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DP外이야기] 까닭없이 지인에게 차단당해보신 적 있으세요?
(노파심에서... 디피에서, 특히 시사정치 관련해서 차단한 이야기로 덧글을 끌어가서 타회원 비방은 말아주세요)
아래 케네스님의 한국 살기 힘들다...란 글을 읽다 문득, 한 옛 벗이 떠올라 적어봅니다.
옛, 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말 그대로 지금은 벗이 아닌 상태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본문 안에선 사람...으로 지칭해야겠네요. (미리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동성 친구였습니다)
그 사람을 처음 만난 것은 대학교 1학년때였지요.
뭔가 주위랑 어울리기를 꺼려하는 듯한 분위기는 있었지만, 그래도 초창기에는 과 사무실에도 자주 오고, 동기들이랑 함께 하는 자리에도 열심히 참석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취미가 같고 (야구, 스타크래프트, 애니메이션....) 일본어도 같이 공부하던 사이다보니, 자연스레 말을 주고받을 기회도 많아졌고, 여러 취미도 공유하며, 일본어 회화 공부도 같이 하는 등 하며 꽤나 친해졌었지요.
서로 입대하고 나서도 우편물을 주고 받으며 군대란 공간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덜어내던 사이기도 했습니다.
제대하고 복학해서도 관계는 여전히 좋았지만, 그 즈음해서 그 사람이 학교, 군대를 비롯한 자신의 주변환경에 대해 상당히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었지요.
자신은 원래 더 큰 꿈이 있었고, 더 좋은 학교를 가고 싶었고... 하지만 뭔가가 잘못되어서 현재의 처지에 처하게 되었다는, 그런 한탄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 적이 몇번인가 있었습니다. 주변 지인들과의 사고의 수준 차이라던가...란 이야기도...
제가 정확히 뭐라고 대답을 했었는지는 기억나진 않습니다만... 좋게좋게 이야기했었던 것 같긴 하네요. 사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저도 그 환경을 공유하는 일부인데 썩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긴 했지요.(너는 다른 사람들이랑은 다른 것 같다...란 이야기도 물론 그 사람이 하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졸업때까지 꾸준히 친하게 지내고, 졸업하고 나서 그 사람은 취업을 해서 서울로 상경하고, 저는 유학길에 오르면서 서로간에 자주 보긴 힘들어졌지요. 그래도 인터넷으로 종종 소통했었고, 한국 가서 서울에 갈 일이 있으면 꼭 연락도 하곤 했었습니다. 제가 고향에서 결혼식을 올렸을때 가장 식의 중심에서 도와줄 친구들 중 한명으로서도 부탁을 한 적이 있고, 그것도 흔쾌히 들어주었었죠.
...실제 거리가 멀어진 사이에서 문자의 영향은 꽤나 크다는 것을, 경험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친구가 SNS에 올리는 글들은, 실제 생활에서 얻은 스트레스, 사회 및 직장에 대한 불만들로 가득 뒤덮여있었죠.
그래도 고향의, 소통하고 지내는 몇 안되는 벗이라서 저는 계속 지켜보고는 있었습니다. 특정 부정적 소재에 대한 리트윗이 한때 지나치게 많아서, 리트윗만 안보는 옵션을 킨 적은 있었지만요. (저는 지금도 몇몇 지인들이 보여준 행태에 대한 기억때문인지, 리트윗, 글 퍼나르기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SNS에 그 사람의 게시물이 전혀 안보이게 되기 시작했었지요. 저도 그즈음해서 SNS자체를 잘 안하게 되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몰랐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팔로우 리스트에 그 사람의 아이디가 없네요.
정확히는, 원 어카운트가 무슨 까닭에서였는지 폐쇄가 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계정을 하나 더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었던 것이었죠.
그래서 그 계정에 DM을 보내 안부를 물어봤더니, SNS를 그만뒀고, 이 계정 팔로우해도 아무것도 작성하지 않으니까 팔로우 할 필요가 없을거야, 란 답변이 왔습니다.
그것이 그와의 마지막 의사소통이었지요.
그 의사를 존중해서 한동안 그 일은 잊고 지냈었습니다만, 문득 생각이 나 다시 한번 가봤더니...
@옛지인 blocked you
라고 뜨더군요...
많이 황당했지요. 아니 왜?
특별히 뭔가 언쟁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거든요. 소식이 좀 뜸해지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사람이 사람을 차단할 이유가 되는걸까. 더군다나 예전에 그렇게 같이 공부하고, 편지도 나누며, 여러 기억들을 공유해왔던 사람이.
솔직히 아직까지도 이해는 가지 않고, 그래서 그런지... 우호적인 기억의 크기만큼 부정적인 감정이, 그 사람에게, 아무런 접점 없이 남아있게 된 상태이긴 합니다. 참 씁쓸하지요. 이유없이 차단을 당했다니.
트위터 뿐만이 아니라 facebook등도 일부러 찾아가며 블락을 걸어놨더군요. 꼼꼼하게도...
계정을 폐쇄한건 아닌 것이, 로그아웃하고 주소쳐서 가보면 계정은 그대로 존재하고, 갱신도 하더군요.
그래도 저 따름엔 옛 벗이었다고, 도대체 왜 그런 행위를 벌였을까 싶어서 인터넷에서 흔적을 한번 찾아봤습니다.
이름이 약간 유니크한 친구라 그렇게까지 동성동명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말이지요.
의외로 인터넷 공간에는 여러가지 흔적을 많이 남기고 있는 사람이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여러가지 부업을 하고 있는 흔적들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어필을 하지 않으면 일거리가 들어오질 않을테니까요.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특정 부업을 하면서, 본명이 아닌 가명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네요.
그렇게도 자신이 겪어온 환경이 싫었던 것일까...
그래서 이름까지도 숨기고, 과거의 지인들까지도 모조리 쳐내야만, 새로운 삶이, 나아질 미래가, 잘못되었다고 여기고 있었던 궤도가 바로잡힌다고 믿었던 것일까?
그가 작성한 블로그의 옛 글에는, 과거 몸담았던 직장에서 겪어왔던 그 자신의 입장에서의 고초 이야기도 구구절절히 적혀있기도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사회인 생활을 시작할땐 꽤 좋은 직장에서 출발했던 사람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직장도 많이 옮겼지만, 옮긴 직장들도 괜찮은 곳들이었던 것 같고요. 적어도 네임 벨류만으로는 전혀 손색없는.
아마도... 학창시절때부터 계속되어온, 환경에 대한 불만... 자신이 진짜 바라던 레벨(?)의 삶. 그것에 견주자면 현실은 결코 만족스러운 그것이 아닌...
그러한 것들이, 직장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불만을 가지게 만들고, 결국 주위와 원활히 융합하지 못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제가 저 멀리서, 이제 친구도 아닌 시점에서 추론해봐야 별 의미가 없는 가정이긴 합니다만 말이지요.
그래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한때 정말 가까이 지내던 지인이었던만큼...
그 사람은 지금도 역시 그다지 행복해보이지 않는 삶의 방식으로, 그래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긴 합니다.
그의 삶에 제가 더 이상 관여할 일은 없겠지만...
비록 저를 비롯한 자신의 과거를 모조리 차단하고 살아간다고 하더라도, 언젠간 자신이 바랐던 미래상을 손에 넣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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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당시 이야기했던...맘에 들지 않던 과거(?)를 통틀어서 지우고 싶었나 봅니다...
그런데...그렇게 해서 뭔가를 얻는다 해도...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을까...의아하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