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베트남에서 회식 회상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들어오고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그동안 베트남에서 있었던 일을 제대로 반추해볼 여유가 없었는데 오늘 사진첩을 보다가 베트남에서 일할 때 현지 직원들과 회식에서 찍은 사진이 있어 월급 루팡짓도 할 겸 올려봅니다.
베트남에서 즐겨 마신 술입니다. 코코넛 안에 술이 들어있는데 저는 술의 청탁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라 이 술을 잘 마셨지만, 보편적으로 한국인들이 잘 마시는 술은 아닙니다. 한국인들은 베트남에서 6,000원에 파는 소주를 마시죠. 이 술 가격은 2,000원 정도입니다.
이 술만 따는 따개가 또 따로 있습니다. 위에 파여 있는 홈에 날카로운 정처럼 생긴 따개를 넣으면 이렇게 열립니다.
열린 술은 저렇게 그릇에 넣어 술을 떠 마십니다. 술을 뜰 때 쓰는 표주박 같은 걸 따로 달라면 줍니다.
일단 한 잔 합니다. 한 번에 천 잔은 마셔야 합니다.
회식 메뉴는 베트남 말로는 Lau(러우), 영어로는 Hot Pot(핫팟)이라고 합니다. 대충 샤브샤브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베트남 직원들과 회식할 때 이 러우를 참 많이도 먹었습니다.
이 날 시킨 러우는 해물+쇠고기 러우였습니다. 저는 닭고기 러우를 가장 좋아하는 편입니다만, 이것 역시 맛있습니다. 베트남식 간장(단맛이 감돌고 끈기가 있음)에 땡초를 많이 곁들여서 먹곤 했습니다.
서빙하는 직원에게 부탁해서 처음 테이블 사진을 하나 남겼습니다. 베트남인들은 희한하게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베트남인들 입장에서 한국인은 술을 지나치게 마시는 사람들일 겁니다. 그래도 저 테이블에 찍힌 친구들은 술을 상당히 즐기고 좋아하는 친구들이었습니다.
아마 날씨가 덥기 때문에 술을 많이 들이키면 몸이 몇 배로 힘들어서, 나이 지긋하여 뒷방 늙은이 노릇하는 남성들 빼고는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 적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윗 사진에서 좌측 하단에 있는 친구가 만들어준 즉석 국물입니다. 생숙주에 끓고 있던 러우 국물을 붓고, 거기에 직원에게 부탁해서 날달걀을 하나 떨어뜨려서 만든 것입니다. 베트남 남자들은 이걸 정력식으로 먹습니다. 정확히는, 뜨거운 국물에 띄운 날달걀을 즉시 마시는 걸 정력식으로 생각하더군요. 뭐, 제 입에도 잘 맞았습니다.
마지막에 계산할 때 카드기가 로딩되길 기다리며 한 컷 찍었습니다.
뒤에 있는 친구가 왜 나는 빼냐고 짐짓 삐쳐서 얼른 한 컷 더 찍었습니다. 사진으로 남긴 저 테이블 말고도 주변에 다섯 테이블 더, 총 28명인가? 단체로 갔던 회식인데 테이블 옮겨가며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저 날 28명이 맛있게 먹고 마시고 한국 돈으로 18만원 정도 나왔습니다. 사무 직원보다는 창고 직원 포함 현장에서 몸으로 뛰는 직원이 많아, 배는 양껏들 채웠으면 하는 마음에서 다른 부서보다는 회식을 많이 했었습니다. 한국에 와서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서 그냥 조용히 지내는데 그건 그것 나름대로, 그리고 베트남에서는 베트남 나름대로 참 즐겁게 재미있는 나날들이었습니다.
경제지수랑 행복지수가 별로 상관이 없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만, 한국 70~80년대에 머무르는 베트남의 생활 환경이 제 눈에 시쁜 것 또한 사실이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가끔 베트남이 못 견디게 그리울 때가 있는 것은 저렇게 사람들과 쌓인 인연 때문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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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넛만 빼면 한국 회식자리라고 해도 믿겠어요. 뭔가 느낌이 상당히 비슷하네요.
베트남 음식이 워낙 한국에서도 저변넒어져서 그런건지, 샤브샤브형태의 유사성때문인지.
브루스타에 전체적인 식당 느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