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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최근에 구매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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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1 20:25:30

 

 테드 창, 켄 리우, N. K. 제미신 등의 현시대 최고의 SF 작가들의 최신 SF 단편들을 모은 <올해의 SF 걸작선>을 번역한 책입니다. 나름 잘 팔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VN1B-tUpgs 

“테드 창” “켄 리우” “N. K. 제미신” 최신작 수록!
2020 휴고상·네뷸러상·로커스상 수상작,최종후보작 수록!
매년 전 세계 최고의 신작 SF를 선보이는 연간 선집 시리즈!

“테드 창” “켄 리우” 등 세계적 작가의 신작을 바로 만나다!
매년 전 세계 최고의 신작 SF를 선보이는 연간 선집 출간!


세계적인 SF 작가 “테드 창”. 우리가 그의 신작을 읽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테드 창은 세계적인 SF상을 석권했지만, 29년 동안 발표한 중‧단편소설이 17편밖에 없을 만큼 작품 수가 적은 편이다. 그렇다 보니 그가 단편 한 편을 발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1년에서부터 길게는 7년까지. 나아가 첫 단편집 이후 두 번째 단편집이 나오는 데는 무려 1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17년만으로도 이미 긴 세월이지만, 한국 독자가 만나보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본토에서 단행본으로 묶여 출간한 후 판권 계약에 수개월, 한글 번역에 수개월, 다시 출간 준비에 수개월. 2007년 발표된 단편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을 우리는 2019년 단편집 『숨』을 통해 읽어야만 했다. 테드 창과 우리를, 세계와 우리를 가로막는 이 12년이라는 세월을 그저 참고 기다려야만 하는 걸까? 2009년 부천영화제 인터뷰에서 테드 창은 "SF는 변화하는 세계를 담는 그릇“이라고 했다. 2021년, 지금 우리의 세계는 아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런 세계를 담아내기 위해선 그보다 더 빨리 움직여야 하고, 그렇기에 SF는 그 어떤 문학보다도 시간에 예민해야 한다. 그리하여 “테드 창” “켄 리우” “N. K. 제미신”을 비롯한 세계적 작가의 신작을 국내에 선보이는 연간 선집 시리즈가 탄생하게 됐다. 단행본으로 출간되기까지 걸리는 시간만 줄이더라도, 우리와 세계 사이의 간극은 충분히 좁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에스에프널 SFnal〉 시리즈는 2020년부터 다시 시작한 〈올해의 SF 걸작선(The Year's Best Science Fiction)〉의 한국어판이다. 2020 휴고상 편집자 부문을 포함해 휴고상에서만 15회 이상 호명된 세계적인 편집자 “조너선 스트라한”이 수록작을 선정하며, 한 해 동안 발표된 중·단편소설 가운데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작가와 최근 떠오르는 신예 작가의 작품을 골고루 편성한다. 흥미롭게도, 이 책에 수록된 27편의 작품 중에서 2020년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 수상작이 전부 나왔으며 최종 후보작 또한 다수 포진해 있다. 특히 로커스상 단편 부문의 경우, 최종 후보작에 오른 10편 중 최종 수상작을 포함한 6편이 이 책에 수록돼 있을 정도다. 세계적 SF 작가의 최신작과 아울러 세계적 SF 문학상의 수상작을 바로 만나볼 수 있는 이 선집에, 허블은 “SFnal(=Science Fictional, SF적인)”이라는 제호를 붙였다.

“휴고상·네뷸러상·로커스상”에 호명된 작품을 한꺼번에 만나다!
2020년 SF 본고장에서, 2021년 한국에서 재탄생한 기념비적인 선집!


“스트라한은 편집자의 첨예한 눈으로 SF의 가장 매력적인 면모를 선집 시리즈 첫 번째 책에 담아냈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이토록 매력적이고 “SF적인” 선집 시리즈는 사실 1년 동안 중단됐었다. 1984년, 전설적인 SF 편집자 “가드너 도즈와”에 의해 처음 시작된 〈올해의 SF 걸작선〉 시리즈는 2018년 가드너 도즈와가 타계하면서 중단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2020년, 그의 절친한 동료였던 조너선 스트라한이 유지를 받들어 다시 선집 시리즈를 시작했고, 그 첫 번째 책이 바로 『에스에프널 SFnal 2021 Vol. 1』과 『에스에프널 SFnal 2021 Vol. 2』다.
〈올해의 SF 걸작선〉이 중단된 2019년과 새롭게 재탄생한 2020년은, 우리 SF 팬덤에서도 역사적인 시간이었다. 국내 작가로는 “김초엽”과 “김보영”, 해외 작가로는 “테드 창”과 “켄 리우”가 한국에 SF 붐을 일으켰고, 그 강력한 시대의 파도는 2020년에 이어 2021년 현재에도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 여파로 인해, 수많은 문학 독자는 SF 팬이 됐고, 그 어느 때보다 본격문학과 SF의 경계가 흐릿해진 상황이다. 어째서 이런 상황이 가능했을까? 물론 수많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아무래도 우리가 과거 상상하던 미래 세계를, 지극히 “SF적인” 세계를 살고 있어서인 듯하다. SF적인 세계를 산다는 것. 이러한 분석이 합당하다면, “SF적”이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 내리느냐가 현재와 미래를 내다보는 중요한 관점이 된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SFnal(SF적인)’은 SF(과학소설)’와 ‘–nal(-적인)’의 합성어로, 일찍이 세계 SF 팬덤과 평단에서는 “Science Fictional” 대신 종종 사용해온 표현이었다. 우리도 2019년에 들어 ‘SF적인’이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SF적인 서사, SF적인 상상력, SF적인 세계관… 이토록 많이 쓰는 표현인데, 도대체 ‘SF적인’ 것이 뭘까? 우리는 이토록 SF적인 세계를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을, 세계적인 SF 작가들의 생각을 이 책을 통해 읽을 수 있다.

“테드 창” “켄 리우” “S. L. 황(휴고상 수상자)” …
모든 SF 독자를 위한, 가장 환상적이며 결정적인 15편의 SF


『에스에프널 SFnal 2021 Vol. 1』의 또 다른 이름은 ‘SF Fan’이다. ‘For SF Fan.’ SF를 사랑하는 모든 독자를 위한, 가장 환상적이며 결정적인 작품 15편이다. ‘환상적인 작품’의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SF 전문 독자가 아니더라도 ‘환상적’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드는, ‘과학’이라는 진입 장벽을 어느 정도 허물어뜨린 ‘판타지’와 ‘SF’가 적절히 조합된 작품을 선정했다. ‘결정적인 작품’의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지극히 “SF적인” 세계를 살고 있단 점에서, 현재 우리 세계의 사정이나 요구에 ‘결정적’으로 맞아떨어지는 작품을, 말 그대로 시의성을 갖춘 작품을 선정했다.
그렇기에 2020년 휴고상 단편 부문 수상작인 “S. L. 황”의 「내 마지막 기억 삼아」를 첫 번째 수록작으로, 2020년 로커스상 단편 부문 최종 후보작이자 휴고상‧네뷸러상‧세계환상문학상을 최초로 동시 수상한 “켄 리우”의 최신작 「추모와 기도」를 두 번째 수록작으로, 마찬가지로 2020년 로커스상 단편 부문 최종 후보작이자 휴고상‧네뷸러상‧로커스상을 석권한 “테드 창”의 최신작 「2059년에도 부유층 자녀들이 여전히 유리한 이유」를 세 번째 수록작으로 선택했다.
첫 번째 수록작 「내 마지막 기억 삼아」의 세계관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근미래로, 주인공은 대량살상무기의 작동 암호를 몸 안에 이식한 한 소녀다. 문명 전체를 파괴할 수도 있는 무기를 사용하기 위해선 누군가가 소녀의 몸을 갈라야 하며, 그 칼은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쥐고 있다. 어린 소녀의 목숨을 직접 빼앗아야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딜레마 속에서 대통령은 괴로워하고, 어린 소녀는 자신이 짊어진 운명과 책임을 고스란히 느끼며 시를 읊는다.
두 번째 수록작 「추모와 기도」의 세계관은 2021년과 거의 흡사하나 ‘증강현실’ 기술만큼은 고도로 발달된 미래로, 한 소녀가 총기 난사 사건에 희생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소녀의 부모는 희생을 추모하고 총기 규제를 합법화하고자 소녀의 생전 모습을 증강현실로 구현해낸다. 마치 예수처럼 부활해 총기 규제의 상징이 된 소녀. 처음엔 추모 분위기가 이어졌으나, 점차 여러 악의적인 세력이 합세해 소녀의 모습을 왜곡하고, 결국 소녀의 모습은 점점 괴물처럼 변하게 된다.
세 번째 수록작 「2059년에도 부유층 자녀들이 여전히 유리한 이유」는 유전자 요법을 정면에서 다룬 엽편소설로, 그의 평소 창작 패턴을 고려한다면 이후 그의 차기작의 씨앗이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이미 SF에서는 익숙한 소재이긴 하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조작’ 자선사업이 오히려 더 심각한 불편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테드 창의 지적은 무척 시의적절하다.
그밖에도 테드 창과 함께 하드 SF의 양대산맥으로 불리우는 “그렉 이건”의 최신작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 2020년 휴고상‧네뷸러상 중편 부문 최종 후보작인 “캐롤라인 M. 요킴”의 「사랑의 고고연대학」, 2020년 로커스상 단편 부문 수상작인 “찰리 제인 앤더스”의 「아메리카 끝에 있는 서점」, 그리고 각각 최종 후보에 오른 “소피아 레이”의 「문에 얽힌 이야기」, “폰다 리”의 「딥페이크 여자 친구 만들었더니 부모님이 나 결혼하는 줄 알더라 (28세 남)」, “토비아스 S. 버켈”의 「은하 관광 산업 지구」 등이 수록돼 있다.

“N. K. 제미신” “프랜 와일드(네뷸러상 수상자)” …
SF 광팬을 위한, 가장 문제적이며 실험적인 12편의 SF


『에스에프널 SFnal 2021 Vol. 2』의 또 다른 이름은 ‘SF Final’이다. ‘For SF Final.’ SF에 열광적으로 몰두하는 독자를 위한, 가장 실험적이며 문제적인 작품 15편이다. ‘실험적인 작품’의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SF의 상상력을 발판 삼아 언어적으로, 과학적으로 ‘실험’하는 작품, 현실과 동떨어져 언뜻 쓸모없어 보이나 바로 그 쓸모없음 때문에 쓸모 있는 작품을 선정했다. ‘문제적인 작품’의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SF이건 본격문학이건 좋은 문학은 우리에게 불편한 질문을 제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SF라는 칼로 우리 세계의 ‘문제’의식을 날카롭게 드러내는 작품을 선정했다.
그렇기에 2020년 휴고상 중편 부문 수상작이자 로커스상 중편 부문 최종 후보작인, 휴고상‧네뷸러상‧로커스상을 석권한 “N. K. 제미신”의 최신작 「비상용 피부」를 첫 번째 수록작으로, 2020년 네뷸러상 단편 부문 수상작이자 휴고상‧로커스상 단편 부문 최종 후보작인 “프랜 와일드”의 「폭풍의 목록」을 두 번째 수록작으로 선택했다.
첫 번째 수록작 「비상용 피부」는 앞서 〈부서진 대지〉 삼부작에서 그랬듯 황폐화된 지구를 통해 환경 문제를 정면으로 드러낸다. 또한, 지구에 버려진 인류와 외계 식민지에 사는 인류 간 대립을 언어를 통한 ‘낯설게 하기’로 표현해 인종차별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더욱 심층적으로 다룬다.
두 번째 수록작 「폭풍의 목록」은 진실과 허구가 뒤섞인 설명, 부조리한 묘사가 난무하는 작품으로, SF적 상상력을 가미한 언어 실험을 통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바람’, ‘태풍’이란 단어가 얼마나 색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세계 SF 팬덤에서도 호불호가 가장 극명하게 갈리는, 진정한 ‘문제소설’이다.

그밖에도 SF보다도 ‘마술적 사실주의’ 또는 ‘부조리’ 문학에 가까운 “수이 데이비스 오쿵보와”의 「모래언덕의 노래」, 미래 기술로 지능이 향상된 ‘개’의 내적독백으로 진술되는 “테건 무어”의 「늑대의 일」 등 SF 광팬의 도전의식을 자극하는 작품이 수록돼 있다.

 세계적인 거장들이 강추했다던 이탈리아 작가 디노 부차티의 장편 <타타르인의 사막>이 출간되었습니다. 실제로 재밌을지는 모르겠지만 기대가 되네요. 단편들도 출간되기를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ddSN2jNS9E 

실존주의, 부조리, 마술적 사실주의가 녹아든
이탈리아 문학계의 기인이 쓴 20세기 환상문학의 고전

언제 올지 모르는 적을 기다리는 고립무원의 요새에서
한 병사의 일생을 건 적막한 사투가 시작된다

“잊히지 않도록 후세대가 지켜내야 할 이름들이 있다. 단연코 그중 한 사람이 바로 디노 부차티다.” _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보르헤스, 카뮈, 칼비노, 망구엘, 쿳시, 마텔 등이 추천한
20세기 이탈리아 환상문학의 고전


“잊히지 않도록 후세대가 지켜내야 할 이름들이 있다. 단연코 그중 한 사람이 바로 디노 부차티다.” _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20세기 현대문학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이탈리아 작가 디노 부차티(Dino Buzzati, 1906~1972)는 무엇보다 여러 작가로부터 희한한 대작 『타타르인의 사막』(1940)과 기막힌 단편들을 쓴 작가로 각인되어왔다. 일례로 이 작품에 영감받아 『야만인을 기다리며』를 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J. M. 쿳시는 한번 읽으면 “뇌리를 떠나지 않는 색다른 고전 소설”이라 했고, 이탈로 칼비노는 “소설의 진정한 즐거움을 안겨주는 작품”이라 했으며, 얀 마텔은 “신기루처럼 빛을 발하는 소설”이라며 극찬했다. 그만큼 독자에게 몽환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대표작 『타타르인의 사막』은 마술적 사실주의에 속한 20세기 환상문학의 정수로서, 1976년 발레리오 주를리니가 영화화하기 전까지 여러 작가와 영화 거장(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데이비드 린, 루키노 비스콘티 등)을 매혹했다.
디노 부차티는 한국에서도 그간 이어령, 김현, 서영은 등 문인들의 독서 노트에서도 줄곧 언급되어왔다. 이 소설 속에서 예측할 수 없는 앞날의 위험이 언제 닥칠지 모른 채 미래의 영광을 상상하며 ‘희망의 대기실’과도 같은 요새에서 속수무책으로 시간을 보내는 병사들은 오늘날 기후, 환경, 경제, 보건, 정치 등 각종 위기에 맞닥뜨린 채 일상을 영위해나가는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밀리언셀러 『블랙 스완』의 ‘희망의 대기실에서 살다’라는 한 장에서 저자가 미래 위기와 대처와 관련해 『타타르인의 사막』이 전해주는 가치를 말하듯, 이 책이 지닌 고전의 가치는 다방면에서 인간과 운명을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데 어떤 통찰력을 제공한다. <르몽드>에서 ‘20세기 책 100선’으로 꼽은 이 명작은 연극이나 무용 텍스트로도 곧잘 각색되어 사랑받아왔다. 이탈리아에서는 1988년 디노부차티국제협회가 설립되었고, 2016년 작가 탄생 110주년을 기념하여 여러 행사가 있었다.

고립무원의 요새에서 아무도 모르는 적을 기다리는 한 병사의 부조리한 세계

“더는 이 초막 같은 요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울한 친구여. 당신처럼 다른 많은 이들이 너무나 오래 희망을 고집해왔다. 시간은 당신들보다 훨씬 빨랐고, 당신들은 다시 시작할 수 없으리.” _본문에서

『타타르인의 사막』은 총 30장으로 구성된 장편소설로, 군사학교를 막 졸업한 조반니 드로고가 ‘타타르인의 사막’이라 불리는 넓은 평원을 마주한 북부 국경지대의 바스티아니 요새로 파견되어, 평생에 걸쳐 언제 쳐들어올지 모를 가상의 적군을 기다리며 펼치는 이야기다.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군대의 일상과 한없이 펼쳐진 황량한 사막 평원, 그 국경지대에서 그들을 살아 있게 하는 존재 이유는 오직 무감각한 지평선 너머에서 여기로 언젠가 진군해올 적뿐이다. 북방의 이민족은 신비에 싸여 있고, 전설처럼 전해지는 소문만 있을 뿐 그 실체가 모호하다. 누군가는 이 요새의 환상을 깨닫고 떠나고, 누군가는 이 지루한 희망 고문 속에서 자신의 포부를 고수하다 죽으며, 누군가는 실수로 아군의 총에 맞아 죽는 전쟁 없는 전쟁태세 세계. 이 요새의 마법에 사로잡힌 군인들과 더불어 천천히 늙고 병들어가는 드로고는, 마침내 적이 왔을 때 새 병사들로부터 요새에서 쫓겨나, 어느 무명의 여관에서 “봄밤의 가벼운 회오리”처럼 찾아든 인생 최후의 적 죽음을 맞는다.
이 작품 발표 당시, 이탈리아는 1차대전이 끝나고 무솔리니의 파시즘 정권하에서 이 파국의 체제에 저항하는 분위기와 더불어 안팎으로 굉장히 혼란스럽고 불안한 시기였다. 이런 대기 속에서 나온 이 소설은 삶과 죽음, 인간 실존의 문제와 끝없는 무無의 세계에 관한 알레고리를 명징하고 생생한 문체로 드러낸 수작으로 평가받으며, 작가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주었다. 누가 적이고 그 적이 실로 있기나 한 건지도 모른 채 끌려가는 부조리한 세계에 볼모처럼 잡힌 불안한 인간의 운명은 책장을 넘길수록 점점 미혹과 실수와 고뇌로 얼룩진 한 편의 우화 같은 악몽으로 화한다.

화가 부차티의 전력이 담긴 표지, 시간과 욕망과 꿈의 마지막 스케치

부차티는 “기자와 작가를 취미로 하는 화가”라고 자신을 일컬은바, <코리에레 델라 세라>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하면서도 여러 그림과 만화를 그리고 무대미술가로도 활동했다. 훌륭한 재능 덕에 이탈리아 최초의 그래픽노블로 불리는 독특한 책 『만화 시집』(1969), 2019년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화제가 된 삽화작품집 『시칠리아의 유명한 곰 습격사건』(1945)을 펴내기도 했다. 이 책의 표지로 쓰인 그림 역시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밀라노 두오모 광장>이란 제목하에 1950년대에 발표했다.

시각적 이미지를 눈에 선하게 그려내는 묘사력은 이 작품 속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요새 안팎을 휘감는 시간의 속도와 꿈속의 수수께끼 카드처럼 넘어가는 매 장면의 밀도는 읽는 이로 하여금 단번에 이 신기루 같은 풍경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특히 마지막 30장에서 아무도 몰래 적요한 고통 속에서 외로이 사투를 벌이며 죽음을 맞는 드로고의 모습은, 죽음 앞에 선 단독자로서의 운명을 아는 인류 전체의 뇌리에 진정 감동 어린 소용돌이를 남긴다. 그는 과거의 욕망과 현재의 고뇌 속에서 미래의 진정한 인간으로서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던 참된 군인으로서의 영광을, 존엄을 다한 인류 최후의 보루를 지킨다. “과거의 일들이 숨어 있던 씁쓸한 심연에서, 부서진 욕망들에서, 그가 겪은 아픔과 상처들에서, 그로서는 감히 엄두도 못 내던 어떤 힘이 올라왔다... 조반니는 기운을 내어 가슴을 조금 펴고, 한 손으로 군복의 목깃을 정돈한다. 그의 시선은 다시 한번 창밖으로 향하고, 자신의 마지막 몫인 별들을 보기 위해 아주 짧은 눈길을 던진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아무도 그를 보지 않지만, 그는 미소짓는다.”

 책소개나 수상내역들을 보고 약간 애거서 크리스티의 "토미-터펜스" 시리즈가 생각났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가 스파이물 비슷한 것들도 썼는데 대부분 평은 좋지 않았죠. 그래도 "토미-터펜스"도 약간 스파이물 비슷한 작품들인데 꽤 재밌는 편이고 <비밀 결사>를 저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초기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커비티 상, 애거서 상, 레프티 상 수상작
에드거 상 후보작

전쟁으로 뿔뿔이 흩어진 가족
그들 가운데 배신자


웨스터햄 경이 조상 대대로 살아온 팔리 저택 영지와 그의 다섯 딸들에게 2차 세계대전이 닥쳤을 때, 낙하산 강하에 실패한 한 군인이 저택 영지에 떨어져 죽음을 맞는다. 그의 군복과 소지품이 의혹을 불러일으켰고, MI5 정보원이자 웨스터햄 경 가족의 친구인 벤 크로스웰은 그 남자가 독일 스파이인지 알아내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그 임무는 그가 남몰래 연정을 품어 온 웨스터햄 경의 셋째 딸 패멀라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 암호 해독 기관인 블레츨리 파크에 취직한 패멀라에게는 자신만의 비밀이 있었다.
벤은 패멀라의 가족 중에 있을지도 모를 배신자와 스파이의 발자취를 좇다가 영국의 역사가 바뀔 뻔한 끔찍한 사실을 알아낸다. 그는 패멀라의 도움을 받아 영국이 몰락하기 전에 그들을 막을 수 있을까?
2차 세계대전의 사건들과 사람들에게서 영감을 받은 리스 보엔은 전면적이고도 눈을 뗄 수 없는 계급, 가족, 사랑 그리고 배신에 대한 사가(saga)를 세공한다.

『팔리 들판에서』는 매커비티 상, 애거서 상, 레프티 상 수상작이며, 에드거 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작가 리스 보엔은 1900년대 초의 영국과 미국의 뉴욕을 배경으로 한 ‘탐정 레이디 조지애나 시리즈’와 ‘몰리 머피 시리즈’ 그리고 현대 웨일스를 배경으로 한 ‘에번스 경관 시리즈’로 전 세계 수많은 미스터리 독자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여기에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시리즈를 더해 또 한 번 독자들을 열광시키는 중이다. 『팔리 들판에서』는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일련의 작품 중 첫 번째 작품으로, 팔리를 주변으로 한 켄트의 시골 마을에 거주하는 인물들 가운데에서 독일에 협조하는 배신자를 찾아내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팔리 영지 들판에서 추락사한 낙하산 부대원

독일의 침공이 목전에 닥친 영국의 어수선한 상황. 켄트주의 조용한 시골 마을에도 예외 없이 전쟁의 검은 손이 닥친다. 웨스트햄 경의 대저택은 영국군의 숙소로 징발되었고, 다섯 딸은 전쟁의 여파로 숨죽여 살아야 하는 상황이다. 둘째 딸은 파리에서 게슈타포의 마수에 걸려 들었고, 셋째 딸은 암호 해독 기관인 블레츨리에서 비밀 임무를 수행 중이며, 막내딸은 동네 꼬마 친구와 간첩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한동네에서 어렸을 때부터 친구로 자라 온 올세인츠 교회 목사의 아들 벤과 이웃한 귀족 가문의 자제인 제러미도 독일과의 전쟁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 중이다.

픽션과 논픽션이 절묘하게 녹아든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작가는 실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암호 해독 기관이었던 블레츨리를 방문해 며칠을 보냈다고 하며, 영국 국내 방첩 기관인 MI5와 블레츨리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의 수많은 자서전을 탐독했다고 한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교묘하게 결합된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은 미스터리와 역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드물게, 혹은 거의 처음 소개되는 이스라엘의 범죄 소설입니다. 시리즈물을 쓰던 작가가 처음으로 쓴 스탠드얼론 작품이라네요. 작가가 한국독자에게 남긴 글이 책머리에 소개되어있고, 소설속에 한국차가 등장한다네요.

국내 처음 소개되는 이스라엘 최고 범죄 소설 작가, 드로 미샤니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 전체를 와해시킨 새로운 심리 서스펜스
에미상 후보에 오른 <홈랜드> 프로듀서와 영화 및 TV 판권 계약!

세 명의 여자와 한 남자, 새로운 공포와 낯선 형식의 심리 스릴러
일반적인 범죄 소설의 틀을 깨버린 강렬한 이야기


이혼 후 홀로 아들을 돌보느라 정신적,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며 새로운 관계를 찾고 있는 오르나. 외국인 이주 노동자 신분으로 요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46세 미혼의 라트비아 출신 에밀리아. 그리고 『세 여자』에서 반전의 열쇠를 쥐고 있는,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남편과의 사이에 세 아이를 둔 30대 대학원생 엘라. 서로 공통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이 세 여자가 하나의 비밀로 연결되어 있다. 이들 모두가 같은 남자를 만난다. 그 남자의 이름은 길이다. 그는 자신에 대한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 여인들 또한 그에게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고요한 긴장감 속에서 소름 돋는 반전으로 충격이 배가 되는 이 소설은 새로운 형태의 대담한 심리 스릴러극이자, 죽음과 폭력을 다루는 범죄 소설의 일반화에 대한 선전 포고다. 독자는 서서히 그러나 명확하게, 세 여자가 맞닥뜨리는 위험을 예상치 못했던 끔찍한 방식으로 목격하게 될 것이다. 내막에 드리워진 덫을 간과한 채.

추리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추리 소설의 구조상 폭력과 죽음의 충격을 덜 맞닥뜨리도록 보호받죠. 책을 펼치면 15페이지나 20페이지쯤 시체가 발견되고 그러면서 충격에 대비해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지요. <세 여자>는 뭔가 달라야 했어요. 이 책은 독자들을 기습적으로 놀라게 해야 했죠. 그러려면 전형적인 구조를 뒤집을 필요가 있었어요. 범행이 이루어질 것인지 말 것인지 불분명한 범죄 소설을 쓰거나, 형사가 등장한 것인지 아닌지 독자들이 명확히 알 수 없는 추리 소설을 써야 했죠. - 저자 서문 중에서

이스라엘에서 13주 이상 연속 베스트셀러 1위!
독일 《슈피겔》 선정 베스트셀러 탑 10!
에미상 후보에 오른 <홈랜드> 프로듀서와 영화 및 TV 판권 계약!


“섬세하게 얽힌 퍼즐 속 미스터리, 진정한 공포의 장면…… 그러나 황홀한 텔아비브 거리 묘사와 예상을 뛰어넘는 플롯과 주인공들의 서사를 따라가는 예리한 통찰력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충격을 맛보게 한다.” 《뉴욕 타임스》

“미샤니는 팽팽한 긴장과 반전 가득한 작품 속에서 심리적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는 탁월한 재능을 보여준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이 책의 핵심 반전은 소설의 내용과 플롯뿐만 아니라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 전체를 와해시켰다는 데 있다.” 《예디오트 아하로노트》(이스라엘 신문)

“세련된 문학적 ‘장치’…… 셰익스피어 희곡 작품에 견줄 만한 <세 여자>는 아모스 오즈의 <나의 미카엘>이 그랬던 것처럼 이스라엘 소설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킨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하아레츠》(이스라엘 신문)

“미묘하게 서술된, 감동적인 소설.”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독일 신문)

세 여자의 내밀한 이야기와 세 가지 죽음의 빛깔
현대인의 어두운 자아를 묘사한 회색 빛 심리 스릴러


소설의 중심에는 세 명의 여자가 있다. 오르나는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 입은 어린 아들을 홀로 키우며 어렵게 생계를 꾸려나간다. 또 다른 여자 에밀리아는 라트비아인으로 직업소개소를 통해 이스라엘에 와서 간병인으로 일하다가 그녀가 돌보는 노인이 죽자 이후 자신의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방황한다. 마지막으로 엘라는 세 아이의 엄마이자 가부장적인 남편의 아내로서 결혼생활에 치여 살며 뒤늦게 대학원에 들어가 연구 논문을 쓰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한가운데 낯선 남자 길이 연결되어 있다. 오르나는 이혼한 싱글들을 위한 데이트 사이트에서 채팅으로 길을 만난다. 그녀는 길의 느긋한 성격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는 그녀에게 압력을 가하지도 않고, 전화 통화도 짧다. 만남을 이어가는 이유조차 알 수 없음에도 오르나는 계속 길을 만나고, 데이트를 하면서 더 친밀한 관계를 제안하는 쪽은 오히려 그녀다. 불륜을 꺼려하는 것처럼 보이는 길에 대해,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끝이 난 그들 관계의 결말에 대해 묘한 의구심은 지속된다.

오르나는 참고 기다려주는 길의 성격에 놀라워했다. 처음에는 그가 다른 여자들과 데이트를 자주 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두 번째 데이트 후 길은 오르나와의 만남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가 온라인 프로필을 정지하거나 삭제하진 않았지만, 오르나는 그것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그를 염탐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싫었고, 또 그래야 그녀가 특별한 목적 없이 뭔가 놓친 것이라도 있는 듯이 새 프로필을 훑어보면서 여전히 사이트를 기웃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p. 32)

에밀리아는 간병을 하던 나훔이 사망하자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나훔의 아내 에스더와 그 자녀들은 에밀리아가 새로운 일을 찾을 때까지 그 집에 머물 수 있도록 해준다. 시간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지만 당국의 허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에스더는 에밀리아에게 변호사인 아들 길과 이야기해볼 것을 제안한다. 에밀리아가 이스라엘에서 추방되지 않도록 길이 분명 도와줄 것이라면서. 마침내 길은 우회적인 방법으로 에밀리아에게 그가 혼자 지내는 아파트를 청소해 달라 요청하고 그녀는 동의한다. 전일제 간병 일을 하면서 딱 하루 쉬는 날 에밀리아는 자기 삶의 영적인 의미를 찾기 위해 성당에 간다. 그녀는 라트비아로 돌아가야 할지 스스로에게 묻지만, 어째서 자신이 길의 마법에 걸려들었는지는 자문하지 못한다.

사실 길 부부는 오래전부터 이혼에 합의했지만 나훔의 병과 죽음 때문에 이혼을 미루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혼을 미루는 것이 무의미해졌다. “당신이 결혼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안 했다 해도 이해할 거라고 믿어요.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는 지점에 이르렀어요.” 길은 집 근처에 아파트를 빌렸는데 일주일에 며칠씩 두 집을 오가며 생활하게 될 딸들과 자신이 쓸 수 있도록 집 정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길이 아파트를 청소하고 정리해줄 사람을 어디서 구할 수 있을지 아느냐고 물었을 때 에밀리아는 자신이 그 일을 하겠다고 나섰다. 에밀리아는 길이 원하는 바가 그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길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p. 173)

길이 세 번째 여자인 엘라를 만나는 곳은 그녀가 연구 논문 작성을 위해 매일 들르는 카페에서다. 첫 번째 여자 오르나와의 경우와 달리 두 사람 사이에 먼저 관계를 시작하려는 사람은 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점심을 먹자고 요구하거나 집착하듯이 함께 여행을 가자고도 제안한다. 엘라는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녀는 남편을 속인다는 걸 상상할 수 없다. 그렇지만 엘라는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남자와 함께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그러한 호기심으로 그녀는 과연 길과의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결말은?

엘라는 아무 설명도 없이 며칠 동안 다른 나라로 그냥 훌쩍 떠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해요. 길이 이유를 묻자 엘라는 주말 내내 도와줄 사람도 없이 남편에게 딸들을 맡겨놓고 떠날 수는 없다고 말해요. “시어머니는 도움이 안 되고, 친정 부모님은 돌아가셨어요. 게다가 남편한테 무슨 이유를 대면서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할 수 있겠어요? 그냥 쉬거나 기분 전환하러 혼자서 다녀오겠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그건 나답지 않은 행동이고 남편도 그걸 알아요. 친구와 함께 간다고 말할 수도 없어요. 설사 당신과 함께 갈 용기가 있다 해도, 친구들 중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거예요. 나를 위해 거짓말을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진 않으니까요. 그리고 발각될까봐 너무 무서워요.” (p. 265)

세 여자의 삶의 모습은 세 가지 빛깔의 다른 이야기 줄기로 전개된다. 세 여자의 내밀한 이야기에서 점화된 복선은 서서히 끓어오르다가 마침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며 한 순간 폭발한다. 전형적인 범죄 소설의 빠른 전개 속도에 익숙해진 독자들은 『세 여자』의 정적인 흐름이 의도적이라는 사실에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물론 그에 대한 보상은 준비되어 있다.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놀라운 반전의 결말이 우리 목덜미를 빳빳하게 할 즈음 독자는 작가의 천재성에 감탄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미 처음 이야기가 시작될 때부터 우리는 되짚어 나갈 수 없는 미로 속에 빠진 것이다. 책 속 문장 한 글자 한 글자를 밟아 나갈 때마다 오싹한 공포가 스며든다.
천재 작가라 불러도 무방할 드로 미샤니의 작품들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번역되었을 뿐 아니라 영화와 TV 시리즈로도 제작되어 이스라엘을 비롯한 전 세계 독자들에게는 이미 친숙하다. 그의 이전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신작 『세 여자』는 이스라엘인의 삶을 현실감 있게 묘사한 독립된 소설이자 전혀 새로운 형식의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이다. 온라인 데이트, 외국인 간병인, 간음 관계의 유혹 등의 이야기들이 사실적으로 표현되는 가운데 더욱 낯설고 긴장감 넘치는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남녀의 어긋난 만남과 변질된 욕망이 빚은
새로운 공포와 낯선 형식의 심리 스릴러


『세 여자』는 흥미를 유발하는 단순한 스토리의 범죄 소설로 읽히기 보다는 단절된 인간관계의 삭막함이 일상화된 현대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첫 번째 여자인 오르나는 별 생각 없이 시작한 데이트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전환되며 엄습하는 공포와 끔찍한 충격을 드러낸다. 이혼 후 그녀가 가장 고통스러워한 것은 전남편과 아들 사이 의사소통의 부재였다. 오르나는 심약한 어린 아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텔아비브의 해변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아들에게 호화로운 생일 파티를 열어주기도 한다. 새로운 남자와 다시 데이트를 시작하라는 심리 치료사의 제안에 동의는 하지만 사랑에 빠지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이혼자를 위한 사이트에서 그저 단조로운 사람을 선택한다. 말도 별로 없고 특별한 요구도 하지 않는 부드러운 성정의 변호사 길에 대해 오르나는 그다지 흥분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는 기껏해야 탈출의 원천일 뿐이었다. 다만 길이 숨긴 비밀을 알게 되기 전까지.
독특한 범죄 소설인 미샤니의 스릴 넘치는 텍스트는 아무도 완전히 안전할 수 없다는 엄중한 경고가 된다. 하지만 책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묘한 여운이 남게 되는데 이것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아니 제대로 진한 여운을 맛보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다시 소설을 읽어나가야 하는 새로운 독서 경험을 해야 한다.

『세 여자』에서는 범행이 소설 초반에 등장하지 않고 각 부의 끝에서 이루어진다. 범죄 소설이 아니라 일반 소설을 읽고 있는 줄 방심한 순간 갑자기 범행이 일어난다. 예상하지 못했던 범행이라 1부에서는 살인의 충격이 강하다. 1부에서의 학습 탓에 2부에서는 살인에 대한 예상이 가능하고 그로 인해 충격은 완화된다. 3부에서는 살인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되는 지점에서 피해자에 대한 동정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살인 대신 대반전이 일어난다. 이 대반전의 충격은 1부에서 느낀 살인의 충격보다 더 강하다. 『세 여자』의 또 다른 파격은 살인 사건을 해결할 탐정이나 형사가 소설 후반까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누가 사건을 해결할 것인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했던 의외의 인물이 대반전을 이루며 등장한다. 피해자가 사건의 해결자 역할을 하는 추리 소설을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속에 등장하는 국내차 브랜드
작품 속 사건 해결의 결정적 단서가 된 차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의 작품이자 이스라엘과 독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된『세 여자』이야기에서 사건 해결의 중요한 단서가?된 것은 평소 범인이 타고 다녔던 차였다. 성공한 변호사의 탄탄한 이미지에 온유한 성격, 빈틈없는 일처리 등 완벽하게만 보이는 그가 소유한 차 역시 매력적으로 비쳐진다. 그런데?흥미로운 사실은 작품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 차가 바로 국내 자동차 기업의 모 브랜드라는 것이다. 과연 어떤 차일까?

 열린책들에서 두번째 소개되는 에릭 앰블러의 작품입니다. 열릭책들에서 고전 스파이 스릴러를 꾸준히 출간해주고 있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t2dNKIoCHTs 

세계 대전에 휘말린 평범한 영국 엔지니어 그레이엄
그의 생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각국의 숨 막히는 첩보전
현대 스파이 소설의 아버지 에릭 앰블러의 걸작


에릭 앰블러의 장편소설 『공포로의 여행』이 최용준 씨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국내 초역.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의 270번째 책이다.
영국 작가 에릭 앰블러는 <현대 스파이 소설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스릴러 장르 문학의 거장으로, 당시까지 흥미 위주의 삼류 소설로만 취급되던 스릴러 장르의 수준을 높이 끌어올려 존경받을 수 있는 대상으로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존 르카레와 같은 스파이 스릴러 작가들의 성공을 가능케 한 발판을 마련한 것도 그였다.
『공포로의 여행』은 앰블러의 대표작 중 하나로,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반전, 생생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이야기로 스릴러 장르에 큰 획을 그은 걸작으로 평가된다. 제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영국 엔지니어인 주인공 그레이엄이 터키 정부와 비밀스러운 무기 거래 계약을 체결한 후 독일 정보부의 추격을 받으며 벌어지는 스릴 넘치는 모험을 담았다. 전쟁에 돌입한 국가들의 치열한 암투 속에서 평범한 한 개인이 뜻하지 않은 위험에 휘말려 들게 든다는 설정의 이야기로, 앰블러 소설들이 그렇듯 국제적인 스케일의 사건들과 개인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긴장감을 자아낸다.
제2차 세계 대전의 전운이 드리운 유럽. 영국 무기 제조사의 직원인 엔지니어 그레이엄은 터키 정부와 비밀스러운 무기 거래 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길에 독일 정보부가 보낸 암살자의 추격을 받는다. 터키 비밀경찰은 그레이엄의 안전한 귀국을 위해 그를 소수 인원만 탑승하는 화물선에 승선시킨다. 폐쇄된 배 안에는 비밀경찰이 사전에 신원을 확인해 둔 몇 명의 승객들만 탑승해 있다. 헝가리 출신의 미녀 댄서, 독일 고고학자, 터키 담배 수출업자, 프랑스 사회주의자……. 이렇다 할 위험 요소를 발견하지 못한 채 그레이엄이 그럭저럭 항해에 적응해 나갈 무렵, 배에서는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처럼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서스펜스는 주인공 그레이엄이 과연 죽음의 위협을 피해 무사히 고국으로 귀환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배 안이라는 폐쇄된 공간 안에서 전쟁 중인 각국의 이해관계가 치열하게 충돌하는 첩보전이 벌어지고, 그 안의 인물들 중 누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목숨을 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독자들로 하여금 그레이엄의 <공포>에 쉽게 몰입하게 하며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또한 다양한 계층과 사상을 드러내는 생생하고 개성적인 인물들 또한 독서의 재미를 더해 준다. 이러한 인물들 사이의 갈등과 협력이 국제적인 스케일의 사건들과 연루되며, 다양한 두뇌 싸움과 반전, 서스펜스가 펼쳐진다.
이 작품은 또한 앰블러의 창작 인생에서 특히 중요한 시기로 평가받는 경이로운 초기 작품 세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데뷔작 『어두운 변경』(1936)에서부터 5년 동안 출간된 『보기 드문 위험』(1937), 『어느 스파이의 묘비명』(1938), 『경계의 이유』(1938), 『디미트리오스의 가면』(1939), 『공포로의 여행』(1940)으로 이어지는 여섯 권의 초기 소설들은,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둠과 더불어 당시의 값싼 흥미 위주의 스릴러 소설들과 결을 달리하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냈다. 『공포로의 여행』은 그 시기의 마지막 작품이다. 이미 『디미트리오스의 가면』에서 대가의 솜씨에 도달했던 앰블러가, 정교한 서술 속에서 독자들이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최고의 원숙미를 보여 준다.

이 책을 옮긴 최용준 번역가는 박진감 넘치는 앰블러의 문장들을 능숙한 우리말로 섬세하게 옮겼다. 국내 초역으로, 한국어 번역본으로는 이 작품이 처음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되는 셈이다. 번역 원본으로는 2002년 랜덤 하우스가 출간한 빈티지 크라임 판본을 사용했다. 열린책들에서는 지난해 앰블러의 또 다른 장편소설 『디미트리오스의 가면』을 출간한 바 있다. 

 

 <머더봇 다이어리>시리즈의 완결작이라고 출판사에서 소개하고 있는데, 뒷권들이 더 있는 것 같던데 계약을 안한건지....

 

2년 연속 세계 SF 어워드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 수상 시리즈

사회성 없고 소심하지만 매력 만점인 안드로이드
살인봇이 펼치는 새로운 스페이스 오페라
대장정의 막을 내리는 완결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간이 사라졌어
나를 복잡한 감정 상태로 만드는 그 인간 말이야


2018년~2019년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을 휩쓴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베스트셀러 시리즈 ‘머더봇 다이어리’의 완결작이다. 이 시리즈는 자본화된 우주 시대를 날카롭게 풍자하는 내향적인 안드로이드 캐릭터로 전 세계 SF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주인공 ‘살인봇’은 인간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았지만 자신을 제어하는 장치를 해킹한 뒤 자유의지를 갖게 된 안드로이드다. 두꺼운 헬멧 속에 숨어 냉소로 일관하며 자기가 얼마나 많은 인간들을 죽였는지 끝없이 중얼거리지만 한편으로 연민할 줄 알고 염치가 있는 로봇이라 투덜거리면서도 끝까지 인간 동료들을 챙긴다. 김초엽 작가는 “늘 연결돼 있지만 혼자이기를 갈망하는, 소심하고 사회성 없는 살인로봇의 이야기가 어떤 영웅의 이야기보다도 동시대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며 새로운 유형의 안드로이드의 모험담이 펼쳐지는 이 시리즈에 추천의 말을 보냈다.

《머더봇 다이어리: 탈출 전략》으로 마샤 웰스는 미래 테크놀로지와 사회상이 치밀하게 직조된 장대한 스페이스 오페라 세계관을 완성해냈다. 이 세계가 특별한 것은, 인간이 지구를 벗어나 은하 곳곳에 삶의 터전을 마련한 먼 미래임에도 여전히 거대 자본과 기업이 인간 위에 군림하고 행성 자원의 소유권을 두고 지리멸렬한 소송전이 이어지는 등 우리 시대의 한 단면을 집요하고도 선명하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소외된 인간의 모습을 한 주인공 안드로이드는 촌철살인 같은 유머로 이 세계(그리고 우리 세계)의 허위를 드러내 보여준다. 인간을 넘어 비인간 인공 존재들과 공감하고 연대하는 안드로이드의 모습에서 우리는 인간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자문하게 된다. 순식간에 페이지가 넘어가는 신나는 우주 모험담이면서도 책을 덮고 나면 현실 사회를 꼬집는 날카로운 통찰과 인간성에 관한 질문들이 남는 ‘머더봇 다이어리’ 시리즈는 SF 영웅 서사와 스페이스 오페라 연작의 새로운 한 방향을 제시한다.

맘에 안 드는 인간들과 이해 안 되는 이 우주를
종횡무진 히치하이킹하는 매력덩어리 보안유닛의 대모험!


시리즈의 첫 번째 에피소드인 《머더봇 다이어리: 시스템 통제불능》에서 자유의지를 얻게 된 살인봇은 마음만 먹으면 인간들을 학살할 수 있었지만, 그보다 더 흥미로운 선택을 한다. 엔터테인먼트 피드에서 드라마 시리즈를 다운받아 임무 수행 중 짬짬이 은신해 정주행하는 것. 머릿속엔 온통 드라마 생각뿐이지만 인간들이 위험에 처해 있으면 의무가 아닌 헌신으로 구해주면서 이들로부터 자유인에 준하는 지위를 얻는다. 그러나 살인봇은 안정된 생활을 거부한 채 모험을 선택하고, 자기 스스로를 ‘살인봇’으로 부르게 된 이유를 찾아 떠난다. 이어지는 에피소드에서는 우주선을 히치하이킹 하며 자신과 비슷하지만 또 다른 인공 존재들인 우주선봇 ‘ART’, 애완봇 ‘미키’, 위안유닛과 호흡을 맞추며 성간 우주를 넘나드는 스펙터클한 모험을 펼쳐나간다.

《머더봇 다이어리: 탈출 전략》에서는 자신에게 자유를 준 첫 번째 에피소드의 탐사대 인간들을 다시 찾아나선다. 누구보다 살인봇을 깊이 이해해주었던 탐사대 수장 ‘멘사’가 악랄한 거대 기업 ‘그레이크리스’에 납치되었기 때문이다. 살인봇은 테라포밍하는 척하며 외계 문명의 유물을 채가려는 그레이크리스의 음모를 알아챈 뒤 정보를 수집했고, 그레이크리스는 배후에서 멘사가 이 일을 꾸며냈다고 판단한다. 혼자 우주를 떠돌며 생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인간의 외양과 습관을 몸에 이식한 살인봇은 다시 한번 우주선에 몸을 숨긴 채 멘사를 찾아 떠난다. 그리고 웜홀을 지나 당도한 우주정거장 안에서 ‘옛 친구들’ 셋이 벌써 멘사를 구하려 이곳에 와 있음을 깨닫게 되는데. 이미 그레이크리스의 돈으로 매수된 이곳에서 살인봇은 멘사와 걱정거리 삼인방을 무사히 구출할 수 있을까?

치밀하게 설계된 미래 테크놀로지와
우주 시대에도 만연한 자본주의의 탐욕들


마샤 웰스가 설계한 ‘머더봇 다이어리’의 세계관은 이번 에피소드에서 완전히 무르익어 몰입감이 극대화된다. 살인봇이 인간을 비롯해 모든 인공 존재와 교신하는 소통 채널인 피드feed 커뮤니케이션과 전통적 구술 대화를 능수능란하게 섞어가며 이야기를 이끌어가거나, 자기 두 눈이 아니라 주변을 온통 둘러싸고 있는 보안카메라들로 상황을 파악해 위기를 돌파해나가는 장면과 같은 디테일들이 긴박하게 전개된다. 웜홀을 통과해 우주선과 함께 전해지는 광고에 뒤범벅된 뉴스와 그에 담겨진 언론 플레이, 지저분한 법률 싸움에 관한 소식들은 자본의 탐욕이 전 은하에 퍼진 미래 시대를 실감하게 하며, 이는 살인봇이 추리를 거듭해 모험을 시작하는 중요한 데이터가 되기도 한다. 

 

 

 

 

150만 독자가 열광한 정통 하드보일드 미학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 시즌 2, 대망의 신작!

한 번의 투고로 작가 데뷔를 이룬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두 번째 작품이자 장르소설이 정통문학상을 수상하는 토대가 된, 제102회 나오키상 수상작 《내가 죽인 소녀》. 일본모험소설협회대상 최우수단편상에 빛나는 《천사들의 탐정》…… 하드보일드 스타일에 사회파 미스터리의 시사성, 추리소설의 속도감을 결합한 작풍으로 불모지나 다름없던 일본 땅에서 하드보일드를 꽃피운 하라 료. 그가 작가로서 걸어온 삼십 년 남짓한 여정은 150만 독자의 성원과 함께 오롯이 일본 하드보일드의 역사이자 전설로 새겨졌다.
평생 한 시리즈만 집필해온 끈기의 작가이자 과작으로 유명한 작가답게, 2004년에 시리즈 ‘시즌 2’의 개막을 알린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의 출판 이후 두 번째 작품인 《지금부터의 내일》이 탄생하는 데는 장장 십사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오랜 기다림을 보상받은 독자들은 ‘낭만 마초’의 귀환을 두 팔 벌려 환영했고, 《지금부터의 내일》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나아가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미스터리가 읽고 싶어!’를 비롯한 미스터리 랭킹을 연거푸 석권하며 평단의 갈채까지 한 몸에 받는 등 정통파의 힘을 당당하게 증명했다. 물론 이 작품이 시리즈의 연장선에 놓이지만, 한 권의 완결된 작품으로서 접해도 아무 무리가 없는 완성도를 지녔다는 방증일 것이다.

“담배를 물고 연기를 천천히 빨아들였다.
나는 아직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세월과 함께 쇠락해가는 신주쿠 뒷골목의 ‘와타나베 탐정사무소’. 어느새 오십대에 접어든 탐정 사와자키는 사무실 문을 노크할 의뢰인을 기다리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느 날 중년의 은행 지점장이 탐정사무소를 찾아와 한 여자의 뒷조사를 의뢰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의뢰받은 조사를 시작하자마자 여자가 이미 사망했음을 알게 되지만, 의뢰인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 사와자키는 의뢰인이 근무하는 은행을 찾아갔다가 갑작스럽게 복면강도와 마주치는데…….
“소설의 진정한 재미, 그것만을 생각하며 쓰고 또 썼다”라고 작가 스스로 자신했을 만큼 《지금부터의 내일》은 바로 다음 페이지조차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변칙적이고도 박진감 넘치는 플롯을 통해 놀라운 소설적 재미를 자아낸다. 한 사건이 꼬리를 물듯 다른 사건과 이어지고, 실종과 추적이 쉴 새 없이 갈마들어 독자에게 지루할 틈을 허락하지 않는 것. 빼어난 플롯은 불필요한 수사가 철저히 배제된, 단단하고도 스타일리시한 문장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나는 문장을 읽고 싶어서 사와자키 시리즈를 기다린다”라는 미야베 미유키의 애정 어린 고백, “대사에 취하고 이야기에 매혹되었다”라는 한 독자의 서평은 한 치의 과장도 없음을 통감하게 된다.

사와자키는 여전히 휴대전화 대신 전화응답 서비스를 애용하고 줄담배를 피우는 데다 반말을 일삼지만, 이제 블루버드 대신 이름도 모르는 자동차를 몰고 건물주에게서는 오래된 사무실을 비워달라고 요구받는다. 신주쿠 경찰서의 ‘니시고리’와 ‘다지마’, 야쿠자 ‘하시즈메’와 ‘사가라’, 전화응답 서비스의 허스키한 목소리 여성 직원, 르포라이터 ‘나오키’ 등 익숙한 인물이 여전히 사와자키와 어우러지는 한편, 새로운 인물들도 그의 곁에 자리를 잡는다. 여전히 냉혹하고 시크하지만, 오십대에 접어든 사와자키에게서 어딘지 관조적 비장미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간의 발자취를 함께해온 독자라면 이 작품이 더욱 애틋하고 소중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거장 스티븐 킹과 피터 스트라우브의 최초 공저작,
《뉴욕 타임스》 12주간 베스트셀러의 판타지 소설.


세계적인 이야기의 거장 스티븐 킹과 피터 스트라우브가 공저한 다크 판타지 장편소설 『부적』이 출간되었다. 1984년 출간되어, 미국을 대표하는 두 공포 작가가 함께 판타지 소설을 썼다는 것만으로도 큰 화제가 되었다. 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에서 12주간, 《퍼블리셔스 위클리》에서 11주간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며 인기를 증명했다. 당시 무려 55만 불의 막대한 마케팅비를 투자하여 단기간에 100만 부의 판매기록을 세웠다. 『부적』은 할리우드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가 30여 년 동안 영화화를 위해 공을 들여올 만큼, 오락성과 대중성을 잡은 작품으로서, 소년 잭 소여가 마법이 공존하는 세계 '테러토리'와 현재의 세계를 오가며 어머니를 구하기 위한 모험을 그리고 있다. 스티븐 킹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가 마크 트웨인의 대표작 『톰 소여의 모험』의 주인공에서 영감을 얻은 '잭 소여'를 『부적』 주인공 이름으로 붙여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부적』은 1984년 첫 출간을 시작으로 일본, 중국, 독일, 프랑스 등 전 세계 10여 개 국가에 번역 출판되었으며, 현재까지 판본만 40종이 넘게 출간되었다. 미국에서 최근 그래픽노블로도 출간되어 주목받았으며, 현재 할리우드에서 마이크 바커 감독에 의해 영화화 진행중이다. 국내에서 정식 계약본으로는 첫 출간이며, 총 13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을 2권으로 분권하여 출간하였다. 스티븐 킹과 피터 스트라우브는 17년 후인 2001년, 『부적』의 후속작인 『검은 집(Black House)』를 함께 집필하여 출간하였는데, 현재 잭 소여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도 기획 중이다. 

 

 

 

 

르노도상, 문학상의 상 수상작 『나치 의사 멩겔레의 실종』 출간

가장 악명 높은 나치 전범 중 하나인 요제프 멩겔레 최후의 나날을 다룬 소설 『나치 의사 멩겔레의 실종』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작가 올리비에 게즈는 저널리스트 출신이며, 이 책으로 2017년 르노도상과 문학상의 상을 받았다. 르노도상은 공쿠르상 발표 직후 수상작을 알리는 프랑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이며, 문학상의 상은 그해 프랑스 8대 문학상 수상작 중 한 권을 뽑는 상이다. 그만큼 엄청난 주목을 받은 이 책은 15개 언어로 출간되었으며 프랑스에서만 38만 부가 판매되었다. 『나치 의사 멩겔레의 실종』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게즈의 작품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수용소에서 잔인한 인체 실험을 벌였던 실존 인물 요제프 멩겔레이다. 〈죽음의 천사〉라는 별명까지 붙은 멩겔레는 각국 사법부, 정보부, 기자와 현상금 사냥꾼 들의 타깃이 되었지만 끝까지 숨어 살며 법의 심판을 받지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가? 게즈의 추적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헬무트 그레고어, 프리츠 울만, 페터 호흐비힐러, 볼프강 게르하르트……
수많은 가짜 신분으로 살아간 요제프 멩겔레의 궤적


이 책은 전후 멩겔레가 아르헨티나로 도망쳐 브라질에서 사망할 때까지 남미에서 보낸 시절을 다루고 있다. 1949년 멩겔레는 헬무트 그레고어라는 이름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 항구에 도착했고, 여러 번 이름과 신분을 바꿔 가며 전범 추적에서 벗어난다.
그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돈과 조력자들의 힘이 있었다. 농기구 회사를 운영하는 멩겔레 집안은 그의 도피 생활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돈을 보고, 아니면 나치 독일을 추종해서 그를 돕는 조력자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오두막에서 벌벌 떨던 시기도 있지만 멩겔레는 여행도 다니고, 친구들과 파티를 벌이기도 하고, 심지어 독일에 있는 본가에 돌아가기도 한다.
그는 절대 과거를 뉘우치지 않는다. 숨어 사는 현실에 울분을 토하고, 국제 사회와 현재 세태를 비판하며, 수용소에서 군림했던 시절을 그리워하고, 언제나 당당하다. 죽어 가는 멩겔레에게 친아들인 롤프가 찾아와서 아우슈비츠에서 대체 어떤 짓을 했는지 묻자 멩겔레는 이렇게 대꾸한다. <그 낡아 빠진 얘기들?> 얼마 후 그는 지인의 가족들과 해변에 갔다가 거기서 숨을 거둔다.

한 인간의 도피를 치열하게 추적한 걸작

게즈는 3년이 넘는 치밀한 자료 조사, 현지 답사를 바탕으로 하여 멩겔레의 삶을 소설로 재구성해 냈다. 그는 인터뷰에서 〈자다가도 멩겔레의 이름을 외칠 정도였다〉라고 밝힐 만큼 대상에 몰두했다.
그가 그려 낸 멩겔레는 너무나 생생하여 눈앞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게즈는 우리를 멩겔레가 숨어 있는 오두막으로, 전직 나치들이 파티를 벌이는 저택으로, 멩겔레가 숨을 거둔 브라질 해변으로 데려다 놓는다. 문체는 건조하지만 이야기는 다양한 감정을 촉발시킨다. 멩겔레의 추악함에 속이 거북해지고, 부조리함에 분노하고 서글퍼지면서도, 너무 황당한 상황에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어쩌면 멩겔레의 생각에 이입해 버린 자신을 발견하고 소름이 돋을지도 모른다.

공쿠르상, 르노도상, 페미나상 모두 제2차 세계 대전 배경 작품이 수상

『나치 의사 멩겔레의 실종』이 르노도상을 받은 2017년, 공쿠르상은 에리크 뷔야르의 『그날의 비밀L’Ordre du jour』(이재룡 옮김, 열린책들 출간)에 돌아갔다. 이 작품은 전운이 감도는 1930년대 유럽이 배경이며 나치와 전범 기업을 다루고 있다. 페미나상 역시 비시 정권하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필리프 자에나다의 『도끼La Serpe』가 수상했다. 한 해 주요 문학상 중 3개의 수상작이 모두 제2차 세계 대전과 나치를 다룬 작품이라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다.
올리비에 게즈는 <인간은 외부의 영향에 쉽게 변화하는 생물>이므로 경계해야 한다는 말로 소설을 마무리한다. 왜 지금 와서 수십 년 전 역사를 다룬 작품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지, 『나치 의사 멩겔레의 실종』에서 벌어지는 추악한 일들이 과연 과거의 일이라고만 치부할 수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경계하라.
인간은 외부의 영향에 쉽게 변화하는 생물이다.

인간을 경계해야 한다.” 

 

 <The Disaster Tourist>라는 제목으로 영역되어 최근에 영국추리작가협회에서 수여하는 외국어작품상 예비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에 함 구매해봤습니다. 최근 한국문학작품들이 외국에 번역되면서 많은 호평을 받고 있네요.

“어느 오후의 거대한 쓰나미 아래서, 그곳의 모든 생활들이
갑자기 점. 점. 점. 으로 끊어졌다.”

한겨레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수상 작가 윤고은이 펼치는 전혀 새로운 상상력
‘재난 여행’ 상품 수석 프로그래머 ‘고요나’의
기상천외하고 스펙터클한 재난 사용법


윤고은이 마지막으로 남겨 두고 싶었던 유토피아와 결별하는 소설적 공간이며 지독한 현실의 중압감을 다른 방식으로 허구화한 첫 작품이자 자신의 어떠한 문학적 기록을 거절하는 첫걸음. 단언컨대 『밤의 여행자들』은 윤고은의 소설적 세계의 전회이자 또 다른 도약임에 틀림없다. 아마도 우리는 『밤의 여행자들』 이후 달라진 윤고은을 만나게 될 것이다.
―강유정(문학평론가)

■ 한겨레문학상.이효석문학상 수상 작가 윤고은
- 전혀 새로운 상상력의 무한 열전


“상상력이라는 것이 근거 없는 공상이 아니라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삶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라고 하는 절박한 인식의 방법임을 분명히 보여”(문학평론가 김경수) 준 소설가 윤고은의 등장으로 인해 “한국 소설의 밀도는 더욱 깊어졌고, 상상력의 자기장은 더욱 넓어졌”(문학평론가 이명원)다. 문단에서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 윤고은의 『밤의 여행자들』이 ‘오늘의 젊은 작가’ 03으로 출간되었다. 첫 소설집 『1인용 식탁』 이후 3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문학평론가 강유정은 “단언컨대 『밤의 여행자들』은 윤고은의 소설적 세계의 전회이자 또 다른 도약임에 틀림없다. 아마도 우리는 『밤의 여행자들』 이후 달라진 윤고은을 만나게 될 것이다.”라고 상찬했다. “기발한 인공 현실의 창안과 신랄한 현실 비틀기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해 온 작가 윤고은의 아주 특별한 재난 여행기”(문학평론가 백지은)이며, 또한 EBS 「라디오 연재소설」에서 인기리에 방송된 작품이기도 한 『밤의 여행자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 어떤 소설이나 영화에서보다 더욱더 놀랍고 독특한 상상과 현실의 세계를 경험케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독자들이라면 단언컨대, 진한 감동과 전율의 소용돌이에서 한동안 헤어날 수 없을 것이다.

■ 기상천외하고 스펙터클하며 버라이어티한 윤고은의 아주 특별한 재난 사용법

재난으로 인해 폐허가 된 지역을 관광하는 ‘재난 여행’ 상품만을 판매하는 여행사 ‘정글’의 10년차 수석 프로그래머인 주인공 ‘고요나’. 직장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한 그녀가 이번에 향한 곳은 사막의 싱크홀 ‘무이’다. 요나는 뜻하지 않게 여행지에서 고립되며 엄청난 프로젝트에 휘말리게 된다. 작가 윤고은은 어딘지 불미스럽게 재난과 여행을 한데 모아 놓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종말의 위기의식, 묵시록적 음울함 등으로 채색된 흔하디흔한 종말 서사들 틈에서 윤고은 장편소설 『밤의 여행자들』은 확실히 자별한 데가 있다.

재난 여행을 떠남으로써 사람들이 느끼는 반응은 크게 ‘충격 → 동정과 연민 혹은 불편함 → 내 삶에 대한 감사 → 책임감과 교훈 혹은 이 상황에서도 나는 살아남았다는 우월감’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어느 단계까지 마음이 움직이느냐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결국 이 모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재난에 대한 두려움과 동시에 나는 지금 살아 있다는 확신이었다. 그러니까 재난 가까이 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안전했다, 는 이기적인 위안 말이다.
- 61쪽

윤고은은 재난 그 자체가 아니라 재난의 이미지가 상품이 되는 세상을 통해 묵시록적인 세계를 그려 낸다. 중요한 것은 윤고은이 그려 낸 이 공간이 단순히 재난을 추앙하는 종말의 묵시록이 아니라, 그마저도 이미지로 소유하고 상품으로 소비하는 후기 자본주의사회의 섭리를 형상화했다는 사실이다. 재난 여행이란 허구는 이곳의 현실보다 더 개연적이며 때로 핍진하다. 여기의 일상이 정글의 각축장인지, 저기의 여행지가 정글의 미로인지도 모른 채 무작정 길을 떠난 주인공 요나와 함께 독자들은 ‘예기치 않은 하루’들에 성큼 다가서게 된다. 상품 사회의 풍속도에 민첩한 이야기인가 싶으면, 어느덧 설렘과 낯섦, 흥겨움이 생생하게 풍기는 여행기 안에 들어와 있다. 한 치 앞을 추측하기 어려운 사건, 사고 들이 드라마틱하게 밀어닥쳤다가는, 어느새 땅이 휘말려 들어가면서 주변의 모든 것들이 추락하고 경보음이 시끄럽게 울어 대는 재난의 한복판이다. 이 버라이어티한 소설을 횡단하는 동안 우리가 익히게 되는 것은 재난 대처법이 아니라 재난 사용법이다. 그녀와 함께 길을 나서자 곧 기다렸다는 듯 밀려오는 질문들을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다.

재난이란 우리가 바라볼 수 있는 것인가. 그것은 자연의 재해인가, 인간의 파국인가. 재해의 ‘불운’과 그 불운이 비껴간 ‘행운’을 공존시키는 이 사태는 불가피하므로 공정한 것인가, 불가피하지만 불공정한 것인가. 그 무차별성은 신의 섭리인가, 예기치 못한 운명인가. 혹은 그 차별성은 인간의 기획인가, 예기한 필연인가. 재난이라는 시나리오 안에서 누가 주인공이고 누가 엑스트라인가. 누가 불행하고 누가 불행하지 않은가. 재난 안에서 ‘나’의 재난과 ‘남’의 재난은 구별될 수 있는가. 과연 재난이란 무엇이고 재난 아닌 것은 무엇인가. 정글은 어디이고, 또 정글 아닌 곳은 어디인가. 재난과 재건의 한복판에서 이토록 괴이쩍은 모험에 동승한 우리 모두에게 부디, 희망 있으라. 

 

 

 

“세균 박람회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산소가 없는 시절부터 지구에 살았던 그들은 어떻게 우리의 삶을 빚어냈을까?
일상이 새롭게 보이는 세균 이야기


《한국 괴물 백과》,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지상 최대의 내기》 등 SF 소설, 글쓰기, 과학 논픽션 등의 분야를 넘나들며 왕성한 필력을 선보이고 있는 ‘괴물 작가’ 곽재식의 신간. 이번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언제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하는 존재, 인류가 등장하기 한참 전인 40억 년 전부터 지구에 나타나 지금 우리가 사는 자연적이고 인공적인 세계를 만들어온 세균을 소개한다. 가상의 박람회장은 과거관, 현재관, 미래관, 우주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독자들은 비유와 SF적 상상력이 넘치는 입담 좋은 저자의 안내를 받으며 즐겁게 세균의 세계로 떠날 수 있을 것이다.

“세균 박람회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산소가 없는 시절부터 지구에 살았던 그들은 어떻게 우리의 삶을 빚어냈을까?
일상이 새롭게 보이는 세균 이야기


《한국 괴물 백과》,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지상 최대의 내기》 등 SF 소설, 글쓰기, 과학 논픽션 등의 분야를 넘나들며 왕성한 필력을 선보이고 있는 ‘괴물 작가’ 곽재식의 신간. 이번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언제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하는 존재, 인류가 등장하기 한참 전인 40억 년 전부터 지구에 나타나 지금 우리가 사는 자연적이고 인공적인 세계를 만들어온 세균을 소개한다. 세균에 관한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지식을 가득 담고 있지만, 상상력이 가득한 작가의 서술은 한국사, 우주, 먼 미래를 종횡무진 오간다. 되도록 국내 학자들의 연구를 조명하고 연구자들의 애환을 담으려 한 것도 이 책이 지닌 매력이다.

지구에서 우주까지, 40억 년 전부터 먼 미래까지
언제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하는 그들을 만나다

세균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 몸속에 살면서 우리의 생존을 돕거나 해치는 존재이고,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물, 음식, 의약품 등)을 만들어내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생산자이며, 인류가 나타나기 전에 존재했던 우리의 뿌리이고, 자신 외에는 아무 존재가 없던 때부터 지구를 만들어온 창조자이다. 이 책은 그런 세균과 우리의 이야기를 다룬다. 독자들은 세균에 관해 읽으면서 인간에 대한 생물학적, 사회학적 관점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가상의 박람회장 형태를 띠고 있으며, 과거관·현재관·미래관·우주관의 네 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과거관에서는 지금의 지구 생태계를 만들어온 세균을 만난다. 세균은 어떻게 생겨났으며 핵이 없는 세균은 어떻게 핵이 있는 생물로 진화했는지 알아본다. 2부 현재관에서는 인류의 역사와 우리의 일상을 만들어온 온갖 세균들을 만난다. 표피포도상구균, 고초균, 탄저균을 비롯한 여러 균들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만들고 파괴하는지 보여준다. 3부 미래관에서는 실험동물 대신에 세균을 쓸 수 있을지, 세균이 바이러스, 곰팡이, 효모와 싸우는 방법을 우리가 응용할 수 있을지, 세균으로 환경 문제나 범죄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지 알아본다. 4부 우주관에서는 우주 개발에 세균을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본다. 세균을 통해 다른 행성에 사는 생물을 만들 수 있지 않을지, 인간이 우주에 갈 때 세균이 도움을 주는 방법은 없을지, 세균 연구 결과가 악용되지 않게 하는 제도적인 방법은 없을지 알아본다.

이야기에서 시작해 상상으로 끝나는 과학책
과학 지식은 늘 삶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탁월한 이야기꾼인 저자의 스토리텔링 솜씨가 여실히 드러나는 과학책이라는 점이다. 많은 경우에 과학 지식을 본격적으로는 처음 접하는 이들은 ‘객관성’이 강조된 과학 서술에서 그것이 우리 삶과 밀접하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워하고, 그래서 그 내용들이 자신과 거리가 멀다고 느끼곤 한다. 이 책은 이런 독자들을 고려하여 쓰였다. 저자는 여러 전설, 일화, 비유, 의인화 등을 활용해 멀게 느껴지는 세균에 관한 지식을 독자들에게 더욱 인상 깊게 전달한다.

"이러한 신화에 따르면 핵을 가진 복잡한 생물이 되어 여러 세포 덩어리로 자라나고 그 결과 다양한 생활을 하며 깊은 고민을 하면서 사는 다채로운 삶이, 바로 세균 같은 생물이 누리는 영원한 젊음을 포기한 대가인 셈이다."_139쪽

"옛 전설에서 땅속에 흐르는 피라고 이야기됐던 레그헤모글로빈은 대지의 여신이나 땅의 신령이 흘린 피가 아니라 바로 세균들을 위해 만들어진 물질이다."_209쪽

“불경기가 계속되어 취업이 어려운 시대를 생각해보자. 혹은 내가 어느 나라의 언어를 열심히 공부했는데 그 나라와 내가 사는 나라의 관계가 갑자기 악화되어 내가 배운 언어가 쓸모없어진 때가 되었다고 해보자. 그럴 때 어느 깊은 산속 동굴로 들어가 침낭 안에 몸을 욱여넣고, 몇 년이고 쿨쿨 자면서 다시 경기가 좋아질 때까지, 내가 배운 능력이 필요한 곳이 많아져서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때까지 몇 년이고 버티는 수법을 쓸 수 있다면 어떨까? 내생포자로 변신하는 세균은 그렇게 살 수 있다는 이야기다.”_142~143쪽

이뿐 아니라 이 책에는 작가의 SF적 상상력이 풍부하게 녹아 있다. 과학 지식은 늘 그 과학 지식을 활용하는 방법에 관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법이다. 특히 3부와 4부에서 작가는 세균 활용법에 관하여 여러 사고 실험을 벌인다. 시시각각 전국 곳곳의 흙 상태가 자동으로 조사되어 만들어지는 전국 세균 지도, 세균이 움직이는 법을 응용하여 만드는 몸속을 다니는 로봇부터 우주에서 쓰레기를 처리하는 세균이나 외계 세균 방어법처럼 다소 터무니없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생각해볼 만한 거리를 제공한다.

“거기까지 가면 매일 혹은 매 시간마다 전국 천여 곳에서 세균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일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나는 그렇게 자동 세균 분석 로봇을 전국에 수천 대 설치해두고 매 시간 계속 세균들이 사는 모습을 집계해본다는 생각이 아주 마음에 들어서, 알파벳 약자로 RAMSAS(Robotic Automated Metagenome Sequencing and Analysis System)라고 로봇에 붙일 별명도 지어놓았다.

“그러한 자료를 갖고 있으면 단순하게는 그 동네 땅이 얼마나 비옥해졌는지를 알아보는 문제에서부터 멀게는 날씨를 예측하는 일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습기에 민감한 세균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추위를 대비하기 위해 철저히 움직이는 세균이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기록해놓으면 이는 기압이나 강수량 못지않게 좋은 정보가 될 것이다. 비가 오기 전에 갑자기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 세균이 지금 전라남도 쪽에서 경상남도 쪽으로 확산되고 있다면, 내일 오전에 남부지방 서쪽에서 동쪽으로 비가 지나갈 거라는 식으로 날씨를 추측해볼 수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해본다. 전국의 세균 분포를 시간 변화에 따라 살펴보면 그 결과가 어떻든 세균의 특성상 날씨와의 관계는 뚜렷할 것이다.”_285쪽

 

https://www.youtube.com/watch?v=wx9_ap4wegA

https://www.youtube.com/watch?v=ovyfbirtPLs

https://www.youtube.com/watch?v=fwjX-m4LkYk 

 

상자안의 글들은 인터넷 서점에서 퍼온글입니다.

 

 

6
Comments
2021-04-21 22:20:53

SF 파이널은 저도 전자책으루다 질렀습져.
테드 창과 켄 리우가 SF를 넘어선 스타급 작가인 것도 있어서뤼.ㅋ

하라 료는 일본에서도 하드보일드 장르팬들의 뿌리 깊은 지지를 받는 작가입져.(ㅡㅡ)b

WR
2021-04-21 22:33:41

sfnal은 올해만 아니고 매년 나와줘야할텐데 말이죠.^^

2021-04-21 23:57:59

 은근히 글을 기다리는 SF팬입니다.  추천도서 잘 골라서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2021-04-22 00:35:12

타타르인의 사막은 인천 앞바다 섬에서 군생활한 친구를 연상시키네요, 친구가 하는 이야기를, 그의 심정을 책 설명을 읽다가 알게됐어요.

머더봇다이어리는 총 6권에 0.5와 4.5까지 8권이 나와있네요. 전체 시리즈가 골고루 평이 좋은 경우 진짜 드물게 보는데요. 소개 감사합니다.

2021-04-22 09:43:28 (114.*.*.89)

 오늘도 풍성한 책들의 식탁이네요.

고맙습니다!

2021-04-23 11:18:36

 덕분에 또 지름신이 올라서 지출을 하게되는군요....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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