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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베트남에서 회식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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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2 16:50:01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들어오고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그동안 베트남에서 있었던 일을 제대로 반추해볼 여유가 없었는데 오늘 사진첩을 보다가 베트남에서 일할 때 현지 직원들과 회식에서 찍은 사진이 있어 월급 루팡짓도 할 겸 올려봅니다.



 

 

베트남에서 즐겨 마신 술입니다. 코코넛 안에 술이 들어있는데 저는 술의 청탁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라 이 술을 잘 마셨지만, 보편적으로 한국인들이 잘 마시는 술은 아닙니다. 한국인들은 베트남에서 6,000원에 파는 소주를 마시죠. 이 술 가격은 2,000원 정도입니다.

 

 



이 술만 따는 따개가 또 따로 있습니다. 위에 파여 있는 홈에 날카로운 정처럼 생긴 따개를 넣으면 이렇게 열립니다.





열린 술은 저렇게 그릇에 넣어 술을 떠 마십니다. 술을 뜰 때 쓰는 표주박 같은 걸 따로 달라면 줍니다.





일단 한 잔 합니다. 한 번에 천 잔은 마셔야 합니다.





회식 메뉴는 베트남 말로는 Lau(러우), 영어로는 Hot Pot(핫팟)이라고 합니다. 대충 샤브샤브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베트남 직원들과 회식할 때 이 러우를 참 많이도 먹었습니다.





이 날 시킨 러우는 해물+쇠고기 러우였습니다. 저는 닭고기 러우를 가장 좋아하는 편입니다만, 이것 역시 맛있습니다. 베트남식 간장(단맛이 감돌고 끈기가 있음)에 땡초를 많이 곁들여서 먹곤 했습니다.





서빙하는 직원에게 부탁해서 처음 테이블 사진을 하나 남겼습니다. 베트남인들은 희한하게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베트남인들 입장에서 한국인은 술을 지나치게 마시는 사람들일 겁니다. 그래도 저 테이블에 찍힌 친구들은 술을 상당히 즐기고 좋아하는 친구들이었습니다.

아마 날씨가 덥기 때문에 술을 많이 들이키면 몸이 몇 배로 힘들어서, 나이 지긋하여 뒷방 늙은이 노릇하는 남성들 빼고는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 적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윗 사진에서 좌측 하단에 있는 친구가 만들어준 즉석 국물입니다. 생숙주에 끓고 있던 러우 국물을 붓고, 거기에 직원에게 부탁해서 날달걀을 하나 떨어뜨려서 만든 것입니다. 베트남 남자들은 이걸 정력식으로 먹습니다. 정확히는, 뜨거운 국물에 띄운 날달걀을 즉시 마시는 걸 정력식으로 생각하더군요. 뭐, 제 입에도 잘 맞았습니다.





마지막에 계산할 때 카드기가 로딩되길 기다리며 한 컷 찍었습니다.





뒤에 있는 친구가 왜 나는 빼냐고 짐짓 삐쳐서 얼른 한 컷 더 찍었습니다. 사진으로 남긴 저 테이블 말고도 주변에 다섯 테이블 더, 총 28명인가? 단체로 갔던 회식인데 테이블 옮겨가며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저 날 28명이 맛있게 먹고 마시고 한국 돈으로 18만원 정도 나왔습니다. 사무 직원보다는 창고 직원 포함 현장에서 몸으로 뛰는 직원이 많아, 배는 양껏들 채웠으면 하는 마음에서 다른 부서보다는 회식을 많이 했었습니다. 한국에 와서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서 그냥 조용히 지내는데 그건 그것 나름대로, 그리고 베트남에서는 베트남 나름대로 참 즐겁게 재미있는 나날들이었습니다.




경제지수랑 행복지수가 별로 상관이 없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만, 한국 70~80년대에 머무르는 베트남의 생활 환경이 제 눈에 시쁜 것 또한 사실이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가끔 베트남이 못 견디게 그리울 때가 있는 것은 저렇게 사람들과 쌓인 인연 때문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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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Updated at 2021-04-22 16:57:57

코코넛만 빼면 한국 회식자리라고 해도 믿겠어요. 뭔가 느낌이 상당히 비슷하네요.

베트남 음식이 워낙 한국에서도 저변넒어져서 그런건지, 샤브샤브형태의 유사성때문인지.

브루스타에 전체적인 식당 느낌도..

WR
2021-04-23 09:06:15

그렇죠. 저 브루스타에 들어간 부탄가스를 스무 번이고 서른 번이고 계속 가스를 충전해가면서 쓴다는 것(^^;;) 빼면 전체적으로 한국 식당이랑 비슷할 겁니다.

2021-04-22 16:56:09

베트남 사람들은 보드카를 많이 마시더라구요.
베트남인인 제 아내도 샤브샤브 좋아하는데
베트남 사람들은 노계 샤브샤브를 좋아하데요.
노계는 질겨서 타이어 씹는 느낌이라 영~~파이던데..

WR
2021-04-23 09:07:10

넵머이라고 베트남 국민주라며 인터넷에 소개는 하는데 정작 어디에서 파는지 베트남 사람들도 모르고 말씀대로 "MAN" 보드카가 실제 국민주죠. 닭이 노계라서 오랫동안 잘 끓여야 먹을 만큼 풀어지더라구요. ㅎㅎ

2021-04-22 16:59:26

 제 눈에 시쁜 것 또한 사실이었습니다. 

중간에 오타인가요?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요.

WR
2021-04-23 09:08:25

대충 마음에 안 찬다... 정도의 뜻입니다. ㅎㅎ잘 안 쓰는 말을 써서 괜히 헷갈리게 해드렸네요. ^^;

 
2021-04-22 16:59:38

 Are you ok? 라는 처자분의 얼굴을 보고싶군요 ~ 

WR
2021-04-23 09:08:38

아, 저희 부서 직원인데 미인입니다. ㅎㅎ

2021-04-22 17:13:55

회식한번 할때마다 천 잔을 마시다니요....  

WR
2021-04-23 09:09:38
2021-04-22 17:53:31

 28명에 18만원이라..

역시 저는 바가지 쓴게 아닌가 다시한번 의심이 드네요.  하노이 한인타운에 조카가 살고있어서, 조카와 조카여친(베트남인)과 우리부부 그리고 어린아이 둘(거의 먹는양이 없습니다)해서 해물(대게 포함)을 먹었는데 천만동이 넘게 나오더군요.  우리나라돈으로 52만원정도..

한인타운이라 가격도 한국가격이네..라고만 생각했던 기억이 나네요.  2년전 코로나 생기기 바로 전 10월에 다녀온 마지막 해외여행이었네요.

WR
2021-04-23 09:11:29

아, 저기는 타이응웬 성이라는 시골 도시라 물가가 싸기도 했습니다. 하노이 한인타운에서 러우를 드셨다면 굉장히 깨끗한 가게에서 드셨을 텐데, 거기다 베트남 요리에 게가 추가되면 가격이 어마무시하게 올라가서 많이 비싸졌을 겁니다. 하노이 시내에서 게 넣고 러우 먹으면 냄비 당 8만원 이상 하는 것 같더라구요.

2021-04-22 18:09:34

개인적으로
베트남도 참 호기심이 있는 나라예요.
기회가 되면 한 5년정도는 거주해 보고 싶어요.

WR
2021-04-23 09:11:59

저는 만 3년 꼬박 있었는데 사는 건 고달플지언정 정이 많이 가는 나라였다고 생각합니다.

2021-04-22 18:16:43

술의 청탁을 가리지 않는 사람

저와 취향이 비슷하시네요

WR
2021-04-23 09:12:11
2021-04-22 20:42:55

제가 제일좋아하는 안주가 러우 보 입니다. 고기추가해서 먹어야죠. ㅎㅎ
그런데 제가 아는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사람들 이상으로 술을 잘 먹던데 이상하네요.

WR
2021-04-23 09:13:13

쇠고기 샤브샤브라니 드실 줄 아시는군요. ㅎㅎ많이 먹는 사람이 없진 않습니다만 제가 만난 사람들은 술을 그리 많이 먹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2021-04-22 22:14:12

 하노이에서 4년 반 주재하다가 2013년에 본사 귀임해서 다시 올초에 폴란드 나왔는데 베트남 그립네요. 음식도 그립고... 사람들도 ... 여기 폴란드에도 베트남사람들이 사회주의 시절에 서로 교류가 많아서 많이 살고있는데... 식당 음식만큼은 베트남 현지 맛의 50% 수준밖에 안되서 너무 아쉽네요. 저는 더위를 많이 타서 러우는 기본적으로 진짜 먹고싶지 않으면 잘 안시켰다는... 먹고나면 땀범벅이라서.. ㅎㅎ

WR
2021-04-23 09:22:32

폴란드에도 베트남인들이 많이 살고 있었군요. 아무래도 물 설고 땅 선 낯선 나라라 원래 고향에서 나던 맛이 안 나나 봅니다. 계속 해외에서 고생하시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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