다. 당시엔 세련된 느낌을 받았다. 지금 보니 실루엣으로 처리된 춤추는 남녀는 송채환과 진유영 같다. 한강 변에서 춤추는 모습을 실루엣으로 잡은 것 같은데 세 여주인공 중 송채환이 단발머리로 나온다. 1994년에 본 기억으론 여섯 명의 주인공 중 송채환과 진유영의 존재감이 가장 컸다.

 

KBS에서 [가족][밥을 태우는 여자][숨은 그림 찾기]같은 밝고 경쾌한 홈드라마를 집필하던 박정주는 2000년대 들어서도 [자꾸만 보고 싶네]같은 가벼운 가정극에서 장기를 보였다. [밥을 태우는 여자] 이후 성준기 연출과는 2003년 작가 교체로 말썽을 빚은 SBS 주말극장 [애정만세]도 작업했는데 이 작품 이후 활동이 없다.


[애정만세]의 경우 정인숙 사건을 다룬 정치드라마를 표방했으나 드라마 초반에 작가 교체로 잡음을 내면서 장르가 홈드라마로 확 바뀌었다.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정성주 작가의 대본이 제작 초반부터 자꾸 늦어지면서 제작진과 마찰을 빚었고 결국 8회부터 박정주 작가로 교체되어 홈드라마로 선회했다. 박정주는 정치드라마에 난색을 표했고 제작진은 내부 회의 끝에 박정주가 재능을 발휘해 온 홈드라마로 바꾸는데 동의했다. 그러나 홈드라마로도 성공적인 결과를 얻진 못했다.

 

 

 

감각적인 도시 로맨틱코미디답게 오프닝타이틀에서도 CG 초창기의 기술력을 발휘하였다. 지금보면 낡았지만 저때는 제법 세련된 컴퓨터그래픽이었다.


▼ [밥을 태우는 여자] 1회

[밥을 태우는 여자] 첫 장면. 어느 일요일 하루로 시작해 다음날 오전까지 벌어지는 상황 속에 주요 인물들의 특징과 관계 양상이 압축된다. 

 

 

일요일 오전. 버스를 놓친 박정우와 이혜영이 택시를 잡는다.


김현정은 1993년 1월 7일부터 메타미디어와 1년 전속 계약을 했으나 전속사와 사전 협의 없이 [밥을 태우는 여자]에 출연하여 고소를 당했다. 드라마가 방영된지 12일만인 1994년 1월 15일에 메타미디어는 [밥을 태우는 여자]의 김현정 출연 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둘이 동시에 잡은 택시를 탔지만 합석을 하기엔 가는 방향이 정반대이다. 택시를 먼저 잡은 사람과 먼저 탄 사람의 우선순위를 놓고 입씨름을 벌이는 남녀. 시간 버리게 하지 말고 둘 다 하차하라는 택시 기사의 짜증에 어쩔 수 없이 여자가 부어터진 얼굴로 먼저 내리나 남자는 그새 순발력을 발휘하여 택시를 출발시킨다.

 

 

 

얼핏 옥소리 닮은 김현정이 떠나가는 택시를 황당해 한다. 아침부터 사나운 일진에 하루 종일 날카로워진다.


이혜영 역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독립적인 직장 여성의 삶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남자를 통해 신분상승을 꿈꾸는 속물이다. [밥을 태우는 여자]는 CF 모델 출신인 김현정이 처음 맡은 연속극의 고정 배역이다. 데뷔 2년차에 연속극의 주인공을 맡았다.


"가장 하고 싶었던 역할중 하나예요. 도시적이고 생긴대로 잘난 척 하지만 남보기에도 역시 잘나뵈는 여자지요. 어찌보면 탐욕스러울 정도지만 그렇게 밉게 보이진 않을거예요."


"평범한 얼굴에다 끼도 강한것 같지 않아 끊임없는 노력으로 연기력을 가꿔 나가고 싶다."

- 1994년 3월 14일 중앙일보 김현정 인터뷰

 

 

조단역 시절의 손현주가 진유영 친구로 나온다. 손현주는 1991년 KBS 공채 탤런트 14기 출신이다.

 

주변 누구도 당최 매력을 알 수 없는 영화감독 지망생인 강동철을 따라다니는 순정파 조정민은 강동철과 주말 데이트를 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밥을 태우는 여자]는 송채환의 두 번째 드라마이다. 1993년 12월 30일까지 방영한 첫 드라마 [폭풍의 계절]을 끝내고 바로 들어갔다. [밥을 태우는 여자]는 1994년 1월 3일부터 방영한 작품이니 최소 1993년 12월부터는 촬영을 시작했을 것이다. 1993년 KBS 연기대상에서 [밥을 태우는 여자]의 예고편이 나온다.

 

최란(조정희 역)이 카페를 운영하는 송채환의 언니 역을 맡았다. 주변의 여피 친구들과 달리 정민은 특별한 능력도 없고 사회적으로 성공하지도 못했다. 소박한 연애를 꿈꾸는 소탈한 성격으로 시청자들이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다.

 

 

춥다고 유부남 선배와 한 이불 속에 붙어 있는 것으로 자신의 자유분방한 성격을 과시하는 대중음악 작곡가 서윤주.


[밥을 태우는 여자]의 서윤주는 당시 김혜리가 자주 맡은 털털하고 솔직하며 자유분방한 서구적 사고방식을 갖춘 도시 여자 배역이었다. [질투]의 연장선격인 배역으로 이 작품 뒤 출연한 영화 [계약커플] 배역과도 겹친다.

 

 

 

"너 자유, 자유 하는데 자유와 방종을 혼동하지마!"


오전에 택시 놓친 화풀이를 윤주에게 하는 혜영. 사실 틀린 말 한 것도 없다. 상황을 보니 세 여자는 이날 작곡가인 윤주의 작업실에서 모임을 갖기로 한 것 같다. 이렇게 극은 여주인공 셋을 모이게 한다.

 

한편 그 시각, 강동철이 참여하고 있는 에로영화의 야외 촬영 현장. 신인 시절 임호와 김성희가 극중 영화의 주연 배우로 나오고 있다. 임호는 1993년 KBS 공채 15기, 김성희는 1991년 KBS 공채 14기 출신이다.

 

 

촬영 직전까지 피우고 있던 담배도 알아서 걷어가주는 충무로 시절 한국영화 촬영장의 주연 배우 위엄을 묘사. 이들이 찍고 있는 극중 영화 제목은 [화려한 정사]다. 저질이란 인식이 강했던 방화 시절의 한국영화 현실을 말해주는 듯 하다. 같은해 나온 [마누라 죽이기]에서도 극중 작업하는 영화는 살인과 섹스가 난무하는 성인영화였다.

 

진유영 첫 등장. [밥을 태우는 여자]는 진유영의 첫 KBS 드라마 출연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KBS 드라마 출연작이다. 진유영은 1982년 MBC 8.15 특집극 [한 : 단재 신채호 일대기]를 끝으로 드라마를 안 하다가 12년 만에 [밥을 태우는 여자]로 드라마에 복귀했다. 주연급 비중으로 출연한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이후 연기 활동이 더 뜸해지기도 했지만 40대 들어서부터는 중견 조연으로 빠졌다.

 

 

 

촬영장 구경꾼을 통제하는 강동철. 말이 좋아 세컨드 조감독이지 눈칫밥 먹으며 잔심부름이나 하는 촬영장 잡부다. 강동철은 나중에 영화감독으로 성공하는데 당시 감독에 더 많은 비중을 두었던 진유영의 연예계 활동을 염두해 두고 만들어진 배역 설정이었다.

 

 

행인 : 아저씨는 뭐하는 사람이에요? 허! 맞어? 아저씨 영화배우 맞죠?

강동철 : 아니에요, 아니에요.

행인 : 사인 좀 해주세요!

강동철 : 아 참...


구경꾼의 대사 속에 인기배우 출신 감독이던 진유영의 실제 모습을 녹였다.

 

[질투]가 유행시킨 1990년대 드라마의 달리 샷 촬영 풍경

 

마지못해 구경꾼에게 사인 해주다가 달리 샷에 잡혀 NG를 일으킨 세컨드 조감독 강동철

 

김보미가 극중 촬영되는 영화의 조감독

 

 

 

조감독의 쌍심지에 계면쩍어 사과하는 강동철. 물려 받을 기업이 있는 금수저임에도 영화에 대한 미련으로 체면을 잔뜩 구기고 있다.

 

겨울 여행을 준비하는 1990년대 중반의 서울 여피들

 

모임 중 동철 바라기 정민이 동철 오빠의 촬영장에 가야 한다며 양해를 구한다.

 

"동철씨? 동철씨 아직도 자기 아버지 회사 안 나가고 영화 촬영장 쫒아다니니?"

 

강동철의 금수저 집안 상황을 요약하는 김혜리의 대사 한 줄

 

친구들은 영화계에서 자리 못 잡은 동철의 현실을 무시


"그 나이에 영화 한다고 여배우 옷가방이나 날라주고 구경꾼이나 막고, 그게 예술이니?"

"세컨 조감독도 감독인가? 순 심부름꾼이지."

"나 원래 포르노 안 봐."


동철의 실력을 두둔하는 정민을 향해 혜영이 직설적으로 내뱉는다. 맞는 말이지만 얄밉다. 합리적인 사고방식에 취해 저 잘난 맛에 사는 1990년대 작품들의 전형적인 도시 여성상.

 

일방적으로 동철의 촬영장을 찾은 정민. 정민이 모임에 있던 장소와 영화 촬영장은 대체 얼마나 가깝길래 여전히 같은 장면을 촬영중이다.

 

 

 

촬영장에 나타난 정민을 구박하는 동철의 모습에서 둘 사이가 양분없는 관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민을 밀어내는 상황에서 갑자기 나타난 남자 둘. 아버지 회사 일을 내팽개친 죄로 회사 측에서 해결사를 보낸 것 같다.

 

질겁하며 도망치는 동철 뒤에 눈에 띄는 송채환의 샤넬 가방. 저 당시 드라마 제작 흐름에서 봤을 때 협찬은 아닐 것이다. 송채환 개인 물품인 듯 싶다.

 

 

줄행랑을 친 진유영 때문에 샤넬 가방 메고 자빠진 송채환


[밥을 태우는 여자]를 1994년 방영 당시 본방송으로 재밌게 봤지만 꼬박꼬박 챙겨 봤던 것도 아니고 이후 재방송으로 볼 기회도 없어서 단편적인 기억만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주요 출연진조차도 작품 기록을 봐야 겨우 맞춰지는 수준이었는데 유일하게 뇌리에 박힌 인물이 진유영이었다. 진유영이 배역에 입힌 특유의 생동감과 호흡, 두꺼운 음성, 성량이 무척 선명하고 강렬해서 이름과 함께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당시 텔레비전에서 생소한 배우였는데 인상도, 연기도 다 신선해서 진유영 등장 장면만은 더 집중해서 봤던 기억이 난다. 그 뒤 이 작품을 다시 한번 보고 싶단 생각을 지속적으로 한 것도 진유영 연기 때문이었다. 이렇게나마 유튜브로 소환돼서 감회가 새롭다.

 

 

오빠와 데이트도 못했고 주변에선 다들 무시를 해서 시무룩해진 정민, 그럼에도 그들의 사랑을 희망한다.

 

이 작품에 나오는 여주인공 셋은 중상류층이다. 김혜리 배역은 2층 양옥집에서 산다.

 

 

정욱과 아누크 아메 같은 김민자가 부부로 출연. 정욱은 사기 혐의로 KBS 출연 금지 대상인데 KBS는 시청자들이 예전 드라마를 요청할 때 정욱이 나온 작품일 경우 정욱이 출연 금지 대상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하곤 했다. 근데 이것도 핀셋 방역처럼 지들 멋대로 기준이라 오락가락한다. KBS 유튜브 채널의 핀셋 복원.


일하기 귀찮으면 출연 금지 배우가 참여한 작품이라 공개 못한다고 핑계를 대고 일 할 마음이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공개한다. 이 짓을 지금도 하고 있다. 없다고 한 자료를 공개할 때는 우연히 발견했다로 일축하면 그만이다. 말을 하지 말지 굳이 입을 털어서 욕을 더 벌고 있다. 애초에 출연 금지 배우가 이름을 올렸기 때문에 구작임에도 공개할 수 없다는 자사 규정은 믿지도 않았다. 때가 되면 다 공개가 될 것이라고 예상을 해서 오늘 정욱의 27년 전 출연작을 복원한 상황이 의아하지도 않다.

 

일일극에서 고학력 노처녀 시누이가 빠지면 섭섭. 재택근무 모습을 보니 번역가 정도로 뻔하게 설정된 것 같다.

 

현대 직장 여성의 독립적인 모습과 신세대 연애담을 그린 트렌디물 기획답게 중년의 김민자는 브리짓 존스 엄마처럼 늦바람이 들어서 뒤늦게 소설을 쓴다고 도발을 한다. 남편은 그런 아내를 이해할 수 없고 부부는 언쟁을 벌이다가 각방을 쓰기에 이른다.

 

싸움을 중재하려던 시누이와 딸

 

혜영은 아파트에서 부모, 오빠, 남동생과 산다.

 

내복 입고 있는 허진 엄마의 모습이 못마땅한 깍쟁이 딸

 

 

방에 들어오니 슬그머니 한량 오빠 박세준(이형준 역)이 10만원만 내놓으라고 윽박지른다. 심지어 돈 주기를 거부하는 동생을 밀치고 가방 검사를 한다. 아들과 딸 시절의 드라마 묘사.


[밥을 태우는 여자]는 박세준이 1989년 MBC 공채로 들어간 이후 처음 출연한 KBS 드라마이다.

 

 

아버지의 등장으로 한량 오빠한테 10만원을 강탈 당하는 상황은 모면했지만 이 정도 수준의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닐 경제력이라면 독립이 답이다.

 

월요일. 출근한 혜영. 그녀는 직물 디자이너로 국제부 소속이다.

 

업무에 능통한 커리어우먼 이혜영

 

대중음악 작곡가인 서윤주의 작업 모습

 

김혜리 상대역 선우재덕 첫 등장

 

이 둘은 로맨틱코미디의 전형적인 친구와 연인 사이다. 선우재덕은 친구를 빙자하여 연인으로 김혜리를 대하지만 김혜리는 일단은 이성 감정을 배제한 친구로 선우재덕을 대한다. 드라마는 이런 감정의 굴곡에서 두 사람의 갈등을 발생시킬 것이다.

 

광대뼈 때문인지 미셸 파이퍼 느낌도 나는 김혜리

 

선우재덕의 갑작스러운 데이트 신청을 받아주려고 했으나 일이 있다는 것을 깜박한 김혜리. 다음을 기약한다. 김혜리의 믹스매치 유니섹스 의상에서 1994년의 신세대 여성 패션을 읽을 수 있다. 저때 저런 식으로 입고 다닌 여자들 많았다. 요즘같은 실용성보다는 멋을 더 중시했던 시절이다.

 

 

연인이 되고 싶은 남녀사이의 친구 관계 유지에 맥이 빠지는 선우재덕

 

한편 3시 미팅 때문에 사무실을 나가던 혜영은 전날 오전에 택시 도둑 박정우를 사무실 건물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둘의 티격태격 로맨틱코미디 관계가 될 것을 암시하며 [밥을 태우는 여자] 1회 마무리.

 

재즈풍의 가벼운 리듬이 매력적인 사운드트랙은 한국 포크/블루스의 거장인 이정선이 담당했다. 오프닝타이틀이나 크레딧 등에 흐르는 사운드트랙이 빼어나다.

 

KBS2 일일연속극 [밥을 태우는 여자]


방영시기 : 1994년 1월 3일~6월 17일

연출 : 성준기

극본 : 박정주

사운드트랙 : 이정선


출연 : 송채환, 진유영, 김혜리, 선우재덕, 김현정, 이영범, 김민자, 정욱, 최란 등

 

▲ [밥을 태우는 여자] 사운드트랙 테이프 표지. 드라마도 잊혀졌고 사운드트랙도 희귀하다. 10개 트랙에서 사이드B의 첫 곡으로 실린 '나에게'를 제외한 9곡을 이정선이 만들었다. 극본을 집필한 박정주가 '꿈''넌 할 수 있어''그림자'를 작사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OmAR8yn4Bw&t=7s

4
Comments
2021-04-19 02:24:21

 추억의 배우들 나오네요 송채환씨는 오랜만이네.

2021-04-19 07:44:06

72년에 방영한 여로 때문에 우리 동네 포함 전국의 아줌마들이 밥 타는줄 모르고 드라마에 몰입한적이 있었죠.
그 때는 동네에서 테레비가 1~2대 밖에 없어서.
그런데 밥을 태우는 여자라는 드라마가 있었는지도 몰랐네요.

2021-04-19 08:51:49

제목이 너무 구식 성관념이다 싶었는데 옛날 드라마였군요. 시대의 변화가 느껴져서 오히려 다행입니다.

Updated at 2021-04-19 11:16:55

해결사 부분에서 정동남 아재(현재는 할배)가 등장하는군요

이분은 '서울뚝배기' 시절이 전성기 아니었나 싶습니다 

 
글쓰기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